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신호 무시·차선 위반…‘배달 오토바이’ 위험한 질주

입력 2015.09.29 (08:33) 수정 2015.09.2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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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배달 오토바이입니다.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서슴지 않습니다.

운전자 본인의 안전뿐 아니라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들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질주입니다.

얼마 전, 오토바이 배달원들의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피자 업계를 중심으로 ‘30분 배달제’를 없애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목숨을 건 배달 전쟁은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왜, 죽음의 곡예운전이 계속되고 있는 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점심시간, 음식 배달 주문이 폭주합니다.

배달 오토바이들은 질주를 시작합니다.

신호 위반, 차선 위반, 보행자들 사이로 횡단보도 가로지르기, 심지어 인도 주행도 거리낌 없습니다.

<녹취> 배달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항상 똑같이 해요. 배달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녹취> 배달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최대한 빨리 더 많이 하는 게 돈을 더 많이 받으니까 더 욕심부리게 되고…….”

프랜차이즈 분식점에서 배달 일을 하는 신 모 씨도 여느 배달원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녹취> 신00(분식점 배달/음성변조) : “서두를 수밖에 없죠. 내가 빨리 이걸 한 개라도 갔다 와야지 다음 배달을 빨리 갈 수가 있으니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급해집니다.”

신 씨는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나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석 달 전에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던 택시와 부딪혀 다리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녹취> 신00(분식점 배달/음성변조) : “1cm 이상 파여서 근육 부분 봉합 수술 하고 지금 12cm 정도 흉터 생겼고 어깨 같은 경우는 타박상이 많이 생겨서…….”

배달원이 목숨까지 잃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부산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18살 배달원이 마주 오던 마을버스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치킨 배달을 하던 30대 남성이 교차로에서 택시와 부딪혀 숨졌습니다.

<인터뷰> 최관섭(경위/부산 사상경찰서) : “좌회전할 수 없는 곳에서 직진 신호에 좌회전하다 마주 오던 오토바이와 교차로 내에서 충돌한 사고입니다.”

이런 배달 오토바이들의 주행,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위험한 빗길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금방이라도 미끄러질 듯 위태롭습니다.

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고 불법 유턴도 서슴지 않는 오토바이.

갑자기 옆에서 차가 나오기라도 하면 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0km 속도 제한 표시도 배달 오토바이 앞에선 무용지물.

그렇게, 2km 떨어진 목적지에 5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녹취> “배달 왔습니다.”

다시 가게로 돌아갈 때도 곡예 운전은 계속됩니다.

<녹취> 송00(분식집 배달/음성변조) : “차가 없는 도로를 피해서 가다가 신호가 빨간 불이면 옆에 차 오는지 보고 바로 달리고 그렇게 신호 어기고 가는 거죠. 아니면 골목길로 해서 빨리 가든가.”

왜, 오토바이 배달원들은 이런 목숨 건 질주를 해야 할까요?

배달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은 바로 ‘손님들의 독촉’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송00(분식집 배달/음성변조) : “빠른 배달하면 손님들도 좋아하고 하니까 하는 거죠. 왜 이리 늦었냐고 취소할 거라 하면서 물건 다시 가져가라 이런 식으로 나왔었고 화내는 거, 돈 던지거나 그런 적도 있었고.”

<녹취> 정00(피자 배달/음성변조) : “심지어 그렇게 속도위반, 신호위반, 역주행, 인도주행 다 해도요. 갔다 오잖아요? 그러면 사장이 그래요. 한 번 더 (독촉) 전화 왔었다.”

<인터뷰> 박학열(서울시 구로구) : “한국사람 성질이 급해서 그런 걸 어떡해. 나부터도 배달 늦으면 자꾸 전화하게 되고 왜 빨리 안 오느냐고 하게 되는데…….”

<인터뷰> 주정환(서울시 동작구) : “기분이 안 좋긴 안 좋죠. 빨리 먹고 빨리 할 거 해야 하는데. 안 좋죠.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여기에 최근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배달 대행업체까지 생겨나면서 배달원들의 속도 경쟁은 더 심해졌습니다.

배달 대행업체는 말 그대로 여러 음식점들의 배달을 대행해 주고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는 회사입니다.

배달 건수가 많을수록 수수료 수입도 많아지는 구조라, 배달원들은 속도를 더 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주말 저녁, 20대 조모 씨가 쉴 새 없이 오토바이를 내몹니다.

휴대전화에는 배달을 기다리고 있는 주문 목록이 계속 올라옵니다.

<녹취> 조00(27살/배달 대행업체/음성변조) : “휴대전화를 자주 보죠. 주문을 하나라도 더 잡는 게 돈이 되는 거니까.”

