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뿌린 희망의 씨앗
입력 2015.12.06 (22:54)
수정 2015.12.0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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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터뷰> 아고배 윌리엄(우간다 농민) : "질병이 이렇게 나오는 게 두렵습니다. 방법이 없어요."
<인터뷰> 메리 무구카(케냐) : "(아침식사는 얼마나 자주 거르세요? 매일요?) 거의 매일요. 음식재료가 없으니까 만들 수가 없어요."
<오프닝>
2015년 현재 전 세계인구는 72억 명, 이 가운데 8억4천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특히, 30퍼센트에 이르는 2억7천만 명이 아프리카에 몰려있습니다.
사막화 등의 기후변화와 내전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낙후된 농업기술도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아프리카 농업의 현주소와 이들의 빈곤탈출을 돕는 우리의 농업 전문가들을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끝, 적도가 국토의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나라 케냐.
대자연이 살아숨쉬는 야생동물의 낙원이자 마사이들의 천국 마사이마라를 품은 생명의 땅이기도 합니다.
해발 천 6백미터 고지대에 위치한 수도 나이로비.
여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심은 높은 빌딩 숲에 거리는 차량으로 붐빕니다.
하지만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나이로비로부터 차로 30분 거리의 한 마을.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열 두살 안다이를 따라가봤습니다.
비좁은 골목길을 돌자 허름한 건물 하나가 나타납니다.
안다이의 집은 맨 오른쪽, 한 칸입니다.
어두침침한 집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변변한 살림살이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녹취> "(전기는 안들어 오는가 봐요?) 네, 요금을 낼 돈이 없어서 끊겼어요."
두평 남짓한 공간에 엄마와 누나 둘, 네 식구가 삽니다
아버지가 몇해 전 말라리아로 숨지면서 더 곤궁해졌습니다.
집안에 먹을거리라곤 아침에 먹다남은 우갈리.
케냐인의 주식입니다.
옥수수 가루로 만드는데 안다이 엄마는 종일 굶으면서도 그대로 남겨뒀습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데다 조그만 텃밭이 있어도 생산량이 적다보니 어린 자녀들을 먹이기에도 부족합니다.
<인터뷰> 메리 무구카(페터 안다이 엄마) : "(아침식사는 얼마나 자주 거르세요. 매일 거르시나요?) 네, 거의 매일요. 음식재료가 없으니까 만들 수가 없어요."
안다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점심시간.
운동장 한쪽 낡은 건물 앞에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급식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급식을 먹을 수 있는 학생은 전교생 4백60명 가운데 고작 백여 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한 끼에 우리 돈 2백 원 하는 급식비를 내지 못해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아예 굶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그나마 절대 빈곤을 벗어났다고 하는 케냐의 현실입니다.
<인터뷰> 루시 메아누(교장 선생님) : "공립학교는 사정이 다 비슷합니다. 항상 아이들이 고통받기 때문에 교사들이 어떻게 도와줄까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후 수업시간, 학생들이 어디론가 뛰어갑니다.
스쿨 팜, 학교 텃밭 입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온 농업전문가들이 일군 것으로 수확철마다 재배한 농산물을 무료로 나눠줍니다.
노랗게 잘 익은 옥수수를 따고, 알이 굵은 고구마를 캐는 아이들, 당분간 굶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신이 났습니다.
우량종자를 들여와 보급하고 퇴비 만드는 법 등 최신 영농기술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전통 농법에 비해 생산량이 배나 많습니다.
<인터뷰> 김충회(케냐 코피아센터 소장) : "50퍼센트를 더 생산할 수 있어요. 그래서이 아이들이 깨우치게 해서, 더 생산을 많이 해서 굶지 않도록"
우리 농업 전문가들은 케냐 주민에게 부화기를 이용하는 방법 등 양계기술도 가르칩니다
케냐 노동자들의 한달 평균 수입은 우리 돈 7만 원 정도, 그런데 어미 닭 한마리 값이 2만 원이나 되기 때문에 양계는 대단히 소중한 기술입니다.
<인터뷰> 그레이스 마제르 키마리(농민) : "예전에는 질병에 걸린 닭들을 어떻게 다룰지 몰랐었는데 이제는 알게돼 도움이 됩니다."
아프리카의 젖줄 나일강과 세계에서 두번째로 넓은 담수호, 빅토리아호를 품은 나라 우간다.
나일강의 발원지, 더 소오스 오브 리버 나일입니다.
이곳에서 시작된 물은 석달 동안 6천4백킬로미터를 흐르며 아프리카를 적시게 됩니다.
