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정일 사망 4년…北 권력 지도는?

입력 2015.12.19 (08:07) 수정 2015.12.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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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지난 17일 김정일 사망 4주기가 끝나면서 북한 김정은 체제가 집권 5년차에 들어섰습니다.

북한 내부의 권력 지형도 잦은 인사와 숙청 등 공포통치를 수단으로 세대교체가 가속화되는 양상인데요,

급속히 김정은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북한의 권력 지도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7일, 김정은 제 1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7일)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서거 4돌에 즈음하여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시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4주기를 추모하는 행렬엔, 황병서 군 총 정치국장을 비롯해 박영식, 리영길, 김원홍 등 김정은 시대 권력 실세들이 자리했다.

이번 4주기엔, 지난 1~3주기와 사뭇 다른 분위기도 감지됐다.

대규모 야외 행사를 열며 떠들썩한 추모 분위기를 연출했던 지난해와 상반되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4주기가 치러진 것이다.

김정일 사망 4년..

아버지 김정일의 그늘에서 벗어난 김정은의 체제 구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녹취> 조선중앙TV(2011년 12월) : "현지 지도의 길에서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

북한의 절대 권력자, 김정일이 사망했다.

권력 승계는 빠르게 전개됐다.

영결식을 치른 지 불과 이틀 뒤...

<녹취> 조선중앙TV(2011년 12월) : "김정은 동지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셨다는 것을 정중히 선포하였다."

김정은은 북한군 최고위직에 오르며 군대를 먼저 장악한다.

뒤이어 열린 당 대표자회에서 노동당 제 1비서에,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에 선출된다.

아버지가 숨진 지 넉 달 만에 당·정·군을 모두 장악한 것이다.

속전속결 권력 승계에는, 후견인 그룹의 역할이 컸다.

김정은과 함께 운구차를 호위했던 이른바 ‘운구차 7인방’이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필두로, 당의 핵심 인물인 김기남, 최태복 비서 그리고 군부 주요 인사였던 리영호, 김영춘, 김정각, 우동측.

김정은 집권 초기 권력지도의 모습이다.

7개월 뒤 상황이 급변한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7월) : "리영호 동지를 신병 관계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김영춘, 김정각, 우동측이 줄줄이 권력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리고 2013년 12월, 북한 권력 지형이 크게 요동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녹취> 조선중앙TV(2013년 12월) :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공화국 형법 제 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북한 당국은 2인자로 위상을 떨치던 장성택을 ‘반혁명 반동분자’라면서 체포 사흘 만에 공개 처형했다.

김정은 1인 지배 체제가 더욱 공고화하는 순간이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북한 체제에서 유일하게 자기 세력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 장성택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2013년 12월 장성택과 그의 측근들이 제거됨으로서 향후 김정은의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그런 분파 세력이 노동당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김정은의 권력은 그만큼 더 공고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성택 처형 직후 북한의 권력 지도는 또 한 차례의 변화를 맞는다.

새로운 2인자, 최룡해의 등장이다.

장성택에 이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는 등 최룡해는 북한 3대 핵심 권력 기관 요직을 꿰차며, 명실상부한 2인자로 떠오른다.

그러나 불과 4개월 후, 최룡해를 총정치국장 자리에서 밀어내는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황병서다.

불과 6개월의 간격을 두고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주고받는 등 최근까지 팽팽한 2인자 경쟁을 이어간 황병서와 최룡해..

팽팽한 힘의 균형이 깨졌다는 게 감지된 때는 지난 달, 빨치산 1세대 리을설의 장례식이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달 12일) : "조선인민군 원수인 고 리을설 동지의 장의식이 11일 평양에서 국장으로 엄숙히 거행됐습니다."

김정은을 필두로 한 장의위원회 명단에, 최룡해의 이름이 사라진 것이다.

우리 정보 당국은 최룡해가 백두산 발전소 부실공사와 실언 등으로 혁명화 교육에 처해졌다고 설명했다.

최룡해의 실각, 그리고 빨치산 2세대 오일정의 퇴진...

북한 권력지도에 또다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달 14일) : "김정은 동지께서 평양 어린이식료품공장을 현지 지도하시었습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조용원 동지가 동행했습니다."

조용원은 올해 김 제1위원장의 현지 시찰을 마흔 두 차례 수행해, 황병서 군 총 정치국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횟수를 기록했다.

이 밖에 당 기계공업부 부부장 홍영칠, 지난 4월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김춘섭과 최근 복귀한 마원춘, 한광상까지..

50대의 이른바 ‘부부장 실세’들이 김정은 시대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 젊은 지도자가 운영하는, 소위 통치하는 이런 국가의 특성을 나름대로 보여줘야 된다는 거죠. 그렇다면 뭐냐. 이것을 권력을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인물들조차도, 관료들조차도 비슷하게 젊어져야 된다는 거죠."

