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수돗물 납 중독 파문…대통령도 해결 못해
입력 2016.04.30 (21:47)
수정 2016.04.3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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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입니다.
2살짜리 아이 신 시어 스미스인데 납중독 증세로 보이는 피부 발진이 얼굴 곳곳에 보입니다.
멍하게 카메라는 보는 눈빛이 애처롭게 느껴지는데요, 지난해 미국 미시간 주 플린트에서 일어난 수돗물 납중독 사태가 이처럼 여전히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인종차별과 양극화, 당국의 정책 실패 등 미국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대선 쟁점까지 되고 있는 플린트 수돗물 사태, 박태서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미 중부 미시간 주의 플린트 시.
이 지역 수돗물이 납 등 중금속에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중금속 허용치를 수십, 수백 배 초과했다는 겁니다.
오염된 수돗물을, 주민들은 1년 반 이상 마셔왔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로비 하월(플린트 시 주민) : "끔찍한 일입니다.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이 너무 걱정됩니다."
이 지역 어린이들의 혈중 납 농도도 위험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습니다.
플린트 시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인터뷰> 카렌 위버(플린트 시장/지난해 12월) : "시장의 권한으로 플린트 시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비상사태 선포로부터 넉 달, 취재진은 플린트의 한 가정집을 찾았습니다.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은 수돗물을 입에 대지 않습니다.
양치도 생수로만 합니다.
<인터뷰> 플린트시 주민 : "수돗물을 입에 넣는 것은 총알을 씹는 것과 다를 게 없거든요. (수돗물로 양치한 게 언제인가요?) 2년 전이요."
식사 준비 역시 아주 불편합니다.
<녹취> 주민 : "우리는 절대 수돗물을 안 써요. 입에 들어가는 건 수돗물로 씻지 않아요."
물이 많이 필요한 빨래와 샤워는 어쩔 수 없이 수돗물로 하지만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녹취> 멜리사(메이스 주민) : "수돗물 샤워를 하면 피부가 따갑고 머리카락도 빠져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요."
오염 수돗물 때문에 겪어야 하는 주민들의 고통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매일 생수를 타써야 하는 번거로움은 불만과 분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미셸(플린트 시 주민) : "(수돗물을 못 쓴다고요?) 당연하죠. 너무 더러워요. 말이 필요 없어요."
<인터뷰> 에이프런(플린트 시 주민) : "샤워도 제대로 못 하고 정말 지긋지긋해요."
시청에서 제공하는 생수가 부족하자 민간단체 등이 나섰습니다.
아우성치는 주민들을 위해 민간단체들은 미 전역에 생수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제프 하퍼(자선단체 대표) : "생수 공급이 언제든 바닥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가능하면 많이 물을 비축해두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수돗물 없이 이런 생수로 버텨야만 하는 주민들의 불편과 고통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어린이와 노약자를 중심으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납중독은 뇌 신경 장애와 유산 등의 후유증을 낳는 치명적 질환입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심각한 인지 저하와 성장 부진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호버트 버콕(수질문제 전문가) : "납중독의 폐해가 즉각 나타나기도 하고 납 성분이 체내에서 빠져나가려면 대단히 오래 걸립니다. 특히 어린이에게 나타난 후유증은 평생 갈 수 있습니다."
12살 케이린, 심각한 언어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2~3년 전까지 멀쩡했던 케이린이 갑작스럽게 말을 어눌하게 하는 건 바로 납중독 탓이라고 가족들은 주장합니다.
<녹취> 케이린 : "(피자 시켜달라고 할까?) 네. (케이린 몇 학년이지요?) 7학년이요."
가정 뿐만 아니라 특히 학교에서 무방비로 오랫동안 오염된 수돗물에 노출됐다고 가족들은 말합니다.
<녹취> 란다(케이린 어머니) : "오염된 수돗물을 사용하는 학교 수영장이 문제였어요. 아이가 매일 수영하면서 수돗물을 삼켰다는데 몸에 납 성분이 쌓인 거죠."
수돗물 오염 사태의 진원지는 바로 이곳 플린트 강입니다.
