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① 한국식 ‘가족 경영’의 비극…부실 위험 키웠다

<앵커 멘트>

부실 경영으로, 구조조정 태풍에 휩싸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모두 회장이었던 남편을 잃은 부인들이 경영을 맡았던 회사들입니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아도 회사를 물려받는, 가족 경영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정윤섭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03년, 정몽헌 전 현대 회장이 갑작스럽게 숨지자 현대그룹의 경영을 맡은 건 부인 현정은 씨였습니다.

금융위기 여파로 2011년부터 적자 행진이 이어지자 현 회장은 경영책임을 묻는다며 현대상선 대표를 6차례나 갈아치웠습니다.

그 와중에 회사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녹취> 해운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인사가 만사라고 하잖아요. 적임자를 뽑아서 앉혔어야 된다. 그러지 못했다."

현대증권 등 계열사를 정리해 재무상의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지만, 시간을 끌다가 회사는 구조조정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 2006년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 역시 경영과는 무관했던 부인 최은영 씨가 회장직을 이어받았습니다.

최은영 회장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엔 조세회피지역인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현정은 회장과 최은영 회장은 회사가 쓰러지는 동안에도 각각 수십억 원의 보수를 챙겼고, 심지어 주식까지 팔아 의혹을 불러왔습니다.

<인터뷰> 권오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 : "총수들과 총수 일가, 그리고 우호적인 임원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견제를 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이런 것들이 결국 부실을 발생시키는 간접적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회사를 경영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가족이 경영에 나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실패 사례가 되고 말았습니다.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