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조선업계…돌파구는 스마트 선박

입력 2016.03.17 (21:24) 수정 2016.03.1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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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조선업계를 호령하던 우리나라 조선업이 벼랑끝에 서 있습니다.

세계경제 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와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문을 닫은 조선소가 한 두 곳이 아닌데요.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은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송수진, 정윤섭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 텅 빈 도크·멈춰 선 크레인…벼랑 끝에 선 조선업 ▼

<리포트>

거제도 앞바다를 대형 선박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어림잡아도 스무 척.

대부분 화물선과 LNG선으로 해운 경기 침체로 일감이 떨어져 기약 없이 정박해 있습니다.

<녹취> 조선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거제 쪽이) 아무래도 정박 비용이 저렴해서... 거기서 보통 웨이팅을 많이 합니다. 운항 스케줄이 없을 경우에."

조선소의 도크에는 '바다 위 정유 시설'로 불리는 해양플랜트가 가득 차 있습니다.

기술력 부족으로 제때 작업이 끝나지 못해 조선소의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그나마 수주가 뚝 끊겨 2년쯤 뒤엔 아예 일감 자체가 완전히 끊길 지도 모릅니다.

<녹취> 해양플랜트 제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더욱 이런 물량 저감 현상이 심각할 것이다... (업체들끼리) 치열한 혈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중형 조선소들의 사정은 더 말이 아닙니다.

한 때 세계 최대 벌크선을 짓던 곳이 텅 비어 있습니다.

진수식이 거행되던 선대도 선박 부품들도 잔뜩 녹이 슬어 있습니다.

대형 크레인도 멈춰 서 있습니다.

7천여 명에 이르던 근로자들은 모두 일터를 떠났습니다.

<녹취> 전 조선업체 임원(음성변조) : "이런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해놓고 유휴 선비가 됐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지금 (근로자들은) 뿔뿔이 흩어졌죠. 쉬고 있거나 다들 형편이 어렵죠."

일감이 없어 놀고 있는 조선소는 거제지역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띕니다.

조선업 장기침체로 이곳처럼 운영이 중단된 중형 조선소가 거제와 통영에서만 스무 곳에 이릅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우리 조선업계의 기상도는 올해도 매우 흐림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 조선업 불황의 원인은? ▼

<기자 멘트>

우리 조선업이 왜 이렇게 됐을까요?

2천 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 해운물동량이 늘자 과잉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전 세계 조선사들의 건조능력은 5천5백만 톤인데 발주량은 3천 4백여만 톤에 불과했습니다.

그만큼 시설이 놀 수밖에 없고 조선사 경영을 압박하는 겁니다.

그러자 너나없이 돈이 된다는 해양플랜트 설계·건조에 뛰어들었는데 노하우가 부족한 데다 저유가까지 덮치면서 크게 손해를 봤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겠죠.

우리의 장점인 IT기술과 조선능력이 결합된 스마트 선박인데요

최적화된 항로와 속도,항법을 찾아 운항을 할 수 있어서 해운사와 선주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고성능 친환경 선박이 우리 조선업 부활의 선발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짚어봤습니다.

▼ ‘친환경·스마트’ 선박으로 돌파구…“기술만이 살길” ▼

<리포트>

해양플랜트 시설에 설치할 헬기착륙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달 말 노르웨이 석유회사에 납품할 예정입니다.

알루미늄으로 만들면 부식이 없고 가벼워서 좋지만 용접이 까다로워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닙니다.

<인터뷰> 박기태(칸 공정 대표) : "알루미늄 작업이 워낙 어렵다 보니까 기술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금은 거의 안정 단계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해양플랜트 설계 기술도 확보해, 중소 조선업체인데도 1년에 2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대형 선박에 탑재될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입니다.

<녹취> "지금 엔진 1번의 전체적인 상태가 주의가 필요하다는 표시를 보여줍니다."

축적된 빅데이터를 토대로 최적의 항로와 속도를 제공합니다.

이른바 스마트 선박의 핵심 기술입니다.

<인터뷰> 정진한(에이딕 자동화사업부 이사) : "지능을 가진 장비들이 하기 때문에 실수가 적어지고, 경제적인 부분이나 안전, 이런 부분에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스마트 선박은 선박과 항만, 그리고 해운사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 안전은 물론 운항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선주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영수(현대중공업 수석연구원) : "효율성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스마트 선박, 에코(친환경) 선박 등을 계속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원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조선산업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점유율 30%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조선업계.

