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들 운영·엄마 투자…가족 도박단

입력 2015.12.23 (08:33) 수정 2015.12.2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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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온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판돈이 천억 원이나 되는 큰 규모였는데요.

조사해 보니, 이들은 일가족이었습니다.

엄마는 투자, 아들은 운영, 이모는 현금인출책... 각자 역할을 분담해 활동했습니다.

불법 도박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엄청났습니다.

이 돈으로 외제차를 굴리며 호화 생활을 누렸습니다.

범죄 수익금을 숨기기 위해 기발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했는데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찰이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택을 급습합니다.

금고를 열려고 하자 집주인이 온갖 구실을 대며 막으려 합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제가 여자 친구랑 보여주기 싫은 것도 같이 있어가지고. (알았어요. 뒤로 가있어요.)"

금고 안에서 수십 장의 카드와 현금 다발이 쏟아져 나옵니다.

집안 곳곳에서 검정색 비닐봉지가 발견됐는데요.

대부분 현금 뭉치가 들어 있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속에 금고 없죠?) 없어요. 그것 열지 마세요."

비슷한 시각,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도 경찰이 들이 닥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000씨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도박개장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 (제가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요. (난 뭐 안 했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것을.)"

당황한 듯하면서도 시치미를 떼는 중년 여성.

그런데 이 집에서도 검정색 비닐 봉지가 발견됩니다.

역시 현금 뭉치가 들어 있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다 꺼낸 거예요? (더 없나?) 장롱을 뒤져야겠는데요."

이 여성의 집에서 경찰이 압수한 현금은 무려 2억 2천여만 원이나 됐습니다.

검정색 비닐 봉지에 담긴 채 발견된 현금 뭉치들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벌어 들인 돈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압수 수색으로 증거를 확보한 경찰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29살 곽모 씨 등 일당 6명을 검거했습니다.

함께 붙잡힌 50대 여성은 아들에게 돈을 빌려줬을 뿐이라며, 범죄 연루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아드님이 도박장 개설했어요. 어머니가 거기 자금을 댔잖아요. ((아들에게) 빌려줬지.) 그러니까 어머님이 그런 이유 때문에 지금 도박개장 혐의로 체포되는 겁니다."

경찰에 체포되는 또 다른 중년여성, 두 사람은 자매 사이였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지금 23시 35분이네요. (12월) 13일. 소지하고 있는 휴대전화 (주세요) (아이고…….)"

이들의 집에서 압수된 범죄 수익금은 모두 3억여 원.

경찰은 이들이 범행에 이용한 대포 통장 60여 개도 찾아냈습니다.

<인터뷰> 이희갑(전문위원/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공정문화팀) : "신고센터로 제보가 됐습니다. 전산자료로 검색해 보니까 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2년 동안 약 40여 개의 입금계좌를 사용한 것이 확인돼서 수사의뢰를 한 겁니다."

일당을 조사하다 보니, 붙잡힌 6명 가운데 4명이 한 가족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9살 곽모 씨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직접 운영했는데, 어머니가 사이트 개설을 위한 투자금을 댔습니다.

어머니는 이후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을 은닉하는 역할도 해 온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수십 개의 대포 통장으로 입금된 도박자금을 인출하는 이 여성은 곽 씨의 이모입니다.

곽 씨의 남동생은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잡일을 맡아 했습니다.

그야말로, 가족 비즈니스였던 셈입니다.

<인터뷰> 문중식(서울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 "이런 사례가 없기 때문에 과연 어머니와 이모가 연관되어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실제로 조사해 보니까 다 사실로 확인됐고요. 나머지 친구들은 국내 영업총괄하고 프로그램 관리하고."

이들은 2013년 9월부터 단속을 피해 태국, 필리핀같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했습니다.

회원 수가 4천여 명에 이르고, 도박 자금 1100억 원을 끌어 들였습니다.