지난 3일 시작된 인민군 제7차 군사교육일꾼대회...

주석단 중앙 김정은의 양 옆으로 군 서열 1, 2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의 자리가 마련됐다.

앉으라는 김정은의 손짓에 눈치만 보는 박영식.

김정은이 황병서에게도 손짓을 하자 그제야 두 사람은 엉거주춤 자리에 앉는다.

비슷한 장면은 지난 4월에도 연출됐다.

김정은보다 한 걸음 앞서 걷던 황병서가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치거나, 김정은이 건넨 꽃다발을 경쟁하듯 받는 모습...

군 서열 1, 2위가 쩔쩔매는 이런 모습은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바로 공포 정치이다.

지난 5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처형으로 공포 정치는 정점을 찍었다.

<인터뷰> 이OO(북한 간부 출신 탈북자) : "현영철이 입을 건사하지 못했다. 김정은에 대해서‘어린 사람이, 나이 어린 사람을 지도자로 모시고 일하기가 힘들다.’아주 북한식으로 보면 최고 사령관에 대한 절대적인 권위 훼손이니까 그 발언이 총살까지 당하게끔 된 기본적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습으로 권력을 쥔 젊은 집권자...

그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은 공포 정치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저 어린 것이 뭘 하겠느냐.’그리고 무슨‘아무 경력도 없는 것이 뭘 하겠느냐.’이것을 빨리 보완하기 위한 아주 강력한 조치가 사실 필요하다는 겁니다.유약한 어린 지도자가 아니라 아주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젊은 지도자, 장성한 지도자 이런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사실은 이런 공포 통치가 적극적으로 필요했지 않았느냐.."

김정은 집권 4년,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점차 그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1월 산림녹화 사업에 불만을 토로한 임업성 부상을 시작으로, 과학기술전당 지붕 모양에 이견을 보인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간첩 혐의를 받은 은하수관현악단 단원 등이 처형대에 올랐다.

이러한 공포정치에는 조직적인 시스템이 작동한다.

<인터뷰> 이OO(북한 군 간부 출신 탈북자) : "최대의 비밀을 알고 있어도 말을 하지 말아야 하며 그 말을 하는 사람의 말을 듣지도 말아야 합니다. 말한 사람만 처리하지 않고 연좌제로 인해서, 또 그걸 듣고 당 조직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인해서‘너 역시 그것을 수렴하지 않았는가.’이렇게 분석, 평가가 되기 때문에 자기 안전을 위해서 보고해야 됩니다. 그게 감시 체계와 같습니다."

김정은 식 공포정치에 힘을 실어주는 주체는 ‘노동당’이다.

자신의 고무부이자 2인자였던 장성택의 처형...

이를 결정한 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였다.

앞선 리영호 군 총참모장의 해임 역시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발표됐다.

북한 당국이 공포정치의 정당화에 당을 적극 앞세우고 나선 것이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공포정치 하는데 있어서도 무지막지하게 함부로 폭압성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 자체도 정통성을 보여줘야 되는 겁니다. 당이라고 하는 것을 통제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서 그것을 이제 공식화시키고 정당화시키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반면, 군에 대한 통제는 대폭 강화했다.

집권 첫 해, 김정은의 연설은 이러한 결심을 잘 보여준다.

<녹취> 김정은 제 1위원장 연설(2012년 10월) : "당과 수령에게 충실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군사가 다운 기질이 있고 작전 전술에 능하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필요 없습니다."

김정은은 최룡해, 황병서 등 당 간부를 군 총정치국장 자리에 앉혔다.

또 군 수뇌부들의 계급 강등, 복권을 반복하는 ‘견장정치’를 통해 군부 힘빼기에 나섰다.

2012년 대장으로 진급한 후 중장, 상장으로 내려앉았다가 지난 8월 다시 대장 칭호를 받는 등 무려 다섯 번이나 계급이 바뀐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 정보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김정은은 집권 이후 당·정·군의 핵심 직위 109개 중 79개 직위의 수장을 교체했다.

무려 73퍼센트의 교체율이다.

특히 내년 5월 열리는 제 7차 당 대회는 김정은의 2기 권력 진용이 완성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김정은이 약 4년 동안 국정을 운영하면서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와 다른 분야로까지 그의 활동 공간이 넓어지면서 내년 제7차 당 대회를 계기로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젊은 김정은의 측근들이 대거 전면에 부상하고 이러한 인물들이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으로 선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1인 독재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당·군·정을 손 안에서 휘두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권력 지도를 그려 온 김정은 제 1위원장.

