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지지받는 이유는?

입력 2016.03.17 (18:10) 수정 2016.03.1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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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이민자들은 미국에 마약과 범죄를 가져왔다. 성폭행범들도 있다."
"한국은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 김정은은 미쳤거나 아니면 천재다."
"저 얼굴 좀 봐라. 누가 투표하고 싶겠나. 저 얼굴이 우리의 다음 대통령이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여성 앵커에게) "생리 중이라 예민하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69세)가 했다는 막말 일부분이다. 그는 미국으로 들어온 불법 이민자들이 범죄를 저지른다며 멕시코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매일 수십억 달러를 벌면서도 공짜로 미국에 안보를 맡기고 있다고도 말했다.

여성들의 외모와 생리현상까지 거론하며 성차별적인 발언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그러고도 공화당 후보경쟁에서 계속 1위를 달리고 있다. 과연 트럼프가 지지를 받는 이유는 뭘까?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트럼프는 거짓말도 잘한다. 그는 선거유세를 하면서 5분에 한 번꼴로 거짓말을 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트럼프의 유세 연설 4.6시간 분량을 분석한 결과, 60여 개의 거짓말을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그는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과 일본의 대일 무역 불공정 문제 같은 외국과의 관계에서 말도 안 되는 잘못된 자료를 인용하며 자기주장을 편다.

부동산 재벌인 그가 선거자금을 가장 적게 썼다거나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을 이긴다고 나왔다는 뻔한 거짓말도 서슴없이 한다. 심지어 멕시코 장벽과 관련해서는 벽을 세우는 것은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판하자 종교지도자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래도 미국 공화당원의 절반 가까이가 그를 지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그를 지지한 대의원들의 비율을 따지면 득표율이 약 47%나 된다.

세계가 트럼프의 당선을 걱정한다?

한국의 누리꾼들은 의아해 한다. 그들의 반응은 이렇다. "미국이 단체로 미쳤나?" "말세다 말세" "트럼프가 당선되면 전쟁이 일어날 거다." 등등.. 트럼프의 막말 못지않은 거친 욕설이 난무한다. 이런 반응은 일반인들만의 우려가 아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16일(현지시각)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10대 위협 요인에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포함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중국 경기 둔화'와 '러시아와의 신냉전', '유럽연합 붕괴' 등과 더불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10대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EIU는 보고서에서 "트럼프는 자유무역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고, 중국을 '환율 조작자'라고 거듭 비난했다"면서 한편으론 "중동과 극단주의 테러 문제에 대해 극도로 우파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유무역을 적대시하고 멕시코·중국을 멀리하는 태도 때문에 '무역전쟁'으로 치닫거나 최소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무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중동에 대한 군국주의적 태도나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을 막자는 주장이 극단주의 단체의 조직원 모집에 오히려 도움을 주면서 테러 위협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에도 '트럼프 비상령'이 내려졌다. 트럼프가 미 ·일 안보조약이 불평등하다고 외치고, 대일 무역적자를 과장하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TPP에 승부수를 던졌던 아베 정권으로서는 트럼프의 부상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교도통신은 16일 "일본 정부는 '미·일 안보조약이 불평등하다'고 비판한 트럼프에 대한 경계심이 아주 강하다"며 "대통령이 되면 일본에 방위 부담을 한층 더 요구할 수 있다"는 일본 방위성 간부의 말을 인용했다.

공화당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적어도 공화당원들은, 왜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일까?

공화당 후보 2위를 달리던 벤 카슨이 후보사퇴와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공화당 후보 2위를 달리던 벤 카슨이 후보사퇴와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공화당의 선거유세가 한창 불붙기 시작한 3월 11일 플로리다 팜비치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이어 2위를 달리던 벤 카슨이 경선을 중도 포기했다.

흑인이자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카슨은 언변이 뛰어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트럼프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앞서 공화당 경선 후보 포기를 선언한 크리스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에 이어 두 번째였다.

벤 카슨은 트럼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지 선언을 하면서 “트럼프는 미국을 매우 깊게 생각하는 지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카슨은 이어 트럼프가 실제로는 무대 위에서 비치는 모습과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공화당 내부에서 펼쳐지고 있는 ‘반 트럼프’ 캠페인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의 유세를 지켜본 공화당원들도 같은 말을 한다. 트럼프의 유세장에 가보면 그가 뛰어난 다른 면이 있다고 말한다. 카슨이 말한 두 개의 도널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미국이 리더십 부재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미국을 되살려줄 대통령으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한다고 말한다. 말을 빙빙 돌리지 않고 똑바로 말하는 것을 듣고 열광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불만을 콕콕 짚어서 쉬운 말로 설득하는 언변이 '먹히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공화당은 기본적으로는 백인 중심의 보수적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보수정당이다. 그러나 동시에 공장과 기업의 현장에서 일하는 일반 노동자들의 기지기반이 결합한 정당이기도 하다. 공화당이 당의 세력 확산을 추진한 결과이다.

