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곤경에 빠트린 ‘파나마 페이퍼스’

입력 2016.04.08 (16:18) 수정 2016.04.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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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탐사보도협회 (ICIJ)의 '파나마 페이퍼스'폭로 이후 갈수록 영국 사회에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올 6월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갈라져 있는 영국에 또 하나의 악재가 터진 셈이다,

파문 확산의 중심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있다. 캐머런 총리는 국제 탐사보도 협회(ICIJ)가 파나마 페이퍼스를 통해 아버지인 이언 캐머런의 역외회사가 드러난 직후 자신은 역외회사에 지분을 가진 적도 없고 이득을 본 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로 판명됐다. 캐머런 총리는 7일(현지시간) I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부인이 블레어모어 홀딩스 지분을 갖고 있었으며 2010년 1월 3만 파운드에 팔았다고 털어놓았다.

블레어모어 홀딩스는 캐머런 총리의 아버지 이언 캐머런이 조세 도피처인 바하마에 세웠던 회사다. 또 캐머런 총리가 지분을 판 시점은 같은 해 5월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로 취임하기 넉 달 전의 일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아버지 이언 캐머런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 AP)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아버지 이언 캐머런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 AP)


캐머런 총리는 매각 당시 배당 소득세를 냈으며, 자본 이득세를 낼 만큼 이익이 많지는 않아 자본 이득세를 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또 모든 과정이 영국 세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캐머런 총리는 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상속받은 30만 파운드의 현금이 조세 도피처에서 나온 재산의 일부였을 가능성도 몰랐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영국 언론들은 캐머런 총리의 아버지였던 이언 캐머런이 바하마뿐만 아니라 영국령인 저지섬에 등록된 역외펀드도 갖고 있었다고 보도하는 등 캐머런 일가에 대한 추가적인 의혹 제기를 계속하고 있다.

[연관 기사] ☞ 영 총리 부친 소유 역외펀드 또 드러나, 논란확산 (2014.04.08)

캐머런 총리가 "아무것도 숨길 게 없다. 부친과 그가 세웠던 사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블레어모어를 탈세 의도로 만들었다는 것은 오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또 다시 말을 바꾸어야 할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EU,"공동의 블랙리스트 만들자"

영국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건 EU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EU는 조세 투명성을 실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내놓았지만, 그동안 영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대표적인 조세 도피처로 꼽히고 있는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케이맨제도 등은 모두 영국령이고, 런던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나오는 서류상 회사의 절반인 11만3000개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돼 있을 정도다.

지난해 6월 EU는 조세도피처 블랙리스트 30곳을 발표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30곳의 3분의 1에 가까운 9곳이 영국령 또는 영연방이었다.



발표 당시 영국은 '쓸모없는' 조처라며 반발했다. 조세도피처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면 런던 금융시장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런던 금융가가 조세도피처 규제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영국이 조세 도피처를 암묵적으로 두둔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EU는 달라진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려 하고 있다. EU는 영국의 캐머런 총리 스스로가 관련된 돼 거부하기 조차 곤혹스러운 상황을 이용해 개혁 조처를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재정·조세담당 집행위원은 7일(현지시간) "이번 주 모색 폰세카에 대한 폭로를 보고 너무 놀랐다. 얼마나 많은 행위가 불법적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많은 폭로 내용 대부분이 진실이라는 것이다. 또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모스코비치 집행위원은 이어 "솔직히 폭로와 관련된 돈과 인물, 관할구역이 너무 충격적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비협조적으로 관할권을 행사하면 세금 천국이다. 우리는 EU 공통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변화를 거부하면 적절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유출된 문건으로 EU 법체계의 구멍이 드러났다면 즉각 조처할 것이다. 집행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 더 명확해졌다”고 덧붙였다. EU 집행위원회는 조세 투명성과 형평성을 담은 이른바 액션 플랜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 [다운로드] EU 집행위 액션 플랜 [PDF]

캐머런 영국 총리는 취임 후 대외적으로는 ‘탈세와 전쟁’을 내세우며 “영국이 부패한 돈의 도피처가 되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2013년 EU가 역외자금 실소유주를 등록·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EU 이사회에 역외자금에 일반 법인과 같은 투명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는 등 조세도피처 개혁방안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다음 달 일본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역외탈세는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 다음 달 런던에서 열리는 반부패정상회의 주최국이기도 하다. '파나마 페이퍼스'를 계기로 조세도피처에 대한 개혁 조처를 보다 강력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하는 국제 사회의 요구에 영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연관 기사] ☞ 파나마에 숨긴 유명인사들의 돈…조사는? (20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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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08 16:18:34
    • 수정2016-04-08 16:20:48
    취재K
국제 탐사보도협회 (ICIJ)의 '파나마 페이퍼스'폭로 이후 갈수록 영국 사회에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올 6월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갈라져 있는 영국에 또 하나의 악재가 터진 셈이다,