선택과 집중으로 이번 위기만 돌파하면 세계 조선시장을 다시 호령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습니다.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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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 끝’ 조선업계…돌파구는 스마트 선박
    • 입력 2016-03-17 21:26:27
    • 수정2016-03-17 22:33:00
    뉴스 9
<앵커 멘트>

세계조선업계를 호령하던 우리나라 조선업이 벼랑끝에 서 있습니다.

세계경제 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와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문을 닫은 조선소가 한 두 곳이 아닌데요.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은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송수진, 정윤섭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 텅 빈 도크·멈춰 선 크레인…벼랑 끝에 선 조선업 ▼

<리포트>

거제도 앞바다를 대형 선박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어림잡아도 스무 척.

대부분 화물선과 LNG선으로 해운 경기 침체로 일감이 떨어져 기약 없이 정박해 있습니다.

<녹취> 조선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거제 쪽이) 아무래도 정박 비용이 저렴해서... 거기서 보통 웨이팅을 많이 합니다. 운항 스케줄이 없을 경우에."

조선소의 도크에는 '바다 위 정유 시설'로 불리는 해양플랜트가 가득 차 있습니다.

기술력 부족으로 제때 작업이 끝나지 못해 조선소의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그나마 수주가 뚝 끊겨 2년쯤 뒤엔 아예 일감 자체가 완전히 끊길 지도 모릅니다.

<녹취> 해양플랜트 제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더욱 이런 물량 저감 현상이 심각할 것이다... (업체들끼리) 치열한 혈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중형 조선소들의 사정은 더 말이 아닙니다.

한 때 세계 최대 벌크선을 짓던 곳이 텅 비어 있습니다.

진수식이 거행되던 선대도 선박 부품들도 잔뜩 녹이 슬어 있습니다.

대형 크레인도 멈춰 서 있습니다.

7천여 명에 이르던 근로자들은 모두 일터를 떠났습니다.

<녹취> 전 조선업체 임원(음성변조) : "이런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해놓고 유휴 선비가 됐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지금 (근로자들은) 뿔뿔이 흩어졌죠. 쉬고 있거나 다들 형편이 어렵죠."

일감이 없어 놀고 있는 조선소는 거제지역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띕니다.

조선업 장기침체로 이곳처럼 운영이 중단된 중형 조선소가 거제와 통영에서만 스무 곳에 이릅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우리 조선업계의 기상도는 올해도 매우 흐림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 조선업 불황의 원인은? ▼

<기자 멘트>

우리 조선업이 왜 이렇게 됐을까요?

2천 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 해운물동량이 늘자 과잉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전 세계 조선사들의 건조능력은 5천5백만 톤인데 발주량은 3천 4백여만 톤에 불과했습니다.

그만큼 시설이 놀 수밖에 없고 조선사 경영을 압박하는 겁니다.

그러자 너나없이 돈이 된다는 해양플랜트 설계·건조에 뛰어들었는데 노하우가 부족한 데다 저유가까지 덮치면서 크게 손해를 봤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겠죠.

우리의 장점인 IT기술과 조선능력이 결합된 스마트 선박인데요

최적화된 항로와 속도,항법을 찾아 운항을 할 수 있어서 해운사와 선주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고성능 친환경 선박이 우리 조선업 부활의 선발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짚어봤습니다.

▼ ‘친환경·스마트’ 선박으로 돌파구…“기술만이 살길” ▼

<리포트>

해양플랜트 시설에 설치할 헬기착륙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달 말 노르웨이 석유회사에 납품할 예정입니다.

알루미늄으로 만들면 부식이 없고 가벼워서 좋지만 용접이 까다로워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닙니다.

<인터뷰> 박기태(칸 공정 대표) : "알루미늄 작업이 워낙 어렵다 보니까 기술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금은 거의 안정 단계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해양플랜트 설계 기술도 확보해, 중소 조선업체인데도 1년에 2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대형 선박에 탑재될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입니다.

<녹취> "지금 엔진 1번의 전체적인 상태가 주의가 필요하다는 표시를 보여줍니다."

축적된 빅데이터를 토대로 최적의 항로와 속도를 제공합니다.

이른바 스마트 선박의 핵심 기술입니다.

<인터뷰> 정진한(에이딕 자동화사업부 이사) : "지능을 가진 장비들이 하기 때문에 실수가 적어지고, 경제적인 부분이나 안전, 이런 부분에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스마트 선박은 선박과 항만, 그리고 해운사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 안전은 물론 운항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선주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영수(현대중공업 수석연구원) : "효율성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스마트 선박, 에코(친환경) 선박 등을 계속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원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조선산업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점유율 30%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조선업계.

선택과 집중으로 이번 위기만 돌파하면 세계 조선시장을 다시 호령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습니다.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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