그런데 공화당은 지금까지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주류들의 이익을 주로 대변해왔다. 부자 감세와 예산 삭감, 규제 완화와 자유무역 등이 그런 것들이다. 공화당 내에서 노동자들을 위해 말해주는 사람이 딱히 없었다. 그때 트럼프가 등장한 것이다.

트럼프는 부자와 엘리트들의 이익에서 소외된 당원들을 파고들었다. 공화당이 싫어하는 복지 프로그램의 강화와 부유층에 대한 증세, 관세의 인상 등을 주장한다. 그가 외치는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은 심지어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의료개혁 프로그램인 오바마 케어와 공통점이 많을 정도다.

공화당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학력이 고졸 이하다. 지지자의 38%가 연 소득 5만 달러 이하이다. 대졸 이상은 19%에 불과하다. 10만 달러 이상 버는 사람은 11% 정도다. 배우지 못하고 잘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언변이 놀랍다. 말을 잘한다기보다 학력이 낮고 사회적 소외계층이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영어를 사용한다. 그가 막말과 욕설을 한다고 언론은 지적하지만, 지지자들은 오히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트럼프를 좋아한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약자이지만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민주당은 미국의 주인인 백인과 흑인에게 돌아와야 할 몫을 히스패닉이나 중동, 아시아 등 이민자들에게 나눠주자고 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 불안과 경기하강으로 일자리마저 부족한 마당에 공화당원들은 이민자들에게 직장을 빼앗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불법 이민자들의 입국을 거부한다. 유색인종과 여성, 그리고 소수자들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점을 지적하고 이를 막겠다고 나서는 트럼프를 그래서 그들은 좋아하고 지지한다.

이와 함께 ‘미국인의 언론에 대한 반감’이 언론 대부분을 적대시하는 트럼프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유명 조사·연구기관인 퓨리서치의 발표를 보면 미국인의 65%가 "언론은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인 3명 가운데 2명꼴로 언론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얘기다.

이번 선거유세 기간 내내 후보자들은 언론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유세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열풍을 일으켰던 민주당의 샌더스 후보를 비롯해 공화당의 보수 극우파인 테드 크루즈도 그랬다. 그런데 트럼프는 아예 대놓고 역겨운 기자들이라고 비난한다.



트럼프의 인기는 곧 공화당의 분열로 나타났다. 공화당 주류가 추진해온 정책과 트럼프의 공약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워싱턴 개혁과 금권정치 타파 등 미국 정치에 대한 불만이 트럼프를 통해 발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라크 전쟁을 부정하며 군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다시 위대한 나라가 되도록 만들겠다며 테러와 이슬람 세력에 적대적인 태도를 스스럼없이 내세운다.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민완화와 불법 이민자 구제는 공화당 주류의 생각과도 부합하지만, 트럼프는 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의 인기가 치솟는 것이 오히려 골칫거리인 셈이다. 이는 민주당에서 샌더스 후보가 주류인 클린턴 후보를 공략하면서 예상치 못한 인기를 끈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를 주저앉히고 싶어한다. 그래서 지금의 경선추세로 가면 트럼프가 대의원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중재 전당대회를 열 생각을 하고 있다. 대의원 과반은 1,237명인데 15일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을 거치며 트럼프는 총 673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받기 위해서는 후보가 경선에서 전체 대의원의 과반을 획득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중재 전당대회'가 열린다. 공화당 수뇌부는 트럼프가 결국 대의원 과반은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이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를 배제하고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등 '주류 후보'를 옹립한다는 복안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트럼프는 16일(현지시각) 자신이 후보로 지명되지 않으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7월 이른바 '중재 전당대회'를 열어 자신을 배제하고 주류 측 인물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는 당 수뇌부를 겨냥한 것이다.

세계의 경제가 쇠퇴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지금 '불만'과 '불안'에 찬 시민들의 성난 선택을 보고 있다. 세계 최강, 그리고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 미국은 지금 경제불안에 직면한 대중들의 불만과 이의 표출을 보고 있다. 트럼프는 그 상징인물이라고 해야 할까?

