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의 사냥꾼 에스키모…노숙에 마약까지
입력 2015.10.17 (08:36)
수정 2015.10.17 (13:3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이누이트라고도 불리는 북극 지방 원주민 에스키모들은 그동안 전통 생활 방식을 유지하며 살아왔습니다.
시베리아 북동단에서 알래스카와 그린란드에 걸쳐 약 10만 명 정도가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알래스카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알래스카 에스키모들의 생활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기후 온난화 때문에 물개와 바다표범 같은 사냥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 생활 방식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에스키모들은 도시로 흘러들고 있는데,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승연 순회 특파원이 위기의 에스키모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비행기로 2시간...
북위 71도...
미국 알래스카 주 최북단에 있는 배로우입니다.
배로우의 인구는 4천5백여 명.
이 가운데 70%는 알래스카 원주민, 즉 에스키모입니다.
고래잡이배들이 뭍으로 돌아옵니다.
배들 사이로 보이는 육중한 물체, 북극고래입니다.
고래잡이배들은 이번 출항에서 운 좋게도 북극고래를 세 마리나 잡았습니다.
북극고래는 수염이 유난히 긴 고래로 다 자라면 몸무게가 백 톤에 이릅니다.
설렘 속에 기다리던 주민들은 익숙한 솜씨로 고래를 바로 해체합니다.
국제포경위원회는 고래잡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에스키모들의 고래잡이까지 단속하진 못합니다.
에스키모에게 고래는 주 식량이기 때문입니다.
<녹취> 유진 브라워(배로우 고래사냥 협회장) : "고래는 우리 문화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우리에겐 농장이 없습니다. 우리의 농장은 바로 바다입니다."
주민들은 고래 고기를 조각 내 마을로 가져갑니다.
고래 고기는 마을 주민 모두가 수개월 동안 저장해 두고 먹을 식량입니다.
원주민들은 봄과 가을에 집중적으로 고래를 사냥합니다.
원주민들에게 고래를 잡는 날은 큰 축제일입니다.
고래는 에스키모들에게 더욱 중요한 사냥감이 되고 있습니다.
고래 말고 다른 사냥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알래스카 기후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따뜻해지면서 물개와 바다표범 같은 사냥감들이 더 추운 곳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원주민 솔로몬 씨는 단칸방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전기 요금 낼 돈이 없어 전기는 끊겼고 난방도 안 됩니다.
사냥감 찾기가 어려워지자 생활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인터뷰> 솔로몬(원주민) : "얼음이 아주 빨리 녹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음이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물개 사냥이 어렵습니다. 물개를 사냥하려면 전보다 훨씬 더 멀리 나가야 합니다."
솔로몬 씨가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건 알래스카 지역의 자원 개발에 따른 이익분이라며 주 정부가 주는 배당금뿐입니다.
우리 돈으로 한 달에 7,80만 원꼴인데, 솔로몬 씨는 배당금을 받아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솔로몬(원주민) : "정부는 "우리가 당신들에게 돈을 주니까 이제 당신들은 채소와 사륜 오토바이, 또는 스노우 머신을 살 수 있고 사냥 나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사냥에 익숙한 솔로몬 씨에게 다른 일을 시작한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배당금에 대한 의존만 늘 뿐 생활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 무기력한 삶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알래스카 주 정부로부터 매년 수백만 원의 배당금을 받습니다.
이들은 일하는 대신에 정부에서 주는 돈으로 생활하려 하기 때문에 스스로 경제생활을 할 능력은 크게 떨어집니다.
원주민 마리 씨가 요리한 고래 고기를 취재진에게 내줍니다.
마리 씨는 여자인데도 수년 전까지 사냥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사냥용 총은 장식품일 뿐입니다.
<인터뷰> 마리(원주민) : "매년 바다에서 사냥할 수 있는 기간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7월 4일이면 얼음이 멀리 가버려 물개를 사냥할 기간이 2주밖에 안 됩니다."
마리 씨는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은퇴했습니다.
남편도 공무원이어서 일하지 않는 다른 원주민들보다는 경제 사정이 낫습니다.
마리 씨는 가슴이 아픕니다.
