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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청소년의 음란한 ‘문상 벌이’…뒷짐진 정부
입력 2016.05.16 (09:15) 수정 2016.05.16 (09:16) 취재후·사건후
'버정', '버카', '넘사벽', '빼박', '취준', '생파', '청불', '고터'...

요즘 청소년들이 즐겨 쓰는 줄임말들입니다. 이 줄임말을 몇 개 아느냐에 따라서 '청소년'들의 언어생활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도 하죠. 여러분들은 이 가운데 몇 개나 맞추셨나요? (정답은 가장 아래쪽에 있습니다.)



■ 그들만의 세계를 이해하는 열쇳말. '문상' 혹은 '문화상품권'

이런 줄임말 가운데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쇳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줄임말로 '문상', 바로 '문화상품권' 입니다.

기성세대 중에는 '문화상품권'하면 도서 구매나 영화관람에 주로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게임'이나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 더 자주 쓰입니다. 학교나 학원, 부모님께 받은 문화상품권을 게임에 쓰는 수준을 넘어서, 현금으로 문화상품권을 사서 문화상품권으로 각종 게임의 유료 결제를 하는 식입니다.

이처럼 빈번하게 쓰이다 보니 청소년들의 화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런 식의 사용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문화상품권에 인쇄된 '핀 번호'가 있기 때문입니다.



■ 흔적없이 송금이 되는 '핀 번호'의 비밀

핀 번호는 숫자 18자리로 구성된 고유 번호입니다. 문화상품권의 액수가 적힌 부분을 긁으면 이 핀 번호가 나오는데요. 이 숫자를 넣기만 하면 문화상품권을 운영업체의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에서 '사이버머니'로 환전이 가능하고, 이 '사이버머니'는 인터넷 쇼핑몰 등 1,000개가 넘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참 쉽고 간단하죠?

사이버 공간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돈처럼 쓸 수 있는 문화상품권의 '핀 번호'. 송금처럼 보내기도 참 쉽습니다. 이 '핀 번호'를 카톡 같은 SNS로 적어 보내거나,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바로 '송금'이 되는 셈입니다.

어떻게 보면 결제 수단으로 쓰기 쉽고, 송금처럼 보내기 쉬운 사이버 머니인데요. 문제는 부도덕한 일부 성인들과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거래대상은 '청소년들의 성', 지불 수단은 '문상'

이 사안을 취재하다가 접하게 된 한 여중생의 사례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집과 학교에서는 평범했던 이 여중생은 문상, 그러니까 문화상품권을 받고 SNS에서 자신의 음란사진과 영상을 성인 남성들에게 보냈습니다. 이 여중생과 성인 남성 10여 명이 함께 있던 카톡 대화방에서는 음란행위 한 번에 문상 몇 장을 주겠다 식의 대화가 쉼 없이 오갔습니다.

이 여중생의 '문상 벌이'를 부모님이 알아챘을 때, 이미 이 여중생의 사진과 영상은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뿌려진 뒤였습니다. 뒤늦게 디지털 기록 삭제 업체에 의뢰해서 사진과 영상들을 지웠지만, 이 여중생이 입은 상처는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이런 '문상 벌이'가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부도덕한 일부 성인들이 청소년에게 먼저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또 다른 여고생은 "모르는 한 남성이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을 하더니 자신과 음란 영상통화를 하면 3일에 15만 원씩 문상을 주겠다고 제안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과 SNS, 스마트폰 랜덤 채팅 앱에는 이런 식의 대화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일반 학생들에게까지 먼저 제안이 들어올 정도니까 집을 나온 청소년들은 더욱 유혹에 빠지기 쉽겠죠.

이런 '온라인성매매'에 한번 발을 들인 청소년들은 더 심각한 단계의 범죄에까지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더 문제가 심각합니다. '사진 한 장'에 '문상 한 장'식으로 시작했다가 그 수위가 높아지고 이른바 '조건만남'이라 부르는 실제 성매매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의 음란 사진이나 영상이 유포되는 일도 자주 벌어지고 있고요.



■ 사는 성인도, 파는 청소년도 처벌받는 '범죄행위'

이런 행위들은 분명한 범죄입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내용을 보면 돈을 주고 미성년과 직접 성행위를 하는 것만 처벌받는 것이 아닙니다.

