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그라운드의 명판관”

입력 2015.11.07 (08:21) 수정 2015.11.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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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안녕하십니까? 양지우입니다. 이슬기입니다.

하루가 머다하고 총기 강력 사건이 일어나는 나라, 바로 미국 이야기인데요.

비극이 일어날 때마다 총기 규제 여론이 들끓지만 여태껏 속시원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미국인들의 속내, 들여다 봤습니다.

와인이 13억 인구 중국에서 엄청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중국은 세계 와인 소비 시장에서도 강자로 떠올랐는데, 이 중국이 이제는 생산과 공급에서도 세계를 재패하려 하고 있습니다.

와인 대국을 향한 중국의 꿈, 취재했습니다.

이 인물 혹시 기억하십니까?

외계인이라 불릴 정도로 인상적인 외모에 표정 변화없이 단호한 판정을 내리던 이 사람.

바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결승전 주심을 맡았던 콜리나 씨입니다.

우리나라 축구 유망주들은 주로 스타 선수가 되기를 꿈꾸지만, 유럽에서는 콜리나 심판처럼 명심판이 되기를 원하는 10대들이 많은데요.

오심과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는 우리 체육계 현실을 생각하면 유럽 젊은이들의 사고 방식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정현숙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와...와..."

5만여 관중의 함성으로 가득한 쾰른의 홈구장.

하노버 안드레아손의 팔에 맞고 들어간 공이 득점으로 인정되자, 심판에게 비난이 쏟아집니다.

<녹취> "사기꾼! 사기꾼! 사기꾼!"

골을 넣은 선수가 감독에게 귓속말을 하는 장면까지 잡히면서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마라도나의 이른바 신의 손 사건이 재현된 것 같은 명백한 오심.

그런데 독일 축구팬들은 심판의 이런 실수를 이해하고 판정을 존중합니다.

<인터뷰> 독일 축구팬 : "관중들은 집에서 TV를 통해 세 번씩 반복해서 보는 장면을 심판들은 그 순간에 판정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심판에 대한 이런 근본적 신뢰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쾰른에 사는 17살의 산드로는 축구 심판입니다.

주말 경기를 위해 짐을 싸고 있는데, 10장이 넘는 유니폼 색깔이 제각각입니다.

<인터뷰> 산드로 : "양팀 선수들이 어떤 유니폼을 입고 나올 지 모르니까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해 다 가지고 가는 거예요."

산드로가 처음 심판 일을 시작한 건 14살 때.

축구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용돈을 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동기가 됐습니다.

<인터뷰> 산드로 : "파티에 참가하거나 할 때 돈이 필요한데 가진 돈이 없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엔 그저 부업에 불과했던 일이 3년이 지난 지금 산드로에겐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독일이 갖고 있는 독특한 심판 스카우트 체계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독일은 리그별, 또는 지역별 심판 모임이 있는데, 유망한 심판 후보들을 골라 집중적인 지원을 합니다.

불과 2,3살 많은 선배 심판이 강사로 나서 상황별 판정 기술과 심리적 압박감을 극복하는 방법까지 가르칩니다.

<인터뷰> 쥴리어스 마르텐스테인(선배 축구심판) : "심판 경력이 전무한 사람이 아닌 실무경험을 통해 현장을 아는 사람이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직 지역 리그 심판에 불과한 산드로지만, 실력을 인정받을 경우 상급 리그로 승격해 독일축구협회의 지원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산드로는 분데스리가 심판 못지 않은 마음가짐으로 매 경기를 맞이합니다.

부정선수가 없는지 사진과 명단을 일일이 확인하고, 공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일까지.. 공정한 경기를 위해 빈틈없이 준비합니다.

시작 휘슬을 부는 순간 산드로는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 될 수 없습니다.

<인터뷰> 지역축구협회 관계자 : "어린 심판들 판정은 존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어린 심판들의 역량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산드로의 목표는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휘슬을 부는 겁니다.

고정급에 경기당 수당까지 더하면 분데스리가 심판은 1년에 1억 7천여만 원을 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쟁도 치열합니다.

독일축구협회에 등록된 3만 5천여명의 심판 가운데, 분데스리가 심판은 단 22명.

우리나라 K리그의 주심 숫자도 22명이지만 등록된 심판은 7천 7백 명.

독일의 등록 심판 수가 우리의 약 5배인데, 이처럼 넓은 저변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은 뛰어난 심판 배출의 밑거름이 됩니다.

게다가 스카우트 체계를 통해 철저한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분데스리가 심판의 권위는 확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박주호(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 "선수가 파울 혹은 조금 위험한 행동을 했을 때 심판들이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면서 또 또 그런 위험한 플레이가 안 나오게 제지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이처럼 확고한 권위과 판정에 대한 자신감은 심판들에게 유연한 경기 운영도 가능하게 합니다.

동전을 놓고 나오자, 양 팀 선수들에게 가위바위보를 시킨 심판과 림프암에 걸린 7번 선수를 위해 동료 선수들이 경기 중에 위로 이벤트를 하려고 하자, 전반 7분에 경기를 중단시켜 이벤트가 진행되도록 배려한 심판도 있습니다.

