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농약 못 잡는 농약검사기…식품 안전 ‘빨간불’

입력 2015.11.08 (10:01) 수정 2015.11.0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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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과 정몽준박원순과 정몽준


■ 2014년 서울시장 선거전을 달궜던 ‘농약’ 이슈

지난 2014년 5월 26일 선관위가 주최한 서울시장 선거 방송토론회에서는 박원순 후보와 정몽준 후보 간의 이른바 '농약급식' 문제를 둘러싸고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정몽준 후보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식재료에서 잔류농약이 나왔다"며 박원순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박원순 후보 측의 진성준 대변인은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에 공급되는 식자재를 친환경유통센터와 보건환경연구원에서 2단계에 걸쳐 전수 조사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진 대변인은 "친환경유통센터에 들어오는 농산물은 속성 검사 후 농약 검출이 의심되는 식자재에 한해 정밀검사를 시행하지만 속성검사에서 빠져나간 농약 묻는 식자재의 경우 학교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등장하는 '속성검사'란 무엇일까요. 이 기사를 통해 전해드릴 내용은 바로 이 잔류농약 속성검사에 대한 내용입니다.

농산물은 '신선식품'입니다. 농가에서 한번 출하하면 최대한 빨리 소비자의 밥상에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기존의 잔류농약 정밀검사는 최소 3일 이상 걸립니다. 결과가 나오기 까지 기다렸다가 농산물을 유통할 수 없기 때문에, 신속하게 결과가 나오는 '속성검사'가 필요한 겁니다. 1차 속성검사에서 문제가 나오는 식자재에 대해 2차 정밀검사를 하는 2단계 방식입니다.

감사결과 처분요구서감사결과 처분요구서


■ 정치공방에 묻힌 잔류농약 ‘속성검사기’ 문제

지난해 5월 발표된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시작된 '농약급식'논란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240여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감사결과에서 정작 주목받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속성검사기'의 신뢰도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에서 해당 속성검사기가 농산물 안정성 관리를 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직접 실험한 결과도 증빙자료로 첨부했습니다. 감사원은 농산물 9개 품목에 대해 해충 방지용 살충제인 크롤르피리포스를 잔류 허용치 상한에 해당하는 농도만큼 투약한 후 저해율을 실험한 결과 모두 합격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정밀검사 장비에서는 농약 성분이 검출됐는데요. 정리하면 농약을 직접 뿌리고 검사를 했는데, 속성검사기가 잔류 농약을 검출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해당 속성검사기는 국내의 한 업체가 제조한 것으로, 속성검사기 시장의 점유율의 80%이상을 차지하는 제품이었습니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국내에서 속성검사기를 통해 이뤄진 잔류농약 검사 대부분이 '엉터리'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취재파일K 취재진은 이 부분을 검증해 보기로 했습니다.

농약검사기농약검사기


■ 농약 못 잡는 잔류농약 속성검사기?

먼저 감사원 방식과 동일하게 오이에 다이아지논이라는 성분이 든 농약을 도포하고, 해당 속성검사기계로 실험해봤습니다. 실험결과는 저해율 10%, 합격이었습니다. 이 속성검사기는 농약 성분을 직접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농산물을 잘라 특정 효소에 넣어 가열한 뒤 그 반응성을 보는 방식입니다. 농산물이 효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저해율'이라는 단위로 표현하는데요. 이 저해율이 30%가 넘으면 불합격, 30%미만이면 합격입니다. 감사원에서 지적한 문제점을 직접 확인한 겁니다.

농약검사결과농약검사결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속성검사기가 농약을 검출 못하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업계에 잘 알려진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속성검사기의 원형은 20년 전 개발됐는데 당시 사용하던 카바메이트 계열 50여종의 맹독성 농약만 검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나마 그런 농약들은 지금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농약 연구자인 서울대 농업생명대학의 김정한 교수 역시 "속성검사로 농약을 걸러내기는 어렵다"면서 "해외에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 국내에 1,000대 가량 보급 추정…아직도 쓰인다

