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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를 이탈리아어로 뭐라고 하죠?”
입력 2016.03.15 (15:33) 수정 2016.03.15 (17:33) 취재K
페데리코 게리니 프리랜서 기자페데리코 게리니 프리랜서 기자


<편집자주> 페데리코 게리니(Federico Guerrini)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기반을 두고 있는 프리랜서 기자이다. 주로 하이테크놀로지와 소셜네트워크 관련 기사를 포브스 등 저명한 잡지에 기고하고 있다. 최근 KBS 뉴스 사이트(www.kbsnews.com)에 게재된 '피자 놓고 나폴리와 도미노의 한판 승부' 기사를 전해들은 뒤 '이탈리아가 유네스코에 나폴리 피자의 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고, 스타벅스 커피가 밀라노에 1호점 진출을 앞두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 이탈리아인의 관점에서 본 기고문을 KBS에 보내왔다.

이탈리아인은 앵글로색슨 문화의 영향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매우 관대한 편이다. 미국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기꺼이 환호하고, 브릿팝(90년대 이후 영국의 록음악)을 춤추고 더 괜찮은 취업 기회를 찾아 런던이나 미국으로 달려간다. 심지어 와인 테이스팅을 하는 자리에서도 이탈리아어 대신 미국식 영어가 난무한다. 그러나 단 한가지, 외국인들이 절대 넘볼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음식'이다.

(사진 출처=위키미디어)(사진 출처=위키미디어)


스타벅스가 최근 이런 이탈리아의 '자존심'에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의 거대한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는 내년 초 이탈리아 밀라노에 첫 점포를 열 예정이다. 현재 70여 개국에 진출했고, 이용자가 일주일에 9천만 명에 이르지만 까다로운 입맛과 훌륭한 커피점이 많은 이탈리아에선 아직 점포 하나도 내지 못한 스타벅스가 이탈리아 진출을 발표한 것이다. 에스프레소가 커피의 원조이고, 스타벅스라는 이름조차 잘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이탈리아에선 이같은 움직임은 그야말로 '나이트메어(악몽)'다.



이탈리아인에게 스타벅스의 밀라노 진출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과거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이탈리아 음식의 상징과도 같았던 피자 문화를 누군가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연관 기사]☞ 피자 놓고 나폴리와 도미노의 한판 승부

19세기 이탈리아가 통일된 뒤 이탈리아인들은 다같이 모여 마르게리타 피자를 즐겨먹었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싸고, 맛있고, 기름기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세기 후반부터 미국으로 건너간 이탈리아인들이 '뉴욕 스타일'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식 피자를 개발한 뒤 이탈리아 피자의 명성도 점차 퇴색되고 있다.



나폴리 피자가 '진짜'고, '예술'이라고 믿는 이탈리아인들이 유네스코에 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한 것은 결코 충동적인 행위가 아니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는 온라인 청원서와 해시태그 #피자유네스코(PizzaUnesco)를 활용한 트위터 캠페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 약 90만명의 네티즌들이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이탈리아를 찾은 미국인들이 "피자를 이탈리아어로 뭐라고 하죠?"'라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피자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자부심은 외국인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우리는 가장 오래된, 자랑스러운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인들의 눈에는 '이탈리아 VS 미국의 피자 대결'과 같은 외신들의 자극적인 제목이 코미디로 보인다. 이탈리아인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그 이상이다. '정통 피자의 원조'라는 명성을 다시 되찾음으로써 베를루스코니(78) 전 이탈리아 총리의 '붕가붕가 파티'(bunga bunga party) 이미지나 경제침체 등으로 망가진 이탈리아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어한다.

