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아베 정권의 폭주’ 어디까지?

입력 2015.09.21 (07:36) 수정 2015.09.2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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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일본이 기어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성큼 다가섰습니다. 지난 주말 아베 정부는 국내외 반발을 무릅쓰고 안보 관련 법안들을 강행 통과시켰습니다. 필요하다면 해외에서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방위로만 한정했던 일본 평화 헌법의 봉인은 70여 년 만에 뜯겨지고 있습니다.

아베 정부가 밀어붙인 11개 안보 법안의 핵심은 집단자위권 행사입니다. 공격당했을 때만 방어하는 개별 자위권을 벗어나 이젠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어디든 달려가서 싸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위대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보통 군대에 가깝습니다. 집단자위권은 일본의 야당은 물론 국민 70% 이상이 부정적이었습니다. 사실상 전쟁포기를 선언한 헌법 9조에 어긋날뿐더러 군국주의 부활을 염려하는 안팎의 의구심이 컸습니다.
그런데도 아베 정권이 뜻을 이뤘습니다. 왜일까요? 우선은 국내 정치적 여건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랜 경기 침체에 더해 방사능 유출 등이 겹쳤지만 아베 정부 들어 경제상황이 조금 나아졌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우익 지지기반이 튼튼한 여당에 비해 일본 야당이 분열돼서 여당의 폭주를 방조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략적 이해에 기반한 미국의 지원이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미국은 군사적 부담을 덜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동맹 축으로서 일본을 원했습니다. 아베 정권은 이런 기회에 경제력에 더해 군사대국화를 이룬 강대국이 되고 싶었습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접점을 찾았습니다. 위협을 일삼는 북한도 일본의 군사굴기를 돕는 더없는 명분이었습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보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불편하고도 조심스럽습니다. 한반도와 관련된 군사활동은 우리의 동의를 얻을 것을 요구하지만 보장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미국은 세 나라간 견고한 군사동맹을 구상하고 있어서 어떻게든 한일간의 틈을 좁히려고 애씁니다. 천안문 성루까지 섰던 우리나라가 또다시 ‘담대하고도 유연한’ 외교적 상상력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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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아베 정권의 폭주’ 어디까지?
    • 입력 2015-09-21 07:40:40
    • 수정2015-09-21 08: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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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일본이 기어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성큼 다가섰습니다. 지난 주말 아베 정부는 국내외 반발을 무릅쓰고 안보 관련 법안들을 강행 통과시켰습니다. 필요하다면 해외에서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방위로만 한정했던 일본 평화 헌법의 봉인은 70여 년 만에 뜯겨지고 있습니다.

아베 정부가 밀어붙인 11개 안보 법안의 핵심은 집단자위권 행사입니다. 공격당했을 때만 방어하는 개별 자위권을 벗어나 이젠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어디든 달려가서 싸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위대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보통 군대에 가깝습니다. 집단자위권은 일본의 야당은 물론 국민 70% 이상이 부정적이었습니다. 사실상 전쟁포기를 선언한 헌법 9조에 어긋날뿐더러 군국주의 부활을 염려하는 안팎의 의구심이 컸습니다.
그런데도 아베 정권이 뜻을 이뤘습니다. 왜일까요? 우선은 국내 정치적 여건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랜 경기 침체에 더해 방사능 유출 등이 겹쳤지만 아베 정부 들어 경제상황이 조금 나아졌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우익 지지기반이 튼튼한 여당에 비해 일본 야당이 분열돼서 여당의 폭주를 방조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략적 이해에 기반한 미국의 지원이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미국은 군사적 부담을 덜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동맹 축으로서 일본을 원했습니다. 아베 정권은 이런 기회에 경제력에 더해 군사대국화를 이룬 강대국이 되고 싶었습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접점을 찾았습니다. 위협을 일삼는 북한도 일본의 군사굴기를 돕는 더없는 명분이었습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보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불편하고도 조심스럽습니다. 한반도와 관련된 군사활동은 우리의 동의를 얻을 것을 요구하지만 보장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미국은 세 나라간 견고한 군사동맹을 구상하고 있어서 어떻게든 한일간의 틈을 좁히려고 애씁니다. 천안문 성루까지 섰던 우리나라가 또다시 ‘담대하고도 유연한’ 외교적 상상력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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