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한밤중 주민 긴급 대피…“토압 예측 오류”

입력 2015.12.28 (08:33) 수정 2015.12.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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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26일 새벽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건물 붕괴 조짐이 보여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인근 신축 공사장 때문이었습니다.

현장을 가 보니, 공사장 인근 주택 여러 채에서 벽이 갈라져 있고, 위태롭게 기운 곳도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이달 초부터 건물에 이상이 생겼다며 구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습니다.

그런데도 별다른 조처 없이 시간만 흘렀습니다.

구청의 늑장 대응에 주민들은 더 화가 났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멀쩡하던 집 벽이 쩍쩍 갈라지고, 손이 들어갈 정도로 심하게 벌어진 곳도 여러 군데 보입니다.

심지어 2층 집은 15도 가까이 기울어져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입니다.

건물 일부는 무너져 내리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의 한 주택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집 흔들리고 문이 쾅쾅 닫히고 그랬죠. 벽이 갈라지고”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보도블록 사이가 벌어지고 현관문이 뻑뻑해서 잘 안 열릴 정도로 그 정도로 기울었더라고요.”

집이 눈에 띌 정도로 기울기 시작한 건 지난 26일 새벽 4시 무렵입니다.

가장 먼저 나타난 징후는 가스 냄새였습니다.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우리 애들이 구토를 하는 거예요. 엄마 여기 이상한 냄새난다고...”

주민들은 바로 소방서에 신고했고, 출동한 119 대원들은 곧장 주민들을 대피시켰습니다.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소방대원이 막 문 두드려 가지고 대피하라 그래서 짐을 챙겼죠.”

총 16가구 38명이 서둘러 은평구청 강당으로 대피했습니다.

다세대 주택 8개 동에서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확인된 겁니다.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우리 집이 지하가 막 벽이 갈라지고 옆에 할아버지 하얀 2층집은 2층이 무너지고 난리가 났죠.”

<인터뷰>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갑자기 집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요. 우지직 우지직 그 소리가 계속 들려요. 욕실바닥이 완전히 주저앉았어요.”

경찰과 소방당국은 가스와 전기를 차단하고, 주변 도로를 통제했습니다.

인근에서 진행 중이던 신축 빌라 공사 현장이 원인이었습니다.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빌라 건축을 위해 터파기 공사를 하던 중, 지반이 침하되면서 인근 건물들에까지 영향이 갔습니다.

<인터뷰> 우종태(경북대 건설안전공학과 교수) : “(맨홀이) 노후 되다 보니깐 계속 누수가 됐고 사고 이틀 전에 약간 변형이 생기면서 50mm 상수도관이 탈락이 되면서 두세 시간 동안 물이 스며들었다고 합니다.”

노후된 맨홀에서 물이 샜고, 흙이 물을 흡수해 토압이 상승하면서 결국 지지대가 기울었다는 겁니다.

<인터뷰> 장윤수(은평구청 건축과장) : “흙막이가 토압을 받은 것 같아요. 흙이라는 게 이제 그냥 맨땅으로 있을 때보다 물에 젖으면 그게 토압이 더 증가 되거든요. 그러면서 인접 가옥에 균 열 피해가 생긴 걸로 (추정됩니다.)”

좌우 토압이 달라지는 편토압 현상을 미처 계산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인터뷰>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지지대에 적합한 토목공사 공법을 선정하지 못 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는 거거든요. 즉 취약한 지질이면 취약한 지질에 맞는 공법을 써야 하는데 지역에 지질에 맞는 공법을 선정하지 못한 거죠.”

붕괴 위험 속에서 겨우 몸만 빠져 나온 주민들, 부족한 게 한둘이 아닙니다.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애들이 집에 가자고 장난감 (달라고) 애들이니깐 장난감과 책이 있어야 하는데...”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우리가 거기 9년 살았어요, 9년. 오래 살았죠. (지금) 낯선데 있으니까 신경 쓰이니까 잠을 못 자고 나이가 70인데 지친 몸에다가 이러니 쓰러지기 직전이에요.”

