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 이민 정서 확산, 불안한 떠돌이

입력 2015.09.12 (08:33) 수정 2015.09.1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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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에도 전해드렸듯이 유럽은 지금 난민으로 몸살을 앓고 있죠.

유럽 연합이 난민 수용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고 했지만 난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금 유럽 난민은 주로 시리아 출신입니다.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에 이슬람국가 IS까지 가세해 온 나라가 전란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으로 탈출한 시리아 난민만 4백만 명이 넘습니다.

극히 일부가 죽음의 바다 지중해를 건너는데 성공하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불안한 떠돌이 생활입니다.

경제난에 빠진 유럽 각국에 난민까지 급증하면서 반 이민 정서가 확산되고 난민과 현지 주민 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난민 실태를 우정화 순회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희망의 땅 유럽을 꿈꾸며 목숨 걸고 지중해를 건넌 난민들이 마주치는 처절한 현실 입니다.

그리스 남동부 휴양지 코스섬,

인구 3만 3천 명인 이 섬에 올해만 벌써 5천 명이 넘는 난민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슬람국가 IS의 공격과 정정 불안, 가난과 굶주림을 피해 고향을 등지고 탈출한 난민들입니다.

<인터뷰> 함마드(시리아 난민) : "이 곳에 온 이유는 조국이 내전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국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 사람들도 좋아서 왔습니다."

최근 몇 달 새 한꺼번에 많은 난민들이 몰리면서 평온한 휴양지였던 섬은 순식간에 노숙촌으로 전락했습니다.

잘 곳은 물론, 화장실도, 마실 물도 없는 곳에서 난민들은 하루, 하루를 힘겹게 버텨냅니다.

작은 배에 의지하거나 때론 몇 시간씩 헤엄을 쳐서 마침내 죽음의 바다 지중해를 건너는 데는 성공했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생존 투쟁일 뿐 입니다.

<인터뷰> 아마드(파키스탄 난민) : "보트타고 왔습니다.이 곳에서 우리 가족을 위해 돈을 많이 벌면서 안정적으로 사는 게 소원입니다."

섬 주민들도 날벼락을 맞기는 마찬가집니다.

해마다 이 맘 때면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섬이 활기에 넘쳤지만, 올해는 난민들 때문에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인터뷰> 요르고스(지역주민) : "관광을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부유한 사람들인데,난민이 왔다고 소문이 나니 누가 오겠습니까? 경제적 손실이 큽니다."

치안도 불안해졌습니다.

노숙 하는 난민들이 집이나 가게로 무단 침입해 물건을 훔쳐가거나, 불을 지르기도 한다고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트레아이스(지역 주민) : "난민을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추방시켜야 합니다. 이 곳 경제가 심각하게 타격을 받고 있어요. 관광지인 이 곳이 난민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난민들이 원하는 것은 임시 허가증입니다.

그리스 정부는 난민의 출신 나라 별로 다른 유럽국가로 갈 수 있는 임시 허가증을 발급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임시 허가증을 못 받으면 이 곳에서 기약 없는 노숙 생활을 해야 합니다.

임시허가증이 있어야 유럽의 다른 곳으로 가서 일자리를 얻거나 정착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갑자기 난민들이 늘어나면서 임시 허가증을 받은 난민은 전체의 절반도 안 됩니다.

<인터뷰> 다비드 제라스크리스(그리스 코스 부시장) : "난민 문제는 섬 자체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청소하고, 구호 물품을 제공하는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운 좋게 유럽 본토의 도시까지 도착한 난민들의 형편은 좀 나을까요?

이탈리아 북부 프랑스에 가까운 밀라노의 중산층 주택가.

이 곳에서도 떼지어 몰려 다니는 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기거할 곳이 없어 낮에는 동네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근처 공원에서 자며 노숙 생활을 합니다.

처음 도착한 외곽에서 이동해 도시 중심으로 들어오면, 일자리도 구하고, 형편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스테판(가나 난민) : "누가 나를 도와주겠어요? 아무도 없어요.술을 마시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요. 대부분이 길거리에서 자고..우리 삶은 늘 이렇게 비참했다고요!"

난민들이 이 지역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년,

지역 주민들은 난민들이 다른 곳으로 떠났으면 하는 바람을 숨기지 않습니다.

<인터뷰> 인근 상점 주인 :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이해는 합니다만.. 이제는 난민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나요? 문제 해결의 답은 정해져 있는 거 아닙니까?"

