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괴짜들이 세상을 바꾼다!
입력 2016.03.01 (18:09)
수정 2016.03.01 (19: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덥수룩한 머리에 큼직한 뿔테 안경,
IT나 공상과학에만 관심있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들...
영어로는 너드, 우리 식으로는 괴짜라고 부를 수 있겠는데요.
평범한 이들보다 이런 괴짜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됐습니다.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살펴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이 '너드'라는 단어에 대해 좀 알아볼까요?
<답변>
사전적 의미는 멍청하고 따분한 사람, 또 컴퓨터만 아는 괴짜입니다.
과거에는 놀림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유행의 선도자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과거 서양 드라마에는 잘 생긴 주인공 옆에 못 생기고 골탕만 먹는 조연이 등장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외모에 외톨이인데다 연애도 잘 못하죠.
너드를 바라보는 대체적인 시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들이 조연이 아닌 주인공 자리를 꿰찼습니다.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시트콤, 빅뱅이론입니다.
여자 친구가 들어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트북에만 집중하는 남성들.
자기들만 알아 듣는 대화를 나누고 소리를 지르는 '너드'들입니다.
사회성은 떨어지지만 하나같이 이공계의 석박사급 인재들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이런 너드, 괴짜들에게 열광하고 오히려 모방하려고 합니다.
<질문>
이렇게 위상이 달라진 배경은 뭘까요?
<답변>
이 괴짜들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많이 바꿔놨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모두 성공한 IT 기업가들이죠?
동시에 전형적인 '너드'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만든 기기와 프로그램, 사회적 관계망 없이는 살아가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꼭 IT 업계 뿐만이 아닙니다.
위키리크스를 설립한 줄리안 어산지처럼 권력이나 기득권에 굴하지 않는 것도 너드의 대표적인 특성입니다.
멋진 외모와 세련된 패션, 능수능란한 대인 관계보다는 방해받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이들에게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습니다.
<질문>
확실히 과거와 이런 괴짜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답변>
네, 얼마전에 페이스북 저커버그 CEO가 자기 옷장을 공개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육아휴직을 마친 뒤 뭘 입고 갈까요? 라고 물으면서 올린 옷장 사진인데요.
옷장 안에는 딱 2가지 옷 회색 티셔츠와 후드티만 가득했습니다.
왜 늘 같은 옷만 입고 다니냐는 말에 저커버그는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녹취> 저커버그(페이스북 CEO) : "'옷은 뭐 입지? 아침에는 뭘 먹지?'같은 작은 결정들이 당신을 피곤하게 하고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듭니다."
물론 그저 편해서, 귀찮아서 같은 옷만 입는 괴짜들도 많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이런 사람들을 편집증이 있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죠.
하지만 이번에 저커버그 옷장을 본 사람들은 역시 합리적이다. 옷 상표가 궁금하다 등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별종'으로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러워하고 선망하는 대상이 된 것이죠.
<질문>
그러니까 더 이상 소수만의 문화가 아니다, 이거군요.
<답변>
맞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문화와 패션 등 다양한 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만화 축제, 코믹콘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영화, 게임까지 망라돼 이른바 '덕후'들의 축제로 불리는 곳인데요.
나흘 동안 무려 15만 명이 몰려 거대한 문화 산업이 됐습니다.
너드들은 엑스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혹성탈출 시리즈 같은 만화, 공상과학물에 열광합니다.
스타워즈 장난감은 오히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적극적으로 구입하고 즐깁니다.
아이보다 더 즐거워하는 어른들의 모습 보이시죠?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도 자녀들과 함께 코믹콘 행사에 참석했는데 이른바 '슈퍼맨' 덕후로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패션 시장으로도 이어져서 과장된 크기의 안경이나 단순한 후드티, 셔츠 등 이른바 너드룩 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질문>
이런 괴짜 문화의 부상,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답변>
주류 문화는 뭐다, 또 이게 보편적이니까 따라야 한다, 이런 정형화된 사고가 많이 깨진 겁니다.
유행이나 시대를 선도하는게 더 이상 팔로워가 많은 유명인이나 부자들이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남들과 차별화된 괴짜들이 그 자리를 꿰찼습니다.
실제 지금은 유망한 사업으로 불리는 무인 비행선, 드론도 몇 년 전까지는 애들 장난감으로 치부됐거든요.
지금은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요.
우주 산업을 개척중인 테슬라 CEO의 앨런 머스크나 가상 화폐, 비트코인 개발자도 남들과 다른 생각에 몰두하던 괴짜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이 사회가 어떻게 변할 지는 괴짜들에게 달려있다는 말이 나오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덥수룩한 머리에 큼직한 뿔테 안경,
IT나 공상과학에만 관심있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들...