또 이후 지중해로 흘러들게 됩니다.
비옥한 토양에 연간 천5백밀리미터가 넘는 풍부한 강수량, 여기에 연중 20도 안팎의 온화한 기후까지, 대부분의 농작물이 잘 자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춰 아프리카의 진주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찾은 우간다의 현실은 아름답거나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수도 캄팔라에서 북동쪽으로 4백 킬로미터가량 떨어진 쏘로티의 한 오렌지 밭.
어린 오렌지 열매들이 죄다 누렇게 썩어가고 있습니다.
수확을 포기해야 할 상황입니다.
대가족 서른 명의 생계가 막막해진 60대 농장주는 눈물을 글썽입니다.
<인터뷰> 아고배 윌리엄(농민) : "여기서 나오는 얼마 안되는 돈으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질병이 이렇게 나오는게 두렵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3년 전부터 시작된 병충해로 일대 오렌지 농가의 80퍼센트 이상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원인은 곰팡이, 하지만 정확한 발병 이유와 방제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우간다 정부가 우리 정부에 공동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조만간 제주도 감귤연구소와 공동연구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인터뷰> 지형진(코피아 우간다센터 소장) :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제할 것인가, 농약만으로 방제효과를 다 거둘 수는 없는 것이고 재배적인 방법이라든지 환경을 개선한다든지 다양한 측면에서 최종적으로는 방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과젭니다.)"
이미 우간다에서는 한국과 우간다 정부가 오렌지와 망고 주스공장을 지어 과일 가공단지를 조성하는 협력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350만 년 전 최초의 인류 루시가 살았던 인류의 고향 에티오피아, 병충해는 이 곳에서도 극성입니다.
아프리카의 3대 식량 작물 가운데 하나인 옥수수가 특히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한 농장.
자라다 만 옥수수가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밭 전체에서 성한 옥수수를 거의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원인은 MLN(엠엘엔) 바이러스입니다.
엠엔엘 바이러스에 감염된 옥수수 입니다.
키가 작을 뿐 아니라 이렇게 열매도 제대로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드레아스(에티오피아 농진청 옥수수 연구원) : "옥수수 잎에서 엽록소가 사라지는 황백화현상이 나타나고 광합성이 중단돼 결국에는 죽게 되는 겁니다."
2011년 케냐에서 첫 발생한 뒤 에티오피아는 물론 우간다, 탄자니아 등으로 빠르게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수확량이 80에서 최대 100 퍼센트까지 주는데 곤충이 옮기는 것으로만 추정할 뿐 역시 전파경로와 방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정부와 에티오피아 정부가 공동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인터뷰> 심홍식(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병균연구실장) : "바이러스는 근본적으로 약제 방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것은 해충에 의해서 매개가 되는데 이 해충을 어떻게 적절하게 방제하느냐 그것이 관건이 되겠습니다."
<녹취>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한 기념탑 앞에서 난데없이 귀에 익은 우리의 아리랑이 울려퍼집니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던 에티오피아의 노병들입니다.
춘천과 가평, 금화 지구 전투 등에 6천여 명이 투입됐고, 이 가운데 122명이 전사했습니다.
<인터뷰> 아서파 레미시(한국 전쟁 참전) : "7사단 32연대에서 근무했어요."
이들의 낙은 옛 전우를 만나 안부를 묻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한국에서 온 농업전문가들로부터 배추 등 각종 채소를 무료로 받게 된 것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한시간 가량 떨어진 한 농장
배추부터 상추, 고추, 마늘까지 낯익은 채소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인들은 마늘 등을 제외하고는 채소를 거의 먹지 않아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에티오피아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채소를 재배해 먹을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 채소 재배 사업을 우리 농업전문가들이 돕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성숙(코피아 에티오피아센터 소장) : "저희 배추는 굉장히 고급 채소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 고급채소를 갖다가 이 사람들이 점점 먹기 시작했어요. 무는 상당히 거부감이 있어가지고 무를 전파하기에는 지금 난관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물 부족입니다.
건기 때마다 작물이 말라죽기 때문입니다.
역시 한국 기술로 관정을 파 지하수를 공급하고 비닐하우스를 지어 수분의 증발을 막습니다.
<인터뷰> 젠트 에티샤(농민) : "전에 경험한 적이 없는 비닐하우스에서의 채소 수확법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데 수확할 수 있는 시간도 늘고 또 그로인해 소득도 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저개발 국가에 대한 원조나 투자에 그리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OECD 국가들은 평균 국민총소득의 0.35퍼센트를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0.1 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작지만 강한 한국의 농업기술이, 아프리카의 자립과 빈곤 탈출을 돕는 희망의 사다리이자 새로운 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아고배 윌리엄(우간다 농민) : "질병이 이렇게 나오는 게 두렵습니다. 방법이 없어요."