밀라노와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밀라노 중앙역.

이곳 사정도 매한가지입니다.

난민 수백 명이 북유럽으로 가기 위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소매치기 등 각종 범죄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습니다.

<인터뷰> 지역 주민 : "난민들이 오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모여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이탈리아는 유럽의 관문이어서 문제될 소지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난민을 향한 주민들의 끝없는 불신과 불만은 때로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 독일의 한 난민 보호소에서 갑자기 불이 났습니다.

5명이 다쳤지만 안에 난민이 80명이나 있어서 자칫 대형 사고가 될 뻔했습니다.

독일 경찰은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극우주의자들의 소행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스테판(독일 로튼부르크 시장) : "경찰이 현재 조사 중에 있습니다. 다행히 소방관들이 불길을 건물 안에서 일찍 잡았습니다. (극우주의자의)공격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유럽연합 EU는 회원국의 난민 수용 규모를 올해 4만명에서 16만명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습니다.

<녹취> 프란스 팀머만스(EU 집행위 수석 부위원장) : "국경을 열고, 난민을 수용한다는 것은(난민 지원과는 거리가 멀었던)'유럽 방식'을 끝낸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전체 난민 숫자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대책입니다.

시리아 한 국가에서만 4백만 명이 넘는 난민이 주변 국가로 탈출했습니다.

유럽 국가에 수용되는 난민이 전체의 1%도 안 될 것이란 얘깁니다.

일부 유럽 국가의 경제 사정이 나쁜 것도 난민 수용을 어렵게 합니다.

3D 업종 등에서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독일은 난민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난민 수용에 적극적 입니다.

반면, 경기가 침체되고 일자리가 부족한 헝가리와 스페인 등은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헝가리 등 일부 국가는 아예 국경에 높은 장벽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세르지오 카스텔리(난민 구호단체 '시티엔젤' 관계자) : "난민들이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난민들을 적대시 할 것이 아니라, 포용하는 마음입니다."

내전이나 정정 불안 등 난민 발생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럽의 난민 수용은 본질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반인종주의 등 난민과 현지 주민 사이 갈등의 씨앗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습니다.

유럽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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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反 이민 정서 확산, 불안한 떠돌이
    • 입력 2015-09-12 08:57:45
    • 수정2015-09-12 14:25:3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난주에도 전해드렸듯이 유럽은 지금 난민으로 몸살을 앓고 있죠.

유럽 연합이 난민 수용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고 했지만 난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금 유럽 난민은 주로 시리아 출신입니다.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에 이슬람국가 IS까지 가세해 온 나라가 전란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으로 탈출한 시리아 난민만 4백만 명이 넘습니다.

극히 일부가 죽음의 바다 지중해를 건너는데 성공하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불안한 떠돌이 생활입니다.

경제난에 빠진 유럽 각국에 난민까지 급증하면서 반 이민 정서가 확산되고 난민과 현지 주민 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난민 실태를 우정화 순회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희망의 땅 유럽을 꿈꾸며 목숨 걸고 지중해를 건넌 난민들이 마주치는 처절한 현실 입니다.

그리스 남동부 휴양지 코스섬,

인구 3만 3천 명인 이 섬에 올해만 벌써 5천 명이 넘는 난민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슬람국가 IS의 공격과 정정 불안, 가난과 굶주림을 피해 고향을 등지고 탈출한 난민들입니다.

<인터뷰> 함마드(시리아 난민) : "이 곳에 온 이유는 조국이 내전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국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 사람들도 좋아서 왔습니다."

최근 몇 달 새 한꺼번에 많은 난민들이 몰리면서 평온한 휴양지였던 섬은 순식간에 노숙촌으로 전락했습니다.

잘 곳은 물론, 화장실도, 마실 물도 없는 곳에서 난민들은 하루, 하루를 힘겹게 버텨냅니다.

작은 배에 의지하거나 때론 몇 시간씩 헤엄을 쳐서 마침내 죽음의 바다 지중해를 건너는 데는 성공했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생존 투쟁일 뿐 입니다.

<인터뷰> 아마드(파키스탄 난민) : "보트타고 왔습니다.이 곳에서 우리 가족을 위해 돈을 많이 벌면서 안정적으로 사는 게 소원입니다."

섬 주민들도 날벼락을 맞기는 마찬가집니다.

