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원망을 넘어 범죄까지”…잇단 ‘이별 범죄’

입력 2016.04.21 (08:32) 수정 2016.04.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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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로 시작되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 잘 아실 겁니다.

이별을 말하고 떠나가는 연인의 앞길에 오히려 진달래꽃을 뿌리며 배웅하는 숭고한 모습을 보여주죠.

헌데 세상이 각박해져서 일까요.

최근에는 이별을 통보하는 연인에게 원망을 넘어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별 범죄’라는 용어까지 생길 정도라고 합니다.

그제 헤어지자고 말한 여자친구를 대낮에 살해한 끔찍한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그제 낮,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아파트 입구로 한 여성이 다급하게 뛰쳐나옵니다.

그 뒤를 마스크를 쓴 남성이 쫓아갑니다.

그런데 남성의 손엔 뭔가가 들려 있습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큰 소리가 들려서 나와보니까 여자가 뛰쳐나와요. 그 뒤로 남자가 칼 들고 쫓아 나오더라고요. 안에서부터 흉기를 맞았어요. 집에서부터. 여자가 뛰쳐나왔는가 봐요.살려고 뛰쳐나왔는데….”

여성은 현관을 빠져나와 사람들이 있는 주차장으로 도망쳤지만 남성이 이내 따라잡습니다.

힘이 빠진 여성이 쓰러지자 남성은 여성을 향해 흉기를 휘두릅니다.

바로 앞에서 경비원과 아파트 주민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남성은 범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내가 흉기를 뺏으려고 하니까 그 남자가 가까이 오면 죽여 흉기로 찔러버려서 죽여버린다고 이래서 내가 지금 반 발자국 물러난 그 사이에 그냥 일이 저질러진 거라니까요.” <녹취>이웃 주민 (음성변조):“그 친구가 죽기 싫으면 가라고 하니까 아저씨도 뭐 어떻게 할수가 없죠. 가서 보니까 가서 보니까 목이 출혈이 심하고 그래서 경비 아저씨보고 수건 달라고 가져오라고 그래서 지혈하고 119 제가 불렀거든요.”

범행을 저지른 남성은 아파트 안으로 다시 들어가 아파트 옆문으로 나와 쓰레기통에 범행도구를 버렸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저쪽으로 가보니까 오른쪽에 휴지통이 반쯤 열려있는 거예요 . 보니까 흉기하고 자기 마스크하고 (있고) 옆문이 열려 있더라고요. 그렇게 된 거예요.”

그리고는 근처에 미리 세워둔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쳤습니다.

여성의 비명을 듣고 쫓아온 주민들이 남성의 뒤를 쫓았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서! 서! 하니까 도망가려고 그래서 여기 잠깐 섰었어요. 남자 분도 학생처럼 깨끗이 옷 입은 젊은 남자예요. 젊은 남자예요.”

피해 여성 31살 김 모 씨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대낮에, 그것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과 5분 사이 일어난 범행.

주민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딱 그게 3,4초 차이였어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너무 안타까운 건‘악’하는 소리가 났는데 그러고는 아무 소리도 안 났어요. 비명소리인 줄 전혀 몰랐어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많이 놀랐죠. 이루 말할 수 없이 충격적이죠. 한번도 사고가 나본 적이 없는 동네인데 그런 사고가 났으니…….”

지켜보는 이들이 미처 손을 쓸 새도 없이 벌어진 사건.

도대체 누가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일까?

경찰은 CCTV와 목격자의 진술을 통해 용의자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피해자 김 씨와 사귀던 남자친구 31살 한 모 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습니다.

경찰은 행방이 묘연한 그를 쫓기 시작했고, 만 하루만인 어제 오후 한 씨를 경기도 구리시에서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 장병덕(형사과장/송파 경찰서) : “CCTV 추적, 또 통신 수사 주변인 탐문 등 다양한 수사 기법을 활용해서 구리에 있는 은신처를 발견하고 검거하게 되었습니다. 구리 부추밭에 은신해 있는 것을 저희가 수색 끝에 확인하고 검거하게 되었습니다.”

경찰에 체포된 한 씨는 김 씨를 살해할 당시 흉기를 휘두르다 자신도 상처를 입은 상태였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흉기는 어디서 구했습니까?) 자살하려고 했습니다.“(왜 그랬어요?)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는 왜 ,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인이었던 김 씨를 잔인하게 살해했을까.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살해당한 김 씨가 최근 한 씨에게 헤어지자자고 말한 게 결정적인 범행 동기가 됐습니다.

