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36년 만의 ‘당 대회’…체제 결속 가속화

입력 2015.11.07 (08:06) 수정 2015.11.07 (09: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당 창건 70주년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북한이 36년 만의 당 대회 개최를 발표해 체제 결속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내년 5월 개최 예정인 제 7차 당 대회에서는 특히, 전면적인 세대교체와 함께 새로운 대내외 노선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북한의 당 대회는 무엇인지, 북한이 이 시점에서 당 대회를 소집한 배경은 뭔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30일 조선중앙TV는 특별 프로그램 하나를 내보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달 30일) : "세기적인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당과 혁명 발전의 요구를 반영하여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주체 105(내년) 5월 초에 소집할 것을 결정한다."

제 7차 ‘당 대회’ 개최를 선포하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이다.

북한 매체들은 일제히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이번 당 대회가 강성국가 건설 역사의 분수령이 될 거라는 노동신문 자평에 이어 새로운 선전 구호들을 쏟아냈다.

<녹취> 조선중앙TV :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성대히 맞이하기 위해 당 사업의 화력을 총집중하여야 한다."

각계각층 주민들의 반응도 내보냈다.

<녹취> 리정철(평양대성다이아공장 지배인) : "우리 당을 영원히 김일성, 김정일 동지 당으로 강화, 발전시켜 나가는 데서 역사적인 의의를 가지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취> 배정식(평안남도여단 정치부장) : "역사적인 당 대회를 진행한다고 생각하니 막 신심이 넘쳐납니다. 조직 정치 사업이 그 어느 때보다도 힘 있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던 북한이, 이제는 내년 5월로 예정된 당 대회 개최 준비에 본격 나선 것이다.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당 대회를 앞두고는 먼저 경제적으로는 전투라는 게 벌어집니다. 200일 전투, 70일 전투, 100일 전투, 150일 전투를 해서 그 기간에 북한 경제 각 분야에서 생산성과를 평상시 두 배 정도를 목표로 하고 전투를 합니다. 북한 전역은 내년 5월 달까지 반년동안 당 대회 준비로 아마 여념이 없을 거고.."

그렇다면 북한의 ‘당 대회’란 무엇일까.

지난 1980년 열렸던 제 6차 당 대회 모습이다.

김일성 주석이 중앙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당 중앙위원회 비서이자 정치위원인 김정일도 주석단에 자리했다.

이처럼 당 대회는 최고지도자를 포함해 전국의 대의원들이 모여 당의 노선과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다.

북한엔 전당대회 성격의 당 대회를 필두로 당 대표자회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정치국 회의 등 하부 기구가 존재한다.

전국에서 선출된 수천 명의 대의원이 평양에 집결해 릴레이 회의를 펼친다고 한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당의 어떤 전략이라든가 전술 자체도 사실 공포를 한다든가 실제로 시행하는 결정을 내리는 그런 것들이 있고. 대회의에, 본회의에 전체적으로 참여하는 그런 행사들이 일련의 3박 4일 동안 이뤄진다고 이렇게 보면 될 거예요."

북한은 지금까지 총 여섯 번의 당 대회를 통해 지도 이념을 변화시켜 왔다.

1946년, 노동당 강령 및 규약을 채택한 1차 대회부터 4차까지의 당 대회는 주로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초점이 맞춰졌다.

변화가 감지된 건 1970년 열린 제 5차 당 대회.

북한은 이 때 새로운 지도 이념인 ‘김일성 주체사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른바 ‘8월 종파사건’ 등으로 정적을 제거한 김일성이 유일 영도체제 체제를 본격화 시기다.

이를 주도한 것은 후계자 김정일이었다.

<녹취> 1974년, 김정일 당시 당 비서 : "김일성 주의를 지침으로 삼고 투쟁하며 김일성주의를 철저히 구현해 나가야 곧바른 길을 따라 빨리 투쟁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당 대회의 성격이 바뀌기 시작한 것 역시 이 시기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토론이라든가 이런 결정을 거쳐서 집체적인 결정을 거치는 그 기능을 서서히 상실해나가는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가 있죠. 왜냐하면 바로 김일성 유일 영도 체계로 사실 북한의 권력 구조를 만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볼 수가 있어요."

그리고 1980년 열린 제 6차 당 대회.

김정일은 이 대회를 통해 서열 4위에 해당하는 상무위원과 비서국 비서, 중앙군사위원 등 당·군 관련 고위직책에 올라앉는다.

김일성 역시 연설을 통해, 아들 김정일의 후계 구도 체제 확립에 힘을 실었다.

