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잔혹한 청소년 성범죄…학교는 피해자 보호 외면?

입력 2016.05.13 (08:33) 수정 2016.05.13 (09: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지난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죠.

청소년 성범죄가 어른 못지 않게, 어쩌면 어른들보다 더 잔혹했기 때문인데요.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청소년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여고생이 다른 학교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건을 경찰이 수사 중인데요.

현장에 같이 있던 여학생들이 동영상을 찍어 유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온적인 학교의 조치에 피해 여학생과 그 가족은 또다시 상처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김 모 씨는 아직도 두 달 전 토요일을 오늘처럼 기억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우리 아이가 친구 만나러 나가는데 자고 오겠다고 그래요.”

아버지는 고등학교 1년인 딸이 밖에서 자고 오는 건 안된다며 말렸습니다.

하지만 딸은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뭐라 그러냐면 자기가 안 나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 아이들은 센 애들이고 노는 애들이고 그래서 자기가 약속이 되어 있으면 반드시 약속대로 해야지, 자기가 막 안 나가거나 집에 들어오겠다고 하거나 할 수가 없대요.”

결국, 아이는 그날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화가 났지만, 무슨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월요일에 전화가 오는 거예요. 아빠 나 지금 아빠 말 들을 걸 잘못했다고. 학교 가보니까 너 그거 뭐 하는 거 봤다고 하는 얘기가 친구들 사이에 돌더라는 거예요. 얘기 들어보니까 동영상을 찍어서 돌린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딸이 성관계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아이들 사이에 돌고 있었던 겁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사건 당일, 같은 반 친구가 자취하는 집에 간 피해 여학생.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다른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도착했고, 술자리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술을 진탕 먹여서 방으로 넣었대요. 그러니까 방어할 능력, 방어할 수 없게끔. 처음에는 뭐 자기가 무슨 일을 당하는지도 잘 몰랐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일이 벌어졌고, 영상까지 찍혔다는 겁니다.

문제의 영상을 찍은 사람은 다름 아닌 피해 여학생을 오라고 부른 같은 반 여학생이었습니다.

월요일에 등교한 피해 여학생은 동영상이 아이들 사이에 돌고 있는 것을 알게 됐고, 모든 사실을 아버지에게 털어놓게 된 겁니다.

피해 여학생은 사건 이후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가위를 꺼내서 아빠도 죽이고 000이라는 애도 다 죽이겠다고 이러는 거예요.”

김 씨의 딸은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한 상태입니다.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3월) 26일 토요일 119에 실려 가서 27일 정신 병동에 가서 아직까지 있습니다. (누가 알아볼까 봐) 모자 쓰고 다니고 마스크하고 다니고 너무 스트레스가 심하니까…….”

화가 난 아버지는 당장 경찰에 신고하고 학교에도 알렸습니다.

사건에 대한 조사를 위해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학교폭력자치 위원회의 결과서를 받은 아버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동영상을 찍어 유포한 3명의 학생 중 1명만 전학조치 되었을 뿐, 나머지 학생에게는 사회봉사 징계만 내려진다는 통보.

게다가 문제의 영상에 나온 상대 남학생 역시 피해자로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그러니까 성행위는 쌍방이 합의해서 성행위를 한 것이고 단지 누가 찍어서 유포시킨 것 그게 이제 죄기 때문에 우리 아이도 피해자지만 같이 관계를 한 남자도 피해자라는 거예요.”

학교 측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가해자가 바뀐 건 바뀐 게 아니에요. 진술서도 아이도 쓰고 해서 자기가 성폭행당한 게 아니다. 좋아서 둘이서 합의하고 했다. 진술서가 다 있어요. 그런데 그걸 성폭행이라고는 못하죠.”

하지만 피해자 측 말은 다릅니다.

합의에 의해서 한 행동이라고 밝힌 첫 진술서는 피해 여학생이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가해자들의 지시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 이렇게 진술을 하고 이렇게 대답을 하고……. 네가 이렇게 했으니까하고 자꾸 지시를 시키고…….”