<인터뷰> 메리 무구카(케냐) : "(아침식사는 얼마나 자주 거르세요? 매일요?) 거의 매일요. 음식재료가 없으니까 만들 수가 없어요."
<오프닝>
2015년 현재 전 세계인구는 72억 명, 이 가운데 8억4천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특히, 30퍼센트에 이르는 2억7천만 명이 아프리카에 몰려있습니다.
사막화 등의 기후변화와 내전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낙후된 농업기술도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아프리카 농업의 현주소와 이들의 빈곤탈출을 돕는 우리의 농업 전문가들을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끝, 적도가 국토의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나라 케냐.
대자연이 살아숨쉬는 야생동물의 낙원이자 마사이들의 천국 마사이마라를 품은 생명의 땅이기도 합니다.
해발 천 6백미터 고지대에 위치한 수도 나이로비.
여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심은 높은 빌딩 숲에 거리는 차량으로 붐빕니다.
하지만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나이로비로부터 차로 30분 거리의 한 마을.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열 두살 안다이를 따라가봤습니다.
비좁은 골목길을 돌자 허름한 건물 하나가 나타납니다.
안다이의 집은 맨 오른쪽, 한 칸입니다.
어두침침한 집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변변한 살림살이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녹취> "(전기는 안들어 오는가 봐요?) 네, 요금을 낼 돈이 없어서 끊겼어요."
두평 남짓한 공간에 엄마와 누나 둘, 네 식구가 삽니다
아버지가 몇해 전 말라리아로 숨지면서 더 곤궁해졌습니다.
집안에 먹을거리라곤 아침에 먹다남은 우갈리.
케냐인의 주식입니다.
옥수수 가루로 만드는데 안다이 엄마는 종일 굶으면서도 그대로 남겨뒀습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데다 조그만 텃밭이 있어도 생산량이 적다보니 어린 자녀들을 먹이기에도 부족합니다.
<인터뷰> 메리 무구카(페터 안다이 엄마) : "(아침식사는 얼마나 자주 거르세요. 매일 거르시나요?) 네, 거의 매일요. 음식재료가 없으니까 만들 수가 없어요."
안다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점심시간.
운동장 한쪽 낡은 건물 앞에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급식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급식을 먹을 수 있는 학생은 전교생 4백60명 가운데 고작 백여 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한 끼에 우리 돈 2백 원 하는 급식비를 내지 못해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아예 굶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그나마 절대 빈곤을 벗어났다고 하는 케냐의 현실입니다.
<인터뷰> 루시 메아누(교장 선생님) : "공립학교는 사정이 다 비슷합니다. 항상 아이들이 고통받기 때문에 교사들이 어떻게 도와줄까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후 수업시간, 학생들이 어디론가 뛰어갑니다.
스쿨 팜, 학교 텃밭 입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온 농업전문가들이 일군 것으로 수확철마다 재배한 농산물을 무료로 나눠줍니다.
노랗게 잘 익은 옥수수를 따고, 알이 굵은 고구마를 캐는 아이들, 당분간 굶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신이 났습니다.
우량종자를 들여와 보급하고 퇴비 만드는 법 등 최신 영농기술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전통 농법에 비해 생산량이 배나 많습니다.
<인터뷰> 김충회(케냐 코피아센터 소장) : "50퍼센트를 더 생산할 수 있어요. 그래서이 아이들이 깨우치게 해서, 더 생산을 많이 해서 굶지 않도록"
우리 농업 전문가들은 케냐 주민에게 부화기를 이용하는 방법 등 양계기술도 가르칩니다
케냐 노동자들의 한달 평균 수입은 우리 돈 7만 원 정도, 그런데 어미 닭 한마리 값이 2만 원이나 되기 때문에 양계는 대단히 소중한 기술입니다.
<인터뷰> 그레이스 마제르 키마리(농민) : "예전에는 질병에 걸린 닭들을 어떻게 다룰지 몰랐었는데 이제는 알게돼 도움이 됩니다."
아프리카의 젖줄 나일강과 세계에서 두번째로 넓은 담수호, 빅토리아호를 품은 나라 우간다.
나일강의 발원지, 더 소오스 오브 리버 나일입니다.
이곳에서 시작된 물은 석달 동안 6천4백킬로미터를 흐르며 아프리카를 적시게 됩니다.
또 이후 지중해로 흘러들게 됩니다.
