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등기부 등본도 확인했는데”…‘황당 사기극’의 전말

입력 2016.04.08 (08:32) 수정 2016.04.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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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누군가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며 60억 원짜리 땅을 단 16억 원에 팔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솔깃하신가요?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먼저 의심부터 할 겁니다.

이거 사기 아니냐고 말이죠.

실제로 이런 제안을 건넨 사기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두 명이나 발생했습니다.

계약금 명목으로 모두 합쳐 4억 원을 날렸습니다.

두 사람 모두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등기부등본까지 확인했지만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황당한 토지 사기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9월 42살 권 모 씨는 지인을 통해 한 남자를 소개받습니다.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OOO이라고 그 사람이 이제 저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허 O을 소개해줬어요."

지인에게 소개를 받은 허 씨는 자신을 경기도 파주에 땅을 가진 소유주라고 소개했습니다.

해당 토지는 약 2만 5,000㎡로 꽤 큰 규모.

그러면서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돈이 급하다며 시세보다 저렴하게 팔 테니 해당 토지를 살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본 겁니다.

지금은 개발제한에 묶여 있지만 앞으로 제한이 풀릴 수도 있다며, 토지 가격으로 30억 원을 제안했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권 씨는 허 씨에게 말하진 않고 직접 땅의 가치를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그게 시가가 한 200억 넘습니다. 200억 이상 되는 땅인데 그쪽에서 30억이라고 얘기해서……."

허 씨가 판다고 한 땅의 공시지가는 약 60억 원.

권 씨가 주변을 통해 알아보니 시세는 무려 200억 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개발 제한이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허 씨의 말도 사실이었습니다.

땅의 시세를 확인한 권 씨는 그때부터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와 이건 진짜 시세보다 싼 땅인데 내가 꼭 가져야 하니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드는 거예요."

결국, 땅을 사기로 마음을 먹고 계약금을 건넸습니다.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이제 12월에 서초동 남부터미널 있지 않습니까? 거기서 계약한다고 만났죠. 계약금은 1억 줬죠."

그런데 허 씨는 이 같은 제안을 권 씨 한 사람에만 한 게 아니었습니다.

49살 유 모 씨도 지인을 통해 만난 허 씨에게서 같은 제안을 받았습니다.

유 씨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선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부터 확인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60억 가까이 돼요, 공시지가로만 해서. 근데 우리한테 16억에 판다는 것은 좀 싸게 판 거잖아요."

유 씨도 땅을 사기로 마음을 먹고 계약금 3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계약금을 받은 뒤 허 씨는 그대로 잠적해버렸습니다.

두 사람은 뒤늦게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계약해놓고 잔금을 그 다음 날 치르기로 이야기를 해놓고 있었는데 안 나오더라고 계속 전화해봤더니 전화가 꺼져있어……."

순식간에 수억 원을 날린 황당한 상황.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계약금을 건네기 전 꼼꼼하게 확인했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제가 그때 계약을 할 당시에도 동사무소에 같이 갔었습니다. 같이 가서 인감하고 등본하고 초본하고 다 떼었거든요."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신분증도 확인하고 다 확인했죠. 아니 신분증 사진하고 본인 얼굴하고 확인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 사람 주민등록상에 이름하고 동일인이라는 거죠."

계약 전, 등기부 등본과 허 씨 신분증까지 꼼꼼하게 확인했던 피해자들.

분명 서류상 토지 소유주는 허 씨 본인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경찰 조사 결과 허 씨는 사기를 칠 목적으로 지난해 5월 토지 소유자와 같은 이름으로 개명했던 겁니다.

허 씨는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브로커의 제안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강한구(경감/서울 동대문경찰서 지능수사팀) : "(브로커가) “파주에 허 씨 성의 토지 (소유주)가 있는데 이름을 개명해서 땅을 팔면 그에 대한 대가로 2억 정도 주겠다.” 제안해서……."

그렇다면, 토지 소유주와 이름만 같다면 이 같은 사기범행이 가능한 걸까?

<인터뷰> 강한구(경감/서울 동대문경찰서 지능수사팀) : "예전 토지 등기부 등본상에는 이름만 나오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는 표시가 안 되어 있더라고요."

1984년 7월 이전 등기부 등본에는 토지 소유자의 주민등록번호가 필수 기재사항이 아니었던 것.

이 때문에 이름을 바꾼 허 씨가 토지 소유주 행세를 해도 피해자들이 알 수가 없었던 겁니다.

