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고교 성추문’…교육부, 대책 마련 고심

입력 2015.08.04 (12:18) 수정 2015.08.0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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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시내 한 공립 고등학교가 최악의 성 추문에 휩싸였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이 학교 교장을 포함해 남자 교사 5명, 이번엔 동료 여교사와 제자인 여고생들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교육청은 지난달 14일 한 여학생이 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를 받고 특별 감사에 들어갑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50대 교사는 미술실에서 여학생의 허벅지 등을 만지는 성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는 성 고민 상담교사였습니다

일부 여학생에게 '황진이', '춘향이' 같은 별명을 지어 부르는가 하면, 본인이 연예인과 성관계를 맺는 상상을 수업 중에 늘어놓은 교사도 있었습니다.

수업 중 '원조 교제를 하자'고 언급했다는 피해자 진술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2월 회식 자리를 마치고 옮겨간 노래방에서는 동료 여교사가 추행을 당했습니다.

자신을 강제로 끌어안는 교사를 저지하려다 옷이 찢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피해를 당한 여교사 대부분은 20대, 갓 임용된 새내기 교사, 혹은 기간제 교사들입니다.

지난 1년 간 학교 안팎에서 견뎌야 했던 말 못할 이야기들 이들이 직접 작성한 눈물의 탄원서를 KBS가 입수했습니다.

우숙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달 16일, 피해 여교사와 동료들이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한 탄원섭니다.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 "너무나 암담하고 불안해 눈물을 흘렸다"는 등의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만 교사 3명의 성추행·성희롱 의혹이 집중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교장은 여교사 성추행은 성인끼리의 일로 당사자가 고발해야만 처리할 수 있다고 미뤘고 여학생 성추행 건으로 고발된 교사를 학년 부장으로 임명했습니다.

<녹취> 탄원서 동참 교사 : "여러 선생님들이 (교장을) 찾아가서 경고를 했어요. 우려도 얘기하고...(성폭력) 전문가 교육을 받아야 됩니다"라고 수차례 말씀 드렸어요. 그런데 이행을 안 하셨죠."

초기 대응이 안 되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의 문제의식은 희박해져 갔습니다.

<녹취> 탄원서 동참 교사 : "그 행위를 하면서 '나는 (고발 당한) 그 선생님처럼 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여학생을) 만진거예요....경악을 했어요."

이 뿐이 아닙니다.

교육청이 열흘 전쯤 직위해제 한 교사는 이미 지난 6월에도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최근 교육청을 방문해 엄정한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녹취> 탄원서 동참 교사 : "학생은 약자잖아요. 교사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약자들에게 함부로 한거죠. 평생 트라우마(정신적 충격)가 될 것 같아요."

서울시교육청은 의혹이 제기된 교사 5명의 이전 근무 학교로까지 성범죄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우수경입니다.

<앵커 멘트>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내린 지침을 보면 학교내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처리 절차가 명시돼 있습니다.

성범죄를 인지한 학생이나 교사가 교내 전담 조사 기구 혹은 성고충상담위원회에 신고하면 관련 조사를 한 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가해자 처벌 등 조치를 취하고 마지막으로 교육청에 보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내부 교원에게 실체 조사를 전담시키고, 교장에게는 보고를 생략할 수 있는 등의 재량권을 주다 보니 이번 사건의 경우 성범죄가 폭로되기까지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고, 결국 가해자들의 부정한 행위는 모두 교육청에 제기된 민원과 피해자의 경찰 고발 등 학교 밖 시스템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교육부 조사 결과 전국 초중고교에서 성추행, 성희롱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교사는 올 상반기만 35명, 닷새에 한 번 꼴로 교사들 성범죄가 발생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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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의 ‘고교 성추문’…교육부, 대책 마련 고심
    • 입력 2015-08-04 12:20:31
    • 수정2015-08-04 13:10:40
    뉴스 12
<앵커 멘트>

서울시내 한 공립 고등학교가 최악의 성 추문에 휩싸였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이 학교 교장을 포함해 남자 교사 5명, 이번엔 동료 여교사와 제자인 여고생들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교육청은 지난달 14일 한 여학생이 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를 받고 특별 감사에 들어갑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50대 교사는 미술실에서 여학생의 허벅지 등을 만지는 성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는 성 고민 상담교사였습니다

일부 여학생에게 '황진이', '춘향이' 같은 별명을 지어 부르는가 하면, 본인이 연예인과 성관계를 맺는 상상을 수업 중에 늘어놓은 교사도 있었습니다.

수업 중 '원조 교제를 하자'고 언급했다는 피해자 진술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2월 회식 자리를 마치고 옮겨간 노래방에서는 동료 여교사가 추행을 당했습니다.

자신을 강제로 끌어안는 교사를 저지하려다 옷이 찢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피해를 당한 여교사 대부분은 20대, 갓 임용된 새내기 교사, 혹은 기간제 교사들입니다.

지난 1년 간 학교 안팎에서 견뎌야 했던 말 못할 이야기들 이들이 직접 작성한 눈물의 탄원서를 KBS가 입수했습니다.

우숙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달 16일, 피해 여교사와 동료들이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한 탄원섭니다.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 "너무나 암담하고 불안해 눈물을 흘렸다"는 등의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만 교사 3명의 성추행·성희롱 의혹이 집중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교장은 여교사 성추행은 성인끼리의 일로 당사자가 고발해야만 처리할 수 있다고 미뤘고 여학생 성추행 건으로 고발된 교사를 학년 부장으로 임명했습니다.

<녹취> 탄원서 동참 교사 : "여러 선생님들이 (교장을) 찾아가서 경고를 했어요. 우려도 얘기하고...(성폭력) 전문가 교육을 받아야 됩니다"라고 수차례 말씀 드렸어요. 그런데 이행을 안 하셨죠."

초기 대응이 안 되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의 문제의식은 희박해져 갔습니다.

<녹취> 탄원서 동참 교사 : "그 행위를 하면서 '나는 (고발 당한) 그 선생님처럼 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여학생을) 만진거예요....경악을 했어요."

이 뿐이 아닙니다.

교육청이 열흘 전쯤 직위해제 한 교사는 이미 지난 6월에도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최근 교육청을 방문해 엄정한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녹취> 탄원서 동참 교사 : "학생은 약자잖아요. 교사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약자들에게 함부로 한거죠. 평생 트라우마(정신적 충격)가 될 것 같아요."

서울시교육청은 의혹이 제기된 교사 5명의 이전 근무 학교로까지 성범죄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우수경입니다.

<앵커 멘트>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내린 지침을 보면 학교내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처리 절차가 명시돼 있습니다.

성범죄를 인지한 학생이나 교사가 교내 전담 조사 기구 혹은 성고충상담위원회에 신고하면 관련 조사를 한 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가해자 처벌 등 조치를 취하고 마지막으로 교육청에 보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내부 교원에게 실체 조사를 전담시키고, 교장에게는 보고를 생략할 수 있는 등의 재량권을 주다 보니 이번 사건의 경우 성범죄가 폭로되기까지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고, 결국 가해자들의 부정한 행위는 모두 교육청에 제기된 민원과 피해자의 경찰 고발 등 학교 밖 시스템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교육부 조사 결과 전국 초중고교에서 성추행, 성희롱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교사는 올 상반기만 35명, 닷새에 한 번 꼴로 교사들 성범죄가 발생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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