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우리가 원조”…핀란드 산타 마케팅

입력 2015.12.26 (08:33) 수정 2015.12.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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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유럽 지도인데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그리고 핀란드입니다.

이 네 나라 사이에 오래된 신경전이 있는데, 이 산타클로스 때문입니다.

바로 자기 나라가 산타클로스의 원조라는건데, 지금까지는 핀란드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산타 마을' 조성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면서 '산타 종주국은 핀란드'라는 인상을 굳혀가고 있는데요.

이른바 '산타 마케팅'의 결정판, 핀란드 로바니에미를 손서영 순회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마을.

북위 66도 33분.

북극권과 맞닿은 핀란드 로바니에미입니다.

이곳에선 산타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전설은 핀란드와 러시아 국경이 맞닿아 있는 깊은 산 속에서 시작되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자작나무 숲에서 긴 휴가를 즐기는 산타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순록이 끄는 썰매에 선물을 가득 싣고 이곳으로 내려온다는 겁니다.

<녹취> 산나(로바니에미 관광진흥공사 사장) : "깊은 산 속 툰투리에 사는 산타가 세상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로바니에미에 자리를 잡았다는 옛날 이야기가 시작이었습니다."

산타클로스 전설이 각종 매체를 타고 널리 알려지면서, 로바니에미는 '산타의 고향'이 됐습니다.

긴 수염에 인자한 미소. 배꼽까지 내려오는 빨간 외투.

로바니에미의 산타클로스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산타의 집무실은 늘 붐빕니다.

기다림 끝에 산타클로스를 만난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고,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갑니다.

<녹취> 사비나(독일 관광객) : "정말 즐겁습니다. 오랜 시간 여기 오는 것을 꿈꿔왔습니다."

로바니에미의 산타는 10여 명.

이 지역에서 대대로 살아온 주민들 가운데 선거로 선출됩니다.

선거에서 뽑힌 산타는 핀란드 정부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습니다.

산타들은 역할이 나눠져 있는데, 관광객을 접견하는 산타가 있는가 하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핀란드를 홍보하는 산타도 있습니다.

산타가 민간 외교 사절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입니다.

날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어떤 나라말로도 할 수 있습니다.

<녹취> 로바니에미 산타클로스 : "선물을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혹은 소원을 말하려고 찾아옵니다."

인구 6만여 명의 작은 마을 로바니에미를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50만 명에 달합니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한 성수기에는 산타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증가하며 특별 전세기까지 동원될 정도입니다.

수도 헬싱키에서 출발해 로바니에미까지 꼬박 11시간이 걸리는 야간열차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됩니다.

방문객 수가 많을 때는 한해 최고 백만 명이 로바니에미를 찾기도 했습니다.

로바니에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침공을 받으면서 변변한 건물 하나 남지 않을 만큼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모든 것이 파괴된 로바니에미.

회생의 길을 찾던 로바니에미 지역은 전설 속 산타클로스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전설과 관광 산업을 접목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가 1980년대였습니다.

<녹취> 요하(로바니에미 지역개발회사 대표) : "크리스마스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산타가 거주하는 도시란 이야기가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1985년, 핀란드 정부 주도로 산타 마을 관광 단지가 본격적으로 조성됐습니다.

숙소로 이용되는 통나무 오두막부터 산타 집무실과 우체국.

기념품 가게와 레스토랑 등이 들어섰습니다.

산타를 만나면서 동시에 다양한 겨울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했는데, 산타 썰매를 직접 타볼 수 있고, 이글루 호텔에서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등 산타를 테마로 한 특색 있는 상품이 많습니다.

북극권의 기나긴 밤에 눈 위에서 만나는 환상적인 오로라는 덤입니다.

<인터뷰> 마르코(산타클로스 홀리데이빌리지 대표) : "단순히 산타만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활동과 쇼핑도 할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이 같은 정부와 지역의 노력 끝에 2013년 기준 로바니에미 지역의 산타 관련 산업 시장 규모는 1억 유로, 우리 돈 천5백억 원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버려진 동토의 땅 로바니에미는 이제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주목받는 땅이 된 겁니다.