이탈리아인들은 음식에 혼을 담는다. 피렌체에서 젤라토를 파는 할아버지도 아이스크림 한 스푼을 떠줄 때 손님들과 교감을 한다. 그런 음식문화는 '체인점 피자'나 '아메리카노'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기사 페데리코 기자 federicogue@gmail.com
감수·번역 서지영 기자 sjy@kbs.co.kr
  • “피자를 이탈리아어로 뭐라고 하죠?”
    • 입력 2016-03-15 15:33:37
    • 수정2016-03-15 17:33:53
    취재K
페데리코 게리니 프리랜서 기자페데리코 게리니 프리랜서 기자


<편집자주> 페데리코 게리니(Federico Guerrini)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기반을 두고 있는 프리랜서 기자이다. 주로 하이테크놀로지와 소셜네트워크 관련 기사를 포브스 등 저명한 잡지에 기고하고 있다. 최근 KBS 뉴스 사이트(www.kbsnews.com)에 게재된 '피자 놓고 나폴리와 도미노의 한판 승부' 기사를 전해들은 뒤 '이탈리아가 유네스코에 나폴리 피자의 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고, 스타벅스 커피가 밀라노에 1호점 진출을 앞두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 이탈리아인의 관점에서 본 기고문을 KBS에 보내왔다.

이탈리아인은 앵글로색슨 문화의 영향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매우 관대한 편이다. 미국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기꺼이 환호하고, 브릿팝(90년대 이후 영국의 록음악)을 춤추고 더 괜찮은 취업 기회를 찾아 런던이나 미국으로 달려간다. 심지어 와인 테이스팅을 하는 자리에서도 이탈리아어 대신 미국식 영어가 난무한다. 그러나 단 한가지, 외국인들이 절대 넘볼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음식'이다.

(사진 출처=위키미디어)(사진 출처=위키미디어)


스타벅스가 최근 이런 이탈리아의 '자존심'에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의 거대한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는 내년 초 이탈리아 밀라노에 첫 점포를 열 예정이다. 현재 70여 개국에 진출했고, 이용자가 일주일에 9천만 명에 이르지만 까다로운 입맛과 훌륭한 커피점이 많은 이탈리아에선 아직 점포 하나도 내지 못한 스타벅스가 이탈리아 진출을 발표한 것이다. 에스프레소가 커피의 원조이고, 스타벅스라는 이름조차 잘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이탈리아에선 이같은 움직임은 그야말로 '나이트메어(악몽)'다.



이탈리아인에게 스타벅스의 밀라노 진출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과거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이탈리아 음식의 상징과도 같았던 피자 문화를 누군가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연관 기사]☞ 피자 놓고 나폴리와 도미노의 한판 승부

19세기 이탈리아가 통일된 뒤 이탈리아인들은 다같이 모여 마르게리타 피자를 즐겨먹었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싸고, 맛있고, 기름기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세기 후반부터 미국으로 건너간 이탈리아인들이 '뉴욕 스타일'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식 피자를 개발한 뒤 이탈리아 피자의 명성도 점차 퇴색되고 있다.



나폴리 피자가 '진짜'고, '예술'이라고 믿는 이탈리아인들이 유네스코에 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한 것은 결코 충동적인 행위가 아니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는 온라인 청원서와 해시태그 #피자유네스코(PizzaUnesco)를 활용한 트위터 캠페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 약 90만명의 네티즌들이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이탈리아를 찾은 미국인들이 "피자를 이탈리아어로 뭐라고 하죠?"'라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피자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자부심은 외국인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우리는 가장 오래된, 자랑스러운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인들의 눈에는 '이탈리아 VS 미국의 피자 대결'과 같은 외신들의 자극적인 제목이 코미디로 보인다. 이탈리아인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그 이상이다. '정통 피자의 원조'라는 명성을 다시 되찾음으로써 베를루스코니(78) 전 이탈리아 총리의 '붕가붕가 파티'(bunga bunga party) 이미지나 경제침체 등으로 망가진 이탈리아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어한다.

이탈리아인들은 음식에 혼을 담는다. 피렌체에서 젤라토를 파는 할아버지도 아이스크림 한 스푼을 떠줄 때 손님들과 교감을 한다. 그런 음식문화는 '체인점 피자'나 '아메리카노'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기사 페데리코 기자 federicogue@gmail.com
감수·번역 서지영 기자 s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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