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살인죄’ 최종 확정

[오영근 객원 해설위원]

고등학생 등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그 선장에게 결국 살인죄가 확정됐습니다. 대규모 인명 사고와 관련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처음으로 인정된 것입니다. 참사가 난지 1년 6개월여 만에 대법원 전원 합의체에서 전원 일치로 내려진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이선장이 퇴선 명령을 하지 않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범하였느냐가, 쟁점이었습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란 예컨대, 의사가 생명유지에 필요한 약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환자를 살해하는 경우와 같이, 필요한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살인죄를 범하는 것입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살인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는 이 선장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가장 문제였습니다. 만약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 선장은 살인죄보다 형벌이 훨씬 가벼운,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1970년 12월 남해상에서 침몰해 320여 명이 숨진 남영호 사건에서도 선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3년,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재판에선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은 선박의 총책임자가 퇴선 지시를 내리지 않고 혼자 탈출하는 바람에 승객 스스로의 탈출도 불가능하게 했고, 이는 승객들을 적극적으로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판결해 이선장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죄의 책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책임이 그만큼 막중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판결이 인명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안전에 최선을 다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