내년 5월 7차 당 대회를 통해 김 제 1위원장이 다시 그릴 권력지도에서 사라질 인물은 누구일지, 또 새로 편입되는 이들은 누구일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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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19 08:55:12
    • 수정2015-12-19 09: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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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지난 17일 김정일 사망 4주기가 끝나면서 북한 김정은 체제가 집권 5년차에 들어섰습니다.

북한 내부의 권력 지형도 잦은 인사와 숙청 등 공포통치를 수단으로 세대교체가 가속화되는 양상인데요,

급속히 김정은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북한의 권력 지도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7일, 김정은 제 1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7일)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서거 4돌에 즈음하여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시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4주기를 추모하는 행렬엔, 황병서 군 총 정치국장을 비롯해 박영식, 리영길, 김원홍 등 김정은 시대 권력 실세들이 자리했다.

이번 4주기엔, 지난 1~3주기와 사뭇 다른 분위기도 감지됐다.

대규모 야외 행사를 열며 떠들썩한 추모 분위기를 연출했던 지난해와 상반되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4주기가 치러진 것이다.

김정일 사망 4년..

아버지 김정일의 그늘에서 벗어난 김정은의 체제 구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녹취> 조선중앙TV(2011년 12월) : "현지 지도의 길에서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

북한의 절대 권력자, 김정일이 사망했다.

권력 승계는 빠르게 전개됐다.

영결식을 치른 지 불과 이틀 뒤...

<녹취> 조선중앙TV(2011년 12월) : "김정은 동지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셨다는 것을 정중히 선포하였다."

김정은은 북한군 최고위직에 오르며 군대를 먼저 장악한다.

뒤이어 열린 당 대표자회에서 노동당 제 1비서에,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에 선출된다.

아버지가 숨진 지 넉 달 만에 당·정·군을 모두 장악한 것이다.

속전속결 권력 승계에는, 후견인 그룹의 역할이 컸다.

김정은과 함께 운구차를 호위했던 이른바 ‘운구차 7인방’이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필두로, 당의 핵심 인물인 김기남, 최태복 비서 그리고 군부 주요 인사였던 리영호, 김영춘, 김정각, 우동측.

김정은 집권 초기 권력지도의 모습이다.

7개월 뒤 상황이 급변한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7월) : "리영호 동지를 신병 관계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김영춘, 김정각, 우동측이 줄줄이 권력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리고 2013년 12월, 북한 권력 지형이 크게 요동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녹취> 조선중앙TV(2013년 12월) :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공화국 형법 제 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북한 당국은 2인자로 위상을 떨치던 장성택을 ‘반혁명 반동분자’라면서 체포 사흘 만에 공개 처형했다.

김정은 1인 지배 체제가 더욱 공고화하는 순간이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북한 체제에서 유일하게 자기 세력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 장성택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2013년 12월 장성택과 그의 측근들이 제거됨으로서 향후 김정은의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그런 분파 세력이 노동당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김정은의 권력은 그만큼 더 공고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성택 처형 직후 북한의 권력 지도는 또 한 차례의 변화를 맞는다.

새로운 2인자, 최룡해의 등장이다.

장성택에 이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는 등 최룡해는 북한 3대 핵심 권력 기관 요직을 꿰차며, 명실상부한 2인자로 떠오른다.

그러나 불과 4개월 후, 최룡해를 총정치국장 자리에서 밀어내는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황병서다.

불과 6개월의 간격을 두고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주고받는 등 최근까지 팽팽한 2인자 경쟁을 이어간 황병서와 최룡해..

팽팽한 힘의 균형이 깨졌다는 게 감지된 때는 지난 달, 빨치산 1세대 리을설의 장례식이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달 12일) : "조선인민군 원수인 고 리을설 동지의 장의식이 11일 평양에서 국장으로 엄숙히 거행됐습니다."

김정은을 필두로 한 장의위원회 명단에, 최룡해의 이름이 사라진 것이다.

우리 정보 당국은 최룡해가 백두산 발전소 부실공사와 실언 등으로 혁명화 교육에 처해졌다고 설명했다.

최룡해의 실각, 그리고 빨치산 2세대 오일정의 퇴진...

북한 권력지도에 또다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달 14일) : "김정은 동지께서 평양 어린이식료품공장을 현지 지도하시었습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조용원 동지가 동행했습니다."

조용원은 올해 김 제1위원장의 현지 시찰을 마흔 두 차례 수행해, 황병서 군 총 정치국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횟수를 기록했다.

이 밖에 당 기계공업부 부부장 홍영칠, 지난 4월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김춘섭과 최근 복귀한 마원춘, 한광상까지..

50대의 이른바 ‘부부장 실세’들이 김정은 시대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 젊은 지도자가 운영하는, 소위 통치하는 이런 국가의 특성을 나름대로 보여줘야 된다는 거죠. 그렇다면 뭐냐. 이것을 권력을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인물들조차도, 관료들조차도 비슷하게 젊어져야 된다는 거죠."

