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남북녀’ 커플만 550쌍, 비결은?

입력 2016.03.26 (08:09) 수정 2016.03.2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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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사선을 넘어 대한민국에 온 탈북민 2만8천 명 가운데 절대 다수인 70%가 여성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런 탈북 여성들을 남한 출신 남성들과 연결해서 ‘남남북녀’ 커플만 무려 550쌍이나 탄생시킨 부부가 있습니다.

화제의 주인공 역시 남남북녀라고 하는데요.

홍은지 리포터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어느새 밤공기마저 봄기운이 완연한 3월의 끝자락.

나들이 나온 사람들 사이에 유난히 다정해 보이는 한 커플이 눈에 띄는데요.

<녹취> "저희 결혼한 지 이제 한 달되는 신혼부부에요."

1년 열애 끝에 지난달 결혼에 골인했다는 예은 씨 부부.

이들은 말로만 듣던 남남북녀 커플입니다.

<녹취> "(제가 외관상으로 봤을 때는 누가 북한에서 온 분인지 사실 잘 모르겠거든요?) 제가 북한 (사람) 같지 않나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니에요. 사실은 제가 이제 북한 출신이고 저희 신랑은 남한의 태안 분..."

이 유쾌한 남남북녀 부부의 신혼집을 살짝 한 번 엿볼까요?

다정한 포즈의 사진부터 아기자기한 소품까지.

여느 신혼부부의 집처럼 깨 볶는 냄새가 솔솔 나는데요..

<인터뷰> 조예은('남남북녀' 부부) : "하루에 일했던 거를 저녁에 만나서 하루 일과는 어땠냐, 컨디션은 괜찮았냐. 서로 대화하고 얘기하고 그런 시간을 갖는 편이에요."

두 사람이 하나가 된 지는 이제 겨우 한 달이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깨달은 게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태중('남남북녀' 부부) : "처음에는 편견이 있긴 있었어요. 근데 지금 같이 살다 보니까 여기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이나 그쪽에서 온 사람이나 똑같구나. 역시 한민족은 한 민족이구나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5년 전 홀로 탈북해 한국에서의 삶이 막막하기만 했던 예은 씨에겐 남편의 존재가 더욱 각별합니다.

<인터뷰> 조예은('남남북녀' 부부) : "사실 가족이 있는 것하고 없는 것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잖아요. 혼자 있을 때랑 달리 내 나라, 내 민족, 그리고 이제 내 가족, 내 사람이라는 기분이 확연히 들면서..."

낯선 땅에서 살고는 있지만, 소중한 가족이 생겨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든든하다는 예은 씨.

그런데, 이들 부부를 만나게 해 준 사람들 또한 남남북녀 부부라고 하는데요.

과연, 이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또 다른 부부.

예은 씨 부부의 인연을 맺어준 사람들입니다.

<녹취> "어떻게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네. 보기 좋네요. (결혼하시니까 얼굴도 둘 다 좋아지셨네.) 정말요? 살쪄서 죽겠어요."

오래된 이웃처럼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

이들은 탈북 여성과 남한 출신 남성의 만남인 ‘남남북녀’의 만남만을 전문 주선하는 베테랑 커플 매니저들이데요.

<인터뷰> 홍승우(결혼정보업체 대표) : "저희도 남남북녀 부부고 저희가 살아 보니까 너무 좋고 그래서 우리 고객님들한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어요."

창업 초기인 7년 전 남북의 창에서 한차례 소개된 적이 있는 승우 씨.

그런 변화 속에 10년간 탄생시킨 남남북녀 부부가 어느새 550쌍에 이릅니다.

<인터뷰> 홍승우(결혼정보업체 대표) : "예전에 비해서 지금 많이 좋아진 편이고요, 인식들이 많이 좋아지셨어요. 텔레비전이라든지 언론이라든지 보도에 북한 분들이 많이 출연을 하시고 그래서 모르셨던 분들도 많이 문의도 오시고..."

여기에 큰 보탬이 된 사람이 다름 아닌 아내 연희 씨라는데요.

한 때 같은 처지였던 탈북민 여성들을 직접 세심하게 상담합니다.

<인터뷰> 정연희(결혼정보업체 원장/탈북민 출신) : "제가 일단 북한 사람이고 그러다 보니까 우리 북한 여성분들, 저희 회원님들이 다 여성분들이다 보니까 북한 분들의 심리를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회원님들도 아마 (제가) 같은 고향에서 왔고 하다 보니까 신뢰하고 믿어주는 것 같아요."