비옥한 토양에 연간 천5백밀리미터가 넘는 풍부한 강수량, 여기에 연중 20도 안팎의 온화한 기후까지, 대부분의 농작물이 잘 자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춰 아프리카의 진주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찾은 우간다의 현실은 아름답거나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수도 캄팔라에서 북동쪽으로 4백 킬로미터가량 떨어진 쏘로티의 한 오렌지 밭.
어린 오렌지 열매들이 죄다 누렇게 썩어가고 있습니다.
수확을 포기해야 할 상황입니다.
대가족 서른 명의 생계가 막막해진 60대 농장주는 눈물을 글썽입니다.
<인터뷰> 아고배 윌리엄(농민) : "여기서 나오는 얼마 안되는 돈으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질병이 이렇게 나오는게 두렵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3년 전부터 시작된 병충해로 일대 오렌지 농가의 80퍼센트 이상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원인은 곰팡이, 하지만 정확한 발병 이유와 방제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우간다 정부가 우리 정부에 공동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조만간 제주도 감귤연구소와 공동연구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인터뷰> 지형진(코피아 우간다센터 소장) :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제할 것인가, 농약만으로 방제효과를 다 거둘 수는 없는 것이고 재배적인 방법이라든지 환경을 개선한다든지 다양한 측면에서 최종적으로는 방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과젭니다.)"
이미 우간다에서는 한국과 우간다 정부가 오렌지와 망고 주스공장을 지어 과일 가공단지를 조성하는 협력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350만 년 전 최초의 인류 루시가 살았던 인류의 고향 에티오피아, 병충해는 이 곳에서도 극성입니다.
아프리카의 3대 식량 작물 가운데 하나인 옥수수가 특히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한 농장.
자라다 만 옥수수가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밭 전체에서 성한 옥수수를 거의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원인은 MLN(엠엘엔) 바이러스입니다.
엠엔엘 바이러스에 감염된 옥수수 입니다.
키가 작을 뿐 아니라 이렇게 열매도 제대로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드레아스(에티오피아 농진청 옥수수 연구원) : "옥수수 잎에서 엽록소가 사라지는 황백화현상이 나타나고 광합성이 중단돼 결국에는 죽게 되는 겁니다."
2011년 케냐에서 첫 발생한 뒤 에티오피아는 물론 우간다, 탄자니아 등으로 빠르게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수확량이 80에서 최대 100 퍼센트까지 주는데 곤충이 옮기는 것으로만 추정할 뿐 역시 전파경로와 방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정부와 에티오피아 정부가 공동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인터뷰> 심홍식(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병균연구실장) : "바이러스는 근본적으로 약제 방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것은 해충에 의해서 매개가 되는데 이 해충을 어떻게 적절하게 방제하느냐 그것이 관건이 되겠습니다."
<녹취>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한 기념탑 앞에서 난데없이 귀에 익은 우리의 아리랑이 울려퍼집니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던 에티오피아의 노병들입니다.
춘천과 가평, 금화 지구 전투 등에 6천여 명이 투입됐고, 이 가운데 122명이 전사했습니다.
<인터뷰> 아서파 레미시(한국 전쟁 참전) : "7사단 32연대에서 근무했어요."
이들의 낙은 옛 전우를 만나 안부를 묻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한국에서 온 농업전문가들로부터 배추 등 각종 채소를 무료로 받게 된 것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한시간 가량 떨어진 한 농장
배추부터 상추, 고추, 마늘까지 낯익은 채소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인들은 마늘 등을 제외하고는 채소를 거의 먹지 않아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에티오피아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채소를 재배해 먹을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 채소 재배 사업을 우리 농업전문가들이 돕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성숙(코피아 에티오피아센터 소장) : "저희 배추는 굉장히 고급 채소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 고급채소를 갖다가 이 사람들이 점점 먹기 시작했어요. 무는 상당히 거부감이 있어가지고 무를 전파하기에는 지금 난관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물 부족입니다.
건기 때마다 작물이 말라죽기 때문입니다.
역시 한국 기술로 관정을 파 지하수를 공급하고 비닐하우스를 지어 수분의 증발을 막습니다.
<인터뷰> 젠트 에티샤(농민) : "전에 경험한 적이 없는 비닐하우스에서의 채소 수확법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데 수확할 수 있는 시간도 늘고 또 그로인해 소득도 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저개발 국가에 대한 원조나 투자에 그리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OECD 국가들은 평균 국민총소득의 0.35퍼센트를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0.1 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작지만 강한 한국의 농업기술이, 아프리카의 자립과 빈곤 탈출을 돕는 희망의 사다리이자 새로운 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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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에 뿌린 희망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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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12-06 23:46:51
- 수정2015-12-07 00:40:04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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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메리 무구카(케냐) : "(아침식사는 얼마나 자주 거르세요? 매일요?) 거의 매일요. 음식재료가 없으니까 만들 수가 없어요."