2014년 당국이 상수원을 이곳으로 변경했는데 납중독 파문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주 정부는 인근 대도시 디트로이트에서 공급받던 수돗물을 자체 충당하자는 결정 내리고 상수원을 플린트 강으로 바꿨습니다.
예산 절감이 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준비 안 된 상수원 교체는 재앙이었습니다.
상수원을 맑게 하는 정화 대책이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플린트 주민 : "예산 아끼겠다고 상수원을 플린트 강으로 변경했다는 거예요. 우리더러 오염된 물을 먹으라니, 기가 막힙니다."
플린트강에서 제대로 정수되지 않은 하천수는 낡은 수도관 벽에 붙어있던 각종 중금속을 벗겨냈습니다.
오염된 강물은 10만 플린트 시 주민들의 주방으로, 욕실로 파고들었습니다.
<녹취> 호버트 버콕(수질문제 전문가) : "수돗물의 납 최대허용치는 15ppb인데, 이곳 플린트에서는 최고 20만 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주민들의 분노는 집단 행동으로 표출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첫 주민 소송이 제기됐고, 주 정부에 대한 성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녹취> 집단 소송 참가 주민 : "당국은 이번 사태를 은폐했습니다. 무엇인가를 은폐한다는 것은 범죄입니다."
이번 납중독 사태에 대한 지역 사회의 분노는 폭발 직전입니다. 주민 대부분이 주 정부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상 요구액도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집단 소송 대리인 : "주지사와 주 정부는 의무뿐만 아니라 책임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태의 진상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 정부 산하 특별조사위원회는 이번 사태가 인종 차별과 정책 실패 때문에 일어났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종 차별 논란과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흑인 저소득층이 밀집한 이 지역을 차별 대우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백인과 중산층이 사는 곳이었다면 상황을 이 지경까지 방치하지 않았을 거라고 주민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플린트 사태는 대선 쟁점으로까지 비화되는 양상입니다.
미시간 경선을 앞두고 열린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TV 토론은 바로 플린트 시에서 열렸습니다.
토론에 나선 후보는 힐러리 전 국무장관과 샌더스 상원의원.
플린트 시에서의 TV 토론은 흑인들의 표심과 직결되는 중요한 행사였기 때문에 두 후보는 경쟁하듯 주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녹취> 힐러리(美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 "주 정부는 직무를 유기한 채 발뺌만 하며 필요한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샌더스(美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 "자신의 의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주지사는 사임해야 합니다."
미 연방 의회는 긴급청문회까지 열었고 미시간 주지사가 불려 나왔습니다.
<녹취> 릭 스나이더(미시간 주지사) : "이번 사태는 각급 정부의 총체적 실패입니다. 시와 주, 연방 정부 그리고 연방 관료 모두의 잘못입니다."
백악관도 나섰습니다.
연방 정부 차원의 사태 해결을 약속하며 진화를 시도했습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미국의 어린이가 먹는 물 때문에 걱정해야 한다면 이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플린트 사태는 어느새 흑인과 빈곤층 표심을 상징하는 전국적 이슈가 됐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태가 대선 판도에 미칠 파장과 더불어 소외 지역에 대한 시각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시간 플린트에서 박태서였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입니다.
2살짜리 아이 신 시어 스미스인데 납중독 증세로 보이는 피부 발진이 얼굴 곳곳에 보입니다.
멍하게 카메라는 보는 눈빛이 애처롭게 느껴지는데요, 지난해 미국 미시간 주 플린트에서 일어난 수돗물 납중독 사태가 이처럼 여전히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인종차별과 양극화, 당국의 정책 실패 등 미국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대선 쟁점까지 되고 있는 플린트 수돗물 사태, 박태서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미 중부 미시간 주의 플린트 시.
이 지역 수돗물이 납 등 중금속에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중금속 허용치를 수십, 수백 배 초과했다는 겁니다.
오염된 수돗물을, 주민들은 1년 반 이상 마셔왔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로비 하월(플린트 시 주민) : "끔찍한 일입니다.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이 너무 걱정됩니다."
이 지역 어린이들의 혈중 납 농도도 위험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습니다.
