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연봉 파격적 8천만 원 회사…1년 뒤 어떻게 됐을까?

입력 2016.06.28 (07:39) 수정 2016.06.2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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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 ‘그래비티 페이먼츠’ 직원들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 ‘그래비티 페이먼츠’ 직원들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의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인 <그래비티 페이먼츠>는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CEO인 댄 프라이스가 직원 120명의 연봉을 최저 7만 달러(우리 돈 약 8천1백만 원)로 올리겠다고 전격 발표했기 때문이다. 대신 110만 달러(우리 돈 12억 7천만 원)였던 자신의 연봉은 직원과 똑같은 수준인 7만 달러로 낮췄다.

[연관기사] ☞ ‘최저연봉 8천만 원’ 반년 지나고 보니…

프라이스 CEO는 이른바 '7만 달러의 결단'을 내린 이유가 직원들의 행복 때문이라고 밝혔다. 많은 직원이 돈 때문에 걱정하고 이직도 잦은데, 최저연봉을 올리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 결국 회사에 이익이 될 거라는 얘기였다. 최저연봉 액수를 굳이 7만 달러로 정한 이유도 있었다. 프라이스는 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앵거스 디턴의 '행복 연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 따르면 행복도는 소득이 연간 7만 5천 달러가 될 때까지 꾸준히 올라가다가 이 금액을 넘어가면 크게 향상되지 않는다.

그래비티 페이먼츠 CEO 댄프라이스(32)그래비티 페이먼츠 CEO 댄프라이스(32)


어찌 됐든 이 발표로 30대 초반의 CEO인 프라이스는 벼락스타가 됐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노동자 계급의 영웅'이란 찬사를 받았고, 회사에는 구직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보수 학자들과 기업가들은 혹평을 내놓았다. '그래비티 페이먼츠는 곧 망할 것이다.'라는 악담부터 '프라이스는 사회주의자'라는 이념적 공격도 잇따랐다. 또 직원 중 2명은 이런 최저연봉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사를 떠났고, 공동 창업자인 친형 루카스도 프라이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런 논란 속에 1년 2개월이 지났다. 이 회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아진 것이다. 이 회사의 2004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평균 이직률보다 지난 2012년에는 이직률이 7.2%p 높았고 2013년에는 13.2%p나 됐다. 그런데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 이후에는 이직률이 -18.8%p까지 떨어졌다. 새로운 직원은 이전보다 늘었다. 프라이스 CEO의 '7만 달러 정책' 이후 그래비티 페이먼츠는 직원 50명을 신규 채용했다. (신입 직원에게도 최저연봉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해 4월 이후 그래비티 페이먼츠가 받은 입사지원서만 해도 3만 장이 넘는다.



직원들은 얼마나 행복해졌을까.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까지 직원들의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평균치인 8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2015년 4월)한 뒤 행복도는 9까지 급상승한다. 흥미로운 것은 행복도가 불과 3개월만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하더니 이내 평균선에서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직원들의 행복도가 평균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



정작 행복도보다 큰 변화가 일어난 건 직원들의 실생활이다. 우선 통근 시간이 크게 줄었다. 많은 직원이 시애틀에 있는 회사 근처로 이사를 오면서 통근 시간이 하루 평균 6시간이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비티 페이먼츠는 줄어든 통근 시간에 직원 수를 곱해 본 결과 1년에 1,560시간이 절약되는 것으로 계산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에 '베이비 붐'이 일어났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직원 120명이 근무하던 그래비티 페이먼츠에서 출산 소식은 1년에 1~2번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 한 해에는 무려(?) 10명이 아기를 가졌다. 물론 이외에도 변화는 많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직원 평균 연봉이 48,000달러(2014년)에서 72,000달러(2015년)로 50% 상승했고, 미래를 대비한 저축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 : 그래비티 페이먼츠출처 : 그래비티 페이먼츠


그렇다면 회사의 경영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 USA 투데이의 보도회사 측 자료를 보면, 그래비티 페이먼츠는 지난해 4,155명의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여 고객 수가 전년보다 55% 증가했다. 예년의 경우 고객 증가율이 5% 정도였다는 걸 살피면 놀라운 수치다. 카드 결제시스템 업체에는 '고객 이탈률'도 신규 고객 못지 않게 중요한데, 전년도의 9%에서 5%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고객 충성도가 높아진 것이다.