서울시와 경기도에 확인해봤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1월에, 경기도는 올해 3월에 속성검사기를 모두 폐기하고 새로운 잔류농약 검사 방식으로 대체했다고 답했습니다. 구체적인 방식은 두 자치단체가 약간 다릅니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는 '퀘쳐스법'이라는 새로운 속성검사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 방식은 고가의 장비가 많이 필요하지만 3시간 안에 농약 3백여 종에 대한 비교적 정밀한 스크리닝이 가능합니다. 경기 친환경급식센터의 경우 농산물 생산지가 경기권에 있어 거리가 가깝다는 점을 활용해, 출하전 계약 재배농가에 직접 방문해 농산물 시료를 미리 채취하는 방법을 씁니다. '속성검사'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두 자치단체 모두 나름의 방법을 동원한 겁니다.

뒤늦게나마 보완책이 나온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감사원 지적사항이 나온 뒤에도 1년 가까이 문제의 속성검사기가 계속 쓰였던 건 분명히 짚고 넘어갈만한 부분입니다. 더구나 과거에 친환경 급식 식재료에 대해 얼마나 실효성 있는 잔류농약 검사가 이뤄졌을지에 대해서는 이제 와서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잔류농약검사잔류농약검사


그렇다면 이 문제의 '속성검사기'는 완전히 퇴출된걸까요? 아니었습니다. 서울시학교보건진흥원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일선 학교의 보건 위생을 점검하는 시교육청 산하 기관인데요. 이 기관은 서울시내 초·중·고교 천 2백여곳에서 급식에 들어가는 농산물을 직접 제출 받아 잔류농약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유통센터가 출하와 유통단계에서 잔류농약 검사를 한다면, 학교보건진흥원은 그 반대로 일선 학교에 이미 공급된 농산물을 수거해 검사를 하는 건데요. 취재결과 문제가 된 '속성검사기'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보건진흥원과 시교육청은 지난해 서울시내 초·중·고교에서 8천 건, 올해는 2천 건의 잔류농약 속성검사를 실시했는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0건' 농약이 제대로 검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급식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이 속성검사장비는 민간에서도 폭넓게 쓰이고 있었습니다.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전국 70여개의 '로컬푸드직매장'과 각종 친환경농산물 전문매장, 가공 식품업체 등에서 이 속성검사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이 속성검사기 제조업체에서 일했던 한 전직 직원은 "이미 내부에서도 농약검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지난 10여년간 국내에 천여 대의 제품을 납품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속성검사장비 시장 점유율은 80%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급식센터는 물론 소매점과 각종 식품제조 공장에서 지난 10여 년간 잔류 농약 검출능력이 사실상 없는 엉터리 검사장비로 열심히 검사를 해온 건데요. 제가 직접 방문한 로컬푸드직매장 5곳 역시 속성검사 '농약검출 실적'은 '0건'이었습니다. '합격'과 '저해율 0%'라는 글자가 가득찬 잔류농약 검사일지를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속성검사기만 믿고 현장에서 성실하게 검사를 해 오신 농협 직원 분들에게 제가 다 죄송하게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농림축산식품부 무농약·유기농 인증 마크농림축산식품부 무농약·유기농 인증 마크


■ 새로운 기술 반영한 잔류농약 검사기준 마련해야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3일 이상 걸리던 정밀검사를 대체할 보다 신속한 '퀘쳐스법'이 등장했습니다. 물론 고가의 장비라 비용과 예산의 문제가 수반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빨리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습니다. '퀘쳐스법'은 식약처 고시인 '식품공전' 등 현행 법령의 테두리안에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퀘쳐스법의 검사결과에 대해 공신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도 더 어렵습니다. 사실상 '공백'으로 남아있는 잔류 농약 속성검사에 대한 제도 정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친환경 농산물은 요즘말로 '대세'입니다. 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욕구,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에 대한 존중 등 시대의 새로운 흐름에 부응하기 때문입니다. 친환경 농산물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잔류농약 검사 등 검증을 위한 방법은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사실상 농약을 못 잡아내는 속성검사기에 수년간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성을 맡겨온 것이 아닐까요. 지금부터라도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성과 신뢰 확보를 위한 대안 마련이 절실합니다. 이미 엉터리 속성검사를 통과해 국내 어디선가 유통돼 소비됐을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들춰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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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9] [현장추척] 농약 못 잡는 농약검사기…농산물 관리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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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퍼] 농약 못 잡는 농약검사기…식품 안전 ‘빨간불’
    • 입력 2015-11-08 10:01:45
    • 수정2015-11-08 22: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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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과 정몽준


