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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를 훈민정음으로!” 숭례문의 운명은?
입력 2015.11.21 (06:05) 컬처 스토리
국보 1호를 훈민정음으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숭례문이 무슨 국보 1호냐?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사실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입니다. 숭례문이 ‘국보’라서가 아니라 왜 ‘국보 1호’냐는 게 의문이라는 거거든요.

실제로 문화재 분야 시민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와 사단법인 우리 문화 지킴이가 올해 한글날에 맞춰 국보 1호로 어떤 문화재가 더 적합한지 여론조사를 했더니 훈민정음이 64.2%로 숭례문의 20%보다 3배 이상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이 단체들은 국민 11만 8,603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국보 1호 숭례문 해지 및 국보 1호 훈민정음 해례본 지정 요청서까지 제출했습니다. 문화재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인 문화재청 고객지원센터에도 “국보 ○호를 바꿔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습니다.

국보 1호가 가진 상징성 때문입니다. 숭례문이 국보 1호이고 훈민정음이 국민 70호인 게 말이나 되느냐는 얘기죠. 경주 불국사 다보탑, 석가탑이 국보 20호, 21호이고 석굴암이 국보 24호면 숭례문보다 못한 것이냐? 뭐 이런 겁니다.

이런 주장 속엔 번호가 빠를수록 가치가 더 높다는 오해’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오해’를 그저 ‘오해’로 만 치부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이 문제로 시민들을 만나서 직접 인터뷰를 해보면 의외로 금방 답이 나옵니다. 1962년부터 50년 넘게 국보 1호의 지위를 유지해온 숭례문의 위상은 이제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훈민정음 국보 지정 운동훈민정음 국보 지정 운동


훈민정음 국보 지정 운동훈민정음 국보 지정 운동


여기엔 몇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첫째, 숭례문을 국보 1호로 정한 것이 바로 일제의 잔재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재 지정번호제도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처음 만든 제도입니다. 1933년 조선총독부는 ‘조선 보물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을 발표하고 조선의 문화재를 고적, 보물, 천연기념물로 분류하면서 지정번호를 처음으로 부여합니다. 지금처럼 국보, 보물로 구분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보물’로만 지정을 했는데, 당시 보물 1호가 남대문이고 2호가 동대문이었습니다. 이름까지 깎아내려서 숭례문을 남대문으로, 흥인지문을 동대문으로 해서 버젓이 문화재로 지정한 거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 국가 사회 시스템 대부분을 일제강점기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수용했으니 문화재 지정번호 제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정부가 1955년에 ‘국보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을 만들면서 일제강점기에 지정된 보물을 죄다 국보로 승격했고, 1962년에야 비로소 ‘문화재보호법’을 만들면서 국보를 국보 116점과 보물 386점으로 나눠서 다시 지정했습니다.

문제는 이때 어떤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않고 행정 편의상 건축-조각-회화 이런 순으로 번호를 매겼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건축물인 숭례문이 국보 1호, 흥인지문이 보물 1호로 각각 지정된 겁니다. 행정 편의를 위해서 그랬다는 이유를 빼면 그 어떤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도 없습니다. 일제의 잔재일 뿐이지요.

숭례문 화재숭례문 화재


둘째, 세계적인 문화재 관리 기준에 부합하지도 않습니다. 전 세계에서 문화재에 지정 번호를 붙여서 관리하는 나라가 몇이나 되는지 아시는지요? 우리나라와 북한뿐입니다. 중국, 대만, 영국, 미국, 유네스코… 세계 어디를 찾아봐도 문화재에 지정 번호를 붙이는 건 한반도의 두 나라 빼곤 없습니다. 우리가 제도를 물려받은 일본도 관리 번호만 있을 뿐 문화재 표지판에 번호를 적어 놓지는 않았기 때문에 정작 일본 국민은 번호 따윈 모릅니다.

결국, 여기서 혼란이 생겨난 겁니다. 문화재 지정번호가 문화재의 가치 순서를 나타낸 거라는 인식을 줄 뿐 아니라,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숭례문이 국보 1호로서 자격을 가졌는지 의문이 제기되면서 국보 1호를 훈민정음으로 교체하자는 운동까지 벌어진 거죠.