<인터뷰> 마리(원주민) : "어떤 원주민들은 일을 안 합니다. 그리고 1년 동안 수입이 없습니다. 카리부나 고래 등 집으로 가져오는 무엇이든 간에 이웃들과 나눕니다. 그들은 저와 달리 수입이 없기 때문입니다."
알래스카의 중심지 앵커리지.
배당금에만 기대어 살 수 없다고 판단한 원주민들은 일거리를 찾아 앵커리지로 옮겨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길거리 노숙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앵커리지의 노숙자 3천 명 가운데 대다수는 에스키모들입니다.
<녹취> 길거리 노숙자 : "제 아내가 죽었어요. 또 제 어머니와 아버지도 돌아가셨어요."
한인이 운영하는 교회는 이런 에스키모 노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교회가 무료 제공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 노숙자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인터뷰> 송문규(한인 목사) : "젊은 사람들과 이런 사람들이 정착하지 못해서 도시 가운데 생활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앵커리지에는 홈리스 문제가 아주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도시에 적응하기 어려운 원주민들은 알코올과 마약 중독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앵커리지 시내에 있는 모텔 몇 곳은 원주민들이 마약을 거래하고 흡입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주민들이 이곳에서 마약을 흡입하다 여러 차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루이스 소토(앵커리지 경찰관) : "그들은 일이 필요하고 돈이 필요할 때 마약을 팔아 수입을 마련하고 스스로 마약에 중독되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알래스카에서는 올해 초에 대마초의 흡연과 소지, 재배가 합법화됐습니다.
미국의 주 가운데 세 번째입니다.
그렇잖아도 마약 문제가 심각한 원주민들에겐 치명적인 유혹이 될 수 있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알래스카는 원래 에스키모의 땅이었습니다.
지금은 미국의 49번째 주가 됐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전 이 땅은 에스키모의 생활 터전이었습니다.
기후 온난화와 급격한 현대화는 삶의 터전에서 에스키모들을 떠나게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애론(원주민) : "제 고향은 백 명 정도 사는 아주 작은 곳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향이 그립습니다. 제가 아는 모두가 그립습니다."
위기의 에스키모들에게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그들의 앞날을 지켜볼 일입니다.
이누이트라고도 불리는 북극 지방 원주민 에스키모들은 그동안 전통 생활 방식을 유지하며 살아왔습니다.
시베리아 북동단에서 알래스카와 그린란드에 걸쳐 약 10만 명 정도가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알래스카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알래스카 에스키모들의 생활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기후 온난화 때문에 물개와 바다표범 같은 사냥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 생활 방식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에스키모들은 도시로 흘러들고 있는데,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승연 순회 특파원이 위기의 에스키모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비행기로 2시간...
북위 71도...
미국 알래스카 주 최북단에 있는 배로우입니다.
배로우의 인구는 4천5백여 명.
이 가운데 70%는 알래스카 원주민, 즉 에스키모입니다.
고래잡이배들이 뭍으로 돌아옵니다.
배들 사이로 보이는 육중한 물체, 북극고래입니다.
고래잡이배들은 이번 출항에서 운 좋게도 북극고래를 세 마리나 잡았습니다.
북극고래는 수염이 유난히 긴 고래로 다 자라면 몸무게가 백 톤에 이릅니다.
설렘 속에 기다리던 주민들은 익숙한 솜씨로 고래를 바로 해체합니다.
국제포경위원회는 고래잡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에스키모들의 고래잡이까지 단속하진 못합니다.
에스키모에게 고래는 주 식량이기 때문입니다.
<녹취> 유진 브라워(배로우 고래사냥 협회장) : "고래는 우리 문화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우리에겐 농장이 없습니다. 우리의 농장은 바로 바다입니다."
주민들은 고래 고기를 조각 내 마을로 가져갑니다.
고래 고기는 마을 주민 모두가 수개월 동안 저장해 두고 먹을 식량입니다.
원주민들은 봄과 가을에 집중적으로 고래를 사냥합니다.
원주민들에게 고래를 잡는 날은 큰 축제일입니다.
고래는 에스키모들에게 더욱 중요한 사냥감이 되고 있습니다.