■ 2014년 서울시장 선거전을 달궜던 ‘농약’ 이슈

지난 2014년 5월 26일 선관위가 주최한 서울시장 선거 방송토론회에서는 박원순 후보와 정몽준 후보 간의 이른바 '농약급식' 문제를 둘러싸고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정몽준 후보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식재료에서 잔류농약이 나왔다"며 박원순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박원순 후보 측의 진성준 대변인은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에 공급되는 식자재를 친환경유통센터와 보건환경연구원에서 2단계에 걸쳐 전수 조사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진 대변인은 "친환경유통센터에 들어오는 농산물은 속성 검사 후 농약 검출이 의심되는 식자재에 한해 정밀검사를 시행하지만 속성검사에서 빠져나간 농약 묻는 식자재의 경우 학교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등장하는 '속성검사'란 무엇일까요. 이 기사를 통해 전해드릴 내용은 바로 이 잔류농약 속성검사에 대한 내용입니다.

농산물은 '신선식품'입니다. 농가에서 한번 출하하면 최대한 빨리 소비자의 밥상에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기존의 잔류농약 정밀검사는 최소 3일 이상 걸립니다. 결과가 나오기 까지 기다렸다가 농산물을 유통할 수 없기 때문에, 신속하게 결과가 나오는 '속성검사'가 필요한 겁니다. 1차 속성검사에서 문제가 나오는 식자재에 대해 2차 정밀검사를 하는 2단계 방식입니다.

감사결과 처분요구서


■ 정치공방에 묻힌 잔류농약 ‘속성검사기’ 문제

지난해 5월 발표된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시작된 '농약급식'논란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240여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감사결과에서 정작 주목받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속성검사기'의 신뢰도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에서 해당 속성검사기가 농산물 안정성 관리를 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직접 실험한 결과도 증빙자료로 첨부했습니다. 감사원은 농산물 9개 품목에 대해 해충 방지용 살충제인 크롤르피리포스를 잔류 허용치 상한에 해당하는 농도만큼 투약한 후 저해율을 실험한 결과 모두 합격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정밀검사 장비에서는 농약 성분이 검출됐는데요. 정리하면 농약을 직접 뿌리고 검사를 했는데, 속성검사기가 잔류 농약을 검출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해당 속성검사기는 국내의 한 업체가 제조한 것으로, 속성검사기 시장의 점유율의 80%이상을 차지하는 제품이었습니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국내에서 속성검사기를 통해 이뤄진 잔류농약 검사 대부분이 '엉터리'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취재파일K 취재진은 이 부분을 검증해 보기로 했습니다.

농약검사기


■ 농약 못 잡는 잔류농약 속성검사기?

먼저 감사원 방식과 동일하게 오이에 다이아지논이라는 성분이 든 농약을 도포하고, 해당 속성검사기계로 실험해봤습니다. 실험결과는 저해율 10%, 합격이었습니다. 이 속성검사기는 농약 성분을 직접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농산물을 잘라 특정 효소에 넣어 가열한 뒤 그 반응성을 보는 방식입니다. 농산물이 효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저해율'이라는 단위로 표현하는데요. 이 저해율이 30%가 넘으면 불합격, 30%미만이면 합격입니다. 감사원에서 지적한 문제점을 직접 확인한 겁니다.