2008년 2월 10일 밤,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숭례문 방화 사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최악의 방화로 숭례문은 88%가 옛 모습을 잃었습니다. 숭례문 언저리가 고향인 소설가 김훈은 ‘고향 2’란 산문에 이렇게 썼습니다. “내 고향 서울에 이제 남대문은 없다. 남대문을 복원하더라도 그 복제품일 뿐, 조선 태조 7년(1398년)에 세워진 그 남대문은 연기가 되어서 사라졌다.”

실제로 숭례문은 ‘복구’됐습니다. 하지만 복구 과정에서도 그렇고 복구가 끝난 뒤에도 끊임없이 부실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참 자존심이 이만저만 상하고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사실 복구 당시에도 국보에서 해제하자는 논의가 분분했는데, 2층은 불에 탔지만 1층과 성벽의 상당 부분이 원형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이유로 문화재위원회가 국보 1호 유지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다 아시다시피 2013년 말에 숭례문 단청이 갈라지고 기둥의 균열 등이 발견되면서 부실 공사 논란이 불거졌죠. 이때 또다시 숭례문의 국보 1호 자격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안타까운 마음이야 얼마나 크겠습니까만 냉정하게 따져서 원형의 88%가 타버렸고, 그 뒤로 부실 공사 논란까지 불거진 판국에 굳이 숭례문을 국보 1호로 계속 놔두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 겁니다.

문화재지정번호 관련 공청회문화재지정번호 관련 공청회


저 역시 숭례문의 국보 자격에 대해선 그동안 심각한 의문을 품어 왔습니다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우리나라 국보, 보물 지정 제도에 대해선 정말 잘 몰랐습니다. 그러다 몇 해 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제3권에 써놓은 내용을 읽고 난 뒤에야 문제의 뿌리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겁니다.

늦긴 했지만, 문화재청이 제도의 전면 재검토에 착수한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집니다. 이미 지난 3월부터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고, 여론 수렴의 일환으로 지난 6일엔 공청회도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 이은하 정책연구팀장이 발제문을 통해 소개한 방안 가운데 하나는 현행 지정번호를 폐지하는 대신 새로운 관리번호를 만드는 겁니다. 대외적으로는 번호를 없앤다고 하더라도 문화재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일련번호는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예컨대 국보냐 보물이냐, 건축이냐 책이냐 회화냐 공예품이냐, 어느 지역이냐, 지정 순서와 명칭은 뭐냐 등등 각각의 항목을 코드(CODE)로 만들어 일련의 관리번호 체계를 만들자는 거죠.

이렇게 되면 지정번호가 불러온 혼란을 피하면서 관리하기에도 편하고, 무엇보다 세계적인 문화재 관리 기준에도 부합한다는 겁니다. 새로운 관리번호 방안의 예를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공청회에서 발표된 예시를 보여드립니다.

문화재 관리번호 코드화 예시문화재 관리번호 코드화 예시


문화재 관리번호 코드화 예시문화재 관리번호 코드화 예시


문화재에 붙어 있는 지정번호가 서열 혼란을 불러온다는 사실은 공청회에서 소개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됩니다.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보 1호라는 명칭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 하는 질문에 응답자의 68.3%가 “국보 1호는 우리나라 문화재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문화재에 붙는 명칭”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질문을 볼까요. 문화재 지정번호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니오”가 48.8%로 “예”라고 답한 31.6%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는 질문에는 47.7%가 “제도 개선보다 교육, 홍보를 통한 인식 개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문화재 지정번호 제도가 어떤 식으로든 개선돼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전문가들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상당수가 공감하는 부분이죠.

하지만 소싯적부터 '국보 1호는 남대문'이라고 교육받아 온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제도 개선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문제 삼기도 합니다만, 공청회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제도 개선에 따른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유·무형의 편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문화재 표지판과 교과서와 사전과 정부 공문서 등을 다 바꾸고 국민에게 바뀐 제도를 홍보하는 데 드는 비용을 다 합해도 사회적 논쟁을 해소하고, 국가 위상을 높이고, 국민 정서를 순화하는 ‘편익’이 비용보다 더 크다는 해석입니다.