돈을 주고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로써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와 '자위 행위를 하게 하는 것' 역시 징역형에 처해지거나 2천만 원 이상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음란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는 청소년들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 제13조에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가 이렇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말입니다.



■ '사각지대' 남은 상품권법.. 뒷짐 진 문화체육관광부

상황이 이런데도 대책 마련은커녕 문화상품권이 얼마나 어떻게 유통되는지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1999년 상품권법이 폐기되면서 문화상품권을 포함한 백화점, 정유 등 모든 상품권은 사실상 법과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 임동주 금융공정거래팀장은 "지금 상품권 관할 법이 없다 보니까 상품권을 관할하는 관청도 없고, 정부 부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태 파악이 안되고 사용처에 대한 추적도 어렵다 보니 금액이 큰 백화점 상품권 등은 뇌물 등으로 이용되고 문화상품권은 온라인 성매매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겁니다.



'상품권'을 총괄하는 법령이 없긴 하지만, 조금 더 취재해보니 이 '문화상품권'에 '문화'라는 이름을 처음에 허락해준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상품권을 인증해서 상품권이 본래 취지에 맞게 쓰이고 있는지 점검하고 장려하는 제도가 있긴 했습니다.

2008년 만들어진 문화예술진흥 법에는 전체 가맹점 가운데 도서, 공연 등 문화예술 분야에 속한 가맹점의 수와 여기서 사용한 상환액의 비율이 문체부 장관이 정한 기준 이상일 경우에만 문화상품권 인증을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문화상품권이 본래 취지와 벗어난 곳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고, 유통액과 사용처 등 그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것인데요.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상품권 인증제'가 만들어진 이후 단 한 번도 이 인증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왜 현행 법령에 엄연히 있는 인증제를 실시 안 하고 있느냐고 문체부에 물어보니까 자신들도 이런 규정이 있는지 몰랐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는데요.

문체부가 수년 동안 자신들의 업무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문화상품권, 문상은 '문화예술진흥'이라는 본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 청소년 일탈의 미끼로 쓰이는 지경까지 온 셈입니다.

(버스정류장, 버스카드,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빼도 박도 못한다, 취업준비, 생일파티, 청소년관람불가, 고속버스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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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6 09:15:15
    • 수정2016-05-16 09:16:48
    취재후·사건후
'버정', '버카', '넘사벽', '빼박', '취준', '생파', '청불', '고터'...

요즘 청소년들이 즐겨 쓰는 줄임말들입니다. 이 줄임말을 몇 개 아느냐에 따라서 '청소년'들의 언어생활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도 하죠. 여러분들은 이 가운데 몇 개나 맞추셨나요? (정답은 가장 아래쪽에 있습니다.)



■ 그들만의 세계를 이해하는 열쇳말. '문상' 혹은 '문화상품권'

이런 줄임말 가운데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쇳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줄임말로 '문상', 바로 '문화상품권' 입니다.

기성세대 중에는 '문화상품권'하면 도서 구매나 영화관람에 주로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게임'이나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 더 자주 쓰입니다. 학교나 학원, 부모님께 받은 문화상품권을 게임에 쓰는 수준을 넘어서, 현금으로 문화상품권을 사서 문화상품권으로 각종 게임의 유료 결제를 하는 식입니다.

이처럼 빈번하게 쓰이다 보니 청소년들의 화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런 식의 사용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문화상품권에 인쇄된 '핀 번호'가 있기 때문입니다.



■ 흔적없이 송금이 되는 '핀 번호'의 비밀

핀 번호는 숫자 18자리로 구성된 고유 번호입니다. 문화상품권의 액수가 적힌 부분을 긁으면 이 핀 번호가 나오는데요. 이 숫자를 넣기만 하면 문화상품권을 운영업체의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에서 '사이버머니'로 환전이 가능하고, 이 '사이버머니'는 인터넷 쇼핑몰 등 1,000개가 넘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참 쉽고 간단하죠?

사이버 공간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돈처럼 쓸 수 있는 문화상품권의 '핀 번호'. 송금처럼 보내기도 참 쉽습니다. 이 '핀 번호'를 카톡 같은 SNS로 적어 보내거나,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바로 '송금'이 되는 셈입니다.

