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무엇이 엄마들을 삭발하게 했나

입력 2016.06.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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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군은 자폐성 장애 1급입니다. 올해 19살. 씻거나 밥을 먹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평범한 대화조차 쉽지 않습니다. 자기 손을 물어뜯는 습관도 있습니다. 상처가 나고, 고름이 터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면서 손바닥 곳곳에는 굳은살이 박혔습니다.



엄마가 아들의 장애를 받아들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몇 번이고 스스로를 다잡으며 헌신했습니다. 더디지만 변화는 있었습니다. 홀로 양말을 신고, 살고 있는 아파트 층도 기억하는 윤호 군을 바라보며 엄마는 흐뭇해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2년 뒤면 특수 학교를 졸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육과 치료, 사회생활을 해야 퇴행을 막을 수 있는데, 졸업 후 진학도, 취업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내가 죽고 나면 누가..."

특수학교를 졸업한 발달장애인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10명 중 1, 2명 정도만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합니다. 낮 시간 성인 발달장애인을 보호하는 시설이 있긴 합니다. 전체 성인 발달장애인 14만 6천여 명 가운데 16% 정도인 2만 3천여 명만 이 시설을 이용합니다.

그나마 의사소통이 가능한 발달장애인만 입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담할 인력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발달장애인 엄마들 사이에서 서울대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다는 평생교육센터를 찾았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설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30여 명의 성인 발달 장애인들이 장애 정도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 김성찬 씨가 아들을 데리러 왔습니다. 김 씨는 올해 84살. 지적 장애 2급인 아들 세환 씨의 나이는 올해 47살입니다. 김 씨는 자신보다 아들의 앞날이 더 걱정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42일 만에 멈춘 눈물

서울시청 앞 광장이 눈물바다로 변했습니다. 발달 장애인이 부모들의 집회가 열리고, 두 분의 어머니가 차가운 이발기에 머리를 맡겼습니다. 머리를 깎는, 깎이는,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 모두 흐느껴 울었습니다.



어머니들을 만났습니다. 표정과 말투, 얼굴에는 오랜 기간 자녀와 함께해 온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듯했습니다. 어머니들은 발달 장애인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담담하게 얘기를 풀어갔습니다.

어머니들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지난해부터 발달장애인 지원법이 시행됐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두고 정부 부처도, 지방자치단체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영국, 호주 등의 해외 사례를 알아보고,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해 서울시에 제안했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들은 42일 동안 이어온 노숙 농성을 지난 14일(6.14) 풀었습니다. 서울시의 전향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던 어머니들. 서울시와 세부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어머니들의 기대가 또 다시 좌절과 실망으로, 또 분노로 바뀌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연관기사] ☞ [뉴스9] ‘발달 장애’의 멍에…삭발하는 엄마들 (201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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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무엇이 엄마들을 삭발하게 했나
    • 입력 2016-06-17 09:38:13
    취재후·사건후
이윤호 군은 자폐성 장애 1급입니다. 올해 19살. 씻거나 밥을 먹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평범한 대화조차 쉽지 않습니다. 자기 손을 물어뜯는 습관도 있습니다. 상처가 나고, 고름이 터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면서 손바닥 곳곳에는 굳은살이 박혔습니다.



엄마가 아들의 장애를 받아들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몇 번이고 스스로를 다잡으며 헌신했습니다. 더디지만 변화는 있었습니다. 홀로 양말을 신고, 살고 있는 아파트 층도 기억하는 윤호 군을 바라보며 엄마는 흐뭇해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2년 뒤면 특수 학교를 졸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육과 치료, 사회생활을 해야 퇴행을 막을 수 있는데, 졸업 후 진학도, 취업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내가 죽고 나면 누가..."

특수학교를 졸업한 발달장애인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10명 중 1, 2명 정도만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합니다. 낮 시간 성인 발달장애인을 보호하는 시설이 있긴 합니다. 전체 성인 발달장애인 14만 6천여 명 가운데 16% 정도인 2만 3천여 명만 이 시설을 이용합니다.

그나마 의사소통이 가능한 발달장애인만 입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담할 인력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발달장애인 엄마들 사이에서 서울대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다는 평생교육센터를 찾았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설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30여 명의 성인 발달 장애인들이 장애 정도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 김성찬 씨가 아들을 데리러 왔습니다. 김 씨는 올해 84살. 지적 장애 2급인 아들 세환 씨의 나이는 올해 47살입니다. 김 씨는 자신보다 아들의 앞날이 더 걱정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42일 만에 멈춘 눈물

서울시청 앞 광장이 눈물바다로 변했습니다. 발달 장애인이 부모들의 집회가 열리고, 두 분의 어머니가 차가운 이발기에 머리를 맡겼습니다. 머리를 깎는, 깎이는,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 모두 흐느껴 울었습니다.



어머니들을 만났습니다. 표정과 말투, 얼굴에는 오랜 기간 자녀와 함께해 온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듯했습니다. 어머니들은 발달 장애인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담담하게 얘기를 풀어갔습니다.

어머니들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지난해부터 발달장애인 지원법이 시행됐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두고 정부 부처도, 지방자치단체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영국, 호주 등의 해외 사례를 알아보고,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해 서울시에 제안했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들은 42일 동안 이어온 노숙 농성을 지난 14일(6.14) 풀었습니다. 서울시의 전향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던 어머니들. 서울시와 세부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어머니들의 기대가 또 다시 좌절과 실망으로, 또 분노로 바뀌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연관기사] ☞ [뉴스9] ‘발달 장애’의 멍에…삭발하는 엄마들 (201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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