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0만 원 기본소득, 스위스에선 최저생계비 수준

입력 2016.06.05 (17:13) 수정 2016.06.0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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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5일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헌법개정안을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스위스 기본소득 활동가들은 국민투표가 가결되면 매달 성인에게 2,500 스위스 프랑, 미성년자에게는 625 스위스 프랑을 지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2,500 스위스 프랑은 한국 돈으로 300만 원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스위스의 기본소득을 매달 300만 원의 생활 수준으로 오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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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기본소득은 최저생계비 수준

스위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화로 8만 4720달러(세계은행, 2014년 기준)에 이른다. 국가의 경제 규모와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2,500 스위스 프랑의 기본소득은 스위스에서는 그리 큰 돈이 아니다.

실제로 기본소득 2,500 스위스 프랑은 빈곤선을 겨우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스위스에서 빈곤선에 해당하는 소득은 2,219 스위스 프랑이다.

지난 2월 한국 녹색당이 벌인 기본소득 캠페인 (사진제공:녹색당)지난 2월 한국 녹색당이 벌인 기본소득 캠페인 (사진제공:녹색당)


한국의 기본소득은 30∼40만 원?

한국의 기본소득 논의도 최저생계비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녹색당과 노동당이 기본소득을 선거 공약을 제시했다.

노동당은 2018년부터 모든 국민에게 월 30만 원을 지급하되, 5세 이하 어린이는 무상 보육, 만 6-17세는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녹색당은 2017년부터 청소년, 청년, 농어민, 장애인, 노인에게 월 40만 원을 지급하고 2020년에는 모든 시민에게 확대시행하는 방안을 공약했다.

한국의 기본소득 금액이 이처럼 낮은 금액에서 논의되는 까닭도 한국의 최저생활 보장기준과 연계된다. 생계급여의 선정 기준은 2016년 1인 가구 47만 1,201원, 4인 가구 127만 3,516원이다. 기본소득이 1인당 지급되는 점을 고려하면 30-40만 원은 최저생계비 수준인 셈이다.

기본소득을 먼저 실험한 브라질이나 나미비아에서도 지급된 금액은 절대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소액에 불과했다.

[연관 기사] ☞ [특파원 현장보고] 나미비아, 공짜돈 1만 5천 원의 기적

기본소득 규모는 사회복지 지출에 달려

각 나라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의 규모는 현재 복지지출 규모와 긴밀하게 연관된다. 재원조달 가능성을 두고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기보다, 기존 사회보장 제도를 운용하는 예산을 재분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위스의 기본소득 계획은 현재의 사회복지 지출 규모로 충당할 수 있다고 찬성론자들은 주장한다. 스위스 연방정부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연간 2,080억 스위스 프랑이다.

현재 시행중인 사회보장 예산은 620억, 생활임금(living wage)은 1,280억 스위스프랑이다. 따라서 기본소득 시행에 필요한 재원은 이미 91%를 충족하고 있으며, 부족분인 180억 스위스 프랑은 부가세, 소득세 인상 등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찬성론자들은 주장한다. 스위스 정부는 차액이 250억 스위스 프랑으로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고 반박한다. 기본소득을 시행하기 위한 차액을 두고 이견이 있지만, 스위스는 기존 사회복지 지출을 기본소득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 필요 예산의 80% 이상을 충당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스위스에 비해 국가의 경제 규모가 작고 특히 사회복지 지출이 낮다. 2013년을 기준으로 OECD 가입국의 총조세부담율은 34.1%, 공공사회지출은 21.7%인데 비해, 한국은 각각 24.3%, 10.2%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한국은 기본소득을 도입하기에는 갈 길이 더 멀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인 강남훈 한신대 교수의 논문 '한국에서 단계적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재정모형'에 따르면, 한국의 총조세와 복지 지출이 OECD 평균 수준으로 상승할 때 한국에서 월 30만 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