농약검사결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속성검사기가 농약을 검출 못하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업계에 잘 알려진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속성검사기의 원형은 20년 전 개발됐는데 당시 사용하던 카바메이트 계열 50여종의 맹독성 농약만 검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나마 그런 농약들은 지금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농약 연구자인 서울대 농업생명대학의 김정한 교수 역시 "속성검사로 농약을 걸러내기는 어렵다"면서 "해외에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 국내에 1,000대 가량 보급 추정…아직도 쓰인다

서울시와 경기도에 확인해봤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1월에, 경기도는 올해 3월에 속성검사기를 모두 폐기하고 새로운 잔류농약 검사 방식으로 대체했다고 답했습니다. 구체적인 방식은 두 자치단체가 약간 다릅니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는 '퀘쳐스법'이라는 새로운 속성검사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 방식은 고가의 장비가 많이 필요하지만 3시간 안에 농약 3백여 종에 대한 비교적 정밀한 스크리닝이 가능합니다. 경기 친환경급식센터의 경우 농산물 생산지가 경기권에 있어 거리가 가깝다는 점을 활용해, 출하전 계약 재배농가에 직접 방문해 농산물 시료를 미리 채취하는 방법을 씁니다. '속성검사'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두 자치단체 모두 나름의 방법을 동원한 겁니다.

뒤늦게나마 보완책이 나온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감사원 지적사항이 나온 뒤에도 1년 가까이 문제의 속성검사기가 계속 쓰였던 건 분명히 짚고 넘어갈만한 부분입니다. 더구나 과거에 친환경 급식 식재료에 대해 얼마나 실효성 있는 잔류농약 검사가 이뤄졌을지에 대해서는 이제 와서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잔류농약검사


그렇다면 이 문제의 '속성검사기'는 완전히 퇴출된걸까요? 아니었습니다. 서울시학교보건진흥원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일선 학교의 보건 위생을 점검하는 시교육청 산하 기관인데요. 이 기관은 서울시내 초·중·고교 천 2백여곳에서 급식에 들어가는 농산물을 직접 제출 받아 잔류농약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유통센터가 출하와 유통단계에서 잔류농약 검사를 한다면, 학교보건진흥원은 그 반대로 일선 학교에 이미 공급된 농산물을 수거해 검사를 하는 건데요. 취재결과 문제가 된 '속성검사기'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보건진흥원과 시교육청은 지난해 서울시내 초·중·고교에서 8천 건, 올해는 2천 건의 잔류농약 속성검사를 실시했는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0건' 농약이 제대로 검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급식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이 속성검사장비는 민간에서도 폭넓게 쓰이고 있었습니다.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전국 70여개의 '로컬푸드직매장'과 각종 친환경농산물 전문매장, 가공 식품업체 등에서 이 속성검사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이 속성검사기 제조업체에서 일했던 한 전직 직원은 "이미 내부에서도 농약검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지난 10여년간 국내에 천여 대의 제품을 납품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속성검사장비 시장 점유율은 80%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급식센터는 물론 소매점과 각종 식품제조 공장에서 지난 10여 년간 잔류 농약 검출능력이 사실상 없는 엉터리 검사장비로 열심히 검사를 해온 건데요. 제가 직접 방문한 로컬푸드직매장 5곳 역시 속성검사 '농약검출 실적'은 '0건'이었습니다. '합격'과 '저해율 0%'라는 글자가 가득찬 잔류농약 검사일지를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속성검사기만 믿고 현장에서 성실하게 검사를 해 오신 농협 직원 분들에게 제가 다 죄송하게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농림축산식품부 무농약·유기농 인증 마크


■ 새로운 기술 반영한 잔류농약 검사기준 마련해야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3일 이상 걸리던 정밀검사를 대체할 보다 신속한 '퀘쳐스법'이 등장했습니다. 물론 고가의 장비라 비용과 예산의 문제가 수반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빨리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습니다. '퀘쳐스법'은 식약처 고시인 '식품공전' 등 현행 법령의 테두리안에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퀘쳐스법의 검사결과에 대해 공신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도 더 어렵습니다. 사실상 '공백'으로 남아있는 잔류 농약 속성검사에 대한 제도 정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친환경 농산물은 요즘말로 '대세'입니다. 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욕구,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에 대한 존중 등 시대의 새로운 흐름에 부응하기 때문입니다. 친환경 농산물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잔류농약 검사 등 검증을 위한 방법은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사실상 농약을 못 잡아내는 속성검사기에 수년간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성을 맡겨온 것이 아닐까요. 지금부터라도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성과 신뢰 확보를 위한 대안 마련이 절실합니다. 이미 엉터리 속성검사를 통과해 국내 어디선가 유통돼 소비됐을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들춰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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