<오프닝>
2015년 현재 전 세계인구는 72억 명, 이 가운데 8억4천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특히, 30퍼센트에 이르는 2억7천만 명이 아프리카에 몰려있습니다.
사막화 등의 기후변화와 내전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낙후된 농업기술도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아프리카 농업의 현주소와 이들의 빈곤탈출을 돕는 우리의 농업 전문가들을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끝, 적도가 국토의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나라 케냐.
대자연이 살아숨쉬는 야생동물의 낙원이자 마사이들의 천국 마사이마라를 품은 생명의 땅이기도 합니다.
해발 천 6백미터 고지대에 위치한 수도 나이로비.
여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심은 높은 빌딩 숲에 거리는 차량으로 붐빕니다.
하지만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나이로비로부터 차로 30분 거리의 한 마을.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열 두살 안다이를 따라가봤습니다.
비좁은 골목길을 돌자 허름한 건물 하나가 나타납니다.
안다이의 집은 맨 오른쪽, 한 칸입니다.
어두침침한 집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변변한 살림살이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녹취> "(전기는 안들어 오는가 봐요?) 네, 요금을 낼 돈이 없어서 끊겼어요."
두평 남짓한 공간에 엄마와 누나 둘, 네 식구가 삽니다
아버지가 몇해 전 말라리아로 숨지면서 더 곤궁해졌습니다.
집안에 먹을거리라곤 아침에 먹다남은 우갈리.
케냐인의 주식입니다.
옥수수 가루로 만드는데 안다이 엄마는 종일 굶으면서도 그대로 남겨뒀습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데다 조그만 텃밭이 있어도 생산량이 적다보니 어린 자녀들을 먹이기에도 부족합니다.
<인터뷰> 메리 무구카(페터 안다이 엄마) : "(아침식사는 얼마나 자주 거르세요. 매일 거르시나요?) 네, 거의 매일요. 음식재료가 없으니까 만들 수가 없어요."
안다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점심시간.
운동장 한쪽 낡은 건물 앞에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급식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급식을 먹을 수 있는 학생은 전교생 4백60명 가운데 고작 백여 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한 끼에 우리 돈 2백 원 하는 급식비를 내지 못해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아예 굶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그나마 절대 빈곤을 벗어났다고 하는 케냐의 현실입니다.
<인터뷰> 루시 메아누(교장 선생님) : "공립학교는 사정이 다 비슷합니다. 항상 아이들이 고통받기 때문에 교사들이 어떻게 도와줄까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후 수업시간, 학생들이 어디론가 뛰어갑니다.
스쿨 팜, 학교 텃밭 입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온 농업전문가들이 일군 것으로 수확철마다 재배한 농산물을 무료로 나눠줍니다.
노랗게 잘 익은 옥수수를 따고, 알이 굵은 고구마를 캐는 아이들, 당분간 굶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신이 났습니다.
우량종자를 들여와 보급하고 퇴비 만드는 법 등 최신 영농기술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전통 농법에 비해 생산량이 배나 많습니다.
<인터뷰> 김충회(케냐 코피아센터 소장) : "50퍼센트를 더 생산할 수 있어요. 그래서이 아이들이 깨우치게 해서, 더 생산을 많이 해서 굶지 않도록"
우리 농업 전문가들은 케냐 주민에게 부화기를 이용하는 방법 등 양계기술도 가르칩니다
케냐 노동자들의 한달 평균 수입은 우리 돈 7만 원 정도, 그런데 어미 닭 한마리 값이 2만 원이나 되기 때문에 양계는 대단히 소중한 기술입니다.
<인터뷰> 그레이스 마제르 키마리(농민) : "예전에는 질병에 걸린 닭들을 어떻게 다룰지 몰랐었는데 이제는 알게돼 도움이 됩니다."
아프리카의 젖줄 나일강과 세계에서 두번째로 넓은 담수호, 빅토리아호를 품은 나라 우간다.
나일강의 발원지, 더 소오스 오브 리버 나일입니다.
이곳에서 시작된 물은 석달 동안 6천4백킬로미터를 흐르며 아프리카를 적시게 됩니다.
또 이후 지중해로 흘러들게 됩니다.