플린트 시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인터뷰> 카렌 위버(플린트 시장/지난해 12월) : "시장의 권한으로 플린트 시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비상사태 선포로부터 넉 달, 취재진은 플린트의 한 가정집을 찾았습니다.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은 수돗물을 입에 대지 않습니다.
양치도 생수로만 합니다.
<인터뷰> 플린트시 주민 : "수돗물을 입에 넣는 것은 총알을 씹는 것과 다를 게 없거든요. (수돗물로 양치한 게 언제인가요?) 2년 전이요."
식사 준비 역시 아주 불편합니다.
<녹취> 주민 : "우리는 절대 수돗물을 안 써요. 입에 들어가는 건 수돗물로 씻지 않아요."
물이 많이 필요한 빨래와 샤워는 어쩔 수 없이 수돗물로 하지만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녹취> 멜리사(메이스 주민) : "수돗물 샤워를 하면 피부가 따갑고 머리카락도 빠져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요."
오염 수돗물 때문에 겪어야 하는 주민들의 고통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매일 생수를 타써야 하는 번거로움은 불만과 분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미셸(플린트 시 주민) : "(수돗물을 못 쓴다고요?) 당연하죠. 너무 더러워요. 말이 필요 없어요."
<인터뷰> 에이프런(플린트 시 주민) : "샤워도 제대로 못 하고 정말 지긋지긋해요."
시청에서 제공하는 생수가 부족하자 민간단체 등이 나섰습니다.
아우성치는 주민들을 위해 민간단체들은 미 전역에 생수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제프 하퍼(자선단체 대표) : "생수 공급이 언제든 바닥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가능하면 많이 물을 비축해두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수돗물 없이 이런 생수로 버텨야만 하는 주민들의 불편과 고통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어린이와 노약자를 중심으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납중독은 뇌 신경 장애와 유산 등의 후유증을 낳는 치명적 질환입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심각한 인지 저하와 성장 부진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호버트 버콕(수질문제 전문가) : "납중독의 폐해가 즉각 나타나기도 하고 납 성분이 체내에서 빠져나가려면 대단히 오래 걸립니다. 특히 어린이에게 나타난 후유증은 평생 갈 수 있습니다."
12살 케이린, 심각한 언어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2~3년 전까지 멀쩡했던 케이린이 갑작스럽게 말을 어눌하게 하는 건 바로 납중독 탓이라고 가족들은 주장합니다.
<녹취> 케이린 : "(피자 시켜달라고 할까?) 네. (케이린 몇 학년이지요?) 7학년이요."
가정 뿐만 아니라 특히 학교에서 무방비로 오랫동안 오염된 수돗물에 노출됐다고 가족들은 말합니다.
<녹취> 란다(케이린 어머니) : "오염된 수돗물을 사용하는 학교 수영장이 문제였어요. 아이가 매일 수영하면서 수돗물을 삼켰다는데 몸에 납 성분이 쌓인 거죠."
수돗물 오염 사태의 진원지는 바로 이곳 플린트 강입니다.
2014년 당국이 상수원을 이곳으로 변경했는데 납중독 파문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주 정부는 인근 대도시 디트로이트에서 공급받던 수돗물을 자체 충당하자는 결정 내리고 상수원을 플린트 강으로 바꿨습니다.
예산 절감이 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준비 안 된 상수원 교체는 재앙이었습니다.
상수원을 맑게 하는 정화 대책이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플린트 주민 : "예산 아끼겠다고 상수원을 플린트 강으로 변경했다는 거예요. 우리더러 오염된 물을 먹으라니, 기가 막힙니다."
플린트강에서 제대로 정수되지 않은 하천수는 낡은 수도관 벽에 붙어있던 각종 중금속을 벗겨냈습니다.
오염된 강물은 10만 플린트 시 주민들의 주방으로, 욕실로 파고들었습니다.
<녹취> 호버트 버콕(수질문제 전문가) : "수돗물의 납 최대허용치는 15ppb인데, 이곳 플린트에서는 최고 20만 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주민들의 분노는 집단 행동으로 표출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첫 주민 소송이 제기됐고, 주 정부에 대한 성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녹취> 집단 소송 참가 주민 : "당국은 이번 사태를 은폐했습니다. 무엇인가를 은폐한다는 것은 범죄입니다."
