[뉴스 따라잡기] 시골 홀로 사는 할머니 노린 강도, 알고보니…

입력 2015.07.31 (08:33) 수정 2015.07.3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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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시골에 홀로 사는 할머니만 골라 강절도 행각을 벌여온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범행 건수가 무려 40여 건에 이르는데요,

물건을 훔치고 돈을 빼앗는 것을 넘어, 힘없는 할머니들을 무자비하게 폭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더 뜻밖인 건, 피의자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는 겁니다.

멀쩡한 대학생이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경북 경산에 위치한 한적한 농촌 마을.

어찌 된 영문인지 만나는 할머니마다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녹취> 마을 할머니(음성변조) : "겁나요."

<녹취> 마을 할머니(음성변조) : "문도 열어놓고 못 잤어요. 불안해서……."

<녹취> 마을 할머니(음성변조) : "무서워서 이사 가고 없어요."

평화롭던 시골 마을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걸까?

<인터뷰> 이명희(팀장/경북 경산경찰서 형사3팀) : "1년 전쯤이었으니까 14년 9월 초부터 범행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농촌의 연세가 많은 할머님이 혼자 거주하는 그런 지역을 범행 대상 지역으로……."

시골에 홀로 사는 할머니만 노린 범죄.

수법은 이랬습니다.

인적이 뜸한 새벽시간대, 담을 넘어 집안에 침입하는 괴한.

<인터뷰> 이명희(팀장/경북 경산경찰서 형사3팀) : "담을 넘어가서 창가에 귀를 대보고 남자 소리가 나는지 판별하고 남자가 없다 싶으면 범행을 해왔습니다."

처음 훔쳐간 건, 고작해야 라면이나 커피 같은 생활용품이었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라면도 가져가고……."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커피 사다 놓은 그거 가져가고……."

그런데, 언제부턴가 범인의 행동이 과격해지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이명희(팀장/경북 경산경찰서 형사3팀) : "처음엔 할머님 몰래 생필품만, 라면이나 커피라든지 심지어는 음료수도 갖고 그렇게 하다가 할머님을 깨워서 ‘돈이 어딨느냐? 돈을 내놔라.’ 강도로 변질됐습니다."

물건만 훔쳐 나오던 좀도둑에서 흉기를 든 강도로 돌변한 겁니다.

취재팀은 당시 강도 피해를 입은 할머니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새벽) 3시 좀 됐을 거예요. 방에서 자는데 소리가 나더라고 그래서 내가 ‘우리 아들이 전화도 없이 왜 왔나?’ 하니까 (괴한이) 입 닫으라고"

집에 들어와 다짜고짜 돈을 요구하는 괴한.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왜? 이렇게 하니까 ‘할미, 현금 어딨나? 현금 어딨나?’ (그래서) 네 줄 돈이 어딨느냐 내가 그렇게 했지."

돈이 없다고 하자, 급기야 고령의 노인을 폭행하기 시작합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이불 갖다가 푹 덮어씌워서 자꾸 운동화 신은 발로 차고 그러데. 무섭고 벌벌 떨려서……."

폭행을 당한 할머니는 온몸에 타박상과 함께 갈비뼈에 금이 가는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여기 이만큼 새카맣게 멍이 들어서 새카맣게 부어올라서, 갈비뼈 금 났다고 하더라."

할머니를 이렇게 폭행한 괴한이 빼앗아간 건 휴대전화와 식탁 위에 있던 커피 몇 봉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인근에 사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나봤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배 위에 뭐가 올라앉았더라고 흉기를 하얀 걸 끄집어내고 뭐야 목을 조르는 거예요. 칼 보고 겁이 나서……."

이젠 아예 흉기까지 들이대며 피해자들을 위협했습니다.

할머니의 이불에는 폭행 당시에 묻었던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여기는 왜 멍들었어요?) 다 나았어요. 어이구 내 참, 나 혼자 그래가지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요. 뼈가 지금 저릿저릿 손도 못 댔어요."

힘없는 노인들의 돈을 빼앗고 폭력을 서슴지 않는 괴한.

평화롭던 농촌 마을은 흉흉하다 못해 공포스럽게까지 변했습니다.

아예 정든 고향을 등지고 이사를 하는 할머니까지 생겨났을 정돕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왜 이사하셨어요?) 뭐 겁나니까, 도둑 들어온다고 겁나니까. (못 살겠다 하시던가요?) 네."

