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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씨의 우울한 야구 글러브
입력 2016.04.21 (18:33) 수정 2016.04.21 (18:34) 취재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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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호(45) 씨는 평범한 대한민국 40대 아저씨다. 운동도 좋아하고 술 한 잔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배도 적당히 나왔다.

야구를 사랑하는 현호씨는 밤마다 빈 글러브를 닦는 버릇이 생겼다. 쓸 곳도 없는 글러브에 왁스를 바르고 언제라도 경기에 쓸 수 있도록 관리해 둬야 마음이 편하다.

사실 현호씨는 글러브를 볼 때마다 마음이 쓰리다. 현호씨가 이끌던 사회인 야구팀이 한 시즌 동안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야구장을 구하기 힘들어 고민하던 현호씨의 소속팀은 사회인야구 리그 등록 기회를 놓쳐 버렸다.



야구장이 부족하다 보니 정해진 경기 일정이 계속 밀렸고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겨울까지 야구를 했던 것이 팀원들의 불만을 불러왔다. 일부 선수들이 팀을 옮기기도 하고, 팀 내에선 다른 리그로 옮겨서 뛰고 싶다는 의견까지 나오다 보니 의사 결정이 미뤄졌다.

현호씨는 좋아하는 야구를, 그것도 야구장이 없어서 할 수 없게 됐다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경기가 계속해서 취소되고 연기되고 팀원들도 불만이 많고 그러다 보니까 나가는 사람도 생기고.. 그래서 1년을 못하게 됐어요. 너무 하고 싶은데.."

현호씨네 팀보다 훨씬 더 상황이 좋지 않은 팀도 많다. 사회인 야구 열풍에 비해 야구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운동장을 불법적으로 임대해 운영하거나, 사설 야구 리그를 개최한다며 참가비만 받고 대회도 치르지 않은 채 사라지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연관 기사] ☞ 사회인 야구 열풍…운동장 불법 임대 극성

결국 현호씨는 야구장에서 땀을 흘리며 뛰는 대신, 동네 맥줏집에서 친구들과 야구 이야기로 시간을 때워야 하는 신세다. TV나 영화를 통해 외국의 생활체육 환경을 볼 때마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가난한 나라도 아닌데 야구장이 없어서 운동을 못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사회인 야구팀은 대략 23,500개 정도로 추산된다. 국민생활체육 전국 야구연합회에 등록된 사회인 야구 선수만 460,000명에 이른다. 그러나 대한야구협회의 기록에 따르면 전국에 야구장은 고작 332개뿐이고 경기가 가능한 야구 면수는 모두 합해서 400여 개를 조금 넘는다.



하나의 야구장에서 하루 5게임이 가능하다고 가정할 때, 한 팀 등록 선수 20명을 감안해 계산하면 총 200명이 야구를 즐길 수 있다. 야구가 가능한 모든 구장 그러니까 한 구장에 200명씩 400곳에서 하루 종일 야구를 한다고 하도 하루 최대 수용 인원은 80,000명에 불과하다. 주말에 집중되는 사회인 야구 수요를 감당하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한 숫자다.


현호씨는 궁금하다. 같은 세금을 내는데 왜 선진국 시민들의 스포츠 환경과 우리나라의 스포츠 환경은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올림픽 때마다 세계 10위를 달성한 스포츠 강국이라고 하는데 정작 국민들은 스포츠 후진국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아들과 아버지와 가족들이 주말마다 야구 글러브를 가지고 잔디가 쫘-악 깔린 멋있는 꿈의 구장에서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고 그런 곳이 갖춰진 걸 보면 너무너무 부럽더라고요. 아 우리나라는 저렇게 될 수 없는 것인가?"