비옥한 토양에 연간 천5백밀리미터가 넘는 풍부한 강수량, 여기에 연중 20도 안팎의 온화한 기후까지, 대부분의 농작물이 잘 자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춰 아프리카의 진주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찾은 우간다의 현실은 아름답거나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수도 캄팔라에서 북동쪽으로 4백 킬로미터가량 떨어진 쏘로티의 한 오렌지 밭.
어린 오렌지 열매들이 죄다 누렇게 썩어가고 있습니다.
수확을 포기해야 할 상황입니다.
대가족 서른 명의 생계가 막막해진 60대 농장주는 눈물을 글썽입니다.
<인터뷰> 아고배 윌리엄(농민) : "여기서 나오는 얼마 안되는 돈으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질병이 이렇게 나오는게 두렵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3년 전부터 시작된 병충해로 일대 오렌지 농가의 80퍼센트 이상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원인은 곰팡이, 하지만 정확한 발병 이유와 방제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우간다 정부가 우리 정부에 공동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조만간 제주도 감귤연구소와 공동연구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인터뷰> 지형진(코피아 우간다센터 소장) :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제할 것인가, 농약만으로 방제효과를 다 거둘 수는 없는 것이고 재배적인 방법이라든지 환경을 개선한다든지 다양한 측면에서 최종적으로는 방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과젭니다.)"
이미 우간다에서는 한국과 우간다 정부가 오렌지와 망고 주스공장을 지어 과일 가공단지를 조성하는 협력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350만 년 전 최초의 인류 루시가 살았던 인류의 고향 에티오피아, 병충해는 이 곳에서도 극성입니다.
아프리카의 3대 식량 작물 가운데 하나인 옥수수가 특히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한 농장.
자라다 만 옥수수가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밭 전체에서 성한 옥수수를 거의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원인은 MLN(엠엘엔) 바이러스입니다.
엠엔엘 바이러스에 감염된 옥수수 입니다.
키가 작을 뿐 아니라 이렇게 열매도 제대로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드레아스(에티오피아 농진청 옥수수 연구원) : "옥수수 잎에서 엽록소가 사라지는 황백화현상이 나타나고 광합성이 중단돼 결국에는 죽게 되는 겁니다."
2011년 케냐에서 첫 발생한 뒤 에티오피아는 물론 우간다, 탄자니아 등으로 빠르게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수확량이 80에서 최대 100 퍼센트까지 주는데 곤충이 옮기는 것으로만 추정할 뿐 역시 전파경로와 방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정부와 에티오피아 정부가 공동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인터뷰> 심홍식(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병균연구실장) : "바이러스는 근본적으로 약제 방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것은 해충에 의해서 매개가 되는데 이 해충을 어떻게 적절하게 방제하느냐 그것이 관건이 되겠습니다."
<녹취>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한 기념탑 앞에서 난데없이 귀에 익은 우리의 아리랑이 울려퍼집니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던 에티오피아의 노병들입니다.
춘천과 가평, 금화 지구 전투 등에 6천여 명이 투입됐고, 이 가운데 122명이 전사했습니다.
<인터뷰> 아서파 레미시(한국 전쟁 참전) : "7사단 32연대에서 근무했어요."
이들의 낙은 옛 전우를 만나 안부를 묻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한국에서 온 농업전문가들로부터 배추 등 각종 채소를 무료로 받게 된 것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한시간 가량 떨어진 한 농장
배추부터 상추, 고추, 마늘까지 낯익은 채소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인들은 마늘 등을 제외하고는 채소를 거의 먹지 않아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에티오피아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채소를 재배해 먹을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 채소 재배 사업을 우리 농업전문가들이 돕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성숙(코피아 에티오피아센터 소장) : "저희 배추는 굉장히 고급 채소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 고급채소를 갖다가 이 사람들이 점점 먹기 시작했어요. 무는 상당히 거부감이 있어가지고 무를 전파하기에는 지금 난관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물 부족입니다.
건기 때마다 작물이 말라죽기 때문입니다.
역시 한국 기술로 관정을 파 지하수를 공급하고 비닐하우스를 지어 수분의 증발을 막습니다.
<인터뷰> 젠트 에티샤(농민) : "전에 경험한 적이 없는 비닐하우스에서의 채소 수확법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데 수확할 수 있는 시간도 늘고 또 그로인해 소득도 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저개발 국가에 대한 원조나 투자에 그리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OECD 국가들은 평균 국민총소득의 0.35퍼센트를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0.1 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작지만 강한 한국의 농업기술이, 아프리카의 자립과 빈곤 탈출을 돕는 희망의 사다리이자 새로운 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아고배 윌리엄(우간다 농민) : "질병이 이렇게 나오는 게 두렵습니다. 방법이 없어요."