[연관기사] ☞ 美 대선, 첫 경선의 관전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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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가 지지받는 이유는?
    • 입력 2016-03-17 18:10:30
    • 수정2016-03-17 19:13:10
    취재K
"멕시코 이민자들은 미국에 마약과 범죄를 가져왔다. 성폭행범들도 있다."
"한국은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 김정은은 미쳤거나 아니면 천재다."
"저 얼굴 좀 봐라. 누가 투표하고 싶겠나. 저 얼굴이 우리의 다음 대통령이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여성 앵커에게) "생리 중이라 예민하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69세)가 했다는 막말 일부분이다. 그는 미국으로 들어온 불법 이민자들이 범죄를 저지른다며 멕시코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매일 수십억 달러를 벌면서도 공짜로 미국에 안보를 맡기고 있다고도 말했다.

여성들의 외모와 생리현상까지 거론하며 성차별적인 발언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그러고도 공화당 후보경쟁에서 계속 1위를 달리고 있다. 과연 트럼프가 지지를 받는 이유는 뭘까?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트럼프는 거짓말도 잘한다. 그는 선거유세를 하면서 5분에 한 번꼴로 거짓말을 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트럼프의 유세 연설 4.6시간 분량을 분석한 결과, 60여 개의 거짓말을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그는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과 일본의 대일 무역 불공정 문제 같은 외국과의 관계에서 말도 안 되는 잘못된 자료를 인용하며 자기주장을 편다.

부동산 재벌인 그가 선거자금을 가장 적게 썼다거나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을 이긴다고 나왔다는 뻔한 거짓말도 서슴없이 한다. 심지어 멕시코 장벽과 관련해서는 벽을 세우는 것은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판하자 종교지도자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래도 미국 공화당원의 절반 가까이가 그를 지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그를 지지한 대의원들의 비율을 따지면 득표율이 약 47%나 된다.

세계가 트럼프의 당선을 걱정한다?

한국의 누리꾼들은 의아해 한다. 그들의 반응은 이렇다. "미국이 단체로 미쳤나?" "말세다 말세" "트럼프가 당선되면 전쟁이 일어날 거다." 등등.. 트럼프의 막말 못지않은 거친 욕설이 난무한다. 이런 반응은 일반인들만의 우려가 아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16일(현지시각)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10대 위협 요인에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포함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중국 경기 둔화'와 '러시아와의 신냉전', '유럽연합 붕괴' 등과 더불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10대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EIU는 보고서에서 "트럼프는 자유무역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고, 중국을 '환율 조작자'라고 거듭 비난했다"면서 한편으론 "중동과 극단주의 테러 문제에 대해 극도로 우파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유무역을 적대시하고 멕시코·중국을 멀리하는 태도 때문에 '무역전쟁'으로 치닫거나 최소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무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중동에 대한 군국주의적 태도나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을 막자는 주장이 극단주의 단체의 조직원 모집에 오히려 도움을 주면서 테러 위협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에도 '트럼프 비상령'이 내려졌다. 트럼프가 미 ·일 안보조약이 불평등하다고 외치고, 대일 무역적자를 과장하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TPP에 승부수를 던졌던 아베 정권으로서는 트럼프의 부상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교도통신은 16일 "일본 정부는 '미·일 안보조약이 불평등하다'고 비판한 트럼프에 대한 경계심이 아주 강하다"며 "대통령이 되면 일본에 방위 부담을 한층 더 요구할 수 있다"는 일본 방위성 간부의 말을 인용했다.

공화당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적어도 공화당원들은, 왜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일까?

공화당 후보 2위를 달리던 벤 카슨이 후보사퇴와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공화당의 선거유세가 한창 불붙기 시작한 3월 11일 플로리다 팜비치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이어 2위를 달리던 벤 카슨이 경선을 중도 포기했다.

흑인이자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카슨은 언변이 뛰어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트럼프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앞서 공화당 경선 후보 포기를 선언한 크리스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에 이어 두 번째였다.

벤 카슨은 트럼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지 선언을 하면서 “트럼프는 미국을 매우 깊게 생각하는 지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카슨은 이어 트럼프가 실제로는 무대 위에서 비치는 모습과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공화당 내부에서 펼쳐지고 있는 ‘반 트럼프’ 캠페인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의 유세를 지켜본 공화당원들도 같은 말을 한다. 트럼프의 유세장에 가보면 그가 뛰어난 다른 면이 있다고 말한다. 카슨이 말한 두 개의 도널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미국이 리더십 부재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미국을 되살려줄 대통령으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한다고 말한다. 말을 빙빙 돌리지 않고 똑바로 말하는 것을 듣고 열광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불만을 콕콕 짚어서 쉬운 말로 설득하는 언변이 '먹히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공화당은 기본적으로는 백인 중심의 보수적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보수정당이다. 그러나 동시에 공장과 기업의 현장에서 일하는 일반 노동자들의 기지기반이 결합한 정당이기도 하다. 공화당이 당의 세력 확산을 추진한 결과이다.

