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탈퇴 효과’ 공약이 거짓이라고?…확산되는 재투표론

입력 2016.06.2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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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탈퇴(Brexit) 국민투표 이후 충격에 빠진 영국에서 브렉시트를 주도한 정치 지도자들이 투표 이후 핵심 공약에 대해 말을 바꾸면서 또 다른 혼란이 일고 있다. 영국 BBC 등 영국 언론들은 국민 투표 이후 EU 탈퇴 진영 주장의 사실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에 나섰다. 이에 따라 탈퇴파들의 핵심 공약이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영국에서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1,700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 결정된 EU 탈퇴 투표에 EU 잔류진영은 물론 보수당 내에서조차 재투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EU 탈퇴해도 이민자를 줄일 수 없다?

브렉시트 선거운동 과정서 브렉시트 찬성 진영이 강조한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가 이민자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아오자는 것이었다.

EU의 이민자들이 몰려와서 영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이들을 위해 지출하는 공공 서비스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영국 정부는 EU의 통제를 받고 있어 독자적인 이민 정책을 세울 수 없다는 게 브렉시트 찬성 진영의 핵심 주장이었다.

탈퇴 운동을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EU에 머무는 한 이민자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 이민자 규모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EU를 떠나 통제권을 찾아오는 것이다. 브리메인(영국의 EU 잔류)에 투표를 하는 건 이민에 대한 통제를 영원히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렉시트 투표를 일주일 앞둔 16일(현지시각) 영국 독립당 나이절 패라지가 공개한 포스터·유대인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한 히틀러가 만든 선전물을 연상시킨다고 비난을 받았다. (사진=나이절 패라지 트위터)  브렉시트 투표를 일주일 앞둔 16일(현지시각) 영국 독립당 나이절 패라지가 공개한 포스터·유대인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한 히틀러가 만든 선전물을 연상시킨다고 비난을 받았다. (사진=나이절 패라지 트위터)


심지어 투표 일주일을 앞두고 영국 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는 나치 선전물을 연상케 하는 포스터를 만들어 국민 정서를 자극하기도 했다. EU 탈퇴 진영에서는 사흘 전에도 EU에서 온 이민자들 때문에 건강 보험 관련 비용이 28%에서 57%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런 EU 탈퇴 파들의 주장이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연관 기사]☞ ‘나치 선전’ 연상케 하는 브렉시트 포스터는?



하지만 투표 이후에 이들의 말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은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이민자들에 대한 공포 때문이 아니라 EU 시스템 내에서 영국의 민주주의가 평가절하됐기 때문에 이런 투표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른 나라에서 온 EU 시민들이 영국에서 충분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갖고 있고 영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영국 사람들은 EU 지역 여러 곳에서 일하고, 여행하고, 공부하고 , 집을 사고 정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탈퇴 이후에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민자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유럽의회 의원이면서 브렉시트를 옹호한 대니얼 한난은 투표가 끝난 뒤 BBC에 “이민자가 0명이 되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에는 내가 원한 건 이민 감소가 아니라 엄격한 관리였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매주 EU에 내는 분담금이 3억 5천만 파운드(5,500억 원)라고?

EU 탈퇴 진영은 또 영국이 EU에 지나치게 많은 분담금을 내면서 EU로부터 받는 혜택이 적다고 주장해왔다. 보리스 존슨은 "하루에 5천만 파운드를 EU에 보낸다. 그 돈으로 우리의 건강 보험 서비스에 지원하자'고 적힌 버스를 타고 선거 운동을 하러 다녔다.

EU 탈퇴 운동진영이 유세하면서 타고 다닌 버스·EU에 내는 분담금이 하루에 5천만 파운드이며 이 돈을 국민 건강 서비스에 사용하자고 적혀 있다. (사진=BBC 사이트)EU 탈퇴 운동진영이 유세하면서 타고 다닌 버스·EU에 내는 분담금이 하루에 5천만 파운드이며 이 돈을 국민 건강 서비스에 사용하자고 적혀 있다. (사진=BBC 사이트)


나이절 패라지는 BBC에 출연해 "EU에 매주 보내는 돈은 3억 5천만 파운드보다 훨씬 많다. 그 돈을 병원과 지역 보건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EU에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복지를 확충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언론들이 검증을 통해 영국이 실제로 내는 분담금은 일주일에 3억 5,000만 파운드가 아니라 1억 5,000만 파운드(약 2,380억 원)라는 사실을 확인됐다. 분담금 일부를 각종 보조금으로 돌려받기 때문이다. 선거를 전후해 투표 직후 농민과 자치 단체 등 EU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는 각 집단으로부터 탈퇴 이후에도 보조금을 그대로 지급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패라지는 투표 직후 방송에 출연해 " 공약 이행을 보장할 수 없다.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계속된 추궁에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말을 완전히 바꾸기도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EU 탈퇴파인 이언 덩컨 스미스 전 고용연금장관도 “분담금의 큰 몫을 의료서비스에 쓰자는 얘기였다”고 공약에 대한 물타기를 하고 있다.