이번 납중독 사태에 대한 지역 사회의 분노는 폭발 직전입니다. 주민 대부분이 주 정부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상 요구액도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집단 소송 대리인 : "주지사와 주 정부는 의무뿐만 아니라 책임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태의 진상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 정부 산하 특별조사위원회는 이번 사태가 인종 차별과 정책 실패 때문에 일어났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종 차별 논란과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흑인 저소득층이 밀집한 이 지역을 차별 대우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백인과 중산층이 사는 곳이었다면 상황을 이 지경까지 방치하지 않았을 거라고 주민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플린트 사태는 대선 쟁점으로까지 비화되는 양상입니다.
미시간 경선을 앞두고 열린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TV 토론은 바로 플린트 시에서 열렸습니다.
토론에 나선 후보는 힐러리 전 국무장관과 샌더스 상원의원.
플린트 시에서의 TV 토론은 흑인들의 표심과 직결되는 중요한 행사였기 때문에 두 후보는 경쟁하듯 주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녹취> 힐러리(美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 "주 정부는 직무를 유기한 채 발뺌만 하며 필요한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샌더스(美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 "자신의 의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주지사는 사임해야 합니다."
미 연방 의회는 긴급청문회까지 열었고 미시간 주지사가 불려 나왔습니다.
<녹취> 릭 스나이더(미시간 주지사) : "이번 사태는 각급 정부의 총체적 실패입니다. 시와 주, 연방 정부 그리고 연방 관료 모두의 잘못입니다."
백악관도 나섰습니다.
연방 정부 차원의 사태 해결을 약속하며 진화를 시도했습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미국의 어린이가 먹는 물 때문에 걱정해야 한다면 이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플린트 사태는 어느새 흑인과 빈곤층 표심을 상징하는 전국적 이슈가 됐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태가 대선 판도에 미칠 파장과 더불어 소외 지역에 대한 시각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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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리포트] 수돗물 납 중독 파문…대통령도 해결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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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04-30 22:01:19
- 수정2016-04-30 22:08:13

<앵커 멘트>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입니다.
2살짜리 아이 신 시어 스미스인데 납중독 증세로 보이는 피부 발진이 얼굴 곳곳에 보입니다.
멍하게 카메라는 보는 눈빛이 애처롭게 느껴지는데요, 지난해 미국 미시간 주 플린트에서 일어난 수돗물 납중독 사태가 이처럼 여전히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인종차별과 양극화, 당국의 정책 실패 등 미국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대선 쟁점까지 되고 있는 플린트 수돗물 사태, 박태서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미 중부 미시간 주의 플린트 시.
이 지역 수돗물이 납 등 중금속에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중금속 허용치를 수십, 수백 배 초과했다는 겁니다.
오염된 수돗물을, 주민들은 1년 반 이상 마셔왔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로비 하월(플린트 시 주민) : "끔찍한 일입니다.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이 너무 걱정됩니다."
이 지역 어린이들의 혈중 납 농도도 위험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습니다.
플린트 시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인터뷰> 카렌 위버(플린트 시장/지난해 12월) : "시장의 권한으로 플린트 시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비상사태 선포로부터 넉 달, 취재진은 플린트의 한 가정집을 찾았습니다.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은 수돗물을 입에 대지 않습니다.
양치도 생수로만 합니다.
<인터뷰> 플린트시 주민 : "수돗물을 입에 넣는 것은 총알을 씹는 것과 다를 게 없거든요. (수돗물로 양치한 게 언제인가요?) 2년 전이요."
식사 준비 역시 아주 불편합니다.
<녹취> 주민 : "우리는 절대 수돗물을 안 써요. 입에 들어가는 건 수돗물로 씻지 않아요."
물이 많이 필요한 빨래와 샤워는 어쩔 수 없이 수돗물로 하지만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녹취> 멜리사(메이스 주민) : "수돗물 샤워를 하면 피부가 따갑고 머리카락도 빠져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요."