<녹취> 조선중앙TV(1980년 10월) : "수령님께서는 김정일 동지의 두리에 굳게 뭉쳐 주체혁명 위업의 총국적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싸워나갈 것을 뜨겁게 당부하셨습니다."

이미 70년대 초반부터 후계자 역할을 해 온 김정일이지만, 당 대회를 통해 부자세습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북한 모든 사람들은 그때는 6차 당 대회가 있었던 바로 그 시점에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는가 하면요,‘확실하게 후계자고, 확실하게 김일성보다 더 높은 사람이다.’이런 생각을 다 했죠."

하지만 이를 마지막으로, 북한의 당 대회는 36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거치게 된다.

김일성 집권 후반기, 그리고 김정일 집권 기간 북한이 단 한 번도 당 대회를 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1980~90년대 북한의 경제 상황과도 관련이 깊다.

공산권 국가의 몰락, 그리고 김일성 사망 이후 국가 경제는 곤두박질쳤고 이것이 ‘고난의 행군’으로 이어지면서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을 발표하는 당 대회 개최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와 더불어 ‘1인 지배 체제’라는 북한의 특수성도, 당 기능 상실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김정일은 독단적으로, 권위주의적으로 정책 결정을 내리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집단적 정책 결정 기구라고 할 수 있는 당 대회를 생시에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습니다./권력이 최고 지도자에게 집중이 되면 집단적인 정책 결정 기구라고 할 수 있는 당 대회 소집은 매우 드문 일이 되고..."

주목되는 건 북한 노동당의 기능 정상화가 김정은의 권력 승계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2010년, 북한은 44년 만에 당 대표자회를 소집한다.

많은 시간과 경비가 지출되는 당 대회 대신, ‘임시전당대회’ 격인 당 대표자회를 개최한 것이다.

<녹취> 조선중앙TV(2010년 9월) : "당 중앙 군사위원회 위원장 김정일, 부위원장 김정은, 부위원장 리영호..."

이 3차 당 대표자회를 통해 처음 공식 석상에 등장한 후계자 김정은.

그리고 김정일 사망 이듬해인 2012년.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4월) : "우리당과 우리인민의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셨습니다."

김정은은 제 4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제 1비서’ 직위를 획득하고,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등극한다.

선군정치를 펼쳤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집권 이후 다양한 당 기구를 활용해 자신의 통치 반경을 넓혀갔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3년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이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주요 정책으로 대내외에 선포했다.

<녹취> 김정은 제 1위원장(2013년 전원회의) :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킬데 대한 우리 당의 노선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물려주신 핵무력을 강화 발전시켜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당 기구는 3대 세습과 유일영도체제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김정일 시대에 잠들어 있던 ‘당 정치국 회의’를 부활시켜 주요 정책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장성택 처형 역시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집권 이후 수시로 당 회의를 개최하며 노동당 기능의 부활을 이끈 김정은.

그 속내는 무엇일까.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당이 인준하고, 당이 지원하고 확인하는, 어떤 그런 정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과정을 사실 거쳤다고 볼 수가 있죠. 이제 김정은 체제에 있어서는 당을 통한 적극적인 사회주의 체제, 사회주의 강성대국이라고 하는 그런 쪽으로 사실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집권 기간 당을 통해 권력 안정화를 기해 온 김정은에게 이제 남은 것은 당 대회이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이번 7차 당 대회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녹취> 김정은(창건 70주년 열병식 육성 연설) : "나라의 근본인 인민보다 더 귀중한 존재는 없으며 인민의 이익보다 더 신성한 것은 없습니다."

지난 10월 김정은은 당 창건 70주년 연설에서 유난히 ‘인민 사랑’을 강조했다.

25분 정도 진행된 연설에서 인민이라는 단어를 아흔일곱 번이나 사용했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내년 당 대회에서는 자신만의 새로운 국정운영 비전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 등 세대교체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나이든 김정일의 측근들이 대거 퇴진하고, 젊은 김정은의 측근들의 부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도 북한 지도부에서 어떠한 지위를 차지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훈통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자신의 시대를 여는 기회로 다가올 당 대회를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당 대회 개최에 필요한 예산, 그리고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중국 및 남한과의 관계 개선, 그리고 경제 교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년 당 대회를 앞두고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총서기와 정상회담을 진행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36년 만에 당 대회 개최를 선포하고, 다시 한 번 체제 결속의 고삐를 쥐고 나선 북한!