배달 한 건 당 손에 쥐는 돈은 2,500원 가량.

돈을 더 벌 생각에 위험을 무릅쓰고 질주합니다.

배달 대행업체에서 배달원들은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회사와 계약을 맺습니다.

때문에, 사고가 나거나 음식값을 못 받으면 배달원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합니다.

<녹취> 이00(18살/배달 대행업체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비포장도로에서 미끄러져서 피자가 쏟아졌어요. 그럼 그걸 손님 돈으로 다시 두 번 낼 수 없잖아요. 저희 돈으로 그 음식을 사고 갖다 주는 거죠.”

오토바이 대여료, 기름값..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땐 사고 처리 비용까지 모두 배달원 몫입니다.

<녹취> 이00(18살/배달 대행업체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인도 주행하면 과태료 4만 원에 벌점이 10점, 15점. 역주행하면 벌점 30점에 과태료 5~6만 원 정도.”

<녹취> 박00(21살/배달 대행업체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합의금은)저희 개인 부담이죠. 여기(배달 대행업체)에서 지급하는 게 아니고요. 사고가 난 것은 저희 몫이니까 그 책임은 각자 배달기사분들이 지시죠.”

생활비에, 학비, 용돈.. 한 푼이 아쉬운 현실에 배달원들은 이 모든 걸 감수하면서도 배달 전쟁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녹취> 이00(18살/배달 대행업체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경쟁 엄청나게 많이 해요. 딱 주문이 떠서 휴대전화를 보면 없어요. 그래서 보고 있어야 해요.”

지난 3년간 배달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가 나 산재 신청을 한 배달원은 4,460명, 하루 평균 4명꼴입니다.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사고까지 더하면 실태는 훨씬 심각할 것입니다.

<인터뷰> 오세연(사무처장/청년유니온) : “계속 수익에 매달려야 하는 배달의 특성상 사회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안전 대책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 같고요. 사회적으로도 따뜻한 배달보다도 안전한 배달이 될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 같아요.”

배달 앱을 통한 주문 액수가 한 해 2조 원에 이를 만큼, 이젠 오토바이 음식 배달업도 어엿한 직업이 돼 가고 있습니다.

배달원들의 안전, 나아가 도로 질서 차원에서라도 배달원들의 목숨을 건 불법, 곡예 운전이 근절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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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신호 무시·차선 위반…‘배달 오토바이’ 위험한 질주
    • 입력 2015-09-29 08:35:22
    • 수정2015-09-29 09: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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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배달 오토바이입니다.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서슴지 않습니다.

운전자 본인의 안전뿐 아니라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들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질주입니다.

얼마 전, 오토바이 배달원들의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피자 업계를 중심으로 ‘30분 배달제’를 없애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목숨을 건 배달 전쟁은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왜, 죽음의 곡예운전이 계속되고 있는 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점심시간, 음식 배달 주문이 폭주합니다.

배달 오토바이들은 질주를 시작합니다.

신호 위반, 차선 위반, 보행자들 사이로 횡단보도 가로지르기, 심지어 인도 주행도 거리낌 없습니다.

<녹취> 배달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항상 똑같이 해요. 배달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녹취> 배달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최대한 빨리 더 많이 하는 게 돈을 더 많이 받으니까 더 욕심부리게 되고…….”

프랜차이즈 분식점에서 배달 일을 하는 신 모 씨도 여느 배달원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녹취> 신00(분식점 배달/음성변조) : “서두를 수밖에 없죠. 내가 빨리 이걸 한 개라도 갔다 와야지 다음 배달을 빨리 갈 수가 있으니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급해집니다.”

신 씨는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나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석 달 전에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던 택시와 부딪혀 다리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녹취> 신00(분식점 배달/음성변조) : “1cm 이상 파여서 근육 부분 봉합 수술 하고 지금 12cm 정도 흉터 생겼고 어깨 같은 경우는 타박상이 많이 생겨서…….”

배달원이 목숨까지 잃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부산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18살 배달원이 마주 오던 마을버스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치킨 배달을 하던 30대 남성이 교차로에서 택시와 부딪혀 숨졌습니다.

<인터뷰> 최관섭(경위/부산 사상경찰서) : “좌회전할 수 없는 곳에서 직진 신호에 좌회전하다 마주 오던 오토바이와 교차로 내에서 충돌한 사고입니다.”

이런 배달 오토바이들의 주행,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위험한 빗길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금방이라도 미끄러질 듯 위태롭습니다.

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고 불법 유턴도 서슴지 않는 오토바이.

갑자기 옆에서 차가 나오기라도 하면 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0km 속도 제한 표시도 배달 오토바이 앞에선 무용지물.

