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지나가던 여성 폭행…외교관은 무죄?

<앵커 멘트>

일주일 전 주한 러시아 대사관 소속의 외교관이 술에 취해, 길을 가던 여성 두 명을 폭행하고, 경찰관과 몸싸움까지 벌인 사건이 있었는데요.

경찰이 형사입건을 했지만, 외교관 면책특권 때문에 처벌까지는 하지 못했습니다.

김민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골목입니다.

지난 9일 주한 러시아 대사관 소속의 외교관 32살 T 씨가 술에 취해 이 곳에서 여성 두명을 폭행했습니다.

길을 걷고 있던 여성 두 명에게 갑자기 달려가 머리를 한 차례씩 때린 겁니다.

T 씨는 경찰관이 수갑을 채우고 연행하려 하자 입으로 경찰관의 어깨를 물기도 했습니다.

T 씨는 폭행과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지만, 외교관 신분이어서 처벌 받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정일(서울 서대문경찰서 형사 2팀장) : "당일 당사자는 술이 취해서 신분도 밝히지 않고 때린 사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차후 피해자한테 사과했고 공소권 없는 상태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외교관을 형사 처벌하지 않는 이른바 '외교관의 면제와 특권'은 1961년의 비엔나 협약에 따른 겁니다.

외교관이 각 국가를 대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겁니다

<인터뷰> 정서용(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 "(외교관이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 기피인물로 선언을 해서 상대국에 소환을 요청할 수 있는데 법적 의무가 발생하는 건 아니고요, "

앞서 지난 2012년에도 주한 일본대사관 소속 주재관이 술을 마시고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있었지만, 불기소 처분됐습니다.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명확한 현행범일 경우 외교관이라 할 지라도 형사적 특권에 예외를 두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