<인터뷰> 에르끼(로바니에미시 관광국장) : "1년에 절반 이상 눈이 오는 로바니에미에서 겨울은 더는 장애물이 아니라 엄청난 기회입니다."

판란드 정부는 산타 산업이 게임과 테마파크로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적극적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 정부와 지자체는 '산타 종주국'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확고하게 하기 위해 해외 홍보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 같은 홍보 활동의 결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고사리손으로 정성을 담아 쓴 편지가 가득합니다.

산타에게 선물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로바니에미의 우체국으로는 전 세계에서 산타에게 보낸 편지들이 도착합니다.

이곳의 주소를 쓰지 않아도 '산타클로스'란 이름만 들어가면 대부분 이곳으로 배달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온 편지도 눈에 띕니다.

우체국에는 산타를 돕는 특별한 비서, '엘프'가 있는데, 각 나라에서 온 편지들을 산타가 읽을 수 있게 번역하는 일을 합니다.

<녹취> 리따(산타클로스 우체국 비서) : "우리들의 업무는 산타가 편지를 읽고 직접 답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쓰면 모두 이곳으로 배달됩니다.

지난해 190여 개국 어린이들에게서 온 편지만 백만 통이 넘는데요.

이렇게 주소만 적으면 산타클로스에게 직접 답장을 받을 수 있어 인기입니다.

'산타클로스가 적혀 있는 편지는 핀란드로 보낸다'라는 새 관습.

이를 완성시킨 '산타 종주국' 핀란드의 위상은 굳건해 보입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 갈고 닦은 산타클로스라는 콘텐츠를 통해 척박한 자연환경과 전쟁의 참상을 딛고 일어난 핀란드 로바니에미.

훌륭한 '스토리텔링'과 경쟁력 있는 문화콘텐츠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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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우리가 원조”…핀란드 산타 마케팅
    • 입력 2015-12-26 08:58:49
    • 수정2015-12-26 09:40:0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유럽 지도인데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그리고 핀란드입니다.

이 네 나라 사이에 오래된 신경전이 있는데, 이 산타클로스 때문입니다.

바로 자기 나라가 산타클로스의 원조라는건데, 지금까지는 핀란드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산타 마을' 조성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면서 '산타 종주국은 핀란드'라는 인상을 굳혀가고 있는데요.

이른바 '산타 마케팅'의 결정판, 핀란드 로바니에미를 손서영 순회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마을.

북위 66도 33분.

북극권과 맞닿은 핀란드 로바니에미입니다.

이곳에선 산타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전설은 핀란드와 러시아 국경이 맞닿아 있는 깊은 산 속에서 시작되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자작나무 숲에서 긴 휴가를 즐기는 산타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순록이 끄는 썰매에 선물을 가득 싣고 이곳으로 내려온다는 겁니다.

<녹취> 산나(로바니에미 관광진흥공사 사장) : "깊은 산 속 툰투리에 사는 산타가 세상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로바니에미에 자리를 잡았다는 옛날 이야기가 시작이었습니다."

산타클로스 전설이 각종 매체를 타고 널리 알려지면서, 로바니에미는 '산타의 고향'이 됐습니다.

긴 수염에 인자한 미소. 배꼽까지 내려오는 빨간 외투.

로바니에미의 산타클로스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산타의 집무실은 늘 붐빕니다.

기다림 끝에 산타클로스를 만난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고,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갑니다.

<녹취> 사비나(독일 관광객) : "정말 즐겁습니다. 오랜 시간 여기 오는 것을 꿈꿔왔습니다."

로바니에미의 산타는 10여 명.

이 지역에서 대대로 살아온 주민들 가운데 선거로 선출됩니다.

선거에서 뽑힌 산타는 핀란드 정부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습니다.