<인터뷰> 메리 무구카(케냐) : "(아침식사는 얼마나 자주 거르세요? 매일요?) 거의 매일요. 음식재료가 없으니까 만들 수가 없어요."
<오프닝>
2015년 현재 전 세계인구는 72억 명, 이 가운데 8억4천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특히, 30퍼센트에 이르는 2억7천만 명이 아프리카에 몰려있습니다.
사막화 등의 기후변화와 내전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낙후된 농업기술도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아프리카 농업의 현주소와 이들의 빈곤탈출을 돕는 우리의 농업 전문가들을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끝, 적도가 국토의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나라 케냐.
대자연이 살아숨쉬는 야생동물의 낙원이자 마사이들의 천국 마사이마라를 품은 생명의 땅이기도 합니다.
해발 천 6백미터 고지대에 위치한 수도 나이로비.
여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심은 높은 빌딩 숲에 거리는 차량으로 붐빕니다.
하지만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나이로비로부터 차로 30분 거리의 한 마을.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열 두살 안다이를 따라가봤습니다.
비좁은 골목길을 돌자 허름한 건물 하나가 나타납니다.
안다이의 집은 맨 오른쪽, 한 칸입니다.
어두침침한 집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변변한 살림살이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녹취> "(전기는 안들어 오는가 봐요?) 네, 요금을 낼 돈이 없어서 끊겼어요."
두평 남짓한 공간에 엄마와 누나 둘, 네 식구가 삽니다
아버지가 몇해 전 말라리아로 숨지면서 더 곤궁해졌습니다.
집안에 먹을거리라곤 아침에 먹다남은 우갈리.
케냐인의 주식입니다.
옥수수 가루로 만드는데 안다이 엄마는 종일 굶으면서도 그대로 남겨뒀습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데다 조그만 텃밭이 있어도 생산량이 적다보니 어린 자녀들을 먹이기에도 부족합니다.
<인터뷰> 메리 무구카(페터 안다이 엄마) : "(아침식사는 얼마나 자주 거르세요. 매일 거르시나요?) 네, 거의 매일요. 음식재료가 없으니까 만들 수가 없어요."
안다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점심시간.
운동장 한쪽 낡은 건물 앞에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급식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급식을 먹을 수 있는 학생은 전교생 4백60명 가운데 고작 백여 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한 끼에 우리 돈 2백 원 하는 급식비를 내지 못해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아예 굶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그나마 절대 빈곤을 벗어났다고 하는 케냐의 현실입니다.
<인터뷰> 루시 메아누(교장 선생님) : "공립학교는 사정이 다 비슷합니다. 항상 아이들이 고통받기 때문에 교사들이 어떻게 도와줄까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후 수업시간, 학생들이 어디론가 뛰어갑니다.
스쿨 팜, 학교 텃밭 입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온 농업전문가들이 일군 것으로 수확철마다 재배한 농산물을 무료로 나눠줍니다.
노랗게 잘 익은 옥수수를 따고, 알이 굵은 고구마를 캐는 아이들, 당분간 굶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신이 났습니다.
우량종자를 들여와 보급하고 퇴비 만드는 법 등 최신 영농기술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전통 농법에 비해 생산량이 배나 많습니다.
<인터뷰> 김충회(케냐 코피아센터 소장) : "50퍼센트를 더 생산할 수 있어요. 그래서이 아이들이 깨우치게 해서, 더 생산을 많이 해서 굶지 않도록"
우리 농업 전문가들은 케냐 주민에게 부화기를 이용하는 방법 등 양계기술도 가르칩니다
케냐 노동자들의 한달 평균 수입은 우리 돈 7만 원 정도, 그런데 어미 닭 한마리 값이 2만 원이나 되기 때문에 양계는 대단히 소중한 기술입니다.
<인터뷰> 그레이스 마제르 키마리(농민) : "예전에는 질병에 걸린 닭들을 어떻게 다룰지 몰랐었는데 이제는 알게돼 도움이 됩니다."
아프리카의 젖줄 나일강과 세계에서 두번째로 넓은 담수호, 빅토리아호를 품은 나라 우간다.
나일강의 발원지, 더 소오스 오브 리버 나일입니다.
이곳에서 시작된 물은 석달 동안 6천4백킬로미터를 흐르며 아프리카를 적시게 됩니다.
또 이후 지중해로 흘러들게 됩니다.