그렇다면 국보 1호는 바뀌어야 할까요? 아니면 현행 문화재 지정번호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온당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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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1 06:05:57
    컬처 스토리
국보 1호를 훈민정음으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숭례문이 무슨 국보 1호냐?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사실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입니다. 숭례문이 ‘국보’라서가 아니라 왜 ‘국보 1호’냐는 게 의문이라는 거거든요.

실제로 문화재 분야 시민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와 사단법인 우리 문화 지킴이가 올해 한글날에 맞춰 국보 1호로 어떤 문화재가 더 적합한지 여론조사를 했더니 훈민정음이 64.2%로 숭례문의 20%보다 3배 이상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이 단체들은 국민 11만 8,603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국보 1호 숭례문 해지 및 국보 1호 훈민정음 해례본 지정 요청서까지 제출했습니다. 문화재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인 문화재청 고객지원센터에도 “국보 ○호를 바꿔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습니다.

국보 1호가 가진 상징성 때문입니다. 숭례문이 국보 1호이고 훈민정음이 국민 70호인 게 말이나 되느냐는 얘기죠. 경주 불국사 다보탑, 석가탑이 국보 20호, 21호이고 석굴암이 국보 24호면 숭례문보다 못한 것이냐? 뭐 이런 겁니다.

이런 주장 속엔 번호가 빠를수록 가치가 더 높다는 오해’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오해’를 그저 ‘오해’로 만 치부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이 문제로 시민들을 만나서 직접 인터뷰를 해보면 의외로 금방 답이 나옵니다. 1962년부터 50년 넘게 국보 1호의 지위를 유지해온 숭례문의 위상은 이제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훈민정음 국보 지정 운동훈민정음 국보 지정 운동


훈민정음 국보 지정 운동훈민정음 국보 지정 운동


여기엔 몇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첫째, 숭례문을 국보 1호로 정한 것이 바로 일제의 잔재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재 지정번호제도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처음 만든 제도입니다. 1933년 조선총독부는 ‘조선 보물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을 발표하고 조선의 문화재를 고적, 보물, 천연기념물로 분류하면서 지정번호를 처음으로 부여합니다. 지금처럼 국보, 보물로 구분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보물’로만 지정을 했는데, 당시 보물 1호가 남대문이고 2호가 동대문이었습니다. 이름까지 깎아내려서 숭례문을 남대문으로, 흥인지문을 동대문으로 해서 버젓이 문화재로 지정한 거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 국가 사회 시스템 대부분을 일제강점기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수용했으니 문화재 지정번호 제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정부가 1955년에 ‘국보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을 만들면서 일제강점기에 지정된 보물을 죄다 국보로 승격했고, 1962년에야 비로소 ‘문화재보호법’을 만들면서 국보를 국보 116점과 보물 386점으로 나눠서 다시 지정했습니다.

문제는 이때 어떤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않고 행정 편의상 건축-조각-회화 이런 순으로 번호를 매겼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건축물인 숭례문이 국보 1호, 흥인지문이 보물 1호로 각각 지정된 겁니다. 행정 편의를 위해서 그랬다는 이유를 빼면 그 어떤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도 없습니다. 일제의 잔재일 뿐이지요.

숭례문 화재숭례문 화재


둘째, 세계적인 문화재 관리 기준에 부합하지도 않습니다. 전 세계에서 문화재에 지정 번호를 붙여서 관리하는 나라가 몇이나 되는지 아시는지요? 우리나라와 북한뿐입니다. 중국, 대만, 영국, 미국, 유네스코… 세계 어디를 찾아봐도 문화재에 지정 번호를 붙이는 건 한반도의 두 나라 빼곤 없습니다. 우리가 제도를 물려받은 일본도 관리 번호만 있을 뿐 문화재 표지판에 번호를 적어 놓지는 않았기 때문에 정작 일본 국민은 번호 따윈 모릅니다.

결국, 여기서 혼란이 생겨난 겁니다. 문화재 지정번호가 문화재의 가치 순서를 나타낸 거라는 인식을 줄 뿐 아니라,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숭례문이 국보 1호로서 자격을 가졌는지 의문이 제기되면서 국보 1호를 훈민정음으로 교체하자는 운동까지 벌어진 거죠.

