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서 잠든 위안부 ‘훈 할머니’…“보고 싶어요”

입력 2015.08.14 (21:40) 수정 2015.08.14 (21: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50년 동안 캄보디아에서 살았던 훈할머니, 기억나시나요?

우리 현대사의 또 다른 희생자였던 훈할머니는 십여 년 전, 한국과 캄보디아 그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 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수연 기자가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리포트>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북쪽으로 80km정도 떨어진 스쿤 지역의 공동묘지입니다.

여성들이 한 묘소 앞에 모여 제단에 정성스레 음식을 올리고, 향을 피운 뒤 예를 갖춥니다.

<녹취> "평화롭고 행복하게 해주세요."

묘비에 적힌 국적은 조선, 이름은 나미, 성은 이 씨.

18살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종전 이후 50년간 캄보디아에 정착했던 훈할머니의 묘를 손녀와 증손녀들이 찾은 겁니다.

지난 1997년, 한국으로 돌아와 가족과 본명 '이남이'를 찾고 국적을 회복했지만, 할머니는 남겨진 현지 가족 생각 때문에 곧바로 캄보디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온 뒤에도 할머니는 고향을 잊지 못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레악 짠니(훈할머니 셋째 손녀) : "아리랑 노래가 생각난다고 했어요. 집은 바다 근처에 있다는 게 생각이 나는데, 막상 찾으라고 하면 못 찾을 것 같다고 했어요."

지병이 악화된 할머니는 고향땅을 더 이상 밟지 못 하고, 지난 2001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할머니는 고국에 대한 그림움 때문에 대부분의 캄보디아인들이 화장을 하는 것과는 달리 이렇게 한국식으로 묘를 만들어 달라는 유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터뷰> 레악 짠니(훈할머니 셋째 손녀) : "할머니 보고 싶습니다. 할머니가 지금 제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캄보디아서 잠든 위안부 ‘훈 할머니’…“보고 싶어요”
    • 입력 2015-08-14 21:41:14
    • 수정2015-08-14 21:56:54
    뉴스 9
<앵커 멘트>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50년 동안 캄보디아에서 살았던 훈할머니, 기억나시나요?

우리 현대사의 또 다른 희생자였던 훈할머니는 십여 년 전, 한국과 캄보디아 그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 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수연 기자가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리포트>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북쪽으로 80km정도 떨어진 스쿤 지역의 공동묘지입니다.

여성들이 한 묘소 앞에 모여 제단에 정성스레 음식을 올리고, 향을 피운 뒤 예를 갖춥니다.

<녹취> "평화롭고 행복하게 해주세요."

묘비에 적힌 국적은 조선, 이름은 나미, 성은 이 씨.

18살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종전 이후 50년간 캄보디아에 정착했던 훈할머니의 묘를 손녀와 증손녀들이 찾은 겁니다.

지난 1997년, 한국으로 돌아와 가족과 본명 '이남이'를 찾고 국적을 회복했지만, 할머니는 남겨진 현지 가족 생각 때문에 곧바로 캄보디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온 뒤에도 할머니는 고향을 잊지 못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레악 짠니(훈할머니 셋째 손녀) : "아리랑 노래가 생각난다고 했어요. 집은 바다 근처에 있다는 게 생각이 나는데, 막상 찾으라고 하면 못 찾을 것 같다고 했어요."

지병이 악화된 할머니는 고향땅을 더 이상 밟지 못 하고, 지난 2001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할머니는 고국에 대한 그림움 때문에 대부분의 캄보디아인들이 화장을 하는 것과는 달리 이렇게 한국식으로 묘를 만들어 달라는 유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터뷰> 레악 짠니(훈할머니 셋째 손녀) : "할머니 보고 싶습니다. 할머니가 지금 제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