비옥한 토양에 연간 천5백밀리미터가 넘는 풍부한 강수량, 여기에 연중 20도 안팎의 온화한 기후까지, 대부분의 농작물이 잘 자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춰 아프리카의 진주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찾은 우간다의 현실은 아름답거나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수도 캄팔라에서 북동쪽으로 4백 킬로미터가량 떨어진 쏘로티의 한 오렌지 밭.
어린 오렌지 열매들이 죄다 누렇게 썩어가고 있습니다.
수확을 포기해야 할 상황입니다.
대가족 서른 명의 생계가 막막해진 60대 농장주는 눈물을 글썽입니다.
<인터뷰> 아고배 윌리엄(농민) : "여기서 나오는 얼마 안되는 돈으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질병이 이렇게 나오는게 두렵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3년 전부터 시작된 병충해로 일대 오렌지 농가의 80퍼센트 이상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원인은 곰팡이, 하지만 정확한 발병 이유와 방제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우간다 정부가 우리 정부에 공동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조만간 제주도 감귤연구소와 공동연구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인터뷰> 지형진(코피아 우간다센터 소장) :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제할 것인가, 농약만으로 방제효과를 다 거둘 수는 없는 것이고 재배적인 방법이라든지 환경을 개선한다든지 다양한 측면에서 최종적으로는 방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과젭니다.)"
이미 우간다에서는 한국과 우간다 정부가 오렌지와 망고 주스공장을 지어 과일 가공단지를 조성하는 협력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350만 년 전 최초의 인류 루시가 살았던 인류의 고향 에티오피아, 병충해는 이 곳에서도 극성입니다.
아프리카의 3대 식량 작물 가운데 하나인 옥수수가 특히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한 농장.
자라다 만 옥수수가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밭 전체에서 성한 옥수수를 거의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원인은 MLN(엠엘엔) 바이러스입니다.
엠엔엘 바이러스에 감염된 옥수수 입니다.
키가 작을 뿐 아니라 이렇게 열매도 제대로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드레아스(에티오피아 농진청 옥수수 연구원) : "옥수수 잎에서 엽록소가 사라지는 황백화현상이 나타나고 광합성이 중단돼 결국에는 죽게 되는 겁니다."
2011년 케냐에서 첫 발생한 뒤 에티오피아는 물론 우간다, 탄자니아 등으로 빠르게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수확량이 80에서 최대 100 퍼센트까지 주는데 곤충이 옮기는 것으로만 추정할 뿐 역시 전파경로와 방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정부와 에티오피아 정부가 공동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인터뷰> 심홍식(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병균연구실장) : "바이러스는 근본적으로 약제 방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것은 해충에 의해서 매개가 되는데 이 해충을 어떻게 적절하게 방제하느냐 그것이 관건이 되겠습니다."
<녹취>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한 기념탑 앞에서 난데없이 귀에 익은 우리의 아리랑이 울려퍼집니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던 에티오피아의 노병들입니다.
춘천과 가평, 금화 지구 전투 등에 6천여 명이 투입됐고, 이 가운데 122명이 전사했습니다.
<인터뷰> 아서파 레미시(한국 전쟁 참전) : "7사단 32연대에서 근무했어요."
이들의 낙은 옛 전우를 만나 안부를 묻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한국에서 온 농업전문가들로부터 배추 등 각종 채소를 무료로 받게 된 것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한시간 가량 떨어진 한 농장
배추부터 상추, 고추, 마늘까지 낯익은 채소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인들은 마늘 등을 제외하고는 채소를 거의 먹지 않아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에티오피아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채소를 재배해 먹을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 채소 재배 사업을 우리 농업전문가들이 돕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성숙(코피아 에티오피아센터 소장) : "저희 배추는 굉장히 고급 채소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 고급채소를 갖다가 이 사람들이 점점 먹기 시작했어요. 무는 상당히 거부감이 있어가지고 무를 전파하기에는 지금 난관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물 부족입니다.
건기 때마다 작물이 말라죽기 때문입니다.
역시 한국 기술로 관정을 파 지하수를 공급하고 비닐하우스를 지어 수분의 증발을 막습니다.
<인터뷰> 젠트 에티샤(농민) : "전에 경험한 적이 없는 비닐하우스에서의 채소 수확법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데 수확할 수 있는 시간도 늘고 또 그로인해 소득도 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저개발 국가에 대한 원조나 투자에 그리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OECD 국가들은 평균 국민총소득의 0.35퍼센트를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0.1 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작지만 강한 한국의 농업기술이, 아프리카의 자립과 빈곤 탈출을 돕는 희망의 사다리이자 새로운 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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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신 기자 sss485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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