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청년 강국 강조…‘젊은 피’ 급부상

입력 2015.12.05 (08:07) 수정 2015.12.0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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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집권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중 하나는 북한 당국의 젊은 세대 끌어안기입니다.

<청년강국>이라는 구호아래 최근엔 사,오십대 젊은 관료들을 최측근으로 대거 발탁하며 세대교체까지 단행하고 있는데요.

김정은의 젊은 북한 만들기,

그 배경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행보를 <클로즈업 북한>이 집중 진단했습니다.

<리포트>

북한 청년들이 오와 열을 맞춰 행진한다.

이들이 향한 곳은 눈발이 휘날리는 백두산 정상.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0월) : "백두의 칼바람의 돛을 달고 조선 혁명의 침로 따라 폭풍 쳐 내달리기 위한 청년전위들의 충정의 이어달리기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10월 말, 백두산에서 시작된 충정의 이어달리기는 북한 전역을 지나 내년 초 평양에 도착하게 된다.

북한 매체들은 이들의 이동 경로를 연일 보도하면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일) : "동창군을 출발한 청년전위들의 충정의 이어달리기 대열이 창성군에 도착했습니다."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진행된 지난 8월 ‘붉은 기 이어달리기’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인 청년들의 국토종단 행사.

불과 두 달 만에, 청년층이 주축이 된 대규모 행사를 재개한 것이다.

<녹취> 전국현(‘충정의 이어달리기’ 참가자) : "우리 백두청춘들의 심장의 분출 마냥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높은 정치적 열의와 빛나는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기 위해 자신의 힘과 지혜와 열정을 다 바쳐 나가겠습니다."

지난 10월 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횃불행진.

<녹취>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결사 옹위한다."

수 만 명의 청년들이 일사불란하게 선전 문구를 만드는 광경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형상화된 문구 중, 특히 눈에 띄는 건 ‘청년 강국'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0월) :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청년대군이 있어 우리 조국은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청춘의 활력으로 부강하는 청년강국으로 위용 떨칠 것이니..."

북한이 이처럼 중요 정치 행사마다, 청년들을 내세우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가장 충성을 용기 있게 활력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계층이 청년, 어떤 대규모 대회라든가 이것을 이끌어가고 앞장에 선봉에 서는 것은 역시 청년이다. 청년으로서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고 또 실질적인 것이다..."

김정은 제 1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청년층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그 첫 행보는 집권 이듬해인 2012년 8월 소집한 ‘청년절’ 행사였다.

전국 각지의 청년 대표 만 여 명을 평양에 불러들여, 엿새 동안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면서 젊은 층 민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8월) : "평범한 노동자에 불과한 저를 대표로 불러주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그 사랑에 가슴이 뜨거워짐을 금할 수 없습니다."

20년 넘게 잠들어 있던 청년 대회도 부활시켰다.

지난 5월 평양에서 개최된 ‘전국청년미풍선구자대회’.

김정은은 일곱 명의 고아를 키워 화제가 된 ‘처녀 어머니’ 장정화 씨 등 사회적으로 모범이 된 청년들을 불러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5월) : "우리식 사회주의를 엄호 고수하고 빛내이는데서 선구자가 되고 있는 청년들의 사상 정신적 풍모와 미풍은 진주 보석에도 비길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하시면서..."

이러한 행보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청년들이 주축이 돼 완공한 백두산 발전소.

김정은은 발전소의 명칭을 ‘선군청년’에서 ‘영웅청년’으로 바꾼데 이어, 각종 보급품까지 하사하며 청년층 감싸 안기에 나섰다.

그렇다면 김정은 시대 북한이 ‘청년강국’ 구호까지 내세우며 이토록 청년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빼곡이 들어선 매대 위에 갖가지 물건들을 놓고 앉아 있는 사람들.

손님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바로 북한의 장마당이다.

<녹취> "(이거 얼마예요?) 14만 원이요."

대부분의 장마당에서는 젊은 상인들이 제법 눈에 띈다.

북한 전역에는 400여 개의 장마당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북한의 젊은 세대는 시장경제 논리가 지배하는 이 장마당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

1980~90년대 사이 출생해 고난의 행군을 겪고 돈의 가치를 배우며 성장한 이른바 ‘장마당’ 세대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먹고 사는 문제라든가 또는 과거에 느끼지 못했었던 빈부의 차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직접적으로 경험했던 세대들이기 때문에 공동의 목표보다는 개인적인 이익, 개인적인 어떤 욕구라든가 욕망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데 익숙한 세대라고 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도는 약해지고 시장 자본주의 시스템에 강해진 것이 이들 세대의 특징이다.

실제로 북한대학원대학교가 탈북 청년 54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에 거주할 당시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사상 교육을 무시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이들이 삼분의 일을 넘었다.