해마다 이 맘 때면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섬이 활기에 넘쳤지만, 올해는 난민들 때문에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인터뷰> 요르고스(지역주민) : "관광을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부유한 사람들인데,난민이 왔다고 소문이 나니 누가 오겠습니까? 경제적 손실이 큽니다."

치안도 불안해졌습니다.

노숙 하는 난민들이 집이나 가게로 무단 침입해 물건을 훔쳐가거나, 불을 지르기도 한다고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트레아이스(지역 주민) : "난민을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추방시켜야 합니다. 이 곳 경제가 심각하게 타격을 받고 있어요. 관광지인 이 곳이 난민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난민들이 원하는 것은 임시 허가증입니다.

그리스 정부는 난민의 출신 나라 별로 다른 유럽국가로 갈 수 있는 임시 허가증을 발급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임시 허가증을 못 받으면 이 곳에서 기약 없는 노숙 생활을 해야 합니다.

임시허가증이 있어야 유럽의 다른 곳으로 가서 일자리를 얻거나 정착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갑자기 난민들이 늘어나면서 임시 허가증을 받은 난민은 전체의 절반도 안 됩니다.

<인터뷰> 다비드 제라스크리스(그리스 코스 부시장) : "난민 문제는 섬 자체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청소하고, 구호 물품을 제공하는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운 좋게 유럽 본토의 도시까지 도착한 난민들의 형편은 좀 나을까요?

이탈리아 북부 프랑스에 가까운 밀라노의 중산층 주택가.

이 곳에서도 떼지어 몰려 다니는 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기거할 곳이 없어 낮에는 동네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근처 공원에서 자며 노숙 생활을 합니다.

처음 도착한 외곽에서 이동해 도시 중심으로 들어오면, 일자리도 구하고, 형편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스테판(가나 난민) : "누가 나를 도와주겠어요? 아무도 없어요.술을 마시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요. 대부분이 길거리에서 자고..우리 삶은 늘 이렇게 비참했다고요!"

난민들이 이 지역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년,

지역 주민들은 난민들이 다른 곳으로 떠났으면 하는 바람을 숨기지 않습니다.

<인터뷰> 인근 상점 주인 :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이해는 합니다만.. 이제는 난민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나요? 문제 해결의 답은 정해져 있는 거 아닙니까?"

밀라노와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밀라노 중앙역.

이곳 사정도 매한가지입니다.

난민 수백 명이 북유럽으로 가기 위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소매치기 등 각종 범죄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습니다.

<인터뷰> 지역 주민 : "난민들이 오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모여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이탈리아는 유럽의 관문이어서 문제될 소지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난민을 향한 주민들의 끝없는 불신과 불만은 때로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 독일의 한 난민 보호소에서 갑자기 불이 났습니다.

5명이 다쳤지만 안에 난민이 80명이나 있어서 자칫 대형 사고가 될 뻔했습니다.

독일 경찰은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극우주의자들의 소행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스테판(독일 로튼부르크 시장) : "경찰이 현재 조사 중에 있습니다. 다행히 소방관들이 불길을 건물 안에서 일찍 잡았습니다. (극우주의자의)공격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유럽연합 EU는 회원국의 난민 수용 규모를 올해 4만명에서 16만명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습니다.

<녹취> 프란스 팀머만스(EU 집행위 수석 부위원장) : "국경을 열고, 난민을 수용한다는 것은(난민 지원과는 거리가 멀었던)'유럽 방식'을 끝낸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전체 난민 숫자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대책입니다.

시리아 한 국가에서만 4백만 명이 넘는 난민이 주변 국가로 탈출했습니다.

유럽 국가에 수용되는 난민이 전체의 1%도 안 될 것이란 얘깁니다.

일부 유럽 국가의 경제 사정이 나쁜 것도 난민 수용을 어렵게 합니다.

3D 업종 등에서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독일은 난민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난민 수용에 적극적 입니다.

반면, 경기가 침체되고 일자리가 부족한 헝가리와 스페인 등은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헝가리 등 일부 국가는 아예 국경에 높은 장벽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세르지오 카스텔리(난민 구호단체 '시티엔젤' 관계자) : "난민들이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난민들을 적대시 할 것이 아니라, 포용하는 마음입니다."

내전이나 정정 불안 등 난민 발생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럽의 난민 수용은 본질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반인종주의 등 난민과 현지 주민 사이 갈등의 씨앗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습니다.

유럽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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