그런데 공화당은 지금까지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주류들의 이익을 주로 대변해왔다. 부자 감세와 예산 삭감, 규제 완화와 자유무역 등이 그런 것들이다. 공화당 내에서 노동자들을 위해 말해주는 사람이 딱히 없었다. 그때 트럼프가 등장한 것이다.

트럼프는 부자와 엘리트들의 이익에서 소외된 당원들을 파고들었다. 공화당이 싫어하는 복지 프로그램의 강화와 부유층에 대한 증세, 관세의 인상 등을 주장한다. 그가 외치는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은 심지어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의료개혁 프로그램인 오바마 케어와 공통점이 많을 정도다.

공화당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학력이 고졸 이하다. 지지자의 38%가 연 소득 5만 달러 이하이다. 대졸 이상은 19%에 불과하다. 10만 달러 이상 버는 사람은 11% 정도다. 배우지 못하고 잘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언변이 놀랍다. 말을 잘한다기보다 학력이 낮고 사회적 소외계층이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영어를 사용한다. 그가 막말과 욕설을 한다고 언론은 지적하지만, 지지자들은 오히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트럼프를 좋아한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약자이지만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민주당은 미국의 주인인 백인과 흑인에게 돌아와야 할 몫을 히스패닉이나 중동, 아시아 등 이민자들에게 나눠주자고 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 불안과 경기하강으로 일자리마저 부족한 마당에 공화당원들은 이민자들에게 직장을 빼앗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불법 이민자들의 입국을 거부한다. 유색인종과 여성, 그리고 소수자들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점을 지적하고 이를 막겠다고 나서는 트럼프를 그래서 그들은 좋아하고 지지한다.

이와 함께 ‘미국인의 언론에 대한 반감’이 언론 대부분을 적대시하는 트럼프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유명 조사·연구기관인 퓨리서치의 발표를 보면 미국인의 65%가 "언론은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인 3명 가운데 2명꼴로 언론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얘기다.

이번 선거유세 기간 내내 후보자들은 언론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유세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열풍을 일으켰던 민주당의 샌더스 후보를 비롯해 공화당의 보수 극우파인 테드 크루즈도 그랬다. 그런데 트럼프는 아예 대놓고 역겨운 기자들이라고 비난한다.



트럼프의 인기는 곧 공화당의 분열로 나타났다. 공화당 주류가 추진해온 정책과 트럼프의 공약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워싱턴 개혁과 금권정치 타파 등 미국 정치에 대한 불만이 트럼프를 통해 발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라크 전쟁을 부정하며 군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다시 위대한 나라가 되도록 만들겠다며 테러와 이슬람 세력에 적대적인 태도를 스스럼없이 내세운다.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민완화와 불법 이민자 구제는 공화당 주류의 생각과도 부합하지만, 트럼프는 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의 인기가 치솟는 것이 오히려 골칫거리인 셈이다. 이는 민주당에서 샌더스 후보가 주류인 클린턴 후보를 공략하면서 예상치 못한 인기를 끈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를 주저앉히고 싶어한다. 그래서 지금의 경선추세로 가면 트럼프가 대의원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중재 전당대회를 열 생각을 하고 있다. 대의원 과반은 1,237명인데 15일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을 거치며 트럼프는 총 673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받기 위해서는 후보가 경선에서 전체 대의원의 과반을 획득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중재 전당대회'가 열린다. 공화당 수뇌부는 트럼프가 결국 대의원 과반은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이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를 배제하고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등 '주류 후보'를 옹립한다는 복안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트럼프는 16일(현지시각) 자신이 후보로 지명되지 않으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7월 이른바 '중재 전당대회'를 열어 자신을 배제하고 주류 측 인물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는 당 수뇌부를 겨냥한 것이다.

세계의 경제가 쇠퇴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지금 '불만'과 '불안'에 찬 시민들의 성난 선택을 보고 있다. 세계 최강, 그리고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 미국은 지금 경제불안에 직면한 대중들의 불만과 이의 표출을 보고 있다. 트럼프는 그 상징인물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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