지난 3일 시작된 인민군 제7차 군사교육일꾼대회...

주석단 중앙 김정은의 양 옆으로 군 서열 1, 2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의 자리가 마련됐다.

앉으라는 김정은의 손짓에 눈치만 보는 박영식.

김정은이 황병서에게도 손짓을 하자 그제야 두 사람은 엉거주춤 자리에 앉는다.

비슷한 장면은 지난 4월에도 연출됐다.

김정은보다 한 걸음 앞서 걷던 황병서가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치거나, 김정은이 건넨 꽃다발을 경쟁하듯 받는 모습...

군 서열 1, 2위가 쩔쩔매는 이런 모습은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바로 공포 정치이다.

지난 5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처형으로 공포 정치는 정점을 찍었다.

<인터뷰> 이OO(북한 간부 출신 탈북자) : "현영철이 입을 건사하지 못했다. 김정은에 대해서‘어린 사람이, 나이 어린 사람을 지도자로 모시고 일하기가 힘들다.’아주 북한식으로 보면 최고 사령관에 대한 절대적인 권위 훼손이니까 그 발언이 총살까지 당하게끔 된 기본적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습으로 권력을 쥔 젊은 집권자...

그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은 공포 정치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저 어린 것이 뭘 하겠느냐.’그리고 무슨‘아무 경력도 없는 것이 뭘 하겠느냐.’이것을 빨리 보완하기 위한 아주 강력한 조치가 사실 필요하다는 겁니다.유약한 어린 지도자가 아니라 아주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젊은 지도자, 장성한 지도자 이런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사실은 이런 공포 통치가 적극적으로 필요했지 않았느냐.."

김정은 집권 4년,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점차 그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1월 산림녹화 사업에 불만을 토로한 임업성 부상을 시작으로, 과학기술전당 지붕 모양에 이견을 보인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간첩 혐의를 받은 은하수관현악단 단원 등이 처형대에 올랐다.

이러한 공포정치에는 조직적인 시스템이 작동한다.

<인터뷰> 이OO(북한 군 간부 출신 탈북자) : "최대의 비밀을 알고 있어도 말을 하지 말아야 하며 그 말을 하는 사람의 말을 듣지도 말아야 합니다. 말한 사람만 처리하지 않고 연좌제로 인해서, 또 그걸 듣고 당 조직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인해서‘너 역시 그것을 수렴하지 않았는가.’이렇게 분석, 평가가 되기 때문에 자기 안전을 위해서 보고해야 됩니다. 그게 감시 체계와 같습니다."

김정은 식 공포정치에 힘을 실어주는 주체는 ‘노동당’이다.

자신의 고무부이자 2인자였던 장성택의 처형...

이를 결정한 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였다.

앞선 리영호 군 총참모장의 해임 역시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발표됐다.

북한 당국이 공포정치의 정당화에 당을 적극 앞세우고 나선 것이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공포정치 하는데 있어서도 무지막지하게 함부로 폭압성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 자체도 정통성을 보여줘야 되는 겁니다. 당이라고 하는 것을 통제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서 그것을 이제 공식화시키고 정당화시키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반면, 군에 대한 통제는 대폭 강화했다.

집권 첫 해, 김정은의 연설은 이러한 결심을 잘 보여준다.

<녹취> 김정은 제 1위원장 연설(2012년 10월) : "당과 수령에게 충실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군사가 다운 기질이 있고 작전 전술에 능하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필요 없습니다."

김정은은 최룡해, 황병서 등 당 간부를 군 총정치국장 자리에 앉혔다.

또 군 수뇌부들의 계급 강등, 복권을 반복하는 ‘견장정치’를 통해 군부 힘빼기에 나섰다.

2012년 대장으로 진급한 후 중장, 상장으로 내려앉았다가 지난 8월 다시 대장 칭호를 받는 등 무려 다섯 번이나 계급이 바뀐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 정보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김정은은 집권 이후 당·정·군의 핵심 직위 109개 중 79개 직위의 수장을 교체했다.

무려 73퍼센트의 교체율이다.

특히 내년 5월 열리는 제 7차 당 대회는 김정은의 2기 권력 진용이 완성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김정은이 약 4년 동안 국정을 운영하면서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와 다른 분야로까지 그의 활동 공간이 넓어지면서 내년 제7차 당 대회를 계기로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젊은 김정은의 측근들이 대거 전면에 부상하고 이러한 인물들이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으로 선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1인 독재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당·군·정을 손 안에서 휘두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권력 지도를 그려 온 김정은 제 1위원장.

내년 5월 7차 당 대회를 통해 김 제 1위원장이 다시 그릴 권력지도에서 사라질 인물은 누구일지, 또 새로 편입되는 이들은 누구일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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