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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적치 폐토가 붕괴…또 인재
입력 2015.12.26 (08:19) 수정 2015.12.26 (09:40) 특파원 현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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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포클레인들이 몰려들어 무너진 흙더미를 파헤치고 있는 이곳, 중국 선전입니다.

대규모 토사 붕괴가 일어나면서 공장 지대와 마을 전체가 통째로 사라졌는데, 지금도 수 많은 주민이 실종 상태입니다.

그런데 처음엔 산사태인줄 알았던 이번 사고, 산이 무너진 게 아니라 수년 동안 불법 적치돼 있던 공사장 폐토가 붕괴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국의 안전불감증이 또 대형 참사를 부른 셈입니다. 선전 사고 현장을 김태욱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피해. 멀리 피해! 공장이 다 무너졌어. 전부 무너졌어."

평온했던 일요일 오전.

공단 지역이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조용하고 평화롭던 마을은 순식간에 공포와 통곡의 땅으로 변했습니다.

사고 발생 이틀째.

현장은 혼란 속에 빠져 있습니다.

<녹취> 중국 경찰 : "(못 들어갑니까?) 못 들어가요. 교통통제 중입니다. (안쪽은 위험한가요?) 저리 가요! 저리 가!"

각지에서 모여든 소방대와 군인들이 다급하게 사고 현장으로 향합니다.

민간 구조대도 굳은 표정으로 속속 도착합니다.

전문 구조 분야를 따질 겨를조차 없습니다.

<녹취> 민간구조대 : "(어디에서 오셨나요?) 전문 구조 인력은 안에 있어요. 우리는 산악구조대입니다."

주변 마을과 산길을 돌아 겨우 접근한 사고 현장..

처참하게 파괴된 모습 그대로입니다.

흙더미에 파묻힌 면적이 무려 38만 제곱미터, 축구장 50여 개 넓입니다.

저는 지금 사고 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폐허로 변한 사고 현장에서는 백 대가 넘는 굴삭기가 계속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근로자 기숙사 3개 동을 포함해 모두 33개 건물이 저 흙속에 매몰돼 있습니다.

사고 지점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주민 랴오 씨..

산사태가 옆으로 비껴가 겨우 화를 면했습니다.

<인터뷰> 랴오(주민) : "너무 걱정되고 참혹하죠. 위부터 아래까지 전부 쓸어버렸어요. (폭발음도 들었어요?) 들었죠. 폭탄 터지는 것 같았어요."

중국 정부는 매몰 실종자가 70여 명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위 씨 자매는 벌써 며칠째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이 주변을 헤매고 있습니다.

큰언니 일가족이 모두 실종됐기 때문입니다.

어린 조카부터 할아버지까지 위 씨 자매 가족만 16명입니다.

<인터뷰> 위환환(실종자 가족) : "전부 사고를 당했어요. 살았든 죽었든 찾았으면 좋겠어요. 정부가 좀 도와주길 바랍니다. 우리는 아무 힘이 없어요."

취재진이 만난 세 가족만 따져도 실종자가 무려 40여 명입니다.

당국이 피해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원징커(공단 근로자) : "어떤 공장은 출근했고, 일부 근로자는 숙소에서 낮잠을 잤어요. 그들이 다 매몰됐어요. 수백 명은 될 거예요."

더욱 황당한 건 바로 사태 사고가 일어난 원인입니다.

주민들은 원래 사고 지점엔 산이 없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랴오(주민) : "예전에 거기에 연못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양어장이 있었어요. 거기다 흙을 가져다 쌓은 거에요."

주변 공사장에서 나온 폐토를 수 년 동안 불법으로 쌓아 방치한 겁니다.

나무 한 그루 없이 100미터 넘게 쌓인 폐기물 흙산이 결국 한순간에 마을에 대재앙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인터뷰> 롱(주민) : "폐기물이나 폐토를 저기에 2년 동안 계속 쌓았다고 하잖아요. 저건 천재가 아니라 인재죠.직접 한번 봐요!"

어이없는 인재에 삶을 터전을 송두리째 잃은 주민들은 임시 거처인 지역 체육센터에 머물며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로 집과 일터를 잃은 주민 900여 명이 이 곳에 대피해 있습니다.

급히 몸만 빠져나온 탓에 이렇게 맨바닥에서 담요 한 장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새해를 앞두고 찾아온 참사에 이들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천투란(이재민) : "우리는 여기서 이렇게 누워서 연말을 보내고 있어요. 사람들은 다 좋은 집에서 잠을 자는데 우리는 여기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어요."

사고 나흘째.

새벽 여명과 함께 주민들에게 희망이 빛이 비춰졌습니다.

구조대의 움직임이 분주해 지는가 싶더니 한 남성이 극적으로 구출된 겁니다.

<녹취>구조대 : "기울이면 안돼! 조심, 조심! 좋아."

사고 발생 67시간 만입니다.

구조된 21살 청년은 무너진 지붕 사이에 생긴 좁은 틈에서 해바라기씨를 먹으며 버텼습니다.

<녹취> 왕광밍(의사) :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깔려 있었는데, 이 정도 건강상태를 유지했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비교적 젊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존 골든타임이라는 72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시간.