신고를 접한 경찰은 용의자의 뒤를 계속 추적했지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명희(팀장/경산경찰서 형사3팀) : "시골 지역에서는 범행이 발생하면 실제로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CCTV라든지 현장에서 나오는 증거를 가지고 수사를 하는데 시골에는 그게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결정적 단서는 CCTV에서 나왔습니다.

한동안 어려움을 거듭하던 수사는 마을 근처에서 찍힌 CCTV 한 장면으로 실마리가 풀리게 됩니다.

바로 이 장면.

우산을 쓴 마른 체구의 남성이 다리에 부목을 댄 채 불편하게 걷는 모습입니다.

경찰은 직감적으로 뭔가 수상하다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명희(팀장/경산경찰서 형사3팀) : "수법이 담을 뛰어넘어가는 수법이기 때문에 다리를 다친 걸 보고 담 뛰어넘어가다가 다리를 다치지 않았을까……."

경찰은 수상한 남성이 다리를 치료받았을 법한 병원을 뒤졌습니다.

<인터뷰> 이명희(팀장/경산경찰서 형사3팀) : "우리가 부목 댄 사람은 이제 우리 관내 병원에서 치료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해서 계속 추적해서 용의자로 특성 해서."

수사망을 좁혀간 경찰은 지난 21일, 사건의 피의자로 20대 남성 이 모씨를 검거했습니다.

그런데 잡고 보니, 이 씨는 뜻밖에도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인터뷰> 이명희(팀장/경산경찰서 형사3팀) : "대학교에 다니다가 4학년쯤에 부모님하고 진로 문제로 대화가 잘 안 되니까 당시 휴학을 하고 부모한테 경제적인 지원이 없다 보니까"

왜소한 체구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는 피의자.

결국, 눈을 돌린 건, 자신보다 더 약한 농촌 할머니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이명희(팀장/경산경찰서 형사3팀) : "‘돈에 눈이 멀어서 이성을 잃은 것 같습니다.’ 자기도 범행하고 나서는 ‘내가 왜 이렇게 심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하면서 후회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처음에는 경미한 범죄로 시작했다가 시간이 가면서 자신감이 붙으면서 강력범죄로 발전하는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일반적인 범죄 진화의 과정을 보이지 않나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경찰이 확인한 이 씨의 강절도 행각은 모두 40여 차례.

경찰은 이 씨에 대해 강도 상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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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시골 홀로 사는 할머니 노린 강도, 알고보니…
    • 입력 2015-07-31 08:34:29
    • 수정2015-07-31 16: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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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시골에 홀로 사는 할머니만 골라 강절도 행각을 벌여온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범행 건수가 무려 40여 건에 이르는데요,

물건을 훔치고 돈을 빼앗는 것을 넘어, 힘없는 할머니들을 무자비하게 폭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더 뜻밖인 건, 피의자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는 겁니다.

멀쩡한 대학생이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경북 경산에 위치한 한적한 농촌 마을.

어찌 된 영문인지 만나는 할머니마다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녹취> 마을 할머니(음성변조) : "겁나요."

<녹취> 마을 할머니(음성변조) : "문도 열어놓고 못 잤어요. 불안해서……."

<녹취> 마을 할머니(음성변조) : "무서워서 이사 가고 없어요."

평화롭던 시골 마을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걸까?

<인터뷰> 이명희(팀장/경북 경산경찰서 형사3팀) : "1년 전쯤이었으니까 14년 9월 초부터 범행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농촌의 연세가 많은 할머님이 혼자 거주하는 그런 지역을 범행 대상 지역으로……."

시골에 홀로 사는 할머니만 노린 범죄.

수법은 이랬습니다.

인적이 뜸한 새벽시간대, 담을 넘어 집안에 침입하는 괴한.

<인터뷰> 이명희(팀장/경북 경산경찰서 형사3팀) : "담을 넘어가서 창가에 귀를 대보고 남자 소리가 나는지 판별하고 남자가 없다 싶으면 범행을 해왔습니다."

처음 훔쳐간 건, 고작해야 라면이나 커피 같은 생활용품이었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라면도 가져가고……."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커피 사다 놓은 그거 가져가고……."

그런데, 언제부턴가 범인의 행동이 과격해지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이명희(팀장/경북 경산경찰서 형사3팀) : "처음엔 할머님 몰래 생필품만, 라면이나 커피라든지 심지어는 음료수도 갖고 그렇게 하다가 할머님을 깨워서 ‘돈이 어딨느냐? 돈을 내놔라.’ 강도로 변질됐습니다."

물건만 훔쳐 나오던 좀도둑에서 흉기를 든 강도로 돌변한 겁니다.