집권 후 줄곧 당 기능 부활에 집중해 온 김정은 제 1위원장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 7차 당 대회를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클로즈업 북한] 36년 만의 ‘당 대회’…체제 결속 가속화
    • 입력 2015-11-07 08:37:46
    • 수정2015-11-07 09:03:54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당 창건 70주년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북한이 36년 만의 당 대회 개최를 발표해 체제 결속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내년 5월 개최 예정인 제 7차 당 대회에서는 특히, 전면적인 세대교체와 함께 새로운 대내외 노선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북한의 당 대회는 무엇인지, 북한이 이 시점에서 당 대회를 소집한 배경은 뭔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30일 조선중앙TV는 특별 프로그램 하나를 내보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달 30일) : "세기적인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당과 혁명 발전의 요구를 반영하여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주체 105(내년) 5월 초에 소집할 것을 결정한다."

제 7차 ‘당 대회’ 개최를 선포하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이다.

북한 매체들은 일제히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이번 당 대회가 강성국가 건설 역사의 분수령이 될 거라는 노동신문 자평에 이어 새로운 선전 구호들을 쏟아냈다.

<녹취> 조선중앙TV :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성대히 맞이하기 위해 당 사업의 화력을 총집중하여야 한다."

각계각층 주민들의 반응도 내보냈다.

<녹취> 리정철(평양대성다이아공장 지배인) : "우리 당을 영원히 김일성, 김정일 동지 당으로 강화, 발전시켜 나가는 데서 역사적인 의의를 가지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취> 배정식(평안남도여단 정치부장) : "역사적인 당 대회를 진행한다고 생각하니 막 신심이 넘쳐납니다. 조직 정치 사업이 그 어느 때보다도 힘 있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던 북한이, 이제는 내년 5월로 예정된 당 대회 개최 준비에 본격 나선 것이다.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당 대회를 앞두고는 먼저 경제적으로는 전투라는 게 벌어집니다. 200일 전투, 70일 전투, 100일 전투, 150일 전투를 해서 그 기간에 북한 경제 각 분야에서 생산성과를 평상시 두 배 정도를 목표로 하고 전투를 합니다. 북한 전역은 내년 5월 달까지 반년동안 당 대회 준비로 아마 여념이 없을 거고.."

그렇다면 북한의 ‘당 대회’란 무엇일까.

지난 1980년 열렸던 제 6차 당 대회 모습이다.

김일성 주석이 중앙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당 중앙위원회 비서이자 정치위원인 김정일도 주석단에 자리했다.

이처럼 당 대회는 최고지도자를 포함해 전국의 대의원들이 모여 당의 노선과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다.

북한엔 전당대회 성격의 당 대회를 필두로 당 대표자회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정치국 회의 등 하부 기구가 존재한다.

전국에서 선출된 수천 명의 대의원이 평양에 집결해 릴레이 회의를 펼친다고 한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당의 어떤 전략이라든가 전술 자체도 사실 공포를 한다든가 실제로 시행하는 결정을 내리는 그런 것들이 있고. 대회의에, 본회의에 전체적으로 참여하는 그런 행사들이 일련의 3박 4일 동안 이뤄진다고 이렇게 보면 될 거예요."

북한은 지금까지 총 여섯 번의 당 대회를 통해 지도 이념을 변화시켜 왔다.

1946년, 노동당 강령 및 규약을 채택한 1차 대회부터 4차까지의 당 대회는 주로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초점이 맞춰졌다.

변화가 감지된 건 1970년 열린 제 5차 당 대회.

북한은 이 때 새로운 지도 이념인 ‘김일성 주체사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른바 ‘8월 종파사건’ 등으로 정적을 제거한 김일성이 유일 영도체제 체제를 본격화 시기다.

이를 주도한 것은 후계자 김정일이었다.

<녹취> 1974년, 김정일 당시 당 비서 : "김일성 주의를 지침으로 삼고 투쟁하며 김일성주의를 철저히 구현해 나가야 곧바른 길을 따라 빨리 투쟁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당 대회의 성격이 바뀌기 시작한 것 역시 이 시기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토론이라든가 이런 결정을 거쳐서 집체적인 결정을 거치는 그 기능을 서서히 상실해나가는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가 있죠. 왜냐하면 바로 김일성 유일 영도 체계로 사실 북한의 권력 구조를 만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볼 수가 있어요."

그리고 1980년 열린 제 6차 당 대회.

김정일은 이 대회를 통해 서열 4위에 해당하는 상무위원과 비서국 비서, 중앙군사위원 등 당·군 관련 고위직책에 올라앉는다.

김일성 역시 연설을 통해, 아들 김정일의 후계 구도 체제 확립에 힘을 실었다.

