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취재후] ‘패륜’ 동영상 공개…우리 일은 아닐까?
입력 2016.05.28 (09:03) 수정 2016.05.28 (09:04) 취재후·사건후
■ "폭행이 아니니 관심 갖지 말아주세요."

딸에게 폭행당한 쿠르바찬 컬 할머니(80)딸에게 폭행당한 쿠르바찬 컬 할머니(80)


인도 뉴델리 남부 칼카지, 펀잡 출신 주민 주거지역. 취재진이 딸에게 맞은 80살 쿠르바찬 컬 할머니를 만난 건 SNS상에서 논란이 된 '패륜 동영상' 공개 하루만이었다. 영상은 이미 공개된 지 20시간 만에 100만 명 정도가 본 상황이었고, 다른 현지 기자들도 주소를 수소문해 할머니와 딸에 대한 조사과정을 취재하던 날이었다.



델리 여성위원회 관계자도 조사를 벌이고 있었지만, 할머니의 진술은 오락가락했다. 취재진들이 질문을 하면 "때리거나 밀친 것이 아니라. 그냥 집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서로 의도하지 않게 몸을 건드린 것뿐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에게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할머니는 여성위원회 관계자에게는 "자식들이 여럿인데 매달 나오는 연금은 큰딸이 가져가고 집세 받는 것은 다른 딸이 가져간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로 할머니의 집안에는 먹을 것도 없고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여성위원회 관계자는 밝혔다.

해당 영상을 우연히 찍은 한 이웃은 기자들에게 "친어머니 폭행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따로 떨어져 사는 딸이 와서 어머니를 괴롭히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는 진술이었다. 직접 촬영한 여성은 또 "지난 21일(현지시간)에도 사람들이 보니까 어머니에 대한 폭행이 그 정도로 그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부모를 집안의 신"처럼 모시던 사회가 변하고 있다!

이 같은 패륜 영상이 인도에서 화제가 된 것은 올해 초 이미 며느리의 시어머니 폭행 영상이 공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분 가까이 되는 CCTV 원본 영상에는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가 뒤에서 천으로 목을 조르는 듯하다가 얼굴을 때리고 괴롭히는 모습이 담겨있다. 물론 이 여성은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이었고, 시댁과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영상은 그 자체만으로 인도 사회에 충격이었다.

CCTV를 설치한 것은 이혼 소송 중인 남편이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한다고 의심한 남편이 시민단체에 조언을 구했고, 이 단체에서 CCTV를 설치할 것을 조언해줬다고 한다. 그래서 촬영된 영상을 인터넷과 외신에 공개하는 것도 시민단체 대표가 맡아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사회가 잇단 '패륜 영상' 공개로 충격에 빠진 것은 사회적 배경 때문이다. 인도는 자식이 부모를 모시지는 않지만, 대부분 부모와 같이 사는 대가족 주거방식이 일반적이다. 또 부모가 재력이 있는 경우에는 '집안의 신'처럼 모시면서 살아야 한다는 나름의 속담이 있을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는 관념도 있는데 뜻밖의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피해 할머니에 대한 조사피해 할머니에 대한 조사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충격이고 기분이 나빠졌다. 인도 사회는 저렇지 않았다. 핵가족화의 영향일 수도 있고, 고도의 물질만능주의가 젊은 세대를 지배하면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여튼 인도의 일반 가정 사회는 저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라쉬팔 다스고스트라/ 42살/ 뉴델리 거주민 인터뷰 중에서)

■ 폭행 사실이 공개돼도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어

지난 1월 며느리의 생생한 폭행 영상이 공개된 뒤 과연 며느리는 어떻게 됐을까. 현지 언론을 통해 확인한 결과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초기에는 살인 미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식의 강경여론이 많았지만 결국 '가족 내 문제'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친딸 폭행' 영상처럼 이웃들이 증언에 나서도 피해자인 어머니가 딸을 두둔하고 나서면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여성인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폭행 영상 등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고 여성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취재 마무리 단계에 이런 가족 내 폭행은 한국 사회에도 자주 있을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 하지만, 한국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부모의 자식 사랑 때문에 폭행 사실이 공개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또 제대로 된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아닐까. 가족 내 폭행은 결국 인도를 취재하면서 한국 사회를 되돌아본 계기였다.