오염 수돗물 때문에 겪어야 하는 주민들의 고통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매일 생수를 타써야 하는 번거로움은 불만과 분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미셸(플린트 시 주민) : "(수돗물을 못 쓴다고요?) 당연하죠. 너무 더러워요. 말이 필요 없어요."
<인터뷰> 에이프런(플린트 시 주민) : "샤워도 제대로 못 하고 정말 지긋지긋해요."
시청에서 제공하는 생수가 부족하자 민간단체 등이 나섰습니다.
아우성치는 주민들을 위해 민간단체들은 미 전역에 생수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제프 하퍼(자선단체 대표) : "생수 공급이 언제든 바닥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가능하면 많이 물을 비축해두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수돗물 없이 이런 생수로 버텨야만 하는 주민들의 불편과 고통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어린이와 노약자를 중심으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납중독은 뇌 신경 장애와 유산 등의 후유증을 낳는 치명적 질환입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심각한 인지 저하와 성장 부진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호버트 버콕(수질문제 전문가) : "납중독의 폐해가 즉각 나타나기도 하고 납 성분이 체내에서 빠져나가려면 대단히 오래 걸립니다. 특히 어린이에게 나타난 후유증은 평생 갈 수 있습니다."
12살 케이린, 심각한 언어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2~3년 전까지 멀쩡했던 케이린이 갑작스럽게 말을 어눌하게 하는 건 바로 납중독 탓이라고 가족들은 주장합니다.
<녹취> 케이린 : "(피자 시켜달라고 할까?) 네. (케이린 몇 학년이지요?) 7학년이요."
가정 뿐만 아니라 특히 학교에서 무방비로 오랫동안 오염된 수돗물에 노출됐다고 가족들은 말합니다.
<녹취> 란다(케이린 어머니) : "오염된 수돗물을 사용하는 학교 수영장이 문제였어요. 아이가 매일 수영하면서 수돗물을 삼켰다는데 몸에 납 성분이 쌓인 거죠."
수돗물 오염 사태의 진원지는 바로 이곳 플린트 강입니다.
2014년 당국이 상수원을 이곳으로 변경했는데 납중독 파문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주 정부는 인근 대도시 디트로이트에서 공급받던 수돗물을 자체 충당하자는 결정 내리고 상수원을 플린트 강으로 바꿨습니다.
예산 절감이 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준비 안 된 상수원 교체는 재앙이었습니다.
상수원을 맑게 하는 정화 대책이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플린트 주민 : "예산 아끼겠다고 상수원을 플린트 강으로 변경했다는 거예요. 우리더러 오염된 물을 먹으라니, 기가 막힙니다."
플린트강에서 제대로 정수되지 않은 하천수는 낡은 수도관 벽에 붙어있던 각종 중금속을 벗겨냈습니다.
오염된 강물은 10만 플린트 시 주민들의 주방으로, 욕실로 파고들었습니다.
<녹취> 호버트 버콕(수질문제 전문가) : "수돗물의 납 최대허용치는 15ppb인데, 이곳 플린트에서는 최고 20만 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주민들의 분노는 집단 행동으로 표출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첫 주민 소송이 제기됐고, 주 정부에 대한 성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녹취> 집단 소송 참가 주민 : "당국은 이번 사태를 은폐했습니다. 무엇인가를 은폐한다는 것은 범죄입니다."
이번 납중독 사태에 대한 지역 사회의 분노는 폭발 직전입니다. 주민 대부분이 주 정부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상 요구액도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집단 소송 대리인 : "주지사와 주 정부는 의무뿐만 아니라 책임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태의 진상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 정부 산하 특별조사위원회는 이번 사태가 인종 차별과 정책 실패 때문에 일어났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종 차별 논란과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흑인 저소득층이 밀집한 이 지역을 차별 대우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백인과 중산층이 사는 곳이었다면 상황을 이 지경까지 방치하지 않았을 거라고 주민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플린트 사태는 대선 쟁점으로까지 비화되는 양상입니다.
미시간 경선을 앞두고 열린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TV 토론은 바로 플린트 시에서 열렸습니다.
토론에 나선 후보는 힐러리 전 국무장관과 샌더스 상원의원.
