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강도가 나타났다”…현대판 양치기 소년의 최후

입력 2016.04.26 (08:33) 수정 2016.04.2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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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로 마을 사람들을 속인 양치기 소년 이야기 잘 아실 겁니다.

거짓말로 사람들을 우롱한 양치기 소년은 결국, 모든 양을 잃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죠.

동화가 주는 교훈을 몰랐던 걸까요.

최근 강도가 나타났다는 한 20대 남성의 거짓말에 큰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무려 50명이 넘는 경찰관이 출동하고 순찰자 24대까지 동원됐습니다.

남성은 구체적이고 위험한 연출로 진짜 강도가 나타난 것처럼 사람들을 속였습니다.

하지만 이 남성 역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됐습니다.

이 황당한 사건의 전말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새벽 5시 반쯤 서울의 한 편의점.

편의점 안으로 한 남성이 비틀거리며 들어옵니다.

남성 손에 흥건한 피를 보고 놀란 직원이 신고하는 사이, 남성은 고통스러운 듯 바닥에 쓰러집니다.

옆구리를 다친 듯 감싸 안는 남성.

직원이 부축해도 좀처럼 몸을 가누지 못합니다.

급기야는 바닥을 구르며 괴로워하기까지 하는데요.

<녹취> 당시 근무 편의점 종업원(음성변조) : “일하고 있는데 손님이 강도한테 찔렸다고 다가와서 살려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손님한테 누워계시라고 한 다음에 전화해서 해서 구급차 부르고...”

남성은 갑자기 나타난 강도에게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고전화(음성변조) : “(누가 찌른 거예요?)네. 얼굴은 못 봤는데 너무 아파요. 편의점 앞에 있는데 죽을 것 같거든요.”

새벽에 들어온 다급한 신고에 경찰과 119구조대가 출동했습니다.

<인터뷰> 한찬수(경감/서울 서대문경찰서 연희 파출소) : “배에 흉기 자국이 조금 있고 손가락이 조금 베인 상태로 이렇게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흉기에 찔린 남성은 22살 김 모 씨.

김 씨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새벽녘 주택가에서 일어난 강도 사건.

도대체 누가 김 씨를 공격하고 사라졌을까?

경찰은 김 씨를 공격했다는 강도를 잡기 위해 주변에 경찰 인력을 긴급 배치하고 수색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이성철(형사/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 3팀) : "범인의 인상착의를 구체적으로 진술했어요. 키가 170cm 정도 되고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검은색 모자를 착용했다."

순찰차 24대, 경찰관 54명이 출동해 주변을 이 잡듯이 수색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김 씨가 진술한 인상착의와 비슷한 사람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경찰은 응급치료를 받던 김 씨를 찾아가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듣게 됩니다.

<인터뷰> 이성철(형사/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 3팀) : “여자친구 집 앞에서 두 시간 정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검은색 마스크하고 모자 쓴 사람이 와서 흉기로 찌르려고 해서 자기가 옆으로 피했다는 거예요. 피하면서 옆구리에 살짝 스치고...”

그런데, 김 씨가 상처를 입은 부분을 보니 뭔가 이상했습니다.

김 씨의 증언에 따르면 상의가 흉기에 찢겼어야 하는데 경찰이 확인한 결과 상의는 멀쩡했습니다.

<인터뷰> 이성철(형사/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 3팀) : “옷에 망가진 흔적이 없었어요. 그걸 처음에 이상하게 생각했죠. 그래서 물어봤죠. 흉기로 옆구리 스쳤으면 옷이 좀 찢어져야 되는 거 아니냐.”

뭔가 이상한 정황을 포착한 경찰은 김 씨를 추궁했습니다.

그러자 김 씨는 말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성철(형사/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 3팀) : “열이 나서 옷을 가슴까지 올리고 있을 때 그 사람이 찔렀다는 거예요. 황당하죠.”

황당한 건 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김 씨의 휴대폰에는 상처를 찍어 여자친구에게 보낸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매우 급한 상황이었을 텐데 자신의 상처를 보란 듯이 찍어 보낸 겁니다.

계속되는 경찰의 추궁에 횡설수설하던 김 씨는 결국 황당한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얼마 전 김 씨는 한 달 정도 만나온 여자 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았습니다.

헤어질 생각이 없었던 김 씨는 여자 친구의 마음을 되돌리는 방법을 찾다 결국, 극단적인 계획을 짜게 됩니다.

<인터뷰> 이성철(형사/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 3팀) : “만약에 내가 자기를 장시간 동안 기다리다가 강도한테 흉기에 찔렸다고 하면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여자친구가 걱정해 주면서 동정심을 발휘해서 다시 교제할 것 같다 그런 예상을 하고...”