영어로는 너드, 우리 식으로는 괴짜라고 부를 수 있겠는데요.
평범한 이들보다 이런 괴짜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됐습니다.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살펴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이 '너드'라는 단어에 대해 좀 알아볼까요?
<답변>
사전적 의미는 멍청하고 따분한 사람, 또 컴퓨터만 아는 괴짜입니다.
과거에는 놀림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유행의 선도자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과거 서양 드라마에는 잘 생긴 주인공 옆에 못 생기고 골탕만 먹는 조연이 등장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외모에 외톨이인데다 연애도 잘 못하죠.
너드를 바라보는 대체적인 시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들이 조연이 아닌 주인공 자리를 꿰찼습니다.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시트콤, 빅뱅이론입니다.
여자 친구가 들어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트북에만 집중하는 남성들.
자기들만 알아 듣는 대화를 나누고 소리를 지르는 '너드'들입니다.
사회성은 떨어지지만 하나같이 이공계의 석박사급 인재들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이런 너드, 괴짜들에게 열광하고 오히려 모방하려고 합니다.
<질문>
이렇게 위상이 달라진 배경은 뭘까요?
<답변>
이 괴짜들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많이 바꿔놨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모두 성공한 IT 기업가들이죠?
동시에 전형적인 '너드'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만든 기기와 프로그램, 사회적 관계망 없이는 살아가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꼭 IT 업계 뿐만이 아닙니다.
위키리크스를 설립한 줄리안 어산지처럼 권력이나 기득권에 굴하지 않는 것도 너드의 대표적인 특성입니다.
멋진 외모와 세련된 패션, 능수능란한 대인 관계보다는 방해받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이들에게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습니다.
<질문>
확실히 과거와 이런 괴짜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답변>
네, 얼마전에 페이스북 저커버그 CEO가 자기 옷장을 공개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육아휴직을 마친 뒤 뭘 입고 갈까요? 라고 물으면서 올린 옷장 사진인데요.
옷장 안에는 딱 2가지 옷 회색 티셔츠와 후드티만 가득했습니다.
왜 늘 같은 옷만 입고 다니냐는 말에 저커버그는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녹취> 저커버그(페이스북 CEO) : "'옷은 뭐 입지? 아침에는 뭘 먹지?'같은 작은 결정들이 당신을 피곤하게 하고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듭니다."
물론 그저 편해서, 귀찮아서 같은 옷만 입는 괴짜들도 많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이런 사람들을 편집증이 있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죠.
하지만 이번에 저커버그 옷장을 본 사람들은 역시 합리적이다. 옷 상표가 궁금하다 등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별종'으로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러워하고 선망하는 대상이 된 것이죠.
<질문>
그러니까 더 이상 소수만의 문화가 아니다, 이거군요.
<답변>
맞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문화와 패션 등 다양한 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만화 축제, 코믹콘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영화, 게임까지 망라돼 이른바 '덕후'들의 축제로 불리는 곳인데요.
나흘 동안 무려 15만 명이 몰려 거대한 문화 산업이 됐습니다.
너드들은 엑스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혹성탈출 시리즈 같은 만화, 공상과학물에 열광합니다.
스타워즈 장난감은 오히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적극적으로 구입하고 즐깁니다.
아이보다 더 즐거워하는 어른들의 모습 보이시죠?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도 자녀들과 함께 코믹콘 행사에 참석했는데 이른바 '슈퍼맨' 덕후로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패션 시장으로도 이어져서 과장된 크기의 안경이나 단순한 후드티, 셔츠 등 이른바 너드룩 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질문>
이런 괴짜 문화의 부상,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답변>
주류 문화는 뭐다, 또 이게 보편적이니까 따라야 한다, 이런 정형화된 사고가 많이 깨진 겁니다.
유행이나 시대를 선도하는게 더 이상 팔로워가 많은 유명인이나 부자들이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남들과 차별화된 괴짜들이 그 자리를 꿰찼습니다.
실제 지금은 유망한 사업으로 불리는 무인 비행선, 드론도 몇 년 전까지는 애들 장난감으로 치부됐거든요.
지금은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요.
우주 산업을 개척중인 테슬라 CEO의 앨런 머스크나 가상 화폐, 비트코인 개발자도 남들과 다른 생각에 몰두하던 괴짜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이 사회가 어떻게 변할 지는 괴짜들에게 달려있다는 말이 나오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이슈] 괴짜들이 세상을 바꾼다!