고래 말고 다른 사냥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알래스카 기후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따뜻해지면서 물개와 바다표범 같은 사냥감들이 더 추운 곳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원주민 솔로몬 씨는 단칸방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전기 요금 낼 돈이 없어 전기는 끊겼고 난방도 안 됩니다.
사냥감 찾기가 어려워지자 생활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인터뷰> 솔로몬(원주민) : "얼음이 아주 빨리 녹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음이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물개 사냥이 어렵습니다. 물개를 사냥하려면 전보다 훨씬 더 멀리 나가야 합니다."
솔로몬 씨가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건 알래스카 지역의 자원 개발에 따른 이익분이라며 주 정부가 주는 배당금뿐입니다.
우리 돈으로 한 달에 7,80만 원꼴인데, 솔로몬 씨는 배당금을 받아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솔로몬(원주민) : "정부는 "우리가 당신들에게 돈을 주니까 이제 당신들은 채소와 사륜 오토바이, 또는 스노우 머신을 살 수 있고 사냥 나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사냥에 익숙한 솔로몬 씨에게 다른 일을 시작한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배당금에 대한 의존만 늘 뿐 생활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 무기력한 삶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알래스카 주 정부로부터 매년 수백만 원의 배당금을 받습니다.
이들은 일하는 대신에 정부에서 주는 돈으로 생활하려 하기 때문에 스스로 경제생활을 할 능력은 크게 떨어집니다.
원주민 마리 씨가 요리한 고래 고기를 취재진에게 내줍니다.
마리 씨는 여자인데도 수년 전까지 사냥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사냥용 총은 장식품일 뿐입니다.
<인터뷰> 마리(원주민) : "매년 바다에서 사냥할 수 있는 기간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7월 4일이면 얼음이 멀리 가버려 물개를 사냥할 기간이 2주밖에 안 됩니다."
마리 씨는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은퇴했습니다.
남편도 공무원이어서 일하지 않는 다른 원주민들보다는 경제 사정이 낫습니다.
마리 씨는 가슴이 아픕니다.
<인터뷰> 마리(원주민) : "어떤 원주민들은 일을 안 합니다. 그리고 1년 동안 수입이 없습니다. 카리부나 고래 등 집으로 가져오는 무엇이든 간에 이웃들과 나눕니다. 그들은 저와 달리 수입이 없기 때문입니다."
알래스카의 중심지 앵커리지.
배당금에만 기대어 살 수 없다고 판단한 원주민들은 일거리를 찾아 앵커리지로 옮겨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길거리 노숙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앵커리지의 노숙자 3천 명 가운데 대다수는 에스키모들입니다.
<녹취> 길거리 노숙자 : "제 아내가 죽었어요. 또 제 어머니와 아버지도 돌아가셨어요."
한인이 운영하는 교회는 이런 에스키모 노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교회가 무료 제공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 노숙자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인터뷰> 송문규(한인 목사) : "젊은 사람들과 이런 사람들이 정착하지 못해서 도시 가운데 생활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앵커리지에는 홈리스 문제가 아주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도시에 적응하기 어려운 원주민들은 알코올과 마약 중독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앵커리지 시내에 있는 모텔 몇 곳은 원주민들이 마약을 거래하고 흡입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주민들이 이곳에서 마약을 흡입하다 여러 차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루이스 소토(앵커리지 경찰관) : "그들은 일이 필요하고 돈이 필요할 때 마약을 팔아 수입을 마련하고 스스로 마약에 중독되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알래스카에서는 올해 초에 대마초의 흡연과 소지, 재배가 합법화됐습니다.
미국의 주 가운데 세 번째입니다.
그렇잖아도 마약 문제가 심각한 원주민들에겐 치명적인 유혹이 될 수 있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알래스카는 원래 에스키모의 땅이었습니다.
지금은 미국의 49번째 주가 됐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전 이 땅은 에스키모의 생활 터전이었습니다.
기후 온난화와 급격한 현대화는 삶의 터전에서 에스키모들을 떠나게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애론(원주민) : "제 고향은 백 명 정도 사는 아주 작은 곳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향이 그립습니다. 제가 아는 모두가 그립습니다."