매출도 자연히 증가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5%가 상승한 2,180만 달러(252억 원)를 기록했다. 늘어난 인건비 200만 달러를 빼고 계산하더라도, 수익은 전년의 350만 달러(약 40억 원)에서 2015년 650만 달러(약 76억 원)로 증가했다. 물론 올해 들어 지난해 만큼의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직 1분기가 지났을 뿐이다. 그래비티 페이먼츠 측은 신규 고용된 직원들의 인건비와 거액의 소프트웨어 투자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바로가기] ☞ ‘최저임금 8천만 원’ 초기 결과

출처 : 마운트 잇 홈페이지출처 : 마운트 잇 홈페이지


그런데 프라이스의 결정은 다른 회사 CEO들에게도 잇따라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례로 전자기기 등을 판매하는 샌디에이고의 <마운트 잇>이란 소기업은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최저임금 정책에 영감을 받아 직원 25명의 평균 임금을 15% 일괄 인상했다. 공동 창업자인 피라트 오즈칸은 창고 직원들이 평균 2주에 한 명씩 그만뒀는데, 임금을 올린 뒤 수개월 동안 이직자가 없었다면서 인건비가 올라갔지만 매출과 수익도 덩달아 상승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최저임금 8천만 원’ 발표 직후 그래비티 페이먼츠 직원들이 환호하는 모습지난해 4월 ‘최저임금 8천만 원’ 발표 직후 그래비티 페이먼츠 직원들이 환호하는 모습


그러나 이런 성공과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댄 프라이스 CEO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존 K 스테이지 변호사는 지난 14일 법률저널인 '렉솔로지'에 쓴 글에서, 최저연봉 8천만 원 실험은 괴짜 CEO의 '인기영합 정책'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논거는 이렇다. 만약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노동자 한 명이 1년에 2,080시간을 일 한다고 가정한다면, 한 시간당 33.65달러(3만 9천 원), 만약 시간 외 수당까지 합하면 거의 시간당 50달러(5만 8천 원)를 받는 셈이라는 것이다. 스테이지 변호사는 이 정도의 인건비를 주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없다며 프라이스 CEO의 최저임금 정책은 일종의 '정치적 쇼'라고 일축했다. 기업 경영자의 1차 목표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이어야 하는데, 댄 프라이스의 최저임금 정책은 너무 노동자에게 관대한 나머지 회사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스테이지 변호사는 또, 댄 프라이스 CEO처럼 고액의 최저연봉 정책이 확대될 경우 많은 기업은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할 것이란 논리도 편다. 월마트가 최근에 드론을 활용한 재고 관리를 실험하고 있고, 로열 캐리비안이라는 크루즈 업체는 최신식 선박에 '로봇 바텐더'를 채용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스테이지 변호사 외에도 지난해 거둔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성공'은 일시적인 유명세 때문이 아니냐고 미심쩍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법정에서 진술 중인 댄 프라이스법정에서 진술 중인 댄 프라이스


그러나 사실 현재 프라이스 CEO를 위협하는 가장 큰 변수는 친형과의 소송이다. 프라이스와 함께 지난 2004년 이 회사를 공동 창업한 친형 루카스는 여전히 회사 지분 30%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루카스 측은 프라이스가 자신을 포함해 주주들과 충분한 상의 없이 최저임금 정책을 밀어붙여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형인 루카스는 프라이스에게 자신이 보유한 회사 지분을 매입하라고 요구 중인데, 만약 법원이 형인 루카스의 손을 들어줄 경우 프라이스는 회사에서 손을 떼야 할 수도 있다. 루카스 측이 주장하는 지분 가치가 약 300억 원가량이나 돼 프라이스가 이를 지급하거나 은행에서 빌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최저연봉 8천만 원' 정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댄 프라이스가 형과 소송을 치르고 있는 데다 여러 논란이 남아 있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프라이스는 지난달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내가 할 수 있었던 최고의 선택"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에서도 2017년 최저임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노동계는 1만 원 인상을, 경영계는 6,030원 동결안을 내놓고 맞서고 있다. 참고로 경영계가 내놓은 6,030원을 연봉(월 209시간 근무)으로 계산하면 15,123,24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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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 ‘그래비티 페이먼츠’ 직원들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의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인 <그래비티 페이먼츠>는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CEO인 댄 프라이스가 직원 120명의 연봉을 최저 7만 달러(우리 돈 약 8천1백만 원)로 올리겠다고 전격 발표했기 때문이다. 대신 110만 달러(우리 돈 12억 7천만 원)였던 자신의 연봉은 직원과 똑같은 수준인 7만 달러로 낮췄다.