파문 확산의 중심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있다. 캐머런 총리는 국제 탐사보도 협회(ICIJ)가 파나마 페이퍼스를 통해 아버지인 이언 캐머런의 역외회사가 드러난 직후 자신은 역외회사에 지분을 가진 적도 없고 이득을 본 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로 판명됐다. 캐머런 총리는 7일(현지시간) I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부인이 블레어모어 홀딩스 지분을 갖고 있었으며 2010년 1월 3만 파운드에 팔았다고 털어놓았다.

블레어모어 홀딩스는 캐머런 총리의 아버지 이언 캐머런이 조세 도피처인 바하마에 세웠던 회사다. 또 캐머런 총리가 지분을 판 시점은 같은 해 5월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로 취임하기 넉 달 전의 일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아버지 이언 캐머런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 AP)

캐머런 총리는 매각 당시 배당 소득세를 냈으며, 자본 이득세를 낼 만큼 이익이 많지는 않아 자본 이득세를 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또 모든 과정이 영국 세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캐머런 총리는 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상속받은 30만 파운드의 현금이 조세 도피처에서 나온 재산의 일부였을 가능성도 몰랐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영국 언론들은 캐머런 총리의 아버지였던 이언 캐머런이 바하마뿐만 아니라 영국령인 저지섬에 등록된 역외펀드도 갖고 있었다고 보도하는 등 캐머런 일가에 대한 추가적인 의혹 제기를 계속하고 있다.

[연관 기사] ☞ 영 총리 부친 소유 역외펀드 또 드러나, 논란확산 (2014.04.08)

캐머런 총리가 "아무것도 숨길 게 없다. 부친과 그가 세웠던 사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블레어모어를 탈세 의도로 만들었다는 것은 오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또 다시 말을 바꾸어야 할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EU,"공동의 블랙리스트 만들자"

영국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건 EU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EU는 조세 투명성을 실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내놓았지만, 그동안 영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대표적인 조세 도피처로 꼽히고 있는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케이맨제도 등은 모두 영국령이고, 런던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나오는 서류상 회사의 절반인 11만3000개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돼 있을 정도다.

지난해 6월 EU는 조세도피처 블랙리스트 30곳을 발표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30곳의 3분의 1에 가까운 9곳이 영국령 또는 영연방이었다.



발표 당시 영국은 '쓸모없는' 조처라며 반발했다. 조세도피처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면 런던 금융시장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런던 금융가가 조세도피처 규제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영국이 조세 도피처를 암묵적으로 두둔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EU는 달라진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려 하고 있다. EU는 영국의 캐머런 총리 스스로가 관련된 돼 거부하기 조차 곤혹스러운 상황을 이용해 개혁 조처를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재정·조세담당 집행위원은 7일(현지시간) "이번 주 모색 폰세카에 대한 폭로를 보고 너무 놀랐다. 얼마나 많은 행위가 불법적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많은 폭로 내용 대부분이 진실이라는 것이다. 또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모스코비치 집행위원은 이어 "솔직히 폭로와 관련된 돈과 인물, 관할구역이 너무 충격적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비협조적으로 관할권을 행사하면 세금 천국이다. 우리는 EU 공통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변화를 거부하면 적절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유출된 문건으로 EU 법체계의 구멍이 드러났다면 즉각 조처할 것이다. 집행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 더 명확해졌다”고 덧붙였다. EU 집행위원회는 조세 투명성과 형평성을 담은 이른바 액션 플랜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 [다운로드] EU 집행위 액션 플랜 [PDF]

캐머런 영국 총리는 취임 후 대외적으로는 ‘탈세와 전쟁’을 내세우며 “영국이 부패한 돈의 도피처가 되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2013년 EU가 역외자금 실소유주를 등록·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EU 이사회에 역외자금에 일반 법인과 같은 투명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는 등 조세도피처 개혁방안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다음 달 일본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역외탈세는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 다음 달 런던에서 열리는 반부패정상회의 주최국이기도 하다. '파나마 페이퍼스'를 계기로 조세도피처에 대한 개혁 조처를 보다 강력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하는 국제 사회의 요구에 영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연관 기사] ☞ 파나마에 숨긴 유명인사들의 돈…조사는? (20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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