위기의 에스키모들에게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그들의 앞날을 지켜볼 일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동토의 사냥꾼 에스키모…노숙에 마약까지
-
- 입력 2015-10-17 09:11:24
- 수정2015-10-17 13:32:40
<앵커 멘트>
이누이트라고도 불리는 북극 지방 원주민 에스키모들은 그동안 전통 생활 방식을 유지하며 살아왔습니다.
시베리아 북동단에서 알래스카와 그린란드에 걸쳐 약 10만 명 정도가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알래스카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알래스카 에스키모들의 생활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기후 온난화 때문에 물개와 바다표범 같은 사냥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 생활 방식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에스키모들은 도시로 흘러들고 있는데,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승연 순회 특파원이 위기의 에스키모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비행기로 2시간...
북위 71도...
미국 알래스카 주 최북단에 있는 배로우입니다.
배로우의 인구는 4천5백여 명.
이 가운데 70%는 알래스카 원주민, 즉 에스키모입니다.
고래잡이배들이 뭍으로 돌아옵니다.
배들 사이로 보이는 육중한 물체, 북극고래입니다.
고래잡이배들은 이번 출항에서 운 좋게도 북극고래를 세 마리나 잡았습니다.
북극고래는 수염이 유난히 긴 고래로 다 자라면 몸무게가 백 톤에 이릅니다.
설렘 속에 기다리던 주민들은 익숙한 솜씨로 고래를 바로 해체합니다.
국제포경위원회는 고래잡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에스키모들의 고래잡이까지 단속하진 못합니다.
에스키모에게 고래는 주 식량이기 때문입니다.
<녹취> 유진 브라워(배로우 고래사냥 협회장) : "고래는 우리 문화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우리에겐 농장이 없습니다. 우리의 농장은 바로 바다입니다."
주민들은 고래 고기를 조각 내 마을로 가져갑니다.
고래 고기는 마을 주민 모두가 수개월 동안 저장해 두고 먹을 식량입니다.
원주민들은 봄과 가을에 집중적으로 고래를 사냥합니다.
원주민들에게 고래를 잡는 날은 큰 축제일입니다.
고래는 에스키모들에게 더욱 중요한 사냥감이 되고 있습니다.
고래 말고 다른 사냥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알래스카 기후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따뜻해지면서 물개와 바다표범 같은 사냥감들이 더 추운 곳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원주민 솔로몬 씨는 단칸방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전기 요금 낼 돈이 없어 전기는 끊겼고 난방도 안 됩니다.
사냥감 찾기가 어려워지자 생활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인터뷰> 솔로몬(원주민) : "얼음이 아주 빨리 녹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음이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물개 사냥이 어렵습니다. 물개를 사냥하려면 전보다 훨씬 더 멀리 나가야 합니다."
솔로몬 씨가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건 알래스카 지역의 자원 개발에 따른 이익분이라며 주 정부가 주는 배당금뿐입니다.
우리 돈으로 한 달에 7,80만 원꼴인데, 솔로몬 씨는 배당금을 받아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솔로몬(원주민) : "정부는 "우리가 당신들에게 돈을 주니까 이제 당신들은 채소와 사륜 오토바이, 또는 스노우 머신을 살 수 있고 사냥 나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사냥에 익숙한 솔로몬 씨에게 다른 일을 시작한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배당금에 대한 의존만 늘 뿐 생활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 무기력한 삶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알래스카 주 정부로부터 매년 수백만 원의 배당금을 받습니다.
이들은 일하는 대신에 정부에서 주는 돈으로 생활하려 하기 때문에 스스로 경제생활을 할 능력은 크게 떨어집니다.
원주민 마리 씨가 요리한 고래 고기를 취재진에게 내줍니다.
마리 씨는 여자인데도 수년 전까지 사냥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사냥용 총은 장식품일 뿐입니다.
<인터뷰> 마리(원주민) : "매년 바다에서 사냥할 수 있는 기간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7월 4일이면 얼음이 멀리 가버려 물개를 사냥할 기간이 2주밖에 안 됩니다."
마리 씨는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은퇴했습니다.
남편도 공무원이어서 일하지 않는 다른 원주민들보다는 경제 사정이 낫습니다.
마리 씨는 가슴이 아픕니다.
