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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워싱턴의 ‘잔인한’ 가을
입력 2015.09.25 (00:48) 수정 2015.09.25 (09:05) 취재후
워싱턴의 가을은 서울보다 일찍 찾아옵니다.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기운이 가을 냄새를 풍기는 듯하더니 곳곳에 조금씩 단풍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뜨겁던 햇살 아래 한가롭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가을이 오면서 워싱턴 조야의 발걸음도 한껏 분주해졌습니다.

올가을은 특히 한반도에 있어 주목할만한 이벤트가 많습니다. 지난 4월 아베 총리 방미에 이어 이 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에 도착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미국을 방문합니다. 한술 더 떠 시진핑 주석의 방미 기간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미와 겹치기까지 합니다. 그야말로 특파원들에게는 대목인 셈이죠.
하지만 두 가지 이벤트를 동시에 치러야 하는 미국의 표정은 확연히 다릅니다.

■ 신형 대국관계? 여전히 껄끄러운 G2

시진핑시진핑


시진핑 주석이 미국 땅을 밟기 바로 전날, 대통령의 국가 안보 정책을 지근거리에서 조언하는 수전 라이스 국가 안보 보좌관이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 강연장에 섰습니다. 예의 결연한 표정으로 연설을 시작한 라이스 보좌관은 작심한 듯 껄끄러운 미·중 관계를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오랜 시간 얘기를 해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제사회 발전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협력해야 한다. 중국의 좀 더 많은 기여를 기대한다"

남중국해와 인권 문제 등을 이어가던 그녀의 발언은 사이버 안보에 있어서 정점을 이뤘습니다.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 행위는 사소한 짜증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안보에 대해 우려를 낳고 있다"
"양국 관계에 긴장을 유발하며 향후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중국에 대한 압박은 전방위로 이뤄졌습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진전을 희망하지만, 이를 가로막은 요소가 있다"며 벤 로즈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이 가세했고, 백악관과 국무부 브리핑에 이어 미 외신기자 클럽 빌딩에서 실시된 기자회견에서도 원론적이긴 하지만 강경 발언은 이어졌습니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미·중 관계에 대해 일반인들의 오해가 있다. 중국도 사이버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온건 발언도 아무 소용없는 분위기였습니다.

지난 2013년 신형 대국관계를 표방한 뒤 적당한 거리를 두며 긴장을 유지해 온 미국과 중국, G2 관계에 균열이 생긴 이후 서로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낸 셈입니다. 시 주석이 몇몇 지도층 인사와 비공개 회동을 몇 번 하는 게 워싱턴 일정의 전부라는 점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의회 분위기도 녹록지 않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방미 기간 의회 연설을 추진했지만, "적국 지도자를 의회에 세울 수는 없다"는 명분으로, 특히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그 뜻을 관철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기후변화 문제 등을 놓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두 나라 정상이지만, 이번 만남에선 여러 가지 복잡한 갈등 사안을 놓고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습니다.

■ 한줄기 빛 “파파! 파파!”

교황-오바마교황-오바마


그래도 냉랭한 백악관에 내리쬔 한 줄기 빛은 밝고 따사로웠습니다.
쿠바를 거쳐 미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 밝은 미소를 띠며 비행기에서 내린 교황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가족들을 동반해 공항까지 직접 나가 영접했고, 교황 뒤에서 두 손을 모은 그의 모습은 한없는 존경심을 담고 있었습니다. 백악관 환영 성명에서도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에 교황에 도움이 컸다며 감사를 드린다"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백악관도 "교황이 세계의 도덕적. 영적 지도자라는 점에서 방미가 특별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교황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환영 인파들은 새벽부터 나와 기다렸고, "파파!" "파파!"를 외치는 워싱턴을 울렸습니다. 세계 정치 외교 1번지가 성지로 탈바꿈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같은 미국의 극진한 예우와 환대에는 나름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민정책과 기후변화 대응, 사법 시스템 개혁 등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말 주요 정책과 비슷한 견해를 지닌 프란치스코 교황의 도덕적 권위와 개인적 인기가 오바마 행정부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바티칸이 독립국으로 공인된 이후 교황과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같은 주에 워싱턴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희비가 엇갈린 미 백악관, 교황이 전한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가 이번 주 후반 있을 정상회담에서 미·중 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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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25 00:48:42
    • 수정2015-09-25 09:05:18
    취재후
워싱턴의 가을은 서울보다 일찍 찾아옵니다.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기운이 가을 냄새를 풍기는 듯하더니 곳곳에 조금씩 단풍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뜨겁던 햇살 아래 한가롭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가을이 오면서 워싱턴 조야의 발걸음도 한껏 분주해졌습니다.