여자친구 집 근처에서 흉기를 산 후, 자해한 김 씨.

하지만 여자친구가 꿈쩍도 하지 않자 편의점으로 달려간 것입니다.

<인터뷰> 이성철(형사/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 3팀) : “제삼자를 통해서 신고하면 믿을 것 같으니까 편의점에 가서 종업원한테 쓰러지면서 강도한테 칼에 찔렸다 (고 한 겁니다.)”

모든 것이 여자 친구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김 씨의 자작극이었던 겁니다.

<녹취> 김 모 씨(피의자) : "강도한테 당했다고 하면 여자친구가 동정심에 나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관심만 끌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에게 연락이 왔었나요?) 아니요. 안 왔습니다."

여자 친구의 관심을 끌려고 벌인 김 씨의 행동은 커다란 대가를 치르게 됐습니다.

경찰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김 씨를 구속했습니다.

자작극이 밝혀지면서 김 씨는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뀐 겁니다.

<인터뷰> 이성철(형사/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 3팀) : "정말로 다른 사람이 우리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신고가 접수되기도 하거든요. 그런 사건에 대응을 못 하잖아요. 허위 신고가 있으면. 그래서 저희 입장에서는 정말 허위 신고는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지난달 충북 청주시에서는 강도가 침입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집 안에선 41살 여성 조 모 씨가 운동화 끈으로 손이 묶인 채 발견됐습니다.

즉각 강력팀 형사들과 과학수사대까지 수사에 나서고. 용의자의 도주 예상로 곳곳에 순찰차까지 배치됐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조 씨의 자작극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한태호(수사과장/충북 청주상당경찰서) : "신고자가 집주인으로부터 생활비로 30여만 원을 차용하고 변제 날짜가 다가오자 궁여지책으로 허위신고를 한 것이며..."

<인터뷰> 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 : "범죄 사건이나 특히 119 같은 경우는 화재 사건이나 응급 구조 사건이 시간대별로 몰리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거든요. 그런데 그 시간대에 허위 신고를 해 버리면 실제로 인력 파견을 못 해서 진짜로 경찰이나 소방관이 구조할 수있음에도 목숨을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경찰은 허위 신고한 이들에 대해 형사처벌은 물론 손해배상 청구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한 허위 신고는 결국 값비싼 대가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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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강도가 나타났다”…현대판 양치기 소년의 최후
    • 입력 2016-04-26 08:36:55
    • 수정2016-04-26 09: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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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로 마을 사람들을 속인 양치기 소년 이야기 잘 아실 겁니다.

거짓말로 사람들을 우롱한 양치기 소년은 결국, 모든 양을 잃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죠.

동화가 주는 교훈을 몰랐던 걸까요.

최근 강도가 나타났다는 한 20대 남성의 거짓말에 큰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무려 50명이 넘는 경찰관이 출동하고 순찰자 24대까지 동원됐습니다.

남성은 구체적이고 위험한 연출로 진짜 강도가 나타난 것처럼 사람들을 속였습니다.

하지만 이 남성 역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됐습니다.

이 황당한 사건의 전말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새벽 5시 반쯤 서울의 한 편의점.

편의점 안으로 한 남성이 비틀거리며 들어옵니다.

남성 손에 흥건한 피를 보고 놀란 직원이 신고하는 사이, 남성은 고통스러운 듯 바닥에 쓰러집니다.

옆구리를 다친 듯 감싸 안는 남성.

직원이 부축해도 좀처럼 몸을 가누지 못합니다.

급기야는 바닥을 구르며 괴로워하기까지 하는데요.

<녹취> 당시 근무 편의점 종업원(음성변조) : “일하고 있는데 손님이 강도한테 찔렸다고 다가와서 살려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손님한테 누워계시라고 한 다음에 전화해서 해서 구급차 부르고...”

남성은 갑자기 나타난 강도에게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고전화(음성변조) : “(누가 찌른 거예요?)네. 얼굴은 못 봤는데 너무 아파요. 편의점 앞에 있는데 죽을 것 같거든요.”

새벽에 들어온 다급한 신고에 경찰과 119구조대가 출동했습니다.

<인터뷰> 한찬수(경감/서울 서대문경찰서 연희 파출소) : “배에 흉기 자국이 조금 있고 손가락이 조금 베인 상태로 이렇게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흉기에 찔린 남성은 22살 김 모 씨.

김 씨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새벽녘 주택가에서 일어난 강도 사건.

도대체 누가 김 씨를 공격하고 사라졌을까?