피해자들이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이유는 또 있었습니다.

허 씨의 범행에 법무사 사무장까지 가담한 겁니다.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서초동 저 남부터미널 찻집 옆에 오피스텔이 하나 있더라고요. 허 O이 이제 법무사 사무장을 부르더라고요. 불러서 이제 뭐 서류 정리를 다 했죠, 약정서나 이런 부분에다가……."

법무사 사무장까지 나타나자 피해자들은 더더욱 이 거래를 신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강한구(경감/서울 동대문경찰서 지능수사팀) : "법무사한테 한 2,000만 원 정도 수고비 면목으로 주었다는 게 진술이 있었고요. 2억 5천은 공범에게 주었다 진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이름을 바꾼 뒤 땅 주인 행세를 하는 사기 범죄가 최근 늘어가고 있다는 것.

지난 2월에도 땅 주인 이름으로 개명해 시가 150억 원의 땅을 가로챈 뒤 금융권으로부터 37억 원을 대출받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역시 토지 소유주와 성과 나이가 비슷한 사람을 골라 개명을 시켰습니다.

<녹취> 피의자 김 모 씨(음성변조) : "(개명 서류가) 재산상 권한을 행사하는 서류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공무원들도 크게 절차 이런 것을 안 따지고 접수해서 개명 처리를 해 주는 걸로 알고 있어요."

소유주의 주민등록번호가 기록되지 않은 토지들이 범죄의 대상이 됐습니다.

<녹취> 임춘일(팀장/충남 천안서북경찰서 지능팀) : "주민등록번호가 기재가 안 된 토지들을 조회를 다 해 봐요. 이 관련된 토지를 대상으로 사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거든요. 전국적으로 이런 토지들만 취합해서 범죄를 하려고 시도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1984년 7월 이전 등기부 등본에는 토지소유자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지 않아 앞으로도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은 상황.

<인터뷰> 최문섭(소장/서울부동산경제연구소) : "분명히 주인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하고요. 등기부 등본에 주소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주소에 그 사람이 살고 있는지를 방문해서 알아보면 사기를 면하는 방법이 생길 수 있고요."

두 사람에서 계약금을 가로챈 허 씨는 결국 구속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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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등기부 등본도 확인했는데”…‘황당 사기극’의 전말
    • 입력 2016-04-08 09:11:17
    • 수정2016-04-08 09: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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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누군가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며 60억 원짜리 땅을 단 16억 원에 팔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솔깃하신가요?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먼저 의심부터 할 겁니다.

이거 사기 아니냐고 말이죠.

실제로 이런 제안을 건넨 사기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두 명이나 발생했습니다.

계약금 명목으로 모두 합쳐 4억 원을 날렸습니다.

두 사람 모두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등기부등본까지 확인했지만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황당한 토지 사기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9월 42살 권 모 씨는 지인을 통해 한 남자를 소개받습니다.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OOO이라고 그 사람이 이제 저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허 O을 소개해줬어요."

지인에게 소개를 받은 허 씨는 자신을 경기도 파주에 땅을 가진 소유주라고 소개했습니다.

해당 토지는 약 2만 5,000㎡로 꽤 큰 규모.

그러면서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돈이 급하다며 시세보다 저렴하게 팔 테니 해당 토지를 살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본 겁니다.

지금은 개발제한에 묶여 있지만 앞으로 제한이 풀릴 수도 있다며, 토지 가격으로 30억 원을 제안했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권 씨는 허 씨에게 말하진 않고 직접 땅의 가치를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그게 시가가 한 200억 넘습니다. 200억 이상 되는 땅인데 그쪽에서 30억이라고 얘기해서……."

허 씨가 판다고 한 땅의 공시지가는 약 60억 원.

권 씨가 주변을 통해 알아보니 시세는 무려 200억 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개발 제한이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허 씨의 말도 사실이었습니다.

땅의 시세를 확인한 권 씨는 그때부터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와 이건 진짜 시세보다 싼 땅인데 내가 꼭 가져야 하니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드는 거예요."

결국, 땅을 사기로 마음을 먹고 계약금을 건넸습니다.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이제 12월에 서초동 남부터미널 있지 않습니까? 거기서 계약한다고 만났죠. 계약금은 1억 줬죠."

그런데 허 씨는 이 같은 제안을 권 씨 한 사람에만 한 게 아니었습니다.

49살 유 모 씨도 지인을 통해 만난 허 씨에게서 같은 제안을 받았습니다.