올가을은 특히 한반도에 있어 주목할만한 이벤트가 많습니다. 지난 4월 아베 총리 방미에 이어 이 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에 도착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미국을 방문합니다. 한술 더 떠 시진핑 주석의 방미 기간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미와 겹치기까지 합니다. 그야말로 특파원들에게는 대목인 셈이죠.
하지만 두 가지 이벤트를 동시에 치러야 하는 미국의 표정은 확연히 다릅니다.

■ 신형 대국관계? 여전히 껄끄러운 G2

시진핑시진핑


시진핑 주석이 미국 땅을 밟기 바로 전날, 대통령의 국가 안보 정책을 지근거리에서 조언하는 수전 라이스 국가 안보 보좌관이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 강연장에 섰습니다. 예의 결연한 표정으로 연설을 시작한 라이스 보좌관은 작심한 듯 껄끄러운 미·중 관계를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오랜 시간 얘기를 해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제사회 발전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협력해야 한다. 중국의 좀 더 많은 기여를 기대한다"

남중국해와 인권 문제 등을 이어가던 그녀의 발언은 사이버 안보에 있어서 정점을 이뤘습니다.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 행위는 사소한 짜증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안보에 대해 우려를 낳고 있다"
"양국 관계에 긴장을 유발하며 향후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중국에 대한 압박은 전방위로 이뤄졌습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진전을 희망하지만, 이를 가로막은 요소가 있다"며 벤 로즈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이 가세했고, 백악관과 국무부 브리핑에 이어 미 외신기자 클럽 빌딩에서 실시된 기자회견에서도 원론적이긴 하지만 강경 발언은 이어졌습니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미·중 관계에 대해 일반인들의 오해가 있다. 중국도 사이버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온건 발언도 아무 소용없는 분위기였습니다.

지난 2013년 신형 대국관계를 표방한 뒤 적당한 거리를 두며 긴장을 유지해 온 미국과 중국, G2 관계에 균열이 생긴 이후 서로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낸 셈입니다. 시 주석이 몇몇 지도층 인사와 비공개 회동을 몇 번 하는 게 워싱턴 일정의 전부라는 점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의회 분위기도 녹록지 않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방미 기간 의회 연설을 추진했지만, "적국 지도자를 의회에 세울 수는 없다"는 명분으로, 특히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그 뜻을 관철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기후변화 문제 등을 놓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두 나라 정상이지만, 이번 만남에선 여러 가지 복잡한 갈등 사안을 놓고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습니다.

■ 한줄기 빛 “파파! 파파!”

교황-오바마교황-오바마


그래도 냉랭한 백악관에 내리쬔 한 줄기 빛은 밝고 따사로웠습니다.
쿠바를 거쳐 미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 밝은 미소를 띠며 비행기에서 내린 교황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가족들을 동반해 공항까지 직접 나가 영접했고, 교황 뒤에서 두 손을 모은 그의 모습은 한없는 존경심을 담고 있었습니다. 백악관 환영 성명에서도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에 교황에 도움이 컸다며 감사를 드린다"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백악관도 "교황이 세계의 도덕적. 영적 지도자라는 점에서 방미가 특별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교황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환영 인파들은 새벽부터 나와 기다렸고, "파파!" "파파!"를 외치는 워싱턴을 울렸습니다. 세계 정치 외교 1번지가 성지로 탈바꿈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같은 미국의 극진한 예우와 환대에는 나름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민정책과 기후변화 대응, 사법 시스템 개혁 등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말 주요 정책과 비슷한 견해를 지닌 프란치스코 교황의 도덕적 권위와 개인적 인기가 오바마 행정부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바티칸이 독립국으로 공인된 이후 교황과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같은 주에 워싱턴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희비가 엇갈린 미 백악관, 교황이 전한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가 이번 주 후반 있을 정상회담에서 미·중 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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