장마당 세대의 이런 특징은 체제를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북한 당국은 이들 세대에 대한 결속에 힘을 쏟고 있다.

젊은 세대의 대표적인 조직이 ‘청년동맹’이다.

청년동맹은 만 14살에서 30살 사이 북한 청년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정치조직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북한에서는 당 조직과 군 조직과 더불어서 3대 핵심 계층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청년 동맹 밑에는 소년단을 직할로 관련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청년 동맹 인원과 소년단 인원을 합친다면 약 한 800만 명 정도가 가입되어있는 북한의 최대 조직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 청년동맹 구성원들을 체제 수호자로 만들기 위한 작업은 가입 직후부터 이루어진다고 한다.

청년동맹 출신으로 지난 2005년 탈북한 북한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자.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교육 기관들에서는 학과목들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김일성 동지 혁명 역사’, 또는 소학교인 경우에는 ‘김일성 대원수님 어린 시절’, 이런 식으로 정치사상 교양 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그리고 시험을 통해서 계속 받아내기 때문에 당연히 물들 수밖에 없죠. 세뇌 되고 물듭니다."

교육을 통해 사상을 단련하는 청소년기가 지나면 이들 청년동맹에겐 또 다른 과업이 주어진다. 바로 경제, 건설 사업 동원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8월) : "백두의 청춘들이여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더 질풍같이 공격하라! 백두 청춘의 용맹을 다시 한 번 더 높이 떨치자!"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는 물론, 김정은 시대 대표적인 치적물인 마식령 스키장 등은 모두 청년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과거부터 청년층을 강조해 온 북한이지만,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 시대 들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달 평양에서 열린 ‘3대혁명 붉은기 쟁취운동 선구자 대회’.

김정은은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청년들 속에서 이색적인 생활 풍조를 철저히 배격하고 사회주의적이며 민족적인 생활양식을 확립’할 것을 주문했다.

공개석상에서 청년층의 ‘사상무장’을 독려하며 체제 결속의 고삐를 죄고 나선 것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청년 도덕의식을 굉장히 많이 강조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질서를 잘 지키고, 선대 혁명 업적을 잘 받아들이고, 이런 것들이 도덕성이고 전통으로 강조하게 됨으로서 어떤 자연스럽게 당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는 쪽을 정책의 방향으로 잡고 있죠."

사회 각계각층에서 부는 젊은 바람은 정치 지형에서도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 인물이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조용원이다.

조 부부장은 올해 김 제1위원장의 현지 시찰을 서른아홉 차례 수행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횟수를 기록했다.

우리 정보당국도 조 부부장의 북한 내 권력 서열 급부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조용원은 어떤 인물일까.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조용원의 경우는 당 내에서 잔뼈를 굵어왔다, 이렇게 볼 수가 있거든요. 특히 조직지도부에서의 잔뼈를 굵었다든가 이런 실무적인 감각, 그리고 상대적으로 젊은 그런 측면에 있어서 김정은의 마음을 어떤 면에서 끌어당기는 그런 인물로 일단은 볼 수 있겠다..."

눈에 띄는 인물은 또 있다.

지난 10월 영업을 시작한 대동강 유람선 ‘무지개호’ 시찰..

유람선 곳곳을 살펴보는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이는 당 기계공업부 부부장 홍영칠이다.

50대의 젊은 관료, 이른바 ‘부부장 실세’들이 뜨고 있는 것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4월) : "김정은 동지의 위임에 의하여 김춘섭 대의원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보선했습니다."

지난 4월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50대의 젊은 관료 김춘섭이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박도춘, 주규창 등 핵 미사일 분야 김정일 시대 원로들은 자연스럽게 퇴진했다.

집권 초기, 리영호 전 인민군 총 참모장을 비롯한 군부 4인방을 숙청하고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해 군에 4~50대의 ‘젊은 피’를 수혈한 것이, 이제는 당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처벌 대상자였던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까지 불러들이면서, 김정은 시대 ‘젊은 간부’는 점차 그 반경을 넓혀가는 추세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현지 지도라든가 김정은의 공개 활동 또는 행사에 동행을 하는 인물들은 주로 부부장급들, 좀 더 실무적으로 실질적인 어떤 뒷받침을 할 수 있는 그런 비교적 젊은 사람들로 뭔가 교체되고 있다. 김정은 자체가 청년이니까 이 청년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청년 세력들, 이런 것을 결집해나감으로서 국가를, 당을 이끌어나가는 그런 모습을 보인다."

청년층을 감싸 안고 권력층의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피’ 수혈에 나선 김정은 제 1위원장!