[연관기사] ☞ [뉴스광장] 고령 어머니 폭행 영상 잇단 공개…파장 확산
  • [취재후] ‘패륜’ 동영상 공개…우리 일은 아닐까?
    • 입력 2016-05-28 09:03:21
    • 수정2016-05-28 09:04:21
    취재후·사건후
■ "폭행이 아니니 관심 갖지 말아주세요."

딸에게 폭행당한 쿠르바찬 컬 할머니(80)딸에게 폭행당한 쿠르바찬 컬 할머니(80)


인도 뉴델리 남부 칼카지, 펀잡 출신 주민 주거지역. 취재진이 딸에게 맞은 80살 쿠르바찬 컬 할머니를 만난 건 SNS상에서 논란이 된 '패륜 동영상' 공개 하루만이었다. 영상은 이미 공개된 지 20시간 만에 100만 명 정도가 본 상황이었고, 다른 현지 기자들도 주소를 수소문해 할머니와 딸에 대한 조사과정을 취재하던 날이었다.



델리 여성위원회 관계자도 조사를 벌이고 있었지만, 할머니의 진술은 오락가락했다. 취재진들이 질문을 하면 "때리거나 밀친 것이 아니라. 그냥 집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서로 의도하지 않게 몸을 건드린 것뿐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에게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할머니는 여성위원회 관계자에게는 "자식들이 여럿인데 매달 나오는 연금은 큰딸이 가져가고 집세 받는 것은 다른 딸이 가져간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로 할머니의 집안에는 먹을 것도 없고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여성위원회 관계자는 밝혔다.

해당 영상을 우연히 찍은 한 이웃은 기자들에게 "친어머니 폭행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따로 떨어져 사는 딸이 와서 어머니를 괴롭히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는 진술이었다. 직접 촬영한 여성은 또 "지난 21일(현지시간)에도 사람들이 보니까 어머니에 대한 폭행이 그 정도로 그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부모를 집안의 신"처럼 모시던 사회가 변하고 있다!

이 같은 패륜 영상이 인도에서 화제가 된 것은 올해 초 이미 며느리의 시어머니 폭행 영상이 공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분 가까이 되는 CCTV 원본 영상에는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가 뒤에서 천으로 목을 조르는 듯하다가 얼굴을 때리고 괴롭히는 모습이 담겨있다. 물론 이 여성은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이었고, 시댁과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영상은 그 자체만으로 인도 사회에 충격이었다.

CCTV를 설치한 것은 이혼 소송 중인 남편이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한다고 의심한 남편이 시민단체에 조언을 구했고, 이 단체에서 CCTV를 설치할 것을 조언해줬다고 한다. 그래서 촬영된 영상을 인터넷과 외신에 공개하는 것도 시민단체 대표가 맡아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사회가 잇단 '패륜 영상' 공개로 충격에 빠진 것은 사회적 배경 때문이다. 인도는 자식이 부모를 모시지는 않지만, 대부분 부모와 같이 사는 대가족 주거방식이 일반적이다. 또 부모가 재력이 있는 경우에는 '집안의 신'처럼 모시면서 살아야 한다는 나름의 속담이 있을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는 관념도 있는데 뜻밖의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피해 할머니에 대한 조사피해 할머니에 대한 조사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충격이고 기분이 나빠졌다. 인도 사회는 저렇지 않았다. 핵가족화의 영향일 수도 있고, 고도의 물질만능주의가 젊은 세대를 지배하면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여튼 인도의 일반 가정 사회는 저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라쉬팔 다스고스트라/ 42살/ 뉴델리 거주민 인터뷰 중에서)

■ 폭행 사실이 공개돼도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어

지난 1월 며느리의 생생한 폭행 영상이 공개된 뒤 과연 며느리는 어떻게 됐을까. 현지 언론을 통해 확인한 결과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초기에는 살인 미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식의 강경여론이 많았지만 결국 '가족 내 문제'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친딸 폭행' 영상처럼 이웃들이 증언에 나서도 피해자인 어머니가 딸을 두둔하고 나서면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여성인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폭행 영상 등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고 여성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취재 마무리 단계에 이런 가족 내 폭행은 한국 사회에도 자주 있을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 하지만, 한국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부모의 자식 사랑 때문에 폭행 사실이 공개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또 제대로 된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아닐까. 가족 내 폭행은 결국 인도를 취재하면서 한국 사회를 되돌아본 계기였다.

[연관기사] ☞ [뉴스광장] 고령 어머니 폭행 영상 잇단 공개…파장 확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