심판의 전문성을 극대화시키는 독일의 풀뿌리 심판제도는 세계 최고의 리그를 지향하는 분데스리가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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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꿈은 그라운드의 명판관”
    • 입력 2015-11-07 09:09:27
    • 수정2015-11-07 09:42:4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안녕하십니까? 양지우입니다. 이슬기입니다.

하루가 머다하고 총기 강력 사건이 일어나는 나라, 바로 미국 이야기인데요.

비극이 일어날 때마다 총기 규제 여론이 들끓지만 여태껏 속시원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미국인들의 속내, 들여다 봤습니다.

와인이 13억 인구 중국에서 엄청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중국은 세계 와인 소비 시장에서도 강자로 떠올랐는데, 이 중국이 이제는 생산과 공급에서도 세계를 재패하려 하고 있습니다.

와인 대국을 향한 중국의 꿈, 취재했습니다.

이 인물 혹시 기억하십니까?

외계인이라 불릴 정도로 인상적인 외모에 표정 변화없이 단호한 판정을 내리던 이 사람.

바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결승전 주심을 맡았던 콜리나 씨입니다.

우리나라 축구 유망주들은 주로 스타 선수가 되기를 꿈꾸지만, 유럽에서는 콜리나 심판처럼 명심판이 되기를 원하는 10대들이 많은데요.

오심과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는 우리 체육계 현실을 생각하면 유럽 젊은이들의 사고 방식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정현숙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와...와..."

5만여 관중의 함성으로 가득한 쾰른의 홈구장.

하노버 안드레아손의 팔에 맞고 들어간 공이 득점으로 인정되자, 심판에게 비난이 쏟아집니다.

<녹취> "사기꾼! 사기꾼! 사기꾼!"

골을 넣은 선수가 감독에게 귓속말을 하는 장면까지 잡히면서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마라도나의 이른바 신의 손 사건이 재현된 것 같은 명백한 오심.

그런데 독일 축구팬들은 심판의 이런 실수를 이해하고 판정을 존중합니다.

<인터뷰> 독일 축구팬 : "관중들은 집에서 TV를 통해 세 번씩 반복해서 보는 장면을 심판들은 그 순간에 판정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심판에 대한 이런 근본적 신뢰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쾰른에 사는 17살의 산드로는 축구 심판입니다.

주말 경기를 위해 짐을 싸고 있는데, 10장이 넘는 유니폼 색깔이 제각각입니다.

<인터뷰> 산드로 : "양팀 선수들이 어떤 유니폼을 입고 나올 지 모르니까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해 다 가지고 가는 거예요."

산드로가 처음 심판 일을 시작한 건 14살 때.

축구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용돈을 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동기가 됐습니다.

<인터뷰> 산드로 : "파티에 참가하거나 할 때 돈이 필요한데 가진 돈이 없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엔 그저 부업에 불과했던 일이 3년이 지난 지금 산드로에겐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독일이 갖고 있는 독특한 심판 스카우트 체계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독일은 리그별, 또는 지역별 심판 모임이 있는데, 유망한 심판 후보들을 골라 집중적인 지원을 합니다.

불과 2,3살 많은 선배 심판이 강사로 나서 상황별 판정 기술과 심리적 압박감을 극복하는 방법까지 가르칩니다.

<인터뷰> 쥴리어스 마르텐스테인(선배 축구심판) : "심판 경력이 전무한 사람이 아닌 실무경험을 통해 현장을 아는 사람이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직 지역 리그 심판에 불과한 산드로지만, 실력을 인정받을 경우 상급 리그로 승격해 독일축구협회의 지원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산드로는 분데스리가 심판 못지 않은 마음가짐으로 매 경기를 맞이합니다.

부정선수가 없는지 사진과 명단을 일일이 확인하고, 공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일까지.. 공정한 경기를 위해 빈틈없이 준비합니다.

시작 휘슬을 부는 순간 산드로는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 될 수 없습니다.

<인터뷰> 지역축구협회 관계자 : "어린 심판들 판정은 존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어린 심판들의 역량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산드로의 목표는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휘슬을 부는 겁니다.

고정급에 경기당 수당까지 더하면 분데스리가 심판은 1년에 1억 7천여만 원을 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쟁도 치열합니다.

독일축구협회에 등록된 3만 5천여명의 심판 가운데, 분데스리가 심판은 단 22명.

우리나라 K리그의 주심 숫자도 22명이지만 등록된 심판은 7천 7백 명.

독일의 등록 심판 수가 우리의 약 5배인데, 이처럼 넓은 저변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은 뛰어난 심판 배출의 밑거름이 됩니다.

게다가 스카우트 체계를 통해 철저한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분데스리가 심판의 권위는 확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박주호(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 "선수가 파울 혹은 조금 위험한 행동을 했을 때 심판들이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면서 또 또 그런 위험한 플레이가 안 나오게 제지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이처럼 확고한 권위과 판정에 대한 자신감은 심판들에게 유연한 경기 운영도 가능하게 합니다.

동전을 놓고 나오자, 양 팀 선수들에게 가위바위보를 시킨 심판과 림프암에 걸린 7번 선수를 위해 동료 선수들이 경기 중에 위로 이벤트를 하려고 하자, 전반 7분에 경기를 중단시켜 이벤트가 진행되도록 배려한 심판도 있습니다.

심판의 전문성을 극대화시키는 독일의 풀뿌리 심판제도는 세계 최고의 리그를 지향하는 분데스리가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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