현호씨의 우울한 야구 글러브는 한국 스포츠가 변화해야 할 방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도 중요하고, 메이저리그 진출도 중요하지만, 한국 야구는 이제 평범한 국민들의 건강과 행복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스포츠는 복지다! 스포츠는 권리다!
  • 현호씨의 우울한 야구 글러브
    • 입력 2016-04-21 18:33:32
    • 수정2016-04-21 18:34:13
    취재K
장현호(45) 씨는 평범한 대한민국 40대 아저씨다. 운동도 좋아하고 술 한 잔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배도 적당히 나왔다.

야구를 사랑하는 현호씨는 밤마다 빈 글러브를 닦는 버릇이 생겼다. 쓸 곳도 없는 글러브에 왁스를 바르고 언제라도 경기에 쓸 수 있도록 관리해 둬야 마음이 편하다.

사실 현호씨는 글러브를 볼 때마다 마음이 쓰리다. 현호씨가 이끌던 사회인 야구팀이 한 시즌 동안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야구장을 구하기 힘들어 고민하던 현호씨의 소속팀은 사회인야구 리그 등록 기회를 놓쳐 버렸다.



야구장이 부족하다 보니 정해진 경기 일정이 계속 밀렸고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겨울까지 야구를 했던 것이 팀원들의 불만을 불러왔다. 일부 선수들이 팀을 옮기기도 하고, 팀 내에선 다른 리그로 옮겨서 뛰고 싶다는 의견까지 나오다 보니 의사 결정이 미뤄졌다.

현호씨는 좋아하는 야구를, 그것도 야구장이 없어서 할 수 없게 됐다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경기가 계속해서 취소되고 연기되고 팀원들도 불만이 많고 그러다 보니까 나가는 사람도 생기고.. 그래서 1년을 못하게 됐어요. 너무 하고 싶은데.."

현호씨네 팀보다 훨씬 더 상황이 좋지 않은 팀도 많다. 사회인 야구 열풍에 비해 야구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운동장을 불법적으로 임대해 운영하거나, 사설 야구 리그를 개최한다며 참가비만 받고 대회도 치르지 않은 채 사라지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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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호씨는 야구장에서 땀을 흘리며 뛰는 대신, 동네 맥줏집에서 친구들과 야구 이야기로 시간을 때워야 하는 신세다. TV나 영화를 통해 외국의 생활체육 환경을 볼 때마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가난한 나라도 아닌데 야구장이 없어서 운동을 못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사회인 야구팀은 대략 23,500개 정도로 추산된다. 국민생활체육 전국 야구연합회에 등록된 사회인 야구 선수만 460,000명에 이른다. 그러나 대한야구협회의 기록에 따르면 전국에 야구장은 고작 332개뿐이고 경기가 가능한 야구 면수는 모두 합해서 400여 개를 조금 넘는다.



하나의 야구장에서 하루 5게임이 가능하다고 가정할 때, 한 팀 등록 선수 20명을 감안해 계산하면 총 200명이 야구를 즐길 수 있다. 야구가 가능한 모든 구장 그러니까 한 구장에 200명씩 400곳에서 하루 종일 야구를 한다고 하도 하루 최대 수용 인원은 80,000명에 불과하다. 주말에 집중되는 사회인 야구 수요를 감당하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한 숫자다.


현호씨는 궁금하다. 같은 세금을 내는데 왜 선진국 시민들의 스포츠 환경과 우리나라의 스포츠 환경은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올림픽 때마다 세계 10위를 달성한 스포츠 강국이라고 하는데 정작 국민들은 스포츠 후진국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아들과 아버지와 가족들이 주말마다 야구 글러브를 가지고 잔디가 쫘-악 깔린 멋있는 꿈의 구장에서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고 그런 곳이 갖춰진 걸 보면 너무너무 부럽더라고요. 아 우리나라는 저렇게 될 수 없는 것인가?"

현호씨의 우울한 야구 글러브는 한국 스포츠가 변화해야 할 방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도 중요하고, 메이저리그 진출도 중요하지만, 한국 야구는 이제 평범한 국민들의 건강과 행복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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