실종자 가족의 애타는 기다림은 점차 통곡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무려 17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텐진 화학물질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넉 달..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이 다시 대형 참사를 불렀다는 자괴감, 그리고 주민들의 분노가 사고 현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 불법 적치 폐토가 붕괴…또 인재
    • 입력 2015-12-26 08:54:20
    • 수정2015-12-26 09:40:0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포클레인들이 몰려들어 무너진 흙더미를 파헤치고 있는 이곳, 중국 선전입니다.

대규모 토사 붕괴가 일어나면서 공장 지대와 마을 전체가 통째로 사라졌는데, 지금도 수 많은 주민이 실종 상태입니다.

그런데 처음엔 산사태인줄 알았던 이번 사고, 산이 무너진 게 아니라 수년 동안 불법 적치돼 있던 공사장 폐토가 붕괴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국의 안전불감증이 또 대형 참사를 부른 셈입니다. 선전 사고 현장을 김태욱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피해. 멀리 피해! 공장이 다 무너졌어. 전부 무너졌어."

평온했던 일요일 오전.

공단 지역이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조용하고 평화롭던 마을은 순식간에 공포와 통곡의 땅으로 변했습니다.

사고 발생 이틀째.

현장은 혼란 속에 빠져 있습니다.

<녹취> 중국 경찰 : "(못 들어갑니까?) 못 들어가요. 교통통제 중입니다. (안쪽은 위험한가요?) 저리 가요! 저리 가!"

각지에서 모여든 소방대와 군인들이 다급하게 사고 현장으로 향합니다.

민간 구조대도 굳은 표정으로 속속 도착합니다.

전문 구조 분야를 따질 겨를조차 없습니다.

<녹취> 민간구조대 : "(어디에서 오셨나요?) 전문 구조 인력은 안에 있어요. 우리는 산악구조대입니다."

주변 마을과 산길을 돌아 겨우 접근한 사고 현장..

처참하게 파괴된 모습 그대로입니다.

흙더미에 파묻힌 면적이 무려 38만 제곱미터, 축구장 50여 개 넓입니다.

저는 지금 사고 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폐허로 변한 사고 현장에서는 백 대가 넘는 굴삭기가 계속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근로자 기숙사 3개 동을 포함해 모두 33개 건물이 저 흙속에 매몰돼 있습니다.

사고 지점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주민 랴오 씨..

산사태가 옆으로 비껴가 겨우 화를 면했습니다.

<인터뷰> 랴오(주민) : "너무 걱정되고 참혹하죠. 위부터 아래까지 전부 쓸어버렸어요. (폭발음도 들었어요?) 들었죠. 폭탄 터지는 것 같았어요."

중국 정부는 매몰 실종자가 70여 명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위 씨 자매는 벌써 며칠째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이 주변을 헤매고 있습니다.

큰언니 일가족이 모두 실종됐기 때문입니다.

어린 조카부터 할아버지까지 위 씨 자매 가족만 16명입니다.

<인터뷰> 위환환(실종자 가족) : "전부 사고를 당했어요. 살았든 죽었든 찾았으면 좋겠어요. 정부가 좀 도와주길 바랍니다. 우리는 아무 힘이 없어요."

취재진이 만난 세 가족만 따져도 실종자가 무려 40여 명입니다.

당국이 피해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원징커(공단 근로자) : "어떤 공장은 출근했고, 일부 근로자는 숙소에서 낮잠을 잤어요. 그들이 다 매몰됐어요. 수백 명은 될 거예요."

더욱 황당한 건 바로 사태 사고가 일어난 원인입니다.

주민들은 원래 사고 지점엔 산이 없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랴오(주민) : "예전에 거기에 연못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양어장이 있었어요. 거기다 흙을 가져다 쌓은 거에요."

주변 공사장에서 나온 폐토를 수 년 동안 불법으로 쌓아 방치한 겁니다.

나무 한 그루 없이 100미터 넘게 쌓인 폐기물 흙산이 결국 한순간에 마을에 대재앙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인터뷰> 롱(주민) : "폐기물이나 폐토를 저기에 2년 동안 계속 쌓았다고 하잖아요. 저건 천재가 아니라 인재죠.직접 한번 봐요!"

어이없는 인재에 삶을 터전을 송두리째 잃은 주민들은 임시 거처인 지역 체육센터에 머물며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로 집과 일터를 잃은 주민 900여 명이 이 곳에 대피해 있습니다.

급히 몸만 빠져나온 탓에 이렇게 맨바닥에서 담요 한 장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새해를 앞두고 찾아온 참사에 이들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천투란(이재민) : "우리는 여기서 이렇게 누워서 연말을 보내고 있어요. 사람들은 다 좋은 집에서 잠을 자는데 우리는 여기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어요."

사고 나흘째.

새벽 여명과 함께 주민들에게 희망이 빛이 비춰졌습니다.

구조대의 움직임이 분주해 지는가 싶더니 한 남성이 극적으로 구출된 겁니다.

<녹취>구조대 : "기울이면 안돼! 조심, 조심! 좋아."

사고 발생 67시간 만입니다.

구조된 21살 청년은 무너진 지붕 사이에 생긴 좁은 틈에서 해바라기씨를 먹으며 버텼습니다.

<녹취> 왕광밍(의사) :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깔려 있었는데, 이 정도 건강상태를 유지했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비교적 젊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존 골든타임이라는 72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시간.

실종자 가족의 애타는 기다림은 점차 통곡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무려 17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텐진 화학물질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넉 달..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이 다시 대형 참사를 불렀다는 자괴감, 그리고 주민들의 분노가 사고 현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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