산타들은 역할이 나눠져 있는데, 관광객을 접견하는 산타가 있는가 하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핀란드를 홍보하는 산타도 있습니다.

산타가 민간 외교 사절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입니다.

날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어떤 나라말로도 할 수 있습니다.

<녹취> 로바니에미 산타클로스 : "선물을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혹은 소원을 말하려고 찾아옵니다."

인구 6만여 명의 작은 마을 로바니에미를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50만 명에 달합니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한 성수기에는 산타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증가하며 특별 전세기까지 동원될 정도입니다.

수도 헬싱키에서 출발해 로바니에미까지 꼬박 11시간이 걸리는 야간열차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됩니다.

방문객 수가 많을 때는 한해 최고 백만 명이 로바니에미를 찾기도 했습니다.

로바니에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침공을 받으면서 변변한 건물 하나 남지 않을 만큼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모든 것이 파괴된 로바니에미.

회생의 길을 찾던 로바니에미 지역은 전설 속 산타클로스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전설과 관광 산업을 접목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가 1980년대였습니다.

<녹취> 요하(로바니에미 지역개발회사 대표) : "크리스마스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산타가 거주하는 도시란 이야기가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1985년, 핀란드 정부 주도로 산타 마을 관광 단지가 본격적으로 조성됐습니다.

숙소로 이용되는 통나무 오두막부터 산타 집무실과 우체국.

기념품 가게와 레스토랑 등이 들어섰습니다.

산타를 만나면서 동시에 다양한 겨울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했는데, 산타 썰매를 직접 타볼 수 있고, 이글루 호텔에서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등 산타를 테마로 한 특색 있는 상품이 많습니다.

북극권의 기나긴 밤에 눈 위에서 만나는 환상적인 오로라는 덤입니다.

<인터뷰> 마르코(산타클로스 홀리데이빌리지 대표) : "단순히 산타만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활동과 쇼핑도 할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이 같은 정부와 지역의 노력 끝에 2013년 기준 로바니에미 지역의 산타 관련 산업 시장 규모는 1억 유로, 우리 돈 천5백억 원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버려진 동토의 땅 로바니에미는 이제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주목받는 땅이 된 겁니다.

<인터뷰> 에르끼(로바니에미시 관광국장) : "1년에 절반 이상 눈이 오는 로바니에미에서 겨울은 더는 장애물이 아니라 엄청난 기회입니다."

판란드 정부는 산타 산업이 게임과 테마파크로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적극적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 정부와 지자체는 '산타 종주국'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확고하게 하기 위해 해외 홍보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 같은 홍보 활동의 결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고사리손으로 정성을 담아 쓴 편지가 가득합니다.

산타에게 선물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로바니에미의 우체국으로는 전 세계에서 산타에게 보낸 편지들이 도착합니다.

이곳의 주소를 쓰지 않아도 '산타클로스'란 이름만 들어가면 대부분 이곳으로 배달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온 편지도 눈에 띕니다.

우체국에는 산타를 돕는 특별한 비서, '엘프'가 있는데, 각 나라에서 온 편지들을 산타가 읽을 수 있게 번역하는 일을 합니다.

<녹취> 리따(산타클로스 우체국 비서) : "우리들의 업무는 산타가 편지를 읽고 직접 답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쓰면 모두 이곳으로 배달됩니다.

지난해 190여 개국 어린이들에게서 온 편지만 백만 통이 넘는데요.

이렇게 주소만 적으면 산타클로스에게 직접 답장을 받을 수 있어 인기입니다.

'산타클로스가 적혀 있는 편지는 핀란드로 보낸다'라는 새 관습.

이를 완성시킨 '산타 종주국' 핀란드의 위상은 굳건해 보입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 갈고 닦은 산타클로스라는 콘텐츠를 통해 척박한 자연환경과 전쟁의 참상을 딛고 일어난 핀란드 로바니에미.

훌륭한 '스토리텔링'과 경쟁력 있는 문화콘텐츠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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