<인터뷰> 마리(원주민) : "어떤 원주민들은 일을 안 합니다. 그리고 1년 동안 수입이 없습니다. 카리부나 고래 등 집으로 가져오는 무엇이든 간에 이웃들과 나눕니다. 그들은 저와 달리 수입이 없기 때문입니다."
알래스카의 중심지 앵커리지.
배당금에만 기대어 살 수 없다고 판단한 원주민들은 일거리를 찾아 앵커리지로 옮겨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길거리 노숙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앵커리지의 노숙자 3천 명 가운데 대다수는 에스키모들입니다.
<녹취> 길거리 노숙자 : "제 아내가 죽었어요. 또 제 어머니와 아버지도 돌아가셨어요."
한인이 운영하는 교회는 이런 에스키모 노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교회가 무료 제공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 노숙자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인터뷰> 송문규(한인 목사) : "젊은 사람들과 이런 사람들이 정착하지 못해서 도시 가운데 생활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앵커리지에는 홈리스 문제가 아주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도시에 적응하기 어려운 원주민들은 알코올과 마약 중독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앵커리지 시내에 있는 모텔 몇 곳은 원주민들이 마약을 거래하고 흡입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주민들이 이곳에서 마약을 흡입하다 여러 차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루이스 소토(앵커리지 경찰관) : "그들은 일이 필요하고 돈이 필요할 때 마약을 팔아 수입을 마련하고 스스로 마약에 중독되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알래스카에서는 올해 초에 대마초의 흡연과 소지, 재배가 합법화됐습니다.
미국의 주 가운데 세 번째입니다.
그렇잖아도 마약 문제가 심각한 원주민들에겐 치명적인 유혹이 될 수 있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알래스카는 원래 에스키모의 땅이었습니다.
지금은 미국의 49번째 주가 됐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전 이 땅은 에스키모의 생활 터전이었습니다.
기후 온난화와 급격한 현대화는 삶의 터전에서 에스키모들을 떠나게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애론(원주민) : "제 고향은 백 명 정도 사는 아주 작은 곳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향이 그립습니다. 제가 아는 모두가 그립습니다."
위기의 에스키모들에게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그들의 앞날을 지켜볼 일입니다.
이누이트라고도 불리는 북극 지방 원주민 에스키모들은 그동안 전통 생활 방식을 유지하며 살아왔습니다.
시베리아 북동단에서 알래스카와 그린란드에 걸쳐 약 10만 명 정도가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알래스카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알래스카 에스키모들의 생활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기후 온난화 때문에 물개와 바다표범 같은 사냥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 생활 방식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에스키모들은 도시로 흘러들고 있는데,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승연 순회 특파원이 위기의 에스키모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비행기로 2시간...
북위 71도...
미국 알래스카 주 최북단에 있는 배로우입니다.
배로우의 인구는 4천5백여 명.
이 가운데 70%는 알래스카 원주민, 즉 에스키모입니다.
고래잡이배들이 뭍으로 돌아옵니다.
배들 사이로 보이는 육중한 물체, 북극고래입니다.
고래잡이배들은 이번 출항에서 운 좋게도 북극고래를 세 마리나 잡았습니다.
북극고래는 수염이 유난히 긴 고래로 다 자라면 몸무게가 백 톤에 이릅니다.
설렘 속에 기다리던 주민들은 익숙한 솜씨로 고래를 바로 해체합니다.
국제포경위원회는 고래잡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에스키모들의 고래잡이까지 단속하진 못합니다.
에스키모에게 고래는 주 식량이기 때문입니다.
<녹취> 유진 브라워(배로우 고래사냥 협회장) : "고래는 우리 문화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우리에겐 농장이 없습니다. 우리의 농장은 바로 바다입니다."
주민들은 고래 고기를 조각 내 마을로 가져갑니다.
고래 고기는 마을 주민 모두가 수개월 동안 저장해 두고 먹을 식량입니다.
원주민들은 봄과 가을에 집중적으로 고래를 사냥합니다.
원주민들에게 고래를 잡는 날은 큰 축제일입니다.
고래는 에스키모들에게 더욱 중요한 사냥감이 되고 있습니다.
