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왜 필요한가…지금이 적기?

입력 2016.04.20 (21:04) 수정 2016.04.2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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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렇게 기로에 선 기간 산업들을 살려내기 위해 정부는 수조 원의 공적자금을 수혈하고 있지만 병만 더 깊어지는 상황입니다.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어, 직접 수술에 나서겠다는 게, 정부 판단입니다.

우한울 기자가 보도합니다.

▼구조조정 왜 필요한가? 왜 지금?▼

<리포트>

5조 5천억 원.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영업 손실입니다.

국책은행들이 4조 2천억 원을 쏟아붓기로 했지만 밑 빠진 독 물붓기입니다.

<녹취> 국책은행 관계자 : "주문이 없는데 잘 되거라고 예견하기는 곤란하다는 얘기입니다. (공적자금을 한없이 투자할 수는 있느냐? ) 그럴 수는 없는 거죠."

거액의 공적 자금을 수혈해도 치료는 고사하고 병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

정부가 다급하게 '8개월 골든 타임'을 외치며 환부를 직접 도려내겠다고 나선 이유입니다.

문제는 조선업계뿐 아니라, 우리 산업 전체로 부실이 확산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해 500대 기업 가운데, 사업보고서를 낸 380곳을 살펴봤더니 10곳 중 한 곳 가까이가 3년 연속 돈을 벌어 이자도 내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으로 드러났습니다.

"다 살려면 다 죽는다"는 절박한 구호만큼 출혈을 전제한 대수술이 시급하다는 게 정부 인식입니다.

<인터뷰> 성태윤(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기업 자체로 회생하기는 어려운 상태에서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자발적인 형태의 구조조정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내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구조 조정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만큼, 총선 직후인 지금이 적기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성공의 조건…명암은?▼

<기자 멘트>

현대, 기아, 대우, 그리고 삼성까지.

1990년대 후반 극심한 출혈경쟁속에 IMF외환위기가 터지자 은행 빚에 의존하던 업체들은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가장 먼저, 기아차가 1997년 7월 도산해, 현대차에 인수됐습니다.

대우도 2년 뒤 워크아웃을 거쳐 미국 GM에 인수됐습니다.

삼성차 역시 법정관리에 들어가 프랑스 르노에 인수됐습니다.

이렇게 국내 자동차 시장은 1강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이렇게 정리되고 나니 합쳐진 회사는 서로 약한 부분을 채워주는 통합효과를 냈습니다.

출혈 경쟁에 들었던 비용도 줄었습니다.

덕분에 현대차그룹은 세계 5위의 자동차 업체로 올라서며 자동차 수출의 80%를 책임졌습니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이면엔 그늘도 작지 않습니다.

대규모 인력 감축이 뒤따른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입니다.

정부가 개입할 경우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이 든다는 것도 걱정거리입니다.

피할 수 없는 숙제인 구조조정,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요.

지형철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신속, 옥석 가리기가 핵심▼

<리포트>

조선 강국 스웨덴을 상징했던 말뫼시의 초대형 크레인!

한국 일본과의 경쟁에 밀려 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단돈 1달러에 우리 업체로 팔려왔습니다.

우리도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이 크레인을 1달러에 팔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자발적 기업퇴출이 어렵다면 회생시킬 기업과 희생시킬 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중요합니다.

또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부실기업을 인수한 기업이 동반부실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인터뷰> 류제현(미래에셋대우증권 운송분야 연구위원) : "중국의 사례를 보면 대규모 자금 투입이 이뤄진 바가 있고 최근에는 업체 분야별 특화나 사업부 통합, 합종연횡을 주도한 바가 있습니다."

옥석 가리기 만큼이나 중요한 건 신속한 결정입니다.

일자리 감소에 따른 노동계의 반발, 지역 경제 살리기를 내세운 정치권의 압박 등의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자칫 논란만 벌이다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 지나갈 수 있습니다.