경찰은 김 씨를 공격했다는 강도를 잡기 위해 주변에 경찰 인력을 긴급 배치하고 수색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이성철(형사/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 3팀) : "범인의 인상착의를 구체적으로 진술했어요. 키가 170cm 정도 되고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검은색 모자를 착용했다."

순찰차 24대, 경찰관 54명이 출동해 주변을 이 잡듯이 수색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김 씨가 진술한 인상착의와 비슷한 사람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경찰은 응급치료를 받던 김 씨를 찾아가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듣게 됩니다.

<인터뷰> 이성철(형사/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 3팀) : “여자친구 집 앞에서 두 시간 정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검은색 마스크하고 모자 쓴 사람이 와서 흉기로 찌르려고 해서 자기가 옆으로 피했다는 거예요. 피하면서 옆구리에 살짝 스치고...”

그런데, 김 씨가 상처를 입은 부분을 보니 뭔가 이상했습니다.

김 씨의 증언에 따르면 상의가 흉기에 찢겼어야 하는데 경찰이 확인한 결과 상의는 멀쩡했습니다.

<인터뷰> 이성철(형사/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 3팀) : “옷에 망가진 흔적이 없었어요. 그걸 처음에 이상하게 생각했죠. 그래서 물어봤죠. 흉기로 옆구리 스쳤으면 옷이 좀 찢어져야 되는 거 아니냐.”

뭔가 이상한 정황을 포착한 경찰은 김 씨를 추궁했습니다.

그러자 김 씨는 말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성철(형사/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 3팀) : “열이 나서 옷을 가슴까지 올리고 있을 때 그 사람이 찔렀다는 거예요. 황당하죠.”

황당한 건 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김 씨의 휴대폰에는 상처를 찍어 여자친구에게 보낸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매우 급한 상황이었을 텐데 자신의 상처를 보란 듯이 찍어 보낸 겁니다.

계속되는 경찰의 추궁에 횡설수설하던 김 씨는 결국 황당한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얼마 전 김 씨는 한 달 정도 만나온 여자 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았습니다.

헤어질 생각이 없었던 김 씨는 여자 친구의 마음을 되돌리는 방법을 찾다 결국, 극단적인 계획을 짜게 됩니다.

<인터뷰> 이성철(형사/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 3팀) : “만약에 내가 자기를 장시간 동안 기다리다가 강도한테 흉기에 찔렸다고 하면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여자친구가 걱정해 주면서 동정심을 발휘해서 다시 교제할 것 같다 그런 예상을 하고...”

여자친구 집 근처에서 흉기를 산 후, 자해한 김 씨.

하지만 여자친구가 꿈쩍도 하지 않자 편의점으로 달려간 것입니다.

<인터뷰> 이성철(형사/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 3팀) : “제삼자를 통해서 신고하면 믿을 것 같으니까 편의점에 가서 종업원한테 쓰러지면서 강도한테 칼에 찔렸다 (고 한 겁니다.)”

모든 것이 여자 친구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김 씨의 자작극이었던 겁니다.

<녹취> 김 모 씨(피의자) : "강도한테 당했다고 하면 여자친구가 동정심에 나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관심만 끌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에게 연락이 왔었나요?) 아니요. 안 왔습니다."

여자 친구의 관심을 끌려고 벌인 김 씨의 행동은 커다란 대가를 치르게 됐습니다.

경찰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김 씨를 구속했습니다.

자작극이 밝혀지면서 김 씨는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뀐 겁니다.

<인터뷰> 이성철(형사/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 3팀) : "정말로 다른 사람이 우리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신고가 접수되기도 하거든요. 그런 사건에 대응을 못 하잖아요. 허위 신고가 있으면. 그래서 저희 입장에서는 정말 허위 신고는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지난달 충북 청주시에서는 강도가 침입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집 안에선 41살 여성 조 모 씨가 운동화 끈으로 손이 묶인 채 발견됐습니다.

즉각 강력팀 형사들과 과학수사대까지 수사에 나서고. 용의자의 도주 예상로 곳곳에 순찰차까지 배치됐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조 씨의 자작극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한태호(수사과장/충북 청주상당경찰서) : "신고자가 집주인으로부터 생활비로 30여만 원을 차용하고 변제 날짜가 다가오자 궁여지책으로 허위신고를 한 것이며..."

<인터뷰> 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 : "범죄 사건이나 특히 119 같은 경우는 화재 사건이나 응급 구조 사건이 시간대별로 몰리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거든요. 그런데 그 시간대에 허위 신고를 해 버리면 실제로 인력 파견을 못 해서 진짜로 경찰이나 소방관이 구조할 수있음에도 목숨을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경찰은 허위 신고한 이들에 대해 형사처벌은 물론 손해배상 청구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한 허위 신고는 결국 값비싼 대가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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