고래 말고 다른 사냥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알래스카 기후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따뜻해지면서 물개와 바다표범 같은 사냥감들이 더 추운 곳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원주민 솔로몬 씨는 단칸방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전기 요금 낼 돈이 없어 전기는 끊겼고 난방도 안 됩니다.
사냥감 찾기가 어려워지자 생활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인터뷰> 솔로몬(원주민) : "얼음이 아주 빨리 녹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음이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물개 사냥이 어렵습니다. 물개를 사냥하려면 전보다 훨씬 더 멀리 나가야 합니다."
솔로몬 씨가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건 알래스카 지역의 자원 개발에 따른 이익분이라며 주 정부가 주는 배당금뿐입니다.
우리 돈으로 한 달에 7,80만 원꼴인데, 솔로몬 씨는 배당금을 받아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솔로몬(원주민) : "정부는 "우리가 당신들에게 돈을 주니까 이제 당신들은 채소와 사륜 오토바이, 또는 스노우 머신을 살 수 있고 사냥 나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사냥에 익숙한 솔로몬 씨에게 다른 일을 시작한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배당금에 대한 의존만 늘 뿐 생활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 무기력한 삶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알래스카 주 정부로부터 매년 수백만 원의 배당금을 받습니다.
이들은 일하는 대신에 정부에서 주는 돈으로 생활하려 하기 때문에 스스로 경제생활을 할 능력은 크게 떨어집니다.
원주민 마리 씨가 요리한 고래 고기를 취재진에게 내줍니다.
마리 씨는 여자인데도 수년 전까지 사냥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사냥용 총은 장식품일 뿐입니다.
<인터뷰> 마리(원주민) : "매년 바다에서 사냥할 수 있는 기간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7월 4일이면 얼음이 멀리 가버려 물개를 사냥할 기간이 2주밖에 안 됩니다."
마리 씨는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은퇴했습니다.
남편도 공무원이어서 일하지 않는 다른 원주민들보다는 경제 사정이 낫습니다.
마리 씨는 가슴이 아픕니다.
<인터뷰> 마리(원주민) : "어떤 원주민들은 일을 안 합니다. 그리고 1년 동안 수입이 없습니다. 카리부나 고래 등 집으로 가져오는 무엇이든 간에 이웃들과 나눕니다. 그들은 저와 달리 수입이 없기 때문입니다."
알래스카의 중심지 앵커리지.
배당금에만 기대어 살 수 없다고 판단한 원주민들은 일거리를 찾아 앵커리지로 옮겨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길거리 노숙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앵커리지의 노숙자 3천 명 가운데 대다수는 에스키모들입니다.
<녹취> 길거리 노숙자 : "제 아내가 죽었어요. 또 제 어머니와 아버지도 돌아가셨어요."
한인이 운영하는 교회는 이런 에스키모 노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교회가 무료 제공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 노숙자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인터뷰> 송문규(한인 목사) : "젊은 사람들과 이런 사람들이 정착하지 못해서 도시 가운데 생활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앵커리지에는 홈리스 문제가 아주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도시에 적응하기 어려운 원주민들은 알코올과 마약 중독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앵커리지 시내에 있는 모텔 몇 곳은 원주민들이 마약을 거래하고 흡입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주민들이 이곳에서 마약을 흡입하다 여러 차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루이스 소토(앵커리지 경찰관) : "그들은 일이 필요하고 돈이 필요할 때 마약을 팔아 수입을 마련하고 스스로 마약에 중독되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알래스카에서는 올해 초에 대마초의 흡연과 소지, 재배가 합법화됐습니다.
미국의 주 가운데 세 번째입니다.
그렇잖아도 마약 문제가 심각한 원주민들에겐 치명적인 유혹이 될 수 있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알래스카는 원래 에스키모의 땅이었습니다.
지금은 미국의 49번째 주가 됐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전 이 땅은 에스키모의 생활 터전이었습니다.
기후 온난화와 급격한 현대화는 삶의 터전에서 에스키모들을 떠나게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애론(원주민) : "제 고향은 백 명 정도 사는 아주 작은 곳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향이 그립습니다. 제가 아는 모두가 그립습니다."
위기의 에스키모들에게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그들의 앞날을 지켜볼 일입니다.
-
-
한승연 기자 hanspond@kbs.co.kr
한승연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