어떻게 보면 결제 수단으로 쓰기 쉽고, 송금처럼 보내기 쉬운 사이버 머니인데요. 문제는 부도덕한 일부 성인들과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거래대상은 '청소년들의 성', 지불 수단은 '문상'

이 사안을 취재하다가 접하게 된 한 여중생의 사례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집과 학교에서는 평범했던 이 여중생은 문상, 그러니까 문화상품권을 받고 SNS에서 자신의 음란사진과 영상을 성인 남성들에게 보냈습니다. 이 여중생과 성인 남성 10여 명이 함께 있던 카톡 대화방에서는 음란행위 한 번에 문상 몇 장을 주겠다 식의 대화가 쉼 없이 오갔습니다.

이 여중생의 '문상 벌이'를 부모님이 알아챘을 때, 이미 이 여중생의 사진과 영상은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뿌려진 뒤였습니다. 뒤늦게 디지털 기록 삭제 업체에 의뢰해서 사진과 영상들을 지웠지만, 이 여중생이 입은 상처는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이런 '문상 벌이'가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부도덕한 일부 성인들이 청소년에게 먼저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또 다른 여고생은 "모르는 한 남성이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을 하더니 자신과 음란 영상통화를 하면 3일에 15만 원씩 문상을 주겠다고 제안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과 SNS, 스마트폰 랜덤 채팅 앱에는 이런 식의 대화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일반 학생들에게까지 먼저 제안이 들어올 정도니까 집을 나온 청소년들은 더욱 유혹에 빠지기 쉽겠죠.

이런 '온라인성매매'에 한번 발을 들인 청소년들은 더 심각한 단계의 범죄에까지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더 문제가 심각합니다. '사진 한 장'에 '문상 한 장'식으로 시작했다가 그 수위가 높아지고 이른바 '조건만남'이라 부르는 실제 성매매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의 음란 사진이나 영상이 유포되는 일도 자주 벌어지고 있고요.



■ 사는 성인도, 파는 청소년도 처벌받는 '범죄행위'

이런 행위들은 분명한 범죄입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내용을 보면 돈을 주고 미성년과 직접 성행위를 하는 것만 처벌받는 것이 아닙니다.

돈을 주고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로써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와 '자위 행위를 하게 하는 것' 역시 징역형에 처해지거나 2천만 원 이상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음란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는 청소년들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 제13조에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가 이렇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말입니다.



■ '사각지대' 남은 상품권법.. 뒷짐 진 문화체육관광부

상황이 이런데도 대책 마련은커녕 문화상품권이 얼마나 어떻게 유통되는지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1999년 상품권법이 폐기되면서 문화상품권을 포함한 백화점, 정유 등 모든 상품권은 사실상 법과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 임동주 금융공정거래팀장은 "지금 상품권 관할 법이 없다 보니까 상품권을 관할하는 관청도 없고, 정부 부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태 파악이 안되고 사용처에 대한 추적도 어렵다 보니 금액이 큰 백화점 상품권 등은 뇌물 등으로 이용되고 문화상품권은 온라인 성매매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겁니다.



'상품권'을 총괄하는 법령이 없긴 하지만, 조금 더 취재해보니 이 '문화상품권'에 '문화'라는 이름을 처음에 허락해준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상품권을 인증해서 상품권이 본래 취지에 맞게 쓰이고 있는지 점검하고 장려하는 제도가 있긴 했습니다.

2008년 만들어진 문화예술진흥 법에는 전체 가맹점 가운데 도서, 공연 등 문화예술 분야에 속한 가맹점의 수와 여기서 사용한 상환액의 비율이 문체부 장관이 정한 기준 이상일 경우에만 문화상품권 인증을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문화상품권이 본래 취지와 벗어난 곳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고, 유통액과 사용처 등 그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것인데요.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상품권 인증제'가 만들어진 이후 단 한 번도 이 인증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왜 현행 법령에 엄연히 있는 인증제를 실시 안 하고 있느냐고 문체부에 물어보니까 자신들도 이런 규정이 있는지 몰랐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는데요.

문체부가 수년 동안 자신들의 업무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문화상품권, 문상은 '문화예술진흥'이라는 본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 청소년 일탈의 미끼로 쓰이는 지경까지 온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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