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경찰관이 허위 응답 강요 ‘못 믿을 학교폭력 실태조사’

입력 2015.09.30 (21:31) 수정 2015.09.3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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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한 지방교육청이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올 상반기 실태 조사에서 학교 폭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학폭 피해를 봤다는 응답이 1.3%에서 0.8%로 감소했다는 겁니다.

정말로 그런 걸까요?

각급학교는 학교에 관한 정보를 '학교 알리미'라는 곳에 공시할 의무가 있는데요.

알리미 자료에는 같은 지역의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 1,000명당 1.04명에서 1.54명으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심의한 건수도 0.91건에서 1.16건으로 늘었습니다.

교육당국이 학교폭력의 지표로 삼고 있는 두 가지 통계가 서로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건데요,

이런 차이는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학교 폭력은 줄어든 걸까요? 증가한 걸까요?

이현준 기자의 보도를 보시면 판단이 서실 겁니다.

<리포트>

경기도 성남시의 한 사립고등학교입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5일, 이 학교의 전담경찰관이 학교를 찾았습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온라인 설문 응답 요령을 사전 교육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학교전담경찰관이 학생들에게 허위 응답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이 모 군(OO고등학교/음성변조) : "(경찰관이) 학교폭력 일어난 적 없다고 그랬어요. OO고등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이 일어난 적 없다. 그러니 아니오를 누르시오"라고 말을 했어요."

학생들은 경찰관의 요구를 받은 뒤 솔직한 마음으로 설문조사에 응할 자신이 없어졌다고 토로합니다.

학교 컴퓨터실에서 반 친구들과 함께 설문에 응답해야 하는 조사 방식도 문제입니다.

<녹취> 김 모 군(OO고등학교/음성변조) : "한 친구가 예스에다 체크를 했다고 해도 예스를 한 친구도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야 쟤 예스 체크했어 이러면서.."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한국교육개발원 주관으로 학기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데 매번 이런 문제가 지적돼 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감소하는 그런 것을 나름대로 업적으로 생각하고 그것이 성과로 반영이 되다 보니까…"

조사 방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현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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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30 21:32:38
    • 수정2015-09-30 22: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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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한 지방교육청이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올 상반기 실태 조사에서 학교 폭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학폭 피해를 봤다는 응답이 1.3%에서 0.8%로 감소했다는 겁니다.

정말로 그런 걸까요?

각급학교는 학교에 관한 정보를 '학교 알리미'라는 곳에 공시할 의무가 있는데요.

알리미 자료에는 같은 지역의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 1,000명당 1.04명에서 1.54명으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심의한 건수도 0.91건에서 1.16건으로 늘었습니다.

교육당국이 학교폭력의 지표로 삼고 있는 두 가지 통계가 서로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건데요,

이런 차이는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학교 폭력은 줄어든 걸까요? 증가한 걸까요?

이현준 기자의 보도를 보시면 판단이 서실 겁니다.

<리포트>

경기도 성남시의 한 사립고등학교입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5일, 이 학교의 전담경찰관이 학교를 찾았습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온라인 설문 응답 요령을 사전 교육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학교전담경찰관이 학생들에게 허위 응답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이 모 군(OO고등학교/음성변조) : "(경찰관이) 학교폭력 일어난 적 없다고 그랬어요. OO고등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이 일어난 적 없다. 그러니 아니오를 누르시오"라고 말을 했어요."

학생들은 경찰관의 요구를 받은 뒤 솔직한 마음으로 설문조사에 응할 자신이 없어졌다고 토로합니다.

학교 컴퓨터실에서 반 친구들과 함께 설문에 응답해야 하는 조사 방식도 문제입니다.

<녹취> 김 모 군(OO고등학교/음성변조) : "한 친구가 예스에다 체크를 했다고 해도 예스를 한 친구도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야 쟤 예스 체크했어 이러면서.."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한국교육개발원 주관으로 학기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데 매번 이런 문제가 지적돼 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감소하는 그런 것을 나름대로 업적으로 생각하고 그것이 성과로 반영이 되다 보니까…"

조사 방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현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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