주민들이 더욱 분통을 터뜨리는 건, 이미 공사 초기 단계부터 사고 조짐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갑자기 어느 날 공사를 한다고 공사를 하더라고요. 근데 갑자기 집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요.”

구청에 여러 차례 위험 상황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구청에 전화해서) 벽면하고 욕실에 금이 가고 있는데 현장을 나와다오 하니까 ‘아 그거 사진 찍으면 돼요.‘ 현장 방문을 못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시더라고.”

주민들이 직접 구청을 찾아가 민원을 제기하자, 이번엔 시공사 직원들이 찾아와 문제를 무마하려 했습니다.

<인터뷰>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임시방편으로 시멘만 발라주고 나중에 해주겠다. 그렇게만 해주시고 가셨거든요.”

벌어진 틈을 시멘트로 메워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구청의 긴급 안전진단 결과, 균열이 생긴 8개동 모두 당장 철거해야 하거나, 즉각 보수가 필요한 재난 위험 시설로 지정됐습니다.

여기에 추가 붕괴 위험이 커지면서, 8개 동 외에 인근 5개 동 주민 130여 명에게도 긴급 대피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세밑 한파 속에서 집을 떠나게 된 주민들,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처음 민원을 넣었을 때 와서 먼저 보고 갔으면 더 큰 일은 안 벌어졌을 것 같은데...”

주민 인명 사고는 없었지만 현장 점검을 하던 구청 직원 1명이 담벼락에 깔려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현재 구청은 신축 빌라 공사장에 추가 지지대를 설치하고, 덤프트럭 150여 대를 동원해 터를 파낸 자리에 흙을 다시 채우는 응급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아무리 허름해도 애들이 뛰어놀고 같이 살던 집인데 예전처럼 거기서 웃고, 뛰어놀 수 없고, 밥을 먹을 수 없을 거 같아요.”

구청 측은 조만간 공사장 건축주가 참여한 주민설명회를 열어 보상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여러 차례 신고가 있었는데도,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에야 움직인 구청의 늑장 대응 체계도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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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한밤중 주민 긴급 대피…“토압 예측 오류”
    • 입력 2015-12-28 08:42:15
    • 수정2015-12-28 09: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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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새벽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건물 붕괴 조짐이 보여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인근 신축 공사장 때문이었습니다.

현장을 가 보니, 공사장 인근 주택 여러 채에서 벽이 갈라져 있고, 위태롭게 기운 곳도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이달 초부터 건물에 이상이 생겼다며 구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습니다.

그런데도 별다른 조처 없이 시간만 흘렀습니다.

구청의 늑장 대응에 주민들은 더 화가 났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멀쩡하던 집 벽이 쩍쩍 갈라지고, 손이 들어갈 정도로 심하게 벌어진 곳도 여러 군데 보입니다.

심지어 2층 집은 15도 가까이 기울어져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입니다.

건물 일부는 무너져 내리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의 한 주택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집 흔들리고 문이 쾅쾅 닫히고 그랬죠. 벽이 갈라지고”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보도블록 사이가 벌어지고 현관문이 뻑뻑해서 잘 안 열릴 정도로 그 정도로 기울었더라고요.”

집이 눈에 띌 정도로 기울기 시작한 건 지난 26일 새벽 4시 무렵입니다.

가장 먼저 나타난 징후는 가스 냄새였습니다.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우리 애들이 구토를 하는 거예요. 엄마 여기 이상한 냄새난다고...”

주민들은 바로 소방서에 신고했고, 출동한 119 대원들은 곧장 주민들을 대피시켰습니다.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소방대원이 막 문 두드려 가지고 대피하라 그래서 짐을 챙겼죠.”

총 16가구 38명이 서둘러 은평구청 강당으로 대피했습니다.

다세대 주택 8개 동에서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확인된 겁니다.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우리 집이 지하가 막 벽이 갈라지고 옆에 할아버지 하얀 2층집은 2층이 무너지고 난리가 났죠.”

<인터뷰>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갑자기 집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요. 우지직 우지직 그 소리가 계속 들려요. 욕실바닥이 완전히 주저앉았어요.”