[연관기사] ☞ ‘최저연봉 8천만 원’ 반년 지나고 보니…

프라이스 CEO는 이른바 '7만 달러의 결단'을 내린 이유가 직원들의 행복 때문이라고 밝혔다. 많은 직원이 돈 때문에 걱정하고 이직도 잦은데, 최저연봉을 올리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 결국 회사에 이익이 될 거라는 얘기였다. 최저연봉 액수를 굳이 7만 달러로 정한 이유도 있었다. 프라이스는 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앵거스 디턴의 '행복 연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 따르면 행복도는 소득이 연간 7만 5천 달러가 될 때까지 꾸준히 올라가다가 이 금액을 넘어가면 크게 향상되지 않는다.

그래비티 페이먼츠 CEO 댄프라이스(32)

어찌 됐든 이 발표로 30대 초반의 CEO인 프라이스는 벼락스타가 됐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노동자 계급의 영웅'이란 찬사를 받았고, 회사에는 구직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보수 학자들과 기업가들은 혹평을 내놓았다. '그래비티 페이먼츠는 곧 망할 것이다.'라는 악담부터 '프라이스는 사회주의자'라는 이념적 공격도 잇따랐다. 또 직원 중 2명은 이런 최저연봉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사를 떠났고, 공동 창업자인 친형 루카스도 프라이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런 논란 속에 1년 2개월이 지났다. 이 회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아진 것이다. 이 회사의 2004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평균 이직률보다 지난 2012년에는 이직률이 7.2%p 높았고 2013년에는 13.2%p나 됐다. 그런데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 이후에는 이직률이 -18.8%p까지 떨어졌다. 새로운 직원은 이전보다 늘었다. 프라이스 CEO의 '7만 달러 정책' 이후 그래비티 페이먼츠는 직원 50명을 신규 채용했다. (신입 직원에게도 최저연봉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해 4월 이후 그래비티 페이먼츠가 받은 입사지원서만 해도 3만 장이 넘는다.



직원들은 얼마나 행복해졌을까.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까지 직원들의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평균치인 8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2015년 4월)한 뒤 행복도는 9까지 급상승한다. 흥미로운 것은 행복도가 불과 3개월만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하더니 이내 평균선에서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직원들의 행복도가 평균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



정작 행복도보다 큰 변화가 일어난 건 직원들의 실생활이다. 우선 통근 시간이 크게 줄었다. 많은 직원이 시애틀에 있는 회사 근처로 이사를 오면서 통근 시간이 하루 평균 6시간이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비티 페이먼츠는 줄어든 통근 시간에 직원 수를 곱해 본 결과 1년에 1,560시간이 절약되는 것으로 계산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에 '베이비 붐'이 일어났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직원 120명이 근무하던 그래비티 페이먼츠에서 출산 소식은 1년에 1~2번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 한 해에는 무려(?) 10명이 아기를 가졌다. 물론 이외에도 변화는 많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직원 평균 연봉이 48,000달러(2014년)에서 72,000달러(2015년)로 50% 상승했고, 미래를 대비한 저축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 : 그래비티 페이먼츠

그렇다면 회사의 경영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 USA 투데이의 보도회사 측 자료를 보면, 그래비티 페이먼츠는 지난해 4,155명의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여 고객 수가 전년보다 55% 증가했다. 예년의 경우 고객 증가율이 5% 정도였다는 걸 살피면 놀라운 수치다. 카드 결제시스템 업체에는 '고객 이탈률'도 신규 고객 못지 않게 중요한데, 전년도의 9%에서 5%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고객 충성도가 높아진 것이다.