남남북녀 부부가 직접 나서 통일 가족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이곳.

때문에 남북의 힘을 합친 특별한 노하우도 있다는 데요.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

오늘은 40대 남한 남성과 30대 탈북 여성이 첫 만남을 갖는 날.

아무래도 조금은 거리감을 느낄 이들을 배려해 승우 씨 부부가 직접 현장에 출동해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 뒤 둘만 시간을 갖게 살짝 빠져주는 게 중요하다고 하네요.

<녹취> "(저희는 이만 물러갈 테니까 편안하게 말씀 나누시길 바랄게요.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수백 쌍 커플을 맺어주는 사이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도 많이 달라졌다고 하는데요.

남쪽 신랑감의 학벌이나 직업이 많이 좋아졌고, 신부들은 고생을 해선지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남성을 주로 바란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연희(결혼정보업체 원장/탈북민 출신) : "(북한 출신 신부들은) 상황에 따라서 맞벌이도 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했으니까 조금 힘든 시련도 얼마든지 감당할 거라는 그런 마음의 의지가 항상 돼 있으신 것 같아요."

낯선 땅에 와 기댈 데 없던 탈북 여성들에겐 함께 반려자를 찾아주는 이들이 고마울 수밖에 없는데요...

<인터뷰> 김민희(구혼 여성/탈북민 출신) : "한국에 새로운 땅에 왔으니까 새로운 인연을 만나서 (시집을) 가기는 해야 되겠는데 이렇게 옆에 분들이 도와주시니까 정말 저희로서는 고맙고 너무 반가운 일이죠."

그런 마음을 잘 알기에 승우 씨 부부는 오늘도 힘을 내 또 다른 남남북녀의 인연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홍승우(결혼정보업체 대표) : "제가 볼 때는 남북 관계도 좋은 않은 상황이지만 저의 일에 대해서는, 사랑에 대해서는 국경과 나이가 없기 때문에 제가 통일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이 일을 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통일이 실현되는 현장인 남남북녀들의 만남.

이들의 아름다운 결혼만큼이나 아름다운 통일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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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남남북녀’ 커플만 550쌍, 비결은?
    • 입력 2016-03-26 08:13:40
    • 수정2016-03-26 08:48:23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사선을 넘어 대한민국에 온 탈북민 2만8천 명 가운데 절대 다수인 70%가 여성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런 탈북 여성들을 남한 출신 남성들과 연결해서 ‘남남북녀’ 커플만 무려 550쌍이나 탄생시킨 부부가 있습니다.

화제의 주인공 역시 남남북녀라고 하는데요.

홍은지 리포터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어느새 밤공기마저 봄기운이 완연한 3월의 끝자락.

나들이 나온 사람들 사이에 유난히 다정해 보이는 한 커플이 눈에 띄는데요.

<녹취> "저희 결혼한 지 이제 한 달되는 신혼부부에요."

1년 열애 끝에 지난달 결혼에 골인했다는 예은 씨 부부.

이들은 말로만 듣던 남남북녀 커플입니다.

<녹취> "(제가 외관상으로 봤을 때는 누가 북한에서 온 분인지 사실 잘 모르겠거든요?) 제가 북한 (사람) 같지 않나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니에요. 사실은 제가 이제 북한 출신이고 저희 신랑은 남한의 태안 분..."

이 유쾌한 남남북녀 부부의 신혼집을 살짝 한 번 엿볼까요?

다정한 포즈의 사진부터 아기자기한 소품까지.

여느 신혼부부의 집처럼 깨 볶는 냄새가 솔솔 나는데요..

<인터뷰> 조예은('남남북녀' 부부) : "하루에 일했던 거를 저녁에 만나서 하루 일과는 어땠냐, 컨디션은 괜찮았냐. 서로 대화하고 얘기하고 그런 시간을 갖는 편이에요."

두 사람이 하나가 된 지는 이제 겨우 한 달이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깨달은 게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태중('남남북녀' 부부) : "처음에는 편견이 있긴 있었어요. 근데 지금 같이 살다 보니까 여기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이나 그쪽에서 온 사람이나 똑같구나. 역시 한민족은 한 민족이구나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5년 전 홀로 탈북해 한국에서의 삶이 막막하기만 했던 예은 씨에겐 남편의 존재가 더욱 각별합니다.