<녹취> 장병덕(형사과장/송파 경찰서)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여자친구와 1년 정도 사귀었고 최근에 와서 계속 사귀는지 여부에 대해서 계속 다툼이 있었다고 합니다.”

3주 전, 김 씨가 이별 통보를 한 것이 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범행까지 저질렀단 겁니다.

하지만, 한 씨의 범행이 우발적인지, 의도적인지, 또 보다 정확한 살해 동기와 과정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녹취> 장병덕(형사과장/송파 경찰서)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완전히 헤어진 건지 아니면 교제 중인 것으로 볼 것인지는 저희가 조금 더 조사해봐야 알겠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이별 통보가 범행 동기가 되는 이른바 ‘이별 범죄’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지난 연말, 서울 용산에서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염산을 뿌린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고,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사귀던 남잔데 서로 헤어졌나 봐요. 안 좋게 헤어지니까 남자가 이제 거기에 대해 앙심을 품고…….”

지난 5월, 세상을 경악케 했던 이른바 ‘20대 여성 시멘트 암매장 사건’ 역시 여성의 이별 통보가 결정적인 범행 동기가 됐습니다.

<인터뷰> 강동훈(경장/서울 관악경찰서 강력6팀) : “(피의자 진술은) 술을 한 잔 먹은 상태에서 여자친구가 이별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게 됐고, 거기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났다. 자신이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 해서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했고…….”

이외에도 결별을 통보한 내연녀를 차로 들이 받는 등 이별 범죄의 양상은 점점 더 심각해져 가는 추세입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사회적인 네트워크가 느슨해지면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이제 그런 애인 관계에 좀 더 몰입을 많이 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집착도 강해지고 헤어지자는 것을 수용하기도 더 어려워지는 거죠. 좌절감 그런 것이 결국에는 대낮에 남의 시선도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이런 보복행위를 만드는 동기가 되는 거죠. 투자가 매우 많은데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상실감 이런 것들이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죠.”

한 때 사랑했던 연인을 향해 저지르는 참혹한 이별 범죄.

이별할 때조차 이제는 안전을 걱정해야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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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원망을 넘어 범죄까지”…잇단 ‘이별 범죄’
    • 입력 2016-04-21 08:33:52
    • 수정2016-04-21 08: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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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로 시작되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 잘 아실 겁니다.

이별을 말하고 떠나가는 연인의 앞길에 오히려 진달래꽃을 뿌리며 배웅하는 숭고한 모습을 보여주죠.

헌데 세상이 각박해져서 일까요.

최근에는 이별을 통보하는 연인에게 원망을 넘어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별 범죄’라는 용어까지 생길 정도라고 합니다.

그제 헤어지자고 말한 여자친구를 대낮에 살해한 끔찍한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그제 낮,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아파트 입구로 한 여성이 다급하게 뛰쳐나옵니다.

그 뒤를 마스크를 쓴 남성이 쫓아갑니다.

그런데 남성의 손엔 뭔가가 들려 있습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큰 소리가 들려서 나와보니까 여자가 뛰쳐나와요. 그 뒤로 남자가 칼 들고 쫓아 나오더라고요. 안에서부터 흉기를 맞았어요. 집에서부터. 여자가 뛰쳐나왔는가 봐요.살려고 뛰쳐나왔는데….”

여성은 현관을 빠져나와 사람들이 있는 주차장으로 도망쳤지만 남성이 이내 따라잡습니다.

힘이 빠진 여성이 쓰러지자 남성은 여성을 향해 흉기를 휘두릅니다.

바로 앞에서 경비원과 아파트 주민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남성은 범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내가 흉기를 뺏으려고 하니까 그 남자가 가까이 오면 죽여 흉기로 찔러버려서 죽여버린다고 이래서 내가 지금 반 발자국 물러난 그 사이에 그냥 일이 저질러진 거라니까요.” <녹취>이웃 주민 (음성변조):“그 친구가 죽기 싫으면 가라고 하니까 아저씨도 뭐 어떻게 할수가 없죠. 가서 보니까 가서 보니까 목이 출혈이 심하고 그래서 경비 아저씨보고 수건 달라고 가져오라고 그래서 지혈하고 119 제가 불렀거든요.”