유 씨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선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부터 확인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60억 가까이 돼요, 공시지가로만 해서. 근데 우리한테 16억에 판다는 것은 좀 싸게 판 거잖아요."

유 씨도 땅을 사기로 마음을 먹고 계약금 3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계약금을 받은 뒤 허 씨는 그대로 잠적해버렸습니다.

두 사람은 뒤늦게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계약해놓고 잔금을 그 다음 날 치르기로 이야기를 해놓고 있었는데 안 나오더라고 계속 전화해봤더니 전화가 꺼져있어……."

순식간에 수억 원을 날린 황당한 상황.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계약금을 건네기 전 꼼꼼하게 확인했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제가 그때 계약을 할 당시에도 동사무소에 같이 갔었습니다. 같이 가서 인감하고 등본하고 초본하고 다 떼었거든요."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신분증도 확인하고 다 확인했죠. 아니 신분증 사진하고 본인 얼굴하고 확인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 사람 주민등록상에 이름하고 동일인이라는 거죠."

계약 전, 등기부 등본과 허 씨 신분증까지 꼼꼼하게 확인했던 피해자들.

분명 서류상 토지 소유주는 허 씨 본인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경찰 조사 결과 허 씨는 사기를 칠 목적으로 지난해 5월 토지 소유자와 같은 이름으로 개명했던 겁니다.

허 씨는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브로커의 제안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강한구(경감/서울 동대문경찰서 지능수사팀) : "(브로커가) “파주에 허 씨 성의 토지 (소유주)가 있는데 이름을 개명해서 땅을 팔면 그에 대한 대가로 2억 정도 주겠다.” 제안해서……."

그렇다면, 토지 소유주와 이름만 같다면 이 같은 사기범행이 가능한 걸까?

<인터뷰> 강한구(경감/서울 동대문경찰서 지능수사팀) : "예전 토지 등기부 등본상에는 이름만 나오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는 표시가 안 되어 있더라고요."

1984년 7월 이전 등기부 등본에는 토지 소유자의 주민등록번호가 필수 기재사항이 아니었던 것.

이 때문에 이름을 바꾼 허 씨가 토지 소유주 행세를 해도 피해자들이 알 수가 없었던 겁니다.

피해자들이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이유는 또 있었습니다.

허 씨의 범행에 법무사 사무장까지 가담한 겁니다.

<녹취> 피해자 권 모 씨(음성변조) : "서초동 저 남부터미널 찻집 옆에 오피스텔이 하나 있더라고요. 허 O이 이제 법무사 사무장을 부르더라고요. 불러서 이제 뭐 서류 정리를 다 했죠, 약정서나 이런 부분에다가……."

법무사 사무장까지 나타나자 피해자들은 더더욱 이 거래를 신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강한구(경감/서울 동대문경찰서 지능수사팀) : "법무사한테 한 2,000만 원 정도 수고비 면목으로 주었다는 게 진술이 있었고요. 2억 5천은 공범에게 주었다 진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이름을 바꾼 뒤 땅 주인 행세를 하는 사기 범죄가 최근 늘어가고 있다는 것.

지난 2월에도 땅 주인 이름으로 개명해 시가 150억 원의 땅을 가로챈 뒤 금융권으로부터 37억 원을 대출받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역시 토지 소유주와 성과 나이가 비슷한 사람을 골라 개명을 시켰습니다.

<녹취> 피의자 김 모 씨(음성변조) : "(개명 서류가) 재산상 권한을 행사하는 서류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공무원들도 크게 절차 이런 것을 안 따지고 접수해서 개명 처리를 해 주는 걸로 알고 있어요."

소유주의 주민등록번호가 기록되지 않은 토지들이 범죄의 대상이 됐습니다.

<녹취> 임춘일(팀장/충남 천안서북경찰서 지능팀) : "주민등록번호가 기재가 안 된 토지들을 조회를 다 해 봐요. 이 관련된 토지를 대상으로 사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거든요. 전국적으로 이런 토지들만 취합해서 범죄를 하려고 시도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1984년 7월 이전 등기부 등본에는 토지소유자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지 않아 앞으로도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은 상황.

<인터뷰> 최문섭(소장/서울부동산경제연구소) : "분명히 주인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하고요. 등기부 등본에 주소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주소에 그 사람이 살고 있는지를 방문해서 알아보면 사기를 면하는 방법이 생길 수 있고요."

두 사람에서 계약금을 가로챈 허 씨는 결국 구속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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