선대에 비해 젊은 북한 만들기에 더욱 주력하고 있는 김정은 제 1위원장의 행보는 내년 5월 7차 당대회를 앞두고 더욱 가속화 될 거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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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청년 강국 강조…‘젊은 피’ 급부상
    • 입력 2015-12-05 08:44:33
    • 수정2015-12-05 09: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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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집권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중 하나는 북한 당국의 젊은 세대 끌어안기입니다.

<청년강국>이라는 구호아래 최근엔 사,오십대 젊은 관료들을 최측근으로 대거 발탁하며 세대교체까지 단행하고 있는데요.

김정은의 젊은 북한 만들기,

그 배경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행보를 <클로즈업 북한>이 집중 진단했습니다.

<리포트>

북한 청년들이 오와 열을 맞춰 행진한다.

이들이 향한 곳은 눈발이 휘날리는 백두산 정상.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0월) : "백두의 칼바람의 돛을 달고 조선 혁명의 침로 따라 폭풍 쳐 내달리기 위한 청년전위들의 충정의 이어달리기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10월 말, 백두산에서 시작된 충정의 이어달리기는 북한 전역을 지나 내년 초 평양에 도착하게 된다.

북한 매체들은 이들의 이동 경로를 연일 보도하면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일) : "동창군을 출발한 청년전위들의 충정의 이어달리기 대열이 창성군에 도착했습니다."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진행된 지난 8월 ‘붉은 기 이어달리기’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인 청년들의 국토종단 행사.

불과 두 달 만에, 청년층이 주축이 된 대규모 행사를 재개한 것이다.

<녹취> 전국현(‘충정의 이어달리기’ 참가자) : "우리 백두청춘들의 심장의 분출 마냥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높은 정치적 열의와 빛나는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기 위해 자신의 힘과 지혜와 열정을 다 바쳐 나가겠습니다."

지난 10월 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횃불행진.

<녹취>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결사 옹위한다."

수 만 명의 청년들이 일사불란하게 선전 문구를 만드는 광경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형상화된 문구 중, 특히 눈에 띄는 건 ‘청년 강국'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0월) :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청년대군이 있어 우리 조국은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청춘의 활력으로 부강하는 청년강국으로 위용 떨칠 것이니..."

북한이 이처럼 중요 정치 행사마다, 청년들을 내세우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가장 충성을 용기 있게 활력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계층이 청년, 어떤 대규모 대회라든가 이것을 이끌어가고 앞장에 선봉에 서는 것은 역시 청년이다. 청년으로서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고 또 실질적인 것이다..."

김정은 제 1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청년층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그 첫 행보는 집권 이듬해인 2012년 8월 소집한 ‘청년절’ 행사였다.

전국 각지의 청년 대표 만 여 명을 평양에 불러들여, 엿새 동안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면서 젊은 층 민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8월) : "평범한 노동자에 불과한 저를 대표로 불러주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그 사랑에 가슴이 뜨거워짐을 금할 수 없습니다."

20년 넘게 잠들어 있던 청년 대회도 부활시켰다.

지난 5월 평양에서 개최된 ‘전국청년미풍선구자대회’.

김정은은 일곱 명의 고아를 키워 화제가 된 ‘처녀 어머니’ 장정화 씨 등 사회적으로 모범이 된 청년들을 불러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5월) : "우리식 사회주의를 엄호 고수하고 빛내이는데서 선구자가 되고 있는 청년들의 사상 정신적 풍모와 미풍은 진주 보석에도 비길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하시면서..."

이러한 행보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청년들이 주축이 돼 완공한 백두산 발전소.

김정은은 발전소의 명칭을 ‘선군청년’에서 ‘영웅청년’으로 바꾼데 이어, 각종 보급품까지 하사하며 청년층 감싸 안기에 나섰다.

그렇다면 김정은 시대 북한이 ‘청년강국’ 구호까지 내세우며 이토록 청년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빼곡이 들어선 매대 위에 갖가지 물건들을 놓고 앉아 있는 사람들.

손님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바로 북한의 장마당이다.

<녹취> "(이거 얼마예요?) 14만 원이요."

대부분의 장마당에서는 젊은 상인들이 제법 눈에 띈다.

북한 전역에는 400여 개의 장마당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북한의 젊은 세대는 시장경제 논리가 지배하는 이 장마당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

1980~90년대 사이 출생해 고난의 행군을 겪고 돈의 가치를 배우며 성장한 이른바 ‘장마당’ 세대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먹고 사는 문제라든가 또는 과거에 느끼지 못했었던 빈부의 차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직접적으로 경험했던 세대들이기 때문에 공동의 목표보다는 개인적인 이익, 개인적인 어떤 욕구라든가 욕망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데 익숙한 세대라고 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도는 약해지고 시장 자본주의 시스템에 강해진 것이 이들 세대의 특징이다.

실제로 북한대학원대학교가 탈북 청년 54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에 거주할 당시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사상 교육을 무시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이들이 삼분의 일을 넘었다.