하지만 학교 측은 매뉴얼대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매뉴얼대로 했을 뿐이고 저희 학교에 이런 사안이 많기 때문에 학교 대책 자치 위원회를 많이 열기 때문에 지금 이제 서류상의 문제는 없어요. 같은 반 학생들인데 술 먹고 하다가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그 애들을 (어떻게)한 번 실수로 다 퇴학시켜요?”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학교 측의 조치와 대응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강원도청에 사건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녹취> 강원도청 관계자(음성변조) : “학교에서 내린 처분에 대해서 불복하는 사람들이 저희한테 재심을 청구하게 돼요. 그렇게 되면 그 건에 대해서 저희가 다시 심의하는 거죠.”

강원 교육청은 사건에 대한 감사에 나섰습니다.

<녹취> 강원도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감사 결과에 따라서 감사관님이 그 피해 학생 부모님께서 주장하는 바대로 뭔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거 아니에요. 거기에 따라서 결정을 내리시겠죠. 업무 처리를 한 교사가 잘못이 있나 없나를 요구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요즘 10대 간의 성폭력은 성인 못지않게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내 성폭력 사건 맡아 진상을 조사하는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 운영은 그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위원회 구성에 관한 규정에는 학부모를 절반 이상 둬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위원 대부분이 학부모와 교사로 구성되고, 전문적 지식이 있는 외부위원인 의료인이나 청소년 전문가는 각각 1%도 되지 않습니다.

위원회의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청소년 성폭력 사건이 신중하게 다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녹취> 이미경(소장/한국성폭력상담소) : “중요한 것은 10대 성폭력에는 많은 변수가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그런 분위기에서 모든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차 피해로 피해자가 더 많은 고통을 겪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학교에서 이 사건에 접근하는데 굉장히 신중하고 또 전문적인 그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울에서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심의한 학교 성범죄는 해마다 100건이 넘는 상황.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이 시급해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잔혹한 청소년 성범죄…학교는 피해자 보호 외면?
    • 입력 2016-05-13 08:35:11
    • 수정2016-05-13 09:12:24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지난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죠.

청소년 성범죄가 어른 못지 않게, 어쩌면 어른들보다 더 잔혹했기 때문인데요.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청소년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여고생이 다른 학교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건을 경찰이 수사 중인데요.

현장에 같이 있던 여학생들이 동영상을 찍어 유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온적인 학교의 조치에 피해 여학생과 그 가족은 또다시 상처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김 모 씨는 아직도 두 달 전 토요일을 오늘처럼 기억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우리 아이가 친구 만나러 나가는데 자고 오겠다고 그래요.”

아버지는 고등학교 1년인 딸이 밖에서 자고 오는 건 안된다며 말렸습니다.

하지만 딸은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뭐라 그러냐면 자기가 안 나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 아이들은 센 애들이고 노는 애들이고 그래서 자기가 약속이 되어 있으면 반드시 약속대로 해야지, 자기가 막 안 나가거나 집에 들어오겠다고 하거나 할 수가 없대요.”

결국, 아이는 그날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화가 났지만, 무슨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월요일에 전화가 오는 거예요. 아빠 나 지금 아빠 말 들을 걸 잘못했다고. 학교 가보니까 너 그거 뭐 하는 거 봤다고 하는 얘기가 친구들 사이에 돌더라는 거예요. 얘기 들어보니까 동영상을 찍어서 돌린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딸이 성관계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아이들 사이에 돌고 있었던 겁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사건 당일, 같은 반 친구가 자취하는 집에 간 피해 여학생.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다른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도착했고, 술자리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술을 진탕 먹여서 방으로 넣었대요. 그러니까 방어할 능력, 방어할 수 없게끔. 처음에는 뭐 자기가 무슨 일을 당하는지도 잘 몰랐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일이 벌어졌고, 영상까지 찍혔다는 겁니다.

문제의 영상을 찍은 사람은 다름 아닌 피해 여학생을 오라고 부른 같은 반 여학생이었습니다.