플린트 시에서의 TV 토론은 흑인들의 표심과 직결되는 중요한 행사였기 때문에 두 후보는 경쟁하듯 주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녹취> 힐러리(美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 "주 정부는 직무를 유기한 채 발뺌만 하며 필요한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샌더스(美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 "자신의 의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주지사는 사임해야 합니다."
미 연방 의회는 긴급청문회까지 열었고 미시간 주지사가 불려 나왔습니다.
<녹취> 릭 스나이더(미시간 주지사) : "이번 사태는 각급 정부의 총체적 실패입니다. 시와 주, 연방 정부 그리고 연방 관료 모두의 잘못입니다."
백악관도 나섰습니다.
연방 정부 차원의 사태 해결을 약속하며 진화를 시도했습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미국의 어린이가 먹는 물 때문에 걱정해야 한다면 이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플린트 사태는 어느새 흑인과 빈곤층 표심을 상징하는 전국적 이슈가 됐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태가 대선 판도에 미칠 파장과 더불어 소외 지역에 대한 시각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시간 플린트에서 박태서였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입니다.
2살짜리 아이 신 시어 스미스인데 납중독 증세로 보이는 피부 발진이 얼굴 곳곳에 보입니다.
멍하게 카메라는 보는 눈빛이 애처롭게 느껴지는데요, 지난해 미국 미시간 주 플린트에서 일어난 수돗물 납중독 사태가 이처럼 여전히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인종차별과 양극화, 당국의 정책 실패 등 미국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대선 쟁점까지 되고 있는 플린트 수돗물 사태, 박태서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미 중부 미시간 주의 플린트 시.
이 지역 수돗물이 납 등 중금속에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중금속 허용치를 수십, 수백 배 초과했다는 겁니다.
오염된 수돗물을, 주민들은 1년 반 이상 마셔왔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로비 하월(플린트 시 주민) : "끔찍한 일입니다.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이 너무 걱정됩니다."
이 지역 어린이들의 혈중 납 농도도 위험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습니다.
플린트 시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인터뷰> 카렌 위버(플린트 시장/지난해 12월) : "시장의 권한으로 플린트 시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비상사태 선포로부터 넉 달, 취재진은 플린트의 한 가정집을 찾았습니다.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은 수돗물을 입에 대지 않습니다.
양치도 생수로만 합니다.
<인터뷰> 플린트시 주민 : "수돗물을 입에 넣는 것은 총알을 씹는 것과 다를 게 없거든요. (수돗물로 양치한 게 언제인가요?) 2년 전이요."
식사 준비 역시 아주 불편합니다.
<녹취> 주민 : "우리는 절대 수돗물을 안 써요. 입에 들어가는 건 수돗물로 씻지 않아요."
물이 많이 필요한 빨래와 샤워는 어쩔 수 없이 수돗물로 하지만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녹취> 멜리사(메이스 주민) : "수돗물 샤워를 하면 피부가 따갑고 머리카락도 빠져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요."
오염 수돗물 때문에 겪어야 하는 주민들의 고통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매일 생수를 타써야 하는 번거로움은 불만과 분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미셸(플린트 시 주민) : "(수돗물을 못 쓴다고요?) 당연하죠. 너무 더러워요. 말이 필요 없어요."
<인터뷰> 에이프런(플린트 시 주민) : "샤워도 제대로 못 하고 정말 지긋지긋해요."
시청에서 제공하는 생수가 부족하자 민간단체 등이 나섰습니다.
아우성치는 주민들을 위해 민간단체들은 미 전역에 생수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제프 하퍼(자선단체 대표) : "생수 공급이 언제든 바닥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가능하면 많이 물을 비축해두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수돗물 없이 이런 생수로 버텨야만 하는 주민들의 불편과 고통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어린이와 노약자를 중심으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납중독은 뇌 신경 장애와 유산 등의 후유증을 낳는 치명적 질환입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심각한 인지 저하와 성장 부진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호버트 버콕(수질문제 전문가) : "납중독의 폐해가 즉각 나타나기도 하고 납 성분이 체내에서 빠져나가려면 대단히 오래 걸립니다. 특히 어린이에게 나타난 후유증은 평생 갈 수 있습니다."