취재팀은 당시 강도 피해를 입은 할머니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새벽) 3시 좀 됐을 거예요. 방에서 자는데 소리가 나더라고 그래서 내가 ‘우리 아들이 전화도 없이 왜 왔나?’ 하니까 (괴한이) 입 닫으라고"

집에 들어와 다짜고짜 돈을 요구하는 괴한.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왜? 이렇게 하니까 ‘할미, 현금 어딨나? 현금 어딨나?’ (그래서) 네 줄 돈이 어딨느냐 내가 그렇게 했지."

돈이 없다고 하자, 급기야 고령의 노인을 폭행하기 시작합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이불 갖다가 푹 덮어씌워서 자꾸 운동화 신은 발로 차고 그러데. 무섭고 벌벌 떨려서……."

폭행을 당한 할머니는 온몸에 타박상과 함께 갈비뼈에 금이 가는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여기 이만큼 새카맣게 멍이 들어서 새카맣게 부어올라서, 갈비뼈 금 났다고 하더라."

할머니를 이렇게 폭행한 괴한이 빼앗아간 건 휴대전화와 식탁 위에 있던 커피 몇 봉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인근에 사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나봤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배 위에 뭐가 올라앉았더라고 흉기를 하얀 걸 끄집어내고 뭐야 목을 조르는 거예요. 칼 보고 겁이 나서……."

이젠 아예 흉기까지 들이대며 피해자들을 위협했습니다.

할머니의 이불에는 폭행 당시에 묻었던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여기는 왜 멍들었어요?) 다 나았어요. 어이구 내 참, 나 혼자 그래가지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요. 뼈가 지금 저릿저릿 손도 못 댔어요."

힘없는 노인들의 돈을 빼앗고 폭력을 서슴지 않는 괴한.

평화롭던 농촌 마을은 흉흉하다 못해 공포스럽게까지 변했습니다.

아예 정든 고향을 등지고 이사를 하는 할머니까지 생겨났을 정돕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왜 이사하셨어요?) 뭐 겁나니까, 도둑 들어온다고 겁나니까. (못 살겠다 하시던가요?) 네."

신고를 접한 경찰은 용의자의 뒤를 계속 추적했지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명희(팀장/경산경찰서 형사3팀) : "시골 지역에서는 범행이 발생하면 실제로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CCTV라든지 현장에서 나오는 증거를 가지고 수사를 하는데 시골에는 그게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결정적 단서는 CCTV에서 나왔습니다.

한동안 어려움을 거듭하던 수사는 마을 근처에서 찍힌 CCTV 한 장면으로 실마리가 풀리게 됩니다.

바로 이 장면.

우산을 쓴 마른 체구의 남성이 다리에 부목을 댄 채 불편하게 걷는 모습입니다.

경찰은 직감적으로 뭔가 수상하다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명희(팀장/경산경찰서 형사3팀) : "수법이 담을 뛰어넘어가는 수법이기 때문에 다리를 다친 걸 보고 담 뛰어넘어가다가 다리를 다치지 않았을까……."

경찰은 수상한 남성이 다리를 치료받았을 법한 병원을 뒤졌습니다.

<인터뷰> 이명희(팀장/경산경찰서 형사3팀) : "우리가 부목 댄 사람은 이제 우리 관내 병원에서 치료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해서 계속 추적해서 용의자로 특성 해서."

수사망을 좁혀간 경찰은 지난 21일, 사건의 피의자로 20대 남성 이 모씨를 검거했습니다.

그런데 잡고 보니, 이 씨는 뜻밖에도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인터뷰> 이명희(팀장/경산경찰서 형사3팀) : "대학교에 다니다가 4학년쯤에 부모님하고 진로 문제로 대화가 잘 안 되니까 당시 휴학을 하고 부모한테 경제적인 지원이 없다 보니까"

왜소한 체구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는 피의자.

결국, 눈을 돌린 건, 자신보다 더 약한 농촌 할머니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이명희(팀장/경산경찰서 형사3팀) : "‘돈에 눈이 멀어서 이성을 잃은 것 같습니다.’ 자기도 범행하고 나서는 ‘내가 왜 이렇게 심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하면서 후회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처음에는 경미한 범죄로 시작했다가 시간이 가면서 자신감이 붙으면서 강력범죄로 발전하는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일반적인 범죄 진화의 과정을 보이지 않나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경찰이 확인한 이 씨의 강절도 행각은 모두 40여 차례.

경찰은 이 씨에 대해 강도 상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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