월요일에 등교한 피해 여학생은 동영상이 아이들 사이에 돌고 있는 것을 알게 됐고, 모든 사실을 아버지에게 털어놓게 된 겁니다.

피해 여학생은 사건 이후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가위를 꺼내서 아빠도 죽이고 000이라는 애도 다 죽이겠다고 이러는 거예요.”

김 씨의 딸은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한 상태입니다.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3월) 26일 토요일 119에 실려 가서 27일 정신 병동에 가서 아직까지 있습니다. (누가 알아볼까 봐) 모자 쓰고 다니고 마스크하고 다니고 너무 스트레스가 심하니까…….”

화가 난 아버지는 당장 경찰에 신고하고 학교에도 알렸습니다.

사건에 대한 조사를 위해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학교폭력자치 위원회의 결과서를 받은 아버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동영상을 찍어 유포한 3명의 학생 중 1명만 전학조치 되었을 뿐, 나머지 학생에게는 사회봉사 징계만 내려진다는 통보.

게다가 문제의 영상에 나온 상대 남학생 역시 피해자로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그러니까 성행위는 쌍방이 합의해서 성행위를 한 것이고 단지 누가 찍어서 유포시킨 것 그게 이제 죄기 때문에 우리 아이도 피해자지만 같이 관계를 한 남자도 피해자라는 거예요.”

학교 측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가해자가 바뀐 건 바뀐 게 아니에요. 진술서도 아이도 쓰고 해서 자기가 성폭행당한 게 아니다. 좋아서 둘이서 합의하고 했다. 진술서가 다 있어요. 그런데 그걸 성폭행이라고는 못하죠.”

하지만 피해자 측 말은 다릅니다.

합의에 의해서 한 행동이라고 밝힌 첫 진술서는 피해 여학생이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가해자들의 지시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

<녹취> 김OO(피해 여학생 아버지/음성변조) : “ 이렇게 진술을 하고 이렇게 대답을 하고……. 네가 이렇게 했으니까하고 자꾸 지시를 시키고…….”

하지만 학교 측은 매뉴얼대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매뉴얼대로 했을 뿐이고 저희 학교에 이런 사안이 많기 때문에 학교 대책 자치 위원회를 많이 열기 때문에 지금 이제 서류상의 문제는 없어요. 같은 반 학생들인데 술 먹고 하다가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그 애들을 (어떻게)한 번 실수로 다 퇴학시켜요?”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학교 측의 조치와 대응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강원도청에 사건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녹취> 강원도청 관계자(음성변조) : “학교에서 내린 처분에 대해서 불복하는 사람들이 저희한테 재심을 청구하게 돼요. 그렇게 되면 그 건에 대해서 저희가 다시 심의하는 거죠.”

강원 교육청은 사건에 대한 감사에 나섰습니다.

<녹취> 강원도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감사 결과에 따라서 감사관님이 그 피해 학생 부모님께서 주장하는 바대로 뭔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거 아니에요. 거기에 따라서 결정을 내리시겠죠. 업무 처리를 한 교사가 잘못이 있나 없나를 요구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요즘 10대 간의 성폭력은 성인 못지않게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내 성폭력 사건 맡아 진상을 조사하는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 운영은 그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위원회 구성에 관한 규정에는 학부모를 절반 이상 둬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위원 대부분이 학부모와 교사로 구성되고, 전문적 지식이 있는 외부위원인 의료인이나 청소년 전문가는 각각 1%도 되지 않습니다.

위원회의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청소년 성폭력 사건이 신중하게 다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녹취> 이미경(소장/한국성폭력상담소) : “중요한 것은 10대 성폭력에는 많은 변수가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그런 분위기에서 모든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차 피해로 피해자가 더 많은 고통을 겪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학교에서 이 사건에 접근하는데 굉장히 신중하고 또 전문적인 그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울에서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심의한 학교 성범죄는 해마다 100건이 넘는 상황.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이 시급해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