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산림 훼손에 교묘한 위장까지

입력 2002.04.22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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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린벨트 지역 내의 수백그루의 아름드리 나무가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취재를 해 보니 밑동 껍질이 죄다 벗겨져 있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산림을 훼손하고 있는 현장을 유광석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한창 나무에 물이 오를 시기에 20년 이상된 나무들의 잎이 시들합니다.
나뭇가지만 앙상한 나무도 한두 그루가 아닙니다.
나무 밑에 쌓인 나뭇잎과 가지를 걷어내자 진흙이 발라진 밑동이 드러납니다.
진흙 속에는 새끼줄이 밑둥을 칭칭 감고 있습니다.
새끼줄을 벗겨내자 껍질이 벗겨진 나무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밑동 주변이 시커멓게 썩어가면서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일부 나무들은 이미 말라죽었습니다.
이렇게 훼손된 나무는 전체 임야 2.5ha에 걸쳐 최소 500여 그루가 넘습니다.
벌채 허가가 나지 않은 그린벨트 안에서 누군가 나무를 죽이기 위해 일부러 껍질을 벗기고 이를 교묘히 위장한 것입니다.
작은 나무들은 이미 베어내 버려 울창하던 숲이 벌거숭이처럼 변했습니다.
작은 충격에도 흙더미가 와르르 쏟아져 내립니다.
이 때문에 올봄 조금 내린 비에도 불구하고 산 곳곳에 골이 패였습니다.
⊙조항일(환경보호운동연합 본부장): 만약에 이 나무가 전부 죽는다면 이 산에는 돌이 많이 없기 때문에, 흙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바로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기자: 산중턱에는 굴착기로 불법인도까지 내놓고 길을 따라 관상수를 심어놓았습니다.
소나무와 아카시아, 참나무 등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는 나무들만 훼손된 것과 대비됩니다.
⊙구리시청 공무원: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니까 빨리 베내려고.
관상수는 바로 팔 수 있으니까요.
⊙기자: 대학 외래교수인 산 주인은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며 펄쩍 뜁니다.
⊙산 주인: 내가 상식 있는 사람 아닙니까? 누가 봐도 껍질 벗겨 놓으면 걸려들죠
왜 세상에 이 바보짓을 누가 해요?
⊙기자: 최근 5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평균 100ha 이상의 산림이 불법으로 벌채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250ha가 넘는 산림이 불법으로 훼손되면서 전국의 산이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유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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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산림 훼손에 교묘한 위장까지
    • 입력 2002-04-22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그린벨트 지역 내의 수백그루의 아름드리 나무가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취재를 해 보니 밑동 껍질이 죄다 벗겨져 있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산림을 훼손하고 있는 현장을 유광석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한창 나무에 물이 오를 시기에 20년 이상된 나무들의 잎이 시들합니다. 나뭇가지만 앙상한 나무도 한두 그루가 아닙니다. 나무 밑에 쌓인 나뭇잎과 가지를 걷어내자 진흙이 발라진 밑동이 드러납니다. 진흙 속에는 새끼줄이 밑둥을 칭칭 감고 있습니다. 새끼줄을 벗겨내자 껍질이 벗겨진 나무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밑동 주변이 시커멓게 썩어가면서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일부 나무들은 이미 말라죽었습니다. 이렇게 훼손된 나무는 전체 임야 2.5ha에 걸쳐 최소 500여 그루가 넘습니다. 벌채 허가가 나지 않은 그린벨트 안에서 누군가 나무를 죽이기 위해 일부러 껍질을 벗기고 이를 교묘히 위장한 것입니다. 작은 나무들은 이미 베어내 버려 울창하던 숲이 벌거숭이처럼 변했습니다. 작은 충격에도 흙더미가 와르르 쏟아져 내립니다. 이 때문에 올봄 조금 내린 비에도 불구하고 산 곳곳에 골이 패였습니다. ⊙조항일(환경보호운동연합 본부장): 만약에 이 나무가 전부 죽는다면 이 산에는 돌이 많이 없기 때문에, 흙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바로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기자: 산중턱에는 굴착기로 불법인도까지 내놓고 길을 따라 관상수를 심어놓았습니다. 소나무와 아카시아, 참나무 등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는 나무들만 훼손된 것과 대비됩니다. ⊙구리시청 공무원: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니까 빨리 베내려고. 관상수는 바로 팔 수 있으니까요. ⊙기자: 대학 외래교수인 산 주인은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며 펄쩍 뜁니다. ⊙산 주인: 내가 상식 있는 사람 아닙니까? 누가 봐도 껍질 벗겨 놓으면 걸려들죠 왜 세상에 이 바보짓을 누가 해요? ⊙기자: 최근 5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평균 100ha 이상의 산림이 불법으로 벌채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250ha가 넘는 산림이 불법으로 훼손되면서 전국의 산이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유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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