<인터뷰> 조예은('남남북녀' 부부) : "사실 가족이 있는 것하고 없는 것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잖아요. 혼자 있을 때랑 달리 내 나라, 내 민족, 그리고 이제 내 가족, 내 사람이라는 기분이 확연히 들면서..."

낯선 땅에서 살고는 있지만, 소중한 가족이 생겨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든든하다는 예은 씨.

그런데, 이들 부부를 만나게 해 준 사람들 또한 남남북녀 부부라고 하는데요.

과연, 이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또 다른 부부.

예은 씨 부부의 인연을 맺어준 사람들입니다.

<녹취> "어떻게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네. 보기 좋네요. (결혼하시니까 얼굴도 둘 다 좋아지셨네.) 정말요? 살쪄서 죽겠어요."

오래된 이웃처럼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

이들은 탈북 여성과 남한 출신 남성의 만남인 ‘남남북녀’의 만남만을 전문 주선하는 베테랑 커플 매니저들이데요.

<인터뷰> 홍승우(결혼정보업체 대표) : "저희도 남남북녀 부부고 저희가 살아 보니까 너무 좋고 그래서 우리 고객님들한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어요."

창업 초기인 7년 전 남북의 창에서 한차례 소개된 적이 있는 승우 씨.

그런 변화 속에 10년간 탄생시킨 남남북녀 부부가 어느새 550쌍에 이릅니다.

<인터뷰> 홍승우(결혼정보업체 대표) : "예전에 비해서 지금 많이 좋아진 편이고요, 인식들이 많이 좋아지셨어요. 텔레비전이라든지 언론이라든지 보도에 북한 분들이 많이 출연을 하시고 그래서 모르셨던 분들도 많이 문의도 오시고..."

여기에 큰 보탬이 된 사람이 다름 아닌 아내 연희 씨라는데요.

한 때 같은 처지였던 탈북민 여성들을 직접 세심하게 상담합니다.

<인터뷰> 정연희(결혼정보업체 원장/탈북민 출신) : "제가 일단 북한 사람이고 그러다 보니까 우리 북한 여성분들, 저희 회원님들이 다 여성분들이다 보니까 북한 분들의 심리를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회원님들도 아마 (제가) 같은 고향에서 왔고 하다 보니까 신뢰하고 믿어주는 것 같아요."

남남북녀 부부가 직접 나서 통일 가족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이곳.

때문에 남북의 힘을 합친 특별한 노하우도 있다는 데요.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

오늘은 40대 남한 남성과 30대 탈북 여성이 첫 만남을 갖는 날.

아무래도 조금은 거리감을 느낄 이들을 배려해 승우 씨 부부가 직접 현장에 출동해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 뒤 둘만 시간을 갖게 살짝 빠져주는 게 중요하다고 하네요.

<녹취> "(저희는 이만 물러갈 테니까 편안하게 말씀 나누시길 바랄게요.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수백 쌍 커플을 맺어주는 사이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도 많이 달라졌다고 하는데요.

남쪽 신랑감의 학벌이나 직업이 많이 좋아졌고, 신부들은 고생을 해선지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남성을 주로 바란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연희(결혼정보업체 원장/탈북민 출신) : "(북한 출신 신부들은) 상황에 따라서 맞벌이도 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했으니까 조금 힘든 시련도 얼마든지 감당할 거라는 그런 마음의 의지가 항상 돼 있으신 것 같아요."

낯선 땅에 와 기댈 데 없던 탈북 여성들에겐 함께 반려자를 찾아주는 이들이 고마울 수밖에 없는데요...

<인터뷰> 김민희(구혼 여성/탈북민 출신) : "한국에 새로운 땅에 왔으니까 새로운 인연을 만나서 (시집을) 가기는 해야 되겠는데 이렇게 옆에 분들이 도와주시니까 정말 저희로서는 고맙고 너무 반가운 일이죠."

그런 마음을 잘 알기에 승우 씨 부부는 오늘도 힘을 내 또 다른 남남북녀의 인연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홍승우(결혼정보업체 대표) : "제가 볼 때는 남북 관계도 좋은 않은 상황이지만 저의 일에 대해서는, 사랑에 대해서는 국경과 나이가 없기 때문에 제가 통일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이 일을 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통일이 실현되는 현장인 남남북녀들의 만남.

이들의 아름다운 결혼만큼이나 아름다운 통일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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