<인터뷰> 김현식(서울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수사관) : "국내에서는 잘 보지 않는 (해외) 아이스하키라든지 풋볼, 이종격투기 게임도 배팅할 수 있고, 프리미어리그, 스페인리그 등 정말 다양합니다. 최근에는 개들이 경주하는 모습까지 경륜, 경마 비슷하게 그것을 배팅하는……"

아들 곽 씨는 다른 불법 사이트 조직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직접 사이트를 열었습니다.

해외 서버 비용 등 초기 비용 마련을 위해 어머니를 끌어들인 겁니다.

<인터뷰> 문중식(서울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 "어머니에게 자금 투자를 해달라고 부탁해서 어머니가 결국은 최초에 1억 원을 댔고요. 그 뒤에 4, 5개월 동안에 영업자금으로 5천만 원 추가로 해서 총 1억 5천만 원입니다."

곽 씨 일당이 2년여 동안 벌어들인 범죄 수익은 75억 원에 이릅니다.

이 돈으로 호화 생활을 즐겼습니다.

<인터뷰> 문중식(서울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 "매달 2억 5천만 원 정도 수익금을 번 것이 확인됐습니다. 30개월 정도 했고요. (수익이) 총 75억 원 상당입니다. 한 달에 돈 천만 원 이상씩 사용했고, 외제차 구입해서 한 달에 리스비용 260만 원씩 지급을 하고요. 아파트도 월세로 살고요."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돈은 모두 현금으로 찾아 놨고, 쓰레기처럼 위장하기 위해 검정색 비닐봉지에 싸서 보관한 겁니다.

싱크대 밑 오븐에서 우르르 쏟아지는 돈 다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 조직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현금으로 보관합니다.

<인터뷰> 박기훈(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수사관) : "싱크대 오븐 있잖아요. 오븐 밑에 뜯어보니까 밑에 공간이 있더라고요. 거기에 보니까 돈이 있었죠."

돈을 숨기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는 겁니다.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범죄에 발을 디딘 일가족.

돈은 모두 압수당했고, 형사 처벌까지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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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아들 운영·엄마 투자…가족 도박단
    • 입력 2015-12-23 08:35:59
    • 수정2015-12-23 10: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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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온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판돈이 천억 원이나 되는 큰 규모였는데요.

조사해 보니, 이들은 일가족이었습니다.

엄마는 투자, 아들은 운영, 이모는 현금인출책... 각자 역할을 분담해 활동했습니다.

불법 도박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엄청났습니다.

이 돈으로 외제차를 굴리며 호화 생활을 누렸습니다.

범죄 수익금을 숨기기 위해 기발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했는데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찰이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택을 급습합니다.

금고를 열려고 하자 집주인이 온갖 구실을 대며 막으려 합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제가 여자 친구랑 보여주기 싫은 것도 같이 있어가지고. (알았어요. 뒤로 가있어요.)"

금고 안에서 수십 장의 카드와 현금 다발이 쏟아져 나옵니다.

집안 곳곳에서 검정색 비닐봉지가 발견됐는데요.

대부분 현금 뭉치가 들어 있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속에 금고 없죠?) 없어요. 그것 열지 마세요."

비슷한 시각,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도 경찰이 들이 닥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000씨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도박개장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 (제가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요. (난 뭐 안 했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것을.)"

당황한 듯하면서도 시치미를 떼는 중년 여성.

그런데 이 집에서도 검정색 비닐 봉지가 발견됩니다.

역시 현금 뭉치가 들어 있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다 꺼낸 거예요? (더 없나?) 장롱을 뒤져야겠는데요."

이 여성의 집에서 경찰이 압수한 현금은 무려 2억 2천여만 원이나 됐습니다.

검정색 비닐 봉지에 담긴 채 발견된 현금 뭉치들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벌어 들인 돈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압수 수색으로 증거를 확보한 경찰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29살 곽모 씨 등 일당 6명을 검거했습니다.

