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잊어선 안될 그 분들

입력 2015.08.13 (07:35) 수정 2015.08.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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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광복을 앞둘 때쯤이면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자조 섞인 경구가 불쑥 떠오르곤 합니다. 실제로 독립운동가 후손 대부분은 빈곤과 냉대 속에 힘겨운 삶을 이어가기에 그럴 겁니다. 일제 암흑시절 목숨마저도 내놔야 했던 그분들로선 가족부양이나 자식 교육 뒷바라지조차 힘든 슬픈 운명이었습니다.

해방 이후 현대사는 말 그대로 격동의 연속이었습니다. 극심한 좌우 대립과 건국에 이어 한국전쟁의 비극이 남긴 깊은 상처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시대적 과제였던 친일 청산도 이런 격류에 휩쓸려 멀찌감치 떠밀려가버렸습니다. 남북 대립의 격화는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마땅한 보상이나 사회적 존중을 힘들게 했습니다. 가까스로 60년대 들어서야 국가보훈대상에 포함됐지만 실질적 혜택이 크지는 못 했습니다.
생존자들은 이미 살림이 거덜 났고 그 후손들은 생계유지에 급급했습니다. 독립유공자 가구의 75%는 한 달 소득 2백만 원 이하이고 그나마 보훈연금 덕분이라는 한 조사 결과는 이런 현실을 웅변합니다. 생존 독립유공자의 가장 큰 관심은 보훈연금 증액이었습니다. 지금의 지원 수준으로는 최소한의 기본생활조차 쉽지 않아서입니다. 학력사회 현실에서 유공자들의 아들 손자는 고졸 이하가 65%였고 대부분이 일용직이나 막일에 종사했습니다. 살날이 많지 않은 그분들로선 가난한 후손들에게 연금이라도 늘려주고 싶은 가냘픈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올해 보훈예산은 5조 2천억 원으로 정부예산의 1.7% 안팎입니다. 선진국의 경우 많게는 5% 수준입니다.

국가의 책무와 품격을 고려하면 보훈예산의 적절한 증액은 당연한 과제지만 현실은 답답합니다. 유공자 처우개선과 관련된 법률은 국회에서 3년째 뒷전으로 밀려있습니다. 보훈 담당 부처는 종종 독립유공자 발굴에 소홀하다거나 보훈대상자를 엉터리 심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잊지말아야할 분들을 잊게 만드는 그런 나라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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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잊어선 안될 그 분들
    • 입력 2015-08-13 07:37:29
    • 수정2015-08-13 08: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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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광복을 앞둘 때쯤이면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자조 섞인 경구가 불쑥 떠오르곤 합니다. 실제로 독립운동가 후손 대부분은 빈곤과 냉대 속에 힘겨운 삶을 이어가기에 그럴 겁니다. 일제 암흑시절 목숨마저도 내놔야 했던 그분들로선 가족부양이나 자식 교육 뒷바라지조차 힘든 슬픈 운명이었습니다. 해방 이후 현대사는 말 그대로 격동의 연속이었습니다. 극심한 좌우 대립과 건국에 이어 한국전쟁의 비극이 남긴 깊은 상처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시대적 과제였던 친일 청산도 이런 격류에 휩쓸려 멀찌감치 떠밀려가버렸습니다. 남북 대립의 격화는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마땅한 보상이나 사회적 존중을 힘들게 했습니다. 가까스로 60년대 들어서야 국가보훈대상에 포함됐지만 실질적 혜택이 크지는 못 했습니다. 생존자들은 이미 살림이 거덜 났고 그 후손들은 생계유지에 급급했습니다. 독립유공자 가구의 75%는 한 달 소득 2백만 원 이하이고 그나마 보훈연금 덕분이라는 한 조사 결과는 이런 현실을 웅변합니다. 생존 독립유공자의 가장 큰 관심은 보훈연금 증액이었습니다. 지금의 지원 수준으로는 최소한의 기본생활조차 쉽지 않아서입니다. 학력사회 현실에서 유공자들의 아들 손자는 고졸 이하가 65%였고 대부분이 일용직이나 막일에 종사했습니다. 살날이 많지 않은 그분들로선 가난한 후손들에게 연금이라도 늘려주고 싶은 가냘픈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올해 보훈예산은 5조 2천억 원으로 정부예산의 1.7% 안팎입니다. 선진국의 경우 많게는 5% 수준입니다. 국가의 책무와 품격을 고려하면 보훈예산의 적절한 증액은 당연한 과제지만 현실은 답답합니다. 유공자 처우개선과 관련된 법률은 국회에서 3년째 뒷전으로 밀려있습니다. 보훈 담당 부처는 종종 독립유공자 발굴에 소홀하다거나 보훈대상자를 엉터리 심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잊지말아야할 분들을 잊게 만드는 그런 나라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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