경찰과 소방당국은 가스와 전기를 차단하고, 주변 도로를 통제했습니다.

인근에서 진행 중이던 신축 빌라 공사 현장이 원인이었습니다.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빌라 건축을 위해 터파기 공사를 하던 중, 지반이 침하되면서 인근 건물들에까지 영향이 갔습니다.

<인터뷰> 우종태(경북대 건설안전공학과 교수) : “(맨홀이) 노후 되다 보니깐 계속 누수가 됐고 사고 이틀 전에 약간 변형이 생기면서 50mm 상수도관이 탈락이 되면서 두세 시간 동안 물이 스며들었다고 합니다.”

노후된 맨홀에서 물이 샜고, 흙이 물을 흡수해 토압이 상승하면서 결국 지지대가 기울었다는 겁니다.

<인터뷰> 장윤수(은평구청 건축과장) : “흙막이가 토압을 받은 것 같아요. 흙이라는 게 이제 그냥 맨땅으로 있을 때보다 물에 젖으면 그게 토압이 더 증가 되거든요. 그러면서 인접 가옥에 균 열 피해가 생긴 걸로 (추정됩니다.)”

좌우 토압이 달라지는 편토압 현상을 미처 계산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인터뷰>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지지대에 적합한 토목공사 공법을 선정하지 못 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는 거거든요. 즉 취약한 지질이면 취약한 지질에 맞는 공법을 써야 하는데 지역에 지질에 맞는 공법을 선정하지 못한 거죠.”

붕괴 위험 속에서 겨우 몸만 빠져 나온 주민들, 부족한 게 한둘이 아닙니다.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애들이 집에 가자고 장난감 (달라고) 애들이니깐 장난감과 책이 있어야 하는데...”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우리가 거기 9년 살았어요, 9년. 오래 살았죠. (지금) 낯선데 있으니까 신경 쓰이니까 잠을 못 자고 나이가 70인데 지친 몸에다가 이러니 쓰러지기 직전이에요.”

주민들이 더욱 분통을 터뜨리는 건, 이미 공사 초기 단계부터 사고 조짐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갑자기 어느 날 공사를 한다고 공사를 하더라고요. 근데 갑자기 집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요.”

구청에 여러 차례 위험 상황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구청에 전화해서) 벽면하고 욕실에 금이 가고 있는데 현장을 나와다오 하니까 ‘아 그거 사진 찍으면 돼요.‘ 현장 방문을 못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시더라고.”

주민들이 직접 구청을 찾아가 민원을 제기하자, 이번엔 시공사 직원들이 찾아와 문제를 무마하려 했습니다.

<인터뷰>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임시방편으로 시멘만 발라주고 나중에 해주겠다. 그렇게만 해주시고 가셨거든요.”

벌어진 틈을 시멘트로 메워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구청의 긴급 안전진단 결과, 균열이 생긴 8개동 모두 당장 철거해야 하거나, 즉각 보수가 필요한 재난 위험 시설로 지정됐습니다.

여기에 추가 붕괴 위험이 커지면서, 8개 동 외에 인근 5개 동 주민 130여 명에게도 긴급 대피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세밑 한파 속에서 집을 떠나게 된 주민들,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처음 민원을 넣었을 때 와서 먼저 보고 갔으면 더 큰 일은 안 벌어졌을 것 같은데...”

주민 인명 사고는 없었지만 현장 점검을 하던 구청 직원 1명이 담벼락에 깔려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현재 구청은 신축 빌라 공사장에 추가 지지대를 설치하고, 덤프트럭 150여 대를 동원해 터를 파낸 자리에 흙을 다시 채우는 응급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녹취> 피해 주택 주민(음성변조) : “아무리 허름해도 애들이 뛰어놀고 같이 살던 집인데 예전처럼 거기서 웃고, 뛰어놀 수 없고, 밥을 먹을 수 없을 거 같아요.”

구청 측은 조만간 공사장 건축주가 참여한 주민설명회를 열어 보상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여러 차례 신고가 있었는데도,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에야 움직인 구청의 늑장 대응 체계도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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