장마당 세대의 이런 특징은 체제를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북한 당국은 이들 세대에 대한 결속에 힘을 쏟고 있다.

젊은 세대의 대표적인 조직이 ‘청년동맹’이다.

청년동맹은 만 14살에서 30살 사이 북한 청년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정치조직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북한에서는 당 조직과 군 조직과 더불어서 3대 핵심 계층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청년 동맹 밑에는 소년단을 직할로 관련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청년 동맹 인원과 소년단 인원을 합친다면 약 한 800만 명 정도가 가입되어있는 북한의 최대 조직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 청년동맹 구성원들을 체제 수호자로 만들기 위한 작업은 가입 직후부터 이루어진다고 한다.

청년동맹 출신으로 지난 2005년 탈북한 북한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자.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교육 기관들에서는 학과목들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김일성 동지 혁명 역사’, 또는 소학교인 경우에는 ‘김일성 대원수님 어린 시절’, 이런 식으로 정치사상 교양 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그리고 시험을 통해서 계속 받아내기 때문에 당연히 물들 수밖에 없죠. 세뇌 되고 물듭니다."

교육을 통해 사상을 단련하는 청소년기가 지나면 이들 청년동맹에겐 또 다른 과업이 주어진다. 바로 경제, 건설 사업 동원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8월) : "백두의 청춘들이여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더 질풍같이 공격하라! 백두 청춘의 용맹을 다시 한 번 더 높이 떨치자!"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는 물론, 김정은 시대 대표적인 치적물인 마식령 스키장 등은 모두 청년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과거부터 청년층을 강조해 온 북한이지만,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 시대 들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달 평양에서 열린 ‘3대혁명 붉은기 쟁취운동 선구자 대회’.

김정은은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청년들 속에서 이색적인 생활 풍조를 철저히 배격하고 사회주의적이며 민족적인 생활양식을 확립’할 것을 주문했다.

공개석상에서 청년층의 ‘사상무장’을 독려하며 체제 결속의 고삐를 죄고 나선 것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청년 도덕의식을 굉장히 많이 강조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질서를 잘 지키고, 선대 혁명 업적을 잘 받아들이고, 이런 것들이 도덕성이고 전통으로 강조하게 됨으로서 어떤 자연스럽게 당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는 쪽을 정책의 방향으로 잡고 있죠."

사회 각계각층에서 부는 젊은 바람은 정치 지형에서도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 인물이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조용원이다.

조 부부장은 올해 김 제1위원장의 현지 시찰을 서른아홉 차례 수행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횟수를 기록했다.

우리 정보당국도 조 부부장의 북한 내 권력 서열 급부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조용원은 어떤 인물일까.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조용원의 경우는 당 내에서 잔뼈를 굵어왔다, 이렇게 볼 수가 있거든요. 특히 조직지도부에서의 잔뼈를 굵었다든가 이런 실무적인 감각, 그리고 상대적으로 젊은 그런 측면에 있어서 김정은의 마음을 어떤 면에서 끌어당기는 그런 인물로 일단은 볼 수 있겠다..."

눈에 띄는 인물은 또 있다.

지난 10월 영업을 시작한 대동강 유람선 ‘무지개호’ 시찰..

유람선 곳곳을 살펴보는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이는 당 기계공업부 부부장 홍영칠이다.

50대의 젊은 관료, 이른바 ‘부부장 실세’들이 뜨고 있는 것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4월) : "김정은 동지의 위임에 의하여 김춘섭 대의원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보선했습니다."

지난 4월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50대의 젊은 관료 김춘섭이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박도춘, 주규창 등 핵 미사일 분야 김정일 시대 원로들은 자연스럽게 퇴진했다.

집권 초기, 리영호 전 인민군 총 참모장을 비롯한 군부 4인방을 숙청하고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해 군에 4~50대의 ‘젊은 피’를 수혈한 것이, 이제는 당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처벌 대상자였던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까지 불러들이면서, 김정은 시대 ‘젊은 간부’는 점차 그 반경을 넓혀가는 추세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현지 지도라든가 김정은의 공개 활동 또는 행사에 동행을 하는 인물들은 주로 부부장급들, 좀 더 실무적으로 실질적인 어떤 뒷받침을 할 수 있는 그런 비교적 젊은 사람들로 뭔가 교체되고 있다. 김정은 자체가 청년이니까 이 청년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청년 세력들, 이런 것을 결집해나감으로서 국가를, 당을 이끌어나가는 그런 모습을 보인다."

청년층을 감싸 안고 권력층의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피’ 수혈에 나선 김정은 제 1위원장!

선대에 비해 젊은 북한 만들기에 더욱 주력하고 있는 김정은 제 1위원장의 행보는 내년 5월 7차 당대회를 앞두고 더욱 가속화 될 거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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