비핵심역량은 잘라내지만 핵심역량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이번 구조조정이 우리 주력산업이 회생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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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조조정 왜 필요한가…지금이 적기?
    • 입력 2016-04-20 21:05:21
    • 수정2016-04-20 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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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렇게 기로에 선 기간 산업들을 살려내기 위해 정부는 수조 원의 공적자금을 수혈하고 있지만 병만 더 깊어지는 상황입니다.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어, 직접 수술에 나서겠다는 게, 정부 판단입니다.

우한울 기자가 보도합니다.

▼구조조정 왜 필요한가? 왜 지금?▼

<리포트>

5조 5천억 원.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영업 손실입니다.

국책은행들이 4조 2천억 원을 쏟아붓기로 했지만 밑 빠진 독 물붓기입니다.

<녹취> 국책은행 관계자 : "주문이 없는데 잘 되거라고 예견하기는 곤란하다는 얘기입니다. (공적자금을 한없이 투자할 수는 있느냐? ) 그럴 수는 없는 거죠."

거액의 공적 자금을 수혈해도 치료는 고사하고 병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

정부가 다급하게 '8개월 골든 타임'을 외치며 환부를 직접 도려내겠다고 나선 이유입니다.

문제는 조선업계뿐 아니라, 우리 산업 전체로 부실이 확산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해 500대 기업 가운데, 사업보고서를 낸 380곳을 살펴봤더니 10곳 중 한 곳 가까이가 3년 연속 돈을 벌어 이자도 내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으로 드러났습니다.

"다 살려면 다 죽는다"는 절박한 구호만큼 출혈을 전제한 대수술이 시급하다는 게 정부 인식입니다.

<인터뷰> 성태윤(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기업 자체로 회생하기는 어려운 상태에서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자발적인 형태의 구조조정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내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구조 조정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만큼, 총선 직후인 지금이 적기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성공의 조건…명암은?▼

<기자 멘트>

현대, 기아, 대우, 그리고 삼성까지.

1990년대 후반 극심한 출혈경쟁속에 IMF외환위기가 터지자 은행 빚에 의존하던 업체들은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가장 먼저, 기아차가 1997년 7월 도산해, 현대차에 인수됐습니다.

대우도 2년 뒤 워크아웃을 거쳐 미국 GM에 인수됐습니다.

삼성차 역시 법정관리에 들어가 프랑스 르노에 인수됐습니다.

이렇게 국내 자동차 시장은 1강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이렇게 정리되고 나니 합쳐진 회사는 서로 약한 부분을 채워주는 통합효과를 냈습니다.

출혈 경쟁에 들었던 비용도 줄었습니다.

덕분에 현대차그룹은 세계 5위의 자동차 업체로 올라서며 자동차 수출의 80%를 책임졌습니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이면엔 그늘도 작지 않습니다.

대규모 인력 감축이 뒤따른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입니다.

정부가 개입할 경우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이 든다는 것도 걱정거리입니다.

피할 수 없는 숙제인 구조조정,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요.

지형철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신속, 옥석 가리기가 핵심▼

<리포트>

조선 강국 스웨덴을 상징했던 말뫼시의 초대형 크레인!

한국 일본과의 경쟁에 밀려 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단돈 1달러에 우리 업체로 팔려왔습니다.

우리도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이 크레인을 1달러에 팔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자발적 기업퇴출이 어렵다면 회생시킬 기업과 희생시킬 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중요합니다.

또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부실기업을 인수한 기업이 동반부실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인터뷰> 류제현(미래에셋대우증권 운송분야 연구위원) : "중국의 사례를 보면 대규모 자금 투입이 이뤄진 바가 있고 최근에는 업체 분야별 특화나 사업부 통합, 합종연횡을 주도한 바가 있습니다."

옥석 가리기 만큼이나 중요한 건 신속한 결정입니다.

일자리 감소에 따른 노동계의 반발, 지역 경제 살리기를 내세운 정치권의 압박 등의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자칫 논란만 벌이다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 지나갈 수 있습니다.

비핵심역량은 잘라내지만 핵심역량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이번 구조조정이 우리 주력산업이 회생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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