12살 케이린, 심각한 언어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2~3년 전까지 멀쩡했던 케이린이 갑작스럽게 말을 어눌하게 하는 건 바로 납중독 탓이라고 가족들은 주장합니다.
<녹취> 케이린 : "(피자 시켜달라고 할까?) 네. (케이린 몇 학년이지요?) 7학년이요."
가정 뿐만 아니라 특히 학교에서 무방비로 오랫동안 오염된 수돗물에 노출됐다고 가족들은 말합니다.
<녹취> 란다(케이린 어머니) : "오염된 수돗물을 사용하는 학교 수영장이 문제였어요. 아이가 매일 수영하면서 수돗물을 삼켰다는데 몸에 납 성분이 쌓인 거죠."
수돗물 오염 사태의 진원지는 바로 이곳 플린트 강입니다.
2014년 당국이 상수원을 이곳으로 변경했는데 납중독 파문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주 정부는 인근 대도시 디트로이트에서 공급받던 수돗물을 자체 충당하자는 결정 내리고 상수원을 플린트 강으로 바꿨습니다.
예산 절감이 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준비 안 된 상수원 교체는 재앙이었습니다.
상수원을 맑게 하는 정화 대책이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플린트 주민 : "예산 아끼겠다고 상수원을 플린트 강으로 변경했다는 거예요. 우리더러 오염된 물을 먹으라니, 기가 막힙니다."
플린트강에서 제대로 정수되지 않은 하천수는 낡은 수도관 벽에 붙어있던 각종 중금속을 벗겨냈습니다.
오염된 강물은 10만 플린트 시 주민들의 주방으로, 욕실로 파고들었습니다.
<녹취> 호버트 버콕(수질문제 전문가) : "수돗물의 납 최대허용치는 15ppb인데, 이곳 플린트에서는 최고 20만 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주민들의 분노는 집단 행동으로 표출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첫 주민 소송이 제기됐고, 주 정부에 대한 성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녹취> 집단 소송 참가 주민 : "당국은 이번 사태를 은폐했습니다. 무엇인가를 은폐한다는 것은 범죄입니다."
이번 납중독 사태에 대한 지역 사회의 분노는 폭발 직전입니다. 주민 대부분이 주 정부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상 요구액도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집단 소송 대리인 : "주지사와 주 정부는 의무뿐만 아니라 책임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태의 진상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 정부 산하 특별조사위원회는 이번 사태가 인종 차별과 정책 실패 때문에 일어났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종 차별 논란과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흑인 저소득층이 밀집한 이 지역을 차별 대우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백인과 중산층이 사는 곳이었다면 상황을 이 지경까지 방치하지 않았을 거라고 주민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플린트 사태는 대선 쟁점으로까지 비화되는 양상입니다.
미시간 경선을 앞두고 열린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TV 토론은 바로 플린트 시에서 열렸습니다.
토론에 나선 후보는 힐러리 전 국무장관과 샌더스 상원의원.
플린트 시에서의 TV 토론은 흑인들의 표심과 직결되는 중요한 행사였기 때문에 두 후보는 경쟁하듯 주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녹취> 힐러리(美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 "주 정부는 직무를 유기한 채 발뺌만 하며 필요한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샌더스(美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 "자신의 의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주지사는 사임해야 합니다."
미 연방 의회는 긴급청문회까지 열었고 미시간 주지사가 불려 나왔습니다.
<녹취> 릭 스나이더(미시간 주지사) : "이번 사태는 각급 정부의 총체적 실패입니다. 시와 주, 연방 정부 그리고 연방 관료 모두의 잘못입니다."
백악관도 나섰습니다.
연방 정부 차원의 사태 해결을 약속하며 진화를 시도했습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미국의 어린이가 먹는 물 때문에 걱정해야 한다면 이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플린트 사태는 어느새 흑인과 빈곤층 표심을 상징하는 전국적 이슈가 됐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태가 대선 판도에 미칠 파장과 더불어 소외 지역에 대한 시각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시간 플린트에서 박태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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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서 기자 tspar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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