-
- 입력 2016-03-01 19:02:41
- 수정2016-03-01 19:28:35

<앵커 멘트>
덥수룩한 머리에 큼직한 뿔테 안경,
IT나 공상과학에만 관심있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들...
영어로는 너드, 우리 식으로는 괴짜라고 부를 수 있겠는데요.
평범한 이들보다 이런 괴짜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됐습니다.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살펴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이 '너드'라는 단어에 대해 좀 알아볼까요?
<답변>
사전적 의미는 멍청하고 따분한 사람, 또 컴퓨터만 아는 괴짜입니다.
과거에는 놀림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유행의 선도자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과거 서양 드라마에는 잘 생긴 주인공 옆에 못 생기고 골탕만 먹는 조연이 등장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외모에 외톨이인데다 연애도 잘 못하죠.
너드를 바라보는 대체적인 시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들이 조연이 아닌 주인공 자리를 꿰찼습니다.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시트콤, 빅뱅이론입니다.
여자 친구가 들어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트북에만 집중하는 남성들.
자기들만 알아 듣는 대화를 나누고 소리를 지르는 '너드'들입니다.
사회성은 떨어지지만 하나같이 이공계의 석박사급 인재들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이런 너드, 괴짜들에게 열광하고 오히려 모방하려고 합니다.
<질문>
이렇게 위상이 달라진 배경은 뭘까요?
<답변>
이 괴짜들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많이 바꿔놨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모두 성공한 IT 기업가들이죠?
동시에 전형적인 '너드'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만든 기기와 프로그램, 사회적 관계망 없이는 살아가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꼭 IT 업계 뿐만이 아닙니다.
위키리크스를 설립한 줄리안 어산지처럼 권력이나 기득권에 굴하지 않는 것도 너드의 대표적인 특성입니다.
멋진 외모와 세련된 패션, 능수능란한 대인 관계보다는 방해받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이들에게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습니다.
<질문>
확실히 과거와 이런 괴짜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답변>
네, 얼마전에 페이스북 저커버그 CEO가 자기 옷장을 공개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육아휴직을 마친 뒤 뭘 입고 갈까요? 라고 물으면서 올린 옷장 사진인데요.
옷장 안에는 딱 2가지 옷 회색 티셔츠와 후드티만 가득했습니다.
왜 늘 같은 옷만 입고 다니냐는 말에 저커버그는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녹취> 저커버그(페이스북 CEO) : "'옷은 뭐 입지? 아침에는 뭘 먹지?'같은 작은 결정들이 당신을 피곤하게 하고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듭니다."
물론 그저 편해서, 귀찮아서 같은 옷만 입는 괴짜들도 많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이런 사람들을 편집증이 있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죠.
하지만 이번에 저커버그 옷장을 본 사람들은 역시 합리적이다. 옷 상표가 궁금하다 등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별종'으로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러워하고 선망하는 대상이 된 것이죠.
<질문>
그러니까 더 이상 소수만의 문화가 아니다, 이거군요.
<답변>
맞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문화와 패션 등 다양한 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만화 축제, 코믹콘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영화, 게임까지 망라돼 이른바 '덕후'들의 축제로 불리는 곳인데요.
나흘 동안 무려 15만 명이 몰려 거대한 문화 산업이 됐습니다.
너드들은 엑스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혹성탈출 시리즈 같은 만화, 공상과학물에 열광합니다.
스타워즈 장난감은 오히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적극적으로 구입하고 즐깁니다.
아이보다 더 즐거워하는 어른들의 모습 보이시죠?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도 자녀들과 함께 코믹콘 행사에 참석했는데 이른바 '슈퍼맨' 덕후로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패션 시장으로도 이어져서 과장된 크기의 안경이나 단순한 후드티, 셔츠 등 이른바 너드룩 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질문>
이런 괴짜 문화의 부상,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답변>
주류 문화는 뭐다, 또 이게 보편적이니까 따라야 한다, 이런 정형화된 사고가 많이 깨진 겁니다.
유행이나 시대를 선도하는게 더 이상 팔로워가 많은 유명인이나 부자들이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남들과 차별화된 괴짜들이 그 자리를 꿰찼습니다.
실제 지금은 유망한 사업으로 불리는 무인 비행선, 드론도 몇 년 전까지는 애들 장난감으로 치부됐거든요.
지금은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요.
우주 산업을 개척중인 테슬라 CEO의 앨런 머스크나 가상 화폐, 비트코인 개발자도 남들과 다른 생각에 몰두하던 괴짜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이 사회가 어떻게 변할 지는 괴짜들에게 달려있다는 말이 나오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덥수룩한 머리에 큼직한 뿔테 안경,
IT나 공상과학에만 관심있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들...
