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으로 두 말 한 SK “합병으로 요금 상승”

입력 2016.04.03 (16:07) 수정 2016.04.0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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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와 통신업계,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CJ 헬로비전과의 합병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SK가 그동안 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해왔던 논리를 뒤집는 보고서를 스스로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연관 기사] ☞ 30조 벌어들인 SKT 이젠 케이블TV 마저?



SK그룹 계열사인 SK증권은 지난 1일 CJ헬로비전 주식 투자를 권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무엇이 좋아지는가?'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SK증권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성사될 경우 ① 유료방송 시장의 가입자 모집 경쟁이 완화되고 ② 결합상품을 통한 아날로그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으로 가입자 1인당 평균매출(ARPU)이 오르며 ③SK 텔레콤을 통한 결합상품 판매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운받기] SK증권 보고서 [PDF]

SK증권은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사업자간 경쟁이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근거로는 한 사업자의 유료 방송 시장 점유율이 3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방송법을 거론했다.

현재 유료방송 시장에서 KT그룹(KT+KT스카이라이프)이 이미 3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고,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법인의 점유율도 26.5%가 되기 때문에 가입자 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여지가 줄어든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가입자 모집 경쟁 강도가 완화되면 산업 평균 1인당 가입자 획득 비용(SAC)역시 줄어들 것으로 SK증권은 내다봤다. 소비자 유치 경쟁이 줄어들면 기업이 서비스 질을 개선할 유인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더 나아가 SK증권은 합병법인이 시장 경쟁 완화 분위기 속에서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아끼고 가입자 1인당 평균매출(ARPU)을 높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 가입자 성장 여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SK텔레콤과의 이동통신 결합을 통해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하면 TV 부분의 ARPU가 상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업자의 ARPU가 높아진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요금 부담이 커진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SK증권의 이런 분석이 논란을 일으킨 건 그동안 SK텔레콤이 강조해온 인수합병 논리와 전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SK측은 그동안 CJ헬로비전을 인수 합병하게 될 경우 "유료 방송 시장 경쟁을 활성화해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되며 요금 인상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 내놓은 보도참고자료에서도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M&A는 KT가 독주하던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해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SK텔레콤은 "M&A 후 IPTV,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요금 인상 가능성은 전무하다"며 "요금 인가제 등 정부 규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요금을 올릴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반해 KT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가입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요금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해 왔다. 공교롭게도 SK증권의 이번 보고서가 경쟁사인 KT의 주장을 입증해 준 것이나 다름없다.

SK증권의 보고서는 일반 소비자가 아닌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SK의 모순된 입장은 비판 받을 여지가 많다. 그동안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인수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소비자 권익 증진'을 앞세웠는데, 그것이 거짓이고 기망행위임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합병 승인 심사가 진행중인 민감한 상황에서 SK의 엇박자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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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입으로 두 말 한 SK “합병으로 요금 상승”
    • 입력 2016-04-03 16:07:58
    • 수정2016-04-03 16:24:40
    취재K
방송계와 통신업계,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CJ 헬로비전과의 합병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SK가 그동안 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해왔던 논리를 뒤집는 보고서를 스스로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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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계열사인 SK증권은 지난 1일 CJ헬로비전 주식 투자를 권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무엇이 좋아지는가?'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SK증권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성사될 경우 ① 유료방송 시장의 가입자 모집 경쟁이 완화되고 ② 결합상품을 통한 아날로그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으로 가입자 1인당 평균매출(ARPU)이 오르며 ③SK 텔레콤을 통한 결합상품 판매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운받기] SK증권 보고서 [PDF]

SK증권은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사업자간 경쟁이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근거로는 한 사업자의 유료 방송 시장 점유율이 3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방송법을 거론했다.

현재 유료방송 시장에서 KT그룹(KT+KT스카이라이프)이 이미 3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고,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법인의 점유율도 26.5%가 되기 때문에 가입자 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여지가 줄어든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가입자 모집 경쟁 강도가 완화되면 산업 평균 1인당 가입자 획득 비용(SAC)역시 줄어들 것으로 SK증권은 내다봤다. 소비자 유치 경쟁이 줄어들면 기업이 서비스 질을 개선할 유인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더 나아가 SK증권은 합병법인이 시장 경쟁 완화 분위기 속에서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아끼고 가입자 1인당 평균매출(ARPU)을 높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 가입자 성장 여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SK텔레콤과의 이동통신 결합을 통해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하면 TV 부분의 ARPU가 상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업자의 ARPU가 높아진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요금 부담이 커진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SK증권의 이런 분석이 논란을 일으킨 건 그동안 SK텔레콤이 강조해온 인수합병 논리와 전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SK측은 그동안 CJ헬로비전을 인수 합병하게 될 경우 "유료 방송 시장 경쟁을 활성화해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되며 요금 인상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 내놓은 보도참고자료에서도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M&A는 KT가 독주하던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해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SK텔레콤은 "M&A 후 IPTV,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요금 인상 가능성은 전무하다"며 "요금 인가제 등 정부 규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요금을 올릴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반해 KT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가입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요금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해 왔다. 공교롭게도 SK증권의 이번 보고서가 경쟁사인 KT의 주장을 입증해 준 것이나 다름없다.

SK증권의 보고서는 일반 소비자가 아닌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SK의 모순된 입장은 비판 받을 여지가 많다. 그동안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인수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소비자 권익 증진'을 앞세웠는데, 그것이 거짓이고 기망행위임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합병 승인 심사가 진행중인 민감한 상황에서 SK의 엇박자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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