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맘충’·‘한남충’…사람이 벌레인가요?
입력 2015.11.22 (06:02)
수정 2015.11.2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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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생각보다 ‘벌레’는 많았습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여성은 ‘캣맘충’, 아이 엄마들은 ‘맘충’, 고령의 어르신들은 ‘노인충’으로 불렸습니다. 심지어 여성은 ‘여충’, 남성은 ‘한남충’으로 칭하며 사실상 국민 모두가 벌레로 불리고 있습니다. 명사 뒤에 ‘벌레 충(蟲)’자 하나를 붙이는 방식으로 새로운 벌레들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카페에 기저귀 버리고 간 사진
시작은 일부 사람들의 몰상식한 행동에서 비롯됐습니다. 사용한 기저귀를 카페 테이블에 그대로 버리고 간 일부 엄마들, 임산부에게 노약자석을 양보하라고 호통치는 일부 어르신의 행동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분을 샀고 이들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혐오 발언’은 탄생했습니다.
문제는 [‘특정 집단’+‘벌레 충(蟲)’] 방식으로 작명된 ‘혐오 발언’이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키우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겁니다. 일부 몰상식한 행동을 한 사람들을 ‘여성’ 또는 ‘노인’ 등 하나의 정체성으로 환원하며, 해당 집단 전체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폄훼하고 집단 간 갈등을 부추깁니다. 몰상식한 행동이 사실인지 검증도 없이 출처나 배경, 맥락 없는 사진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그 밑으론 여지없이 서로를 벌레로 부르는 ‘혐오 발언’들이 달리며 편견을 키우고 차별을 조장합니다.
한국남자 벌레라는 뜻의 혐오 단어 설명
지난 2013년에는 한 30대 남성이 인터넷에서 자신을 ‘홍어’라고 부른 동갑내기 여성을 찾아가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혐오 발언’이 양산하는 사회적 갈등을 직·간접적인 규제를 통해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방식입니다. 현행법상 상대방에 대하여 공공연히 욕이나 조롱을 했을 경우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모욕의 대상이 특정인이 아닌 집단일 경우에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따라서 혐오발언을 범죄화해 형사 처벌을 가하는 ‘유럽식 방식’과 혐오발언에 대해 행정 제재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미국식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혐오 발언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유럽식 방식’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노르웨이를 비롯해 호주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에서 채택했습니다. 즉각적인 대안으로 고려되지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어떤 표현까지 혐오발언으로 처벌할지 정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 까닭입니다.
혐오 발언 제재하는 유럽의 방식
‘미국식 방식’은 성별이나 연령, 지역 등에 의한 차별금지령을 만든 뒤, 혐오발언을 차별 사유로 넣어 실제 혐오 발언을 했을 경우 행정 제재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표현의 자유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지만 과열된 ‘혐오 발언’을 잠식시키는데 확실한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두 방식 모두 결국 입법을 통한 법률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국민 모두가 벌레가 돼 버린 사회에서 인간적인 존중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방식에 대한 합의를 거쳐 혐오 발언을 규제할 해결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연관 기사]
☞ [뉴스광장] ‘맘충·한남충’ 넘쳐나는 혐오성 말…규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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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일부 사람들의 몰상식한 행동에서 비롯됐습니다. 사용한 기저귀를 카페 테이블에 그대로 버리고 간 일부 엄마들, 임산부에게 노약자석을 양보하라고 호통치는 일부 어르신의 행동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분을 샀고 이들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혐오 발언’은 탄생했습니다.