영어로는 너드, 우리 식으로는 괴짜라고 부를 수 있겠는데요.
평범한 이들보다 이런 괴짜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됐습니다.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살펴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이 '너드'라는 단어에 대해 좀 알아볼까요?
<답변>
사전적 의미는 멍청하고 따분한 사람, 또 컴퓨터만 아는 괴짜입니다.
과거에는 놀림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유행의 선도자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과거 서양 드라마에는 잘 생긴 주인공 옆에 못 생기고 골탕만 먹는 조연이 등장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외모에 외톨이인데다 연애도 잘 못하죠.
너드를 바라보는 대체적인 시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들이 조연이 아닌 주인공 자리를 꿰찼습니다.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시트콤, 빅뱅이론입니다.
여자 친구가 들어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트북에만 집중하는 남성들.
자기들만 알아 듣는 대화를 나누고 소리를 지르는 '너드'들입니다.
사회성은 떨어지지만 하나같이 이공계의 석박사급 인재들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이런 너드, 괴짜들에게 열광하고 오히려 모방하려고 합니다.
<질문>
이렇게 위상이 달라진 배경은 뭘까요?
<답변>
이 괴짜들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많이 바꿔놨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모두 성공한 IT 기업가들이죠?
동시에 전형적인 '너드'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만든 기기와 프로그램, 사회적 관계망 없이는 살아가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꼭 IT 업계 뿐만이 아닙니다.
위키리크스를 설립한 줄리안 어산지처럼 권력이나 기득권에 굴하지 않는 것도 너드의 대표적인 특성입니다.
멋진 외모와 세련된 패션, 능수능란한 대인 관계보다는 방해받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이들에게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습니다.
<질문>
확실히 과거와 이런 괴짜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답변>
네, 얼마전에 페이스북 저커버그 CEO가 자기 옷장을 공개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육아휴직을 마친 뒤 뭘 입고 갈까요? 라고 물으면서 올린 옷장 사진인데요.
옷장 안에는 딱 2가지 옷 회색 티셔츠와 후드티만 가득했습니다.
왜 늘 같은 옷만 입고 다니냐는 말에 저커버그는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녹취> 저커버그(페이스북 CEO) : "'옷은 뭐 입지? 아침에는 뭘 먹지?'같은 작은 결정들이 당신을 피곤하게 하고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듭니다."
물론 그저 편해서, 귀찮아서 같은 옷만 입는 괴짜들도 많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이런 사람들을 편집증이 있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죠.
하지만 이번에 저커버그 옷장을 본 사람들은 역시 합리적이다. 옷 상표가 궁금하다 등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별종'으로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러워하고 선망하는 대상이 된 것이죠.
<질문>
그러니까 더 이상 소수만의 문화가 아니다, 이거군요.
<답변>
맞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문화와 패션 등 다양한 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만화 축제, 코믹콘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영화, 게임까지 망라돼 이른바 '덕후'들의 축제로 불리는 곳인데요.
나흘 동안 무려 15만 명이 몰려 거대한 문화 산업이 됐습니다.
너드들은 엑스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혹성탈출 시리즈 같은 만화, 공상과학물에 열광합니다.
스타워즈 장난감은 오히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적극적으로 구입하고 즐깁니다.
아이보다 더 즐거워하는 어른들의 모습 보이시죠?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도 자녀들과 함께 코믹콘 행사에 참석했는데 이른바 '슈퍼맨' 덕후로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패션 시장으로도 이어져서 과장된 크기의 안경이나 단순한 후드티, 셔츠 등 이른바 너드룩 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질문>
이런 괴짜 문화의 부상,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답변>
주류 문화는 뭐다, 또 이게 보편적이니까 따라야 한다, 이런 정형화된 사고가 많이 깨진 겁니다.
유행이나 시대를 선도하는게 더 이상 팔로워가 많은 유명인이나 부자들이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남들과 차별화된 괴짜들이 그 자리를 꿰찼습니다.
실제 지금은 유망한 사업으로 불리는 무인 비행선, 드론도 몇 년 전까지는 애들 장난감으로 치부됐거든요.
지금은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요.
우주 산업을 개척중인 테슬라 CEO의 앨런 머스크나 가상 화폐, 비트코인 개발자도 남들과 다른 생각에 몰두하던 괴짜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이 사회가 어떻게 변할 지는 괴짜들에게 달려있다는 말이 나오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
-
김시원 기자 siwon@kbs.co.kr
김시원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