매출도 자연히 증가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5%가 상승한 2,180만 달러(252억 원)를 기록했다. 늘어난 인건비 200만 달러를 빼고 계산하더라도, 수익은 전년의 350만 달러(약 40억 원)에서 2015년 650만 달러(약 76억 원)로 증가했다. 물론 올해 들어 지난해 만큼의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직 1분기가 지났을 뿐이다. 그래비티 페이먼츠 측은 신규 고용된 직원들의 인건비와 거액의 소프트웨어 투자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바로가기] ☞ ‘최저임금 8천만 원’ 초기 결과

출처 : 마운트 잇 홈페이지

그런데 프라이스의 결정은 다른 회사 CEO들에게도 잇따라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례로 전자기기 등을 판매하는 샌디에이고의 <마운트 잇>이란 소기업은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최저임금 정책에 영감을 받아 직원 25명의 평균 임금을 15% 일괄 인상했다. 공동 창업자인 피라트 오즈칸은 창고 직원들이 평균 2주에 한 명씩 그만뒀는데, 임금을 올린 뒤 수개월 동안 이직자가 없었다면서 인건비가 올라갔지만 매출과 수익도 덩달아 상승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최저임금 8천만 원’ 발표 직후 그래비티 페이먼츠 직원들이 환호하는 모습

그러나 이런 성공과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댄 프라이스 CEO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존 K 스테이지 변호사는 지난 14일 법률저널인 '렉솔로지'에 쓴 글에서, 최저연봉 8천만 원 실험은 괴짜 CEO의 '인기영합 정책'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논거는 이렇다. 만약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노동자 한 명이 1년에 2,080시간을 일 한다고 가정한다면, 한 시간당 33.65달러(3만 9천 원), 만약 시간 외 수당까지 합하면 거의 시간당 50달러(5만 8천 원)를 받는 셈이라는 것이다. 스테이지 변호사는 이 정도의 인건비를 주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없다며 프라이스 CEO의 최저임금 정책은 일종의 '정치적 쇼'라고 일축했다. 기업 경영자의 1차 목표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이어야 하는데, 댄 프라이스의 최저임금 정책은 너무 노동자에게 관대한 나머지 회사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스테이지 변호사는 또, 댄 프라이스 CEO처럼 고액의 최저연봉 정책이 확대될 경우 많은 기업은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할 것이란 논리도 편다. 월마트가 최근에 드론을 활용한 재고 관리를 실험하고 있고, 로열 캐리비안이라는 크루즈 업체는 최신식 선박에 '로봇 바텐더'를 채용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스테이지 변호사 외에도 지난해 거둔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성공'은 일시적인 유명세 때문이 아니냐고 미심쩍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법정에서 진술 중인 댄 프라이스

그러나 사실 현재 프라이스 CEO를 위협하는 가장 큰 변수는 친형과의 소송이다. 프라이스와 함께 지난 2004년 이 회사를 공동 창업한 친형 루카스는 여전히 회사 지분 30%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루카스 측은 프라이스가 자신을 포함해 주주들과 충분한 상의 없이 최저임금 정책을 밀어붙여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형인 루카스는 프라이스에게 자신이 보유한 회사 지분을 매입하라고 요구 중인데, 만약 법원이 형인 루카스의 손을 들어줄 경우 프라이스는 회사에서 손을 떼야 할 수도 있다. 루카스 측이 주장하는 지분 가치가 약 300억 원가량이나 돼 프라이스가 이를 지급하거나 은행에서 빌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최저연봉 8천만 원' 정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댄 프라이스가 형과 소송을 치르고 있는 데다 여러 논란이 남아 있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프라이스는 지난달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내가 할 수 있었던 최고의 선택"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에서도 2017년 최저임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노동계는 1만 원 인상을, 경영계는 6,030원 동결안을 내놓고 맞서고 있다. 참고로 경영계가 내놓은 6,030원을 연봉(월 209시간 근무)으로 계산하면 15,123,24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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