함께 붙잡힌 50대 여성은 아들에게 돈을 빌려줬을 뿐이라며, 범죄 연루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아드님이 도박장 개설했어요. 어머니가 거기 자금을 댔잖아요. ((아들에게) 빌려줬지.) 그러니까 어머님이 그런 이유 때문에 지금 도박개장 혐의로 체포되는 겁니다."

경찰에 체포되는 또 다른 중년여성, 두 사람은 자매 사이였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지금 23시 35분이네요. (12월) 13일. 소지하고 있는 휴대전화 (주세요) (아이고…….)"

이들의 집에서 압수된 범죄 수익금은 모두 3억여 원.

경찰은 이들이 범행에 이용한 대포 통장 60여 개도 찾아냈습니다.

<인터뷰> 이희갑(전문위원/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공정문화팀) : "신고센터로 제보가 됐습니다. 전산자료로 검색해 보니까 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2년 동안 약 40여 개의 입금계좌를 사용한 것이 확인돼서 수사의뢰를 한 겁니다."

일당을 조사하다 보니, 붙잡힌 6명 가운데 4명이 한 가족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9살 곽모 씨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직접 운영했는데, 어머니가 사이트 개설을 위한 투자금을 댔습니다.

어머니는 이후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을 은닉하는 역할도 해 온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수십 개의 대포 통장으로 입금된 도박자금을 인출하는 이 여성은 곽 씨의 이모입니다.

곽 씨의 남동생은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잡일을 맡아 했습니다.

그야말로, 가족 비즈니스였던 셈입니다.

<인터뷰> 문중식(서울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 "이런 사례가 없기 때문에 과연 어머니와 이모가 연관되어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실제로 조사해 보니까 다 사실로 확인됐고요. 나머지 친구들은 국내 영업총괄하고 프로그램 관리하고."

이들은 2013년 9월부터 단속을 피해 태국, 필리핀같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했습니다.

회원 수가 4천여 명에 이르고, 도박 자금 1100억 원을 끌어 들였습니다.

<인터뷰> 김현식(서울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수사관) : "국내에서는 잘 보지 않는 (해외) 아이스하키라든지 풋볼, 이종격투기 게임도 배팅할 수 있고, 프리미어리그, 스페인리그 등 정말 다양합니다. 최근에는 개들이 경주하는 모습까지 경륜, 경마 비슷하게 그것을 배팅하는……"

아들 곽 씨는 다른 불법 사이트 조직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직접 사이트를 열었습니다.

해외 서버 비용 등 초기 비용 마련을 위해 어머니를 끌어들인 겁니다.

<인터뷰> 문중식(서울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 "어머니에게 자금 투자를 해달라고 부탁해서 어머니가 결국은 최초에 1억 원을 댔고요. 그 뒤에 4, 5개월 동안에 영업자금으로 5천만 원 추가로 해서 총 1억 5천만 원입니다."

곽 씨 일당이 2년여 동안 벌어들인 범죄 수익은 75억 원에 이릅니다.

이 돈으로 호화 생활을 즐겼습니다.

<인터뷰> 문중식(서울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 "매달 2억 5천만 원 정도 수익금을 번 것이 확인됐습니다. 30개월 정도 했고요. (수익이) 총 75억 원 상당입니다. 한 달에 돈 천만 원 이상씩 사용했고, 외제차 구입해서 한 달에 리스비용 260만 원씩 지급을 하고요. 아파트도 월세로 살고요."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돈은 모두 현금으로 찾아 놨고, 쓰레기처럼 위장하기 위해 검정색 비닐봉지에 싸서 보관한 겁니다.

싱크대 밑 오븐에서 우르르 쏟아지는 돈 다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 조직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현금으로 보관합니다.

<인터뷰> 박기훈(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수사관) : "싱크대 오븐 있잖아요. 오븐 밑에 뜯어보니까 밑에 공간이 있더라고요. 거기에 보니까 돈이 있었죠."

돈을 숨기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는 겁니다.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범죄에 발을 디딘 일가족.

돈은 모두 압수당했고, 형사 처벌까지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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