그렇게, 2km 떨어진 목적지에 5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녹취> “배달 왔습니다.”

다시 가게로 돌아갈 때도 곡예 운전은 계속됩니다.

<녹취> 송00(분식집 배달/음성변조) : “차가 없는 도로를 피해서 가다가 신호가 빨간 불이면 옆에 차 오는지 보고 바로 달리고 그렇게 신호 어기고 가는 거죠. 아니면 골목길로 해서 빨리 가든가.”

왜, 오토바이 배달원들은 이런 목숨 건 질주를 해야 할까요?

배달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은 바로 ‘손님들의 독촉’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송00(분식집 배달/음성변조) : “빠른 배달하면 손님들도 좋아하고 하니까 하는 거죠. 왜 이리 늦었냐고 취소할 거라 하면서 물건 다시 가져가라 이런 식으로 나왔었고 화내는 거, 돈 던지거나 그런 적도 있었고.”

<녹취> 정00(피자 배달/음성변조) : “심지어 그렇게 속도위반, 신호위반, 역주행, 인도주행 다 해도요. 갔다 오잖아요? 그러면 사장이 그래요. 한 번 더 (독촉) 전화 왔었다.”

<인터뷰> 박학열(서울시 구로구) : “한국사람 성질이 급해서 그런 걸 어떡해. 나부터도 배달 늦으면 자꾸 전화하게 되고 왜 빨리 안 오느냐고 하게 되는데…….”

<인터뷰> 주정환(서울시 동작구) : “기분이 안 좋긴 안 좋죠. 빨리 먹고 빨리 할 거 해야 하는데. 안 좋죠.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여기에 최근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배달 대행업체까지 생겨나면서 배달원들의 속도 경쟁은 더 심해졌습니다.

배달 대행업체는 말 그대로 여러 음식점들의 배달을 대행해 주고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는 회사입니다.

배달 건수가 많을수록 수수료 수입도 많아지는 구조라, 배달원들은 속도를 더 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주말 저녁, 20대 조모 씨가 쉴 새 없이 오토바이를 내몹니다.

휴대전화에는 배달을 기다리고 있는 주문 목록이 계속 올라옵니다.

<녹취> 조00(27살/배달 대행업체/음성변조) : “휴대전화를 자주 보죠. 주문을 하나라도 더 잡는 게 돈이 되는 거니까.”

배달 한 건 당 손에 쥐는 돈은 2,500원 가량.

돈을 더 벌 생각에 위험을 무릅쓰고 질주합니다.

배달 대행업체에서 배달원들은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회사와 계약을 맺습니다.

때문에, 사고가 나거나 음식값을 못 받으면 배달원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합니다.

<녹취> 이00(18살/배달 대행업체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비포장도로에서 미끄러져서 피자가 쏟아졌어요. 그럼 그걸 손님 돈으로 다시 두 번 낼 수 없잖아요. 저희 돈으로 그 음식을 사고 갖다 주는 거죠.”

오토바이 대여료, 기름값..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땐 사고 처리 비용까지 모두 배달원 몫입니다.

<녹취> 이00(18살/배달 대행업체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인도 주행하면 과태료 4만 원에 벌점이 10점, 15점. 역주행하면 벌점 30점에 과태료 5~6만 원 정도.”

<녹취> 박00(21살/배달 대행업체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합의금은)저희 개인 부담이죠. 여기(배달 대행업체)에서 지급하는 게 아니고요. 사고가 난 것은 저희 몫이니까 그 책임은 각자 배달기사분들이 지시죠.”

생활비에, 학비, 용돈.. 한 푼이 아쉬운 현실에 배달원들은 이 모든 걸 감수하면서도 배달 전쟁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녹취> 이00(18살/배달 대행업체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경쟁 엄청나게 많이 해요. 딱 주문이 떠서 휴대전화를 보면 없어요. 그래서 보고 있어야 해요.”

지난 3년간 배달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가 나 산재 신청을 한 배달원은 4,460명, 하루 평균 4명꼴입니다.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사고까지 더하면 실태는 훨씬 심각할 것입니다.

<인터뷰> 오세연(사무처장/청년유니온) : “계속 수익에 매달려야 하는 배달의 특성상 사회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안전 대책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 같고요. 사회적으로도 따뜻한 배달보다도 안전한 배달이 될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 같아요.”

배달 앱을 통한 주문 액수가 한 해 2조 원에 이를 만큼, 이젠 오토바이 음식 배달업도 어엿한 직업이 돼 가고 있습니다.

배달원들의 안전, 나아가 도로 질서 차원에서라도 배달원들의 목숨을 건 불법, 곡예 운전이 근절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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