범행을 저지른 남성은 아파트 안으로 다시 들어가 아파트 옆문으로 나와 쓰레기통에 범행도구를 버렸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저쪽으로 가보니까 오른쪽에 휴지통이 반쯤 열려있는 거예요 . 보니까 흉기하고 자기 마스크하고 (있고) 옆문이 열려 있더라고요. 그렇게 된 거예요.”

그리고는 근처에 미리 세워둔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쳤습니다.

여성의 비명을 듣고 쫓아온 주민들이 남성의 뒤를 쫓았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서! 서! 하니까 도망가려고 그래서 여기 잠깐 섰었어요. 남자 분도 학생처럼 깨끗이 옷 입은 젊은 남자예요. 젊은 남자예요.”

피해 여성 31살 김 모 씨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대낮에, 그것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과 5분 사이 일어난 범행.

주민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딱 그게 3,4초 차이였어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너무 안타까운 건‘악’하는 소리가 났는데 그러고는 아무 소리도 안 났어요. 비명소리인 줄 전혀 몰랐어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많이 놀랐죠. 이루 말할 수 없이 충격적이죠. 한번도 사고가 나본 적이 없는 동네인데 그런 사고가 났으니…….”

지켜보는 이들이 미처 손을 쓸 새도 없이 벌어진 사건.

도대체 누가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일까?

경찰은 CCTV와 목격자의 진술을 통해 용의자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피해자 김 씨와 사귀던 남자친구 31살 한 모 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습니다.

경찰은 행방이 묘연한 그를 쫓기 시작했고, 만 하루만인 어제 오후 한 씨를 경기도 구리시에서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 장병덕(형사과장/송파 경찰서) : “CCTV 추적, 또 통신 수사 주변인 탐문 등 다양한 수사 기법을 활용해서 구리에 있는 은신처를 발견하고 검거하게 되었습니다. 구리 부추밭에 은신해 있는 것을 저희가 수색 끝에 확인하고 검거하게 되었습니다.”

경찰에 체포된 한 씨는 김 씨를 살해할 당시 흉기를 휘두르다 자신도 상처를 입은 상태였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흉기는 어디서 구했습니까?) 자살하려고 했습니다.“(왜 그랬어요?)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는 왜 ,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인이었던 김 씨를 잔인하게 살해했을까.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살해당한 김 씨가 최근 한 씨에게 헤어지자자고 말한 게 결정적인 범행 동기가 됐습니다.

<녹취> 장병덕(형사과장/송파 경찰서)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여자친구와 1년 정도 사귀었고 최근에 와서 계속 사귀는지 여부에 대해서 계속 다툼이 있었다고 합니다.”

3주 전, 김 씨가 이별 통보를 한 것이 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범행까지 저질렀단 겁니다.

하지만, 한 씨의 범행이 우발적인지, 의도적인지, 또 보다 정확한 살해 동기와 과정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녹취> 장병덕(형사과장/송파 경찰서)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완전히 헤어진 건지 아니면 교제 중인 것으로 볼 것인지는 저희가 조금 더 조사해봐야 알겠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이별 통보가 범행 동기가 되는 이른바 ‘이별 범죄’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지난 연말, 서울 용산에서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염산을 뿌린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고,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사귀던 남잔데 서로 헤어졌나 봐요. 안 좋게 헤어지니까 남자가 이제 거기에 대해 앙심을 품고…….”

지난 5월, 세상을 경악케 했던 이른바 ‘20대 여성 시멘트 암매장 사건’ 역시 여성의 이별 통보가 결정적인 범행 동기가 됐습니다.

<인터뷰> 강동훈(경장/서울 관악경찰서 강력6팀) : “(피의자 진술은) 술을 한 잔 먹은 상태에서 여자친구가 이별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게 됐고, 거기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났다. 자신이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 해서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했고…….”

이외에도 결별을 통보한 내연녀를 차로 들이 받는 등 이별 범죄의 양상은 점점 더 심각해져 가는 추세입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사회적인 네트워크가 느슨해지면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이제 그런 애인 관계에 좀 더 몰입을 많이 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집착도 강해지고 헤어지자는 것을 수용하기도 더 어려워지는 거죠. 좌절감 그런 것이 결국에는 대낮에 남의 시선도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이런 보복행위를 만드는 동기가 되는 거죠. 투자가 매우 많은데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상실감 이런 것들이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죠.”

한 때 사랑했던 연인을 향해 저지르는 참혹한 이별 범죄.

이별할 때조차 이제는 안전을 걱정해야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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