핀란드와 스위스 등의 움직임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기본소득을 논의하기에 앞서 복지예산 확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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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 300만 원 기본소득, 스위스에선 최저생계비 수준
    • 입력 2016-06-05 17:13:34
    • 수정2016-06-07 14:48:02
    취재K
스위스는 5일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헌법개정안을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스위스 기본소득 활동가들은 국민투표가 가결되면 매달 성인에게 2,500 스위스 프랑, 미성년자에게는 625 스위스 프랑을 지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2,500 스위스 프랑은 한국 돈으로 300만 원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스위스의 기본소득을 매달 300만 원의 생활 수준으로 오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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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기본소득은 최저생계비 수준

스위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화로 8만 4720달러(세계은행, 2014년 기준)에 이른다. 국가의 경제 규모와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2,500 스위스 프랑의 기본소득은 스위스에서는 그리 큰 돈이 아니다.

실제로 기본소득 2,500 스위스 프랑은 빈곤선을 겨우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스위스에서 빈곤선에 해당하는 소득은 2,219 스위스 프랑이다.

지난 2월 한국 녹색당이 벌인 기본소득 캠페인 (사진제공:녹색당)

한국의 기본소득은 30∼40만 원?

한국의 기본소득 논의도 최저생계비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녹색당과 노동당이 기본소득을 선거 공약을 제시했다.

노동당은 2018년부터 모든 국민에게 월 30만 원을 지급하되, 5세 이하 어린이는 무상 보육, 만 6-17세는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녹색당은 2017년부터 청소년, 청년, 농어민, 장애인, 노인에게 월 40만 원을 지급하고 2020년에는 모든 시민에게 확대시행하는 방안을 공약했다.

한국의 기본소득 금액이 이처럼 낮은 금액에서 논의되는 까닭도 한국의 최저생활 보장기준과 연계된다. 생계급여의 선정 기준은 2016년 1인 가구 47만 1,201원, 4인 가구 127만 3,516원이다. 기본소득이 1인당 지급되는 점을 고려하면 30-40만 원은 최저생계비 수준인 셈이다.

기본소득을 먼저 실험한 브라질이나 나미비아에서도 지급된 금액은 절대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소액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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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규모는 사회복지 지출에 달려

각 나라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의 규모는 현재 복지지출 규모와 긴밀하게 연관된다. 재원조달 가능성을 두고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기보다, 기존 사회보장 제도를 운용하는 예산을 재분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위스의 기본소득 계획은 현재의 사회복지 지출 규모로 충당할 수 있다고 찬성론자들은 주장한다. 스위스 연방정부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연간 2,080억 스위스 프랑이다.

현재 시행중인 사회보장 예산은 620억, 생활임금(living wage)은 1,280억 스위스프랑이다. 따라서 기본소득 시행에 필요한 재원은 이미 91%를 충족하고 있으며, 부족분인 180억 스위스 프랑은 부가세, 소득세 인상 등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찬성론자들은 주장한다. 스위스 정부는 차액이 250억 스위스 프랑으로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고 반박한다. 기본소득을 시행하기 위한 차액을 두고 이견이 있지만, 스위스는 기존 사회복지 지출을 기본소득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 필요 예산의 80% 이상을 충당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스위스에 비해 국가의 경제 규모가 작고 특히 사회복지 지출이 낮다. 2013년을 기준으로 OECD 가입국의 총조세부담율은 34.1%, 공공사회지출은 21.7%인데 비해, 한국은 각각 24.3%, 10.2%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한국은 기본소득을 도입하기에는 갈 길이 더 멀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인 강남훈 한신대 교수의 논문 '한국에서 단계적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재정모형'에 따르면, 한국의 총조세와 복지 지출이 OECD 평균 수준으로 상승할 때 한국에서 월 30만 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

핀란드와 스위스 등의 움직임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기본소득을 논의하기에 앞서 복지예산 확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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