문제는 [‘특정 집단’+‘벌레 충(蟲)’] 방식으로 작명된 ‘혐오 발언’이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키우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겁니다. 일부 몰상식한 행동을 한 사람들을 ‘여성’ 또는 ‘노인’ 등 하나의 정체성으로 환원하며, 해당 집단 전체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폄훼하고 집단 간 갈등을 부추깁니다. 몰상식한 행동이 사실인지 검증도 없이 출처나 배경, 맥락 없는 사진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그 밑으론 여지없이 서로를 벌레로 부르는 ‘혐오 발언’들이 달리며 편견을 키우고 차별을 조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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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에는 한 30대 남성이 인터넷에서 자신을 ‘홍어’라고 부른 동갑내기 여성을 찾아가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혐오 발언’이 양산하는 사회적 갈등을 직·간접적인 규제를 통해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방식입니다. 현행법상 상대방에 대하여 공공연히 욕이나 조롱을 했을 경우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모욕의 대상이 특정인이 아닌 집단일 경우에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따라서 혐오발언을 범죄화해 형사 처벌을 가하는 ‘유럽식 방식’과 혐오발언에 대해 행정 제재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미국식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혐오 발언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유럽식 방식’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노르웨이를 비롯해 호주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에서 채택했습니다. 즉각적인 대안으로 고려되지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어떤 표현까지 혐오발언으로 처벌할지 정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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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방식’은 성별이나 연령, 지역 등에 의한 차별금지령을 만든 뒤, 혐오발언을 차별 사유로 넣어 실제 혐오 발언을 했을 경우 행정 제재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표현의 자유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지만 과열된 ‘혐오 발언’을 잠식시키는데 확실한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두 방식 모두 결국 입법을 통한 법률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국민 모두가 벌레가 돼 버린 사회에서 인간적인 존중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방식에 대한 합의를 거쳐 혐오 발언을 규제할 해결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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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후] ‘맘충’·‘한남충’…사람이 벌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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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11-22 06:02:40
- 수정2015-11-22 06:03:46
인터넷에 생각보다 ‘벌레’는 많았습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여성은 ‘캣맘충’, 아이 엄마들은 ‘맘충’, 고령의 어르신들은 ‘노인충’으로 불렸습니다. 심지어 여성은 ‘여충’, 남성은 ‘한남충’으로 칭하며 사실상 국민 모두가 벌레로 불리고 있습니다. 명사 뒤에 ‘벌레 충(蟲)’자 하나를 붙이는 방식으로 새로운 벌레들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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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일부 사람들의 몰상식한 행동에서 비롯됐습니다. 사용한 기저귀를 카페 테이블에 그대로 버리고 간 일부 엄마들, 임산부에게 노약자석을 양보하라고 호통치는 일부 어르신의 행동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분을 샀고 이들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혐오 발언’은 탄생했습니다.
문제는 [‘특정 집단’+‘벌레 충(蟲)’] 방식으로 작명된 ‘혐오 발언’이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키우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겁니다. 일부 몰상식한 행동을 한 사람들을 ‘여성’ 또는 ‘노인’ 등 하나의 정체성으로 환원하며, 해당 집단 전체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폄훼하고 집단 간 갈등을 부추깁니다. 몰상식한 행동이 사실인지 검증도 없이 출처나 배경, 맥락 없는 사진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그 밑으론 여지없이 서로를 벌레로 부르는 ‘혐오 발언’들이 달리며 편견을 키우고 차별을 조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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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방식입니다. 현행법상 상대방에 대하여 공공연히 욕이나 조롱을 했을 경우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모욕의 대상이 특정인이 아닌 집단일 경우에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따라서 혐오발언을 범죄화해 형사 처벌을 가하는 ‘유럽식 방식’과 혐오발언에 대해 행정 제재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미국식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혐오 발언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유럽식 방식’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노르웨이를 비롯해 호주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에서 채택했습니다. 즉각적인 대안으로 고려되지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어떤 표현까지 혐오발언으로 처벌할지 정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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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방식’은 성별이나 연령, 지역 등에 의한 차별금지령을 만든 뒤, 혐오발언을 차별 사유로 넣어 실제 혐오 발언을 했을 경우 행정 제재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표현의 자유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지만 과열된 ‘혐오 발언’을 잠식시키는데 확실한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두 방식 모두 결국 입법을 통한 법률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국민 모두가 벌레가 돼 버린 사회에서 인간적인 존중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방식에 대한 합의를 거쳐 혐오 발언을 규제할 해결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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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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