2008년 2월 10일 밤,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숭례문 방화 사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최악의 방화로 숭례문은 88%가 옛 모습을 잃었습니다. 숭례문 언저리가 고향인 소설가 김훈은 ‘고향 2’란 산문에 이렇게 썼습니다. “내 고향 서울에 이제 남대문은 없다. 남대문을 복원하더라도 그 복제품일 뿐, 조선 태조 7년(1398년)에 세워진 그 남대문은 연기가 되어서 사라졌다.”

실제로 숭례문은 ‘복구’됐습니다. 하지만 복구 과정에서도 그렇고 복구가 끝난 뒤에도 끊임없이 부실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참 자존심이 이만저만 상하고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사실 복구 당시에도 국보에서 해제하자는 논의가 분분했는데, 2층은 불에 탔지만 1층과 성벽의 상당 부분이 원형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이유로 문화재위원회가 국보 1호 유지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다 아시다시피 2013년 말에 숭례문 단청이 갈라지고 기둥의 균열 등이 발견되면서 부실 공사 논란이 불거졌죠. 이때 또다시 숭례문의 국보 1호 자격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안타까운 마음이야 얼마나 크겠습니까만 냉정하게 따져서 원형의 88%가 타버렸고, 그 뒤로 부실 공사 논란까지 불거진 판국에 굳이 숭례문을 국보 1호로 계속 놔두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 겁니다.

문화재지정번호 관련 공청회문화재지정번호 관련 공청회


저 역시 숭례문의 국보 자격에 대해선 그동안 심각한 의문을 품어 왔습니다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우리나라 국보, 보물 지정 제도에 대해선 정말 잘 몰랐습니다. 그러다 몇 해 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제3권에 써놓은 내용을 읽고 난 뒤에야 문제의 뿌리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겁니다.

늦긴 했지만, 문화재청이 제도의 전면 재검토에 착수한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집니다. 이미 지난 3월부터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고, 여론 수렴의 일환으로 지난 6일엔 공청회도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 이은하 정책연구팀장이 발제문을 통해 소개한 방안 가운데 하나는 현행 지정번호를 폐지하는 대신 새로운 관리번호를 만드는 겁니다. 대외적으로는 번호를 없앤다고 하더라도 문화재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일련번호는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예컨대 국보냐 보물이냐, 건축이냐 책이냐 회화냐 공예품이냐, 어느 지역이냐, 지정 순서와 명칭은 뭐냐 등등 각각의 항목을 코드(CODE)로 만들어 일련의 관리번호 체계를 만들자는 거죠.

이렇게 되면 지정번호가 불러온 혼란을 피하면서 관리하기에도 편하고, 무엇보다 세계적인 문화재 관리 기준에도 부합한다는 겁니다. 새로운 관리번호 방안의 예를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공청회에서 발표된 예시를 보여드립니다.

문화재 관리번호 코드화 예시문화재 관리번호 코드화 예시


문화재 관리번호 코드화 예시문화재 관리번호 코드화 예시


문화재에 붙어 있는 지정번호가 서열 혼란을 불러온다는 사실은 공청회에서 소개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됩니다.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보 1호라는 명칭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 하는 질문에 응답자의 68.3%가 “국보 1호는 우리나라 문화재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문화재에 붙는 명칭”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질문을 볼까요. 문화재 지정번호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니오”가 48.8%로 “예”라고 답한 31.6%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는 질문에는 47.7%가 “제도 개선보다 교육, 홍보를 통한 인식 개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문화재 지정번호 제도가 어떤 식으로든 개선돼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전문가들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상당수가 공감하는 부분이죠.

하지만 소싯적부터 '국보 1호는 남대문'이라고 교육받아 온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제도 개선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문제 삼기도 합니다만, 공청회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제도 개선에 따른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유·무형의 편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문화재 표지판과 교과서와 사전과 정부 공문서 등을 다 바꾸고 국민에게 바뀐 제도를 홍보하는 데 드는 비용을 다 합해도 사회적 논쟁을 해소하고, 국가 위상을 높이고, 국민 정서를 순화하는 ‘편익’이 비용보다 더 크다는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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