<녹취> 조선중앙TV(1980년 10월) : "수령님께서는 김정일 동지의 두리에 굳게 뭉쳐 주체혁명 위업의 총국적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싸워나갈 것을 뜨겁게 당부하셨습니다."

이미 70년대 초반부터 후계자 역할을 해 온 김정일이지만, 당 대회를 통해 부자세습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북한 모든 사람들은 그때는 6차 당 대회가 있었던 바로 그 시점에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는가 하면요,‘확실하게 후계자고, 확실하게 김일성보다 더 높은 사람이다.’이런 생각을 다 했죠."

하지만 이를 마지막으로, 북한의 당 대회는 36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거치게 된다.

김일성 집권 후반기, 그리고 김정일 집권 기간 북한이 단 한 번도 당 대회를 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1980~90년대 북한의 경제 상황과도 관련이 깊다.

공산권 국가의 몰락, 그리고 김일성 사망 이후 국가 경제는 곤두박질쳤고 이것이 ‘고난의 행군’으로 이어지면서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을 발표하는 당 대회 개최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와 더불어 ‘1인 지배 체제’라는 북한의 특수성도, 당 기능 상실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김정일은 독단적으로, 권위주의적으로 정책 결정을 내리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집단적 정책 결정 기구라고 할 수 있는 당 대회를 생시에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습니다./권력이 최고 지도자에게 집중이 되면 집단적인 정책 결정 기구라고 할 수 있는 당 대회 소집은 매우 드문 일이 되고..."

주목되는 건 북한 노동당의 기능 정상화가 김정은의 권력 승계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2010년, 북한은 44년 만에 당 대표자회를 소집한다.

많은 시간과 경비가 지출되는 당 대회 대신, ‘임시전당대회’ 격인 당 대표자회를 개최한 것이다.

<녹취> 조선중앙TV(2010년 9월) : "당 중앙 군사위원회 위원장 김정일, 부위원장 김정은, 부위원장 리영호..."

이 3차 당 대표자회를 통해 처음 공식 석상에 등장한 후계자 김정은.

그리고 김정일 사망 이듬해인 2012년.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4월) : "우리당과 우리인민의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셨습니다."

김정은은 제 4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제 1비서’ 직위를 획득하고,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등극한다.

선군정치를 펼쳤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집권 이후 다양한 당 기구를 활용해 자신의 통치 반경을 넓혀갔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3년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이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주요 정책으로 대내외에 선포했다.

<녹취> 김정은 제 1위원장(2013년 전원회의) :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킬데 대한 우리 당의 노선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물려주신 핵무력을 강화 발전시켜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당 기구는 3대 세습과 유일영도체제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김정일 시대에 잠들어 있던 ‘당 정치국 회의’를 부활시켜 주요 정책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장성택 처형 역시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집권 이후 수시로 당 회의를 개최하며 노동당 기능의 부활을 이끈 김정은.

그 속내는 무엇일까.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당이 인준하고, 당이 지원하고 확인하는, 어떤 그런 정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과정을 사실 거쳤다고 볼 수가 있죠. 이제 김정은 체제에 있어서는 당을 통한 적극적인 사회주의 체제, 사회주의 강성대국이라고 하는 그런 쪽으로 사실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집권 기간 당을 통해 권력 안정화를 기해 온 김정은에게 이제 남은 것은 당 대회이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이번 7차 당 대회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녹취> 김정은(창건 70주년 열병식 육성 연설) : "나라의 근본인 인민보다 더 귀중한 존재는 없으며 인민의 이익보다 더 신성한 것은 없습니다."

지난 10월 김정은은 당 창건 70주년 연설에서 유난히 ‘인민 사랑’을 강조했다.

25분 정도 진행된 연설에서 인민이라는 단어를 아흔일곱 번이나 사용했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내년 당 대회에서는 자신만의 새로운 국정운영 비전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 등 세대교체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나이든 김정일의 측근들이 대거 퇴진하고, 젊은 김정은의 측근들의 부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도 북한 지도부에서 어떠한 지위를 차지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훈통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자신의 시대를 여는 기회로 다가올 당 대회를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당 대회 개최에 필요한 예산, 그리고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중국 및 남한과의 관계 개선, 그리고 경제 교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년 당 대회를 앞두고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총서기와 정상회담을 진행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36년 만에 당 대회 개최를 선포하고, 다시 한 번 체제 결속의 고삐를 쥐고 나선 북한!

집권 후 줄곧 당 기능 부활에 집중해 온 김정은 제 1위원장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 7차 당 대회를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