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화벌이 실태] ① 北 앙코르박물관 ‘텅텅’…280억 투자 ‘헛돈’

입력 2016.02.09 (21:29) 수정 2016.02.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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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의 주요 돈줄인 북한의 외화벌이 실태를 점검해 봅니다.

첫 순서로 북한이 280억원 대의 거금을 투자해 캄보디아에 세운 앙코르 박물관인데요, 무리한 투자로 운영난에 시달리면서 불법 커미션까지 판치고 있습니다.

강나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계 최대의 불교 유적지, '앙코르와트'.

차로 10여 분을 달리자 북한이 캄보디아에 지은 앙코르 박물관이 나타납니다.

박물관으로 들어서자 50대 북한 남성이 다가와 먼저 말을 겁니다.

<녹취> 북한 박물관 직원 : "조선말 하세요? 우리 조선말 안내를 붙여드릴까요? (그럼 저희는 좋죠.) 어이. 여기 동지들 왔는데 나와서 안내 좀 해주지?"

1층에는 앙코르와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형이 전시돼있고, 한 층을 더 오르자 북한의 만수대창작사 소속 예술가 60여 명이 4년간 그렸다는 초대형 벽화가 펼쳐집니다.

<녹취> 북한 박물관 직원 : "만수대 창작사라고 아십니까? 거기 선생님들이 제일 뭐 많이 왔댔는데, 2012년부터 공사를 들어갔단 말입니다."

일부 예술가들은 박물관 완공 뒤에도 그대로 남아 그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박물관 직원 : "만수대 창작사에서 직접 나와 있으니까 그렇지, 우리 위탁으로 들어가 있는 베이징 다른 전시관에는 굉장히 비싼... 만 불을 넘어간단 말입니다."

북한이 우리 돈 280억 원을 들여 지은 박물관이 정식으로 문을 연 건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

하지만 직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물관을 찾은 사흘간 실제 취재진이 만난 관광객은 다섯 명에 불과합니다.

<녹취> 독일 관광객(영어) : "(방문객이 왜 안 온다고 생각하세요?) 아무도 몰라요. 이곳을 아무도 모르니까 오지 않죠."

지금 시간이 현지시각으로 10시 정도인데요.

원래는 한창 관광객으로 붐벼야 할 시간이지만 보시는 것처럼 주차장이 텅 비어있습니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 무리하게 관람료를 15달러로 비싸게 책정한 데다, 바로 옆 앙코르와트와 관광을 연계시키려던 계획도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박물관 측은 관람객 유치를 위해 현지인들에게 한 명당 20%씩 '커미션'을 쥐여주기도 합니다.

<녹취> 현지 관광 안내인 : "그들(북한)이 고객을 박물관으로 데려오면 관람료의 10%에서 20%까지 지급해준다고 했어요."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이례적으로 수백억 원의 거금을 들여 야심차게 추진해온 앙코르 박물관.

무리한 투자로 외화벌이는커녕 투자금 회수를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KBS 뉴스 강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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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외화벌이 실태] ① 北 앙코르박물관 ‘텅텅’…280억 투자 ‘헛돈’
    • 입력 2016-02-09 21:30:06
    • 수정2016-02-10 11: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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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의 주요 돈줄인 북한의 외화벌이 실태를 점검해 봅니다.

첫 순서로 북한이 280억원 대의 거금을 투자해 캄보디아에 세운 앙코르 박물관인데요, 무리한 투자로 운영난에 시달리면서 불법 커미션까지 판치고 있습니다.

강나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계 최대의 불교 유적지, '앙코르와트'.

차로 10여 분을 달리자 북한이 캄보디아에 지은 앙코르 박물관이 나타납니다.

박물관으로 들어서자 50대 북한 남성이 다가와 먼저 말을 겁니다.

<녹취> 북한 박물관 직원 : "조선말 하세요? 우리 조선말 안내를 붙여드릴까요? (그럼 저희는 좋죠.) 어이. 여기 동지들 왔는데 나와서 안내 좀 해주지?"

1층에는 앙코르와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형이 전시돼있고, 한 층을 더 오르자 북한의 만수대창작사 소속 예술가 60여 명이 4년간 그렸다는 초대형 벽화가 펼쳐집니다.

<녹취> 북한 박물관 직원 : "만수대 창작사라고 아십니까? 거기 선생님들이 제일 뭐 많이 왔댔는데, 2012년부터 공사를 들어갔단 말입니다."

일부 예술가들은 박물관 완공 뒤에도 그대로 남아 그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박물관 직원 : "만수대 창작사에서 직접 나와 있으니까 그렇지, 우리 위탁으로 들어가 있는 베이징 다른 전시관에는 굉장히 비싼... 만 불을 넘어간단 말입니다."

북한이 우리 돈 280억 원을 들여 지은 박물관이 정식으로 문을 연 건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

하지만 직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물관을 찾은 사흘간 실제 취재진이 만난 관광객은 다섯 명에 불과합니다.

<녹취> 독일 관광객(영어) : "(방문객이 왜 안 온다고 생각하세요?) 아무도 몰라요. 이곳을 아무도 모르니까 오지 않죠."

지금 시간이 현지시각으로 10시 정도인데요.

원래는 한창 관광객으로 붐벼야 할 시간이지만 보시는 것처럼 주차장이 텅 비어있습니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 무리하게 관람료를 15달러로 비싸게 책정한 데다, 바로 옆 앙코르와트와 관광을 연계시키려던 계획도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박물관 측은 관람객 유치를 위해 현지인들에게 한 명당 20%씩 '커미션'을 쥐여주기도 합니다.

<녹취> 현지 관광 안내인 : "그들(북한)이 고객을 박물관으로 데려오면 관람료의 10%에서 20%까지 지급해준다고 했어요."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이례적으로 수백억 원의 거금을 들여 야심차게 추진해온 앙코르 박물관.

무리한 투자로 외화벌이는커녕 투자금 회수를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KBS 뉴스 강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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