유럽 단일시장에 대한 우선적인 접근권이 필요 없다고?

EU 탈퇴 진영에서 말을 바꿔 논란을 빚고 있는 또 다른 공약은 유럽 단일 시장 접근권 관련 내용이다. EU 탈퇴 진영은 유럽 단일 시장에 대한 우선적인 접근권은 필요하지 않고 세계 무역기구 규정에 따르면 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선거 후에는 유럽 단일 시장에 대한 우선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만 그걸 받아내기 위해 이동의 자유를 양보할 필요는 없다고 슬쩍 말을 바꾸어가는 중이다.

투표결과 영국 EU 탈퇴로 결론이 나면서 브렉시트 반대 진영에서 거대한 유럽 단일 시장 박탈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자 EU와의 협상 과정에서 반드시 단일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EU가 다른 나라와 협상 과정에서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지 않고 단일 시장 접근 권한을 허용한 경우도 단 한 번도 없다.

27일(현지시각) EU 관계자가 단일 시장 접근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보리스 존슨의 말을 '몽상'이라고 묵살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노르웨이 등 비회원국들도 EU 단일 시장 접근을 위해 국경 통행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말을 바꾼 탈퇴파 정치인은 한둘이 아니다. 국방장관을 지낸 보수당 하원의원 리엄 폭스는 “투표 전 얘기한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바로가기]☞ 브렉시트 지도자들 말 바꿨나? (영국 BBC)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전문가의 우려를 공포 전략이라고 깎아내리던 탈퇴파가 자신들의 장밋빛 약속을 내던지고 있다. 탈퇴 진영이 공약(空約)’을 남발한 건 많은 사람이 투표에서 질 것으로 예상했고, 일부는 투표를 국가의 미래를 건 중대사가 아니라 보수당 알력 다툼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재투표 요구 4백만 명 육박... 보수당 장관도 재투표 가능성 첫 제기

이처럼 영국 사회는 투표 이후 오히려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년과 노년층의 갈등, 스코틀랜드의 영연방 탈퇴 재투표 움직임, 반이민 정서에 따른 인종주의적 갈등, 보수당의 후임 총리 선출을 둘러싼 갈등 문제 등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영국 정국이 혼미에 빠져들고 있다.

브렉시트 재투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청원이 390만 명을 넘었다. (사진=영국 정부·의회 청원 사이트 캡처)  브렉시트 재투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청원이 390만 명을 넘었다. (사진=영국 정부·의회 청원 사이트 캡처)


재투표를 요구하는 영국 국민들이 청원이 4백만 명(한국시각 28일 오후 1시 현재)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 내각에서도 재투표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보수당 내각의 제러미 헌트 영국 보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탈퇴를 위한 리스본조약 50조를 곧바로 발동해서는 안 된다. 우선 EU와 협상을 한 후 그 결과를 영국민 앞에 국민 투표 또는 총선 공약의 형식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헌트 장관은 "국민은 목소리를 냈고 의회는 이를 들어야 한다. 영국은 EU를 떠나야만 하고 떠나게 될 것"이라면서도"떠나는 조건에 대해서 투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투표 여부에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의문은 있을 수 없다"며 "결정은 수용돼야만 한다는 데 내각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영국 역사상 가장 많은 천 7백여만 명이 유권자가 찬성한 국민 투표 내용을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운데), 프랑스와 올랑드 프랑스 총리(오른쪽),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왼쪽)가 27일(현지시각) 베를린에서 만나 영국의 EU 탈퇴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AP)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운데), 프랑스와 올랑드 프랑스 총리(오른쪽),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왼쪽)가 27일(현지시각) 베를린에서 만나 영국의 EU 탈퇴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AP)


EU, "리스본 조약 발동하기 전에는 협상 없다"

EU 지도자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27일 독일 베를린 회동에서 영국이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기 전에는 협상에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점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영국 내에서는 EU 탈퇴절차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리스본 조약 발동 시기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EU 진영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EU 탈퇴 공식 협상이 시작되기를 원하지만 복잡한 영국 내 사정 때문에 EU 탈퇴 절차 시작은 상당 기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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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탈퇴 효과’ 공약이 거짓이라고?…확산되는 재투표론
    • 입력 2016-06-28 16:36:15
    취재K
EU 탈퇴(Brexit) 국민투표 이후 충격에 빠진 영국에서 브렉시트를 주도한 정치 지도자들이 투표 이후 핵심 공약에 대해 말을 바꾸면서 또 다른 혼란이 일고 있다. 영국 BBC 등 영국 언론들은 국민 투표 이후 EU 탈퇴 진영 주장의 사실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에 나섰다. 이에 따라 탈퇴파들의 핵심 공약이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영국에서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1,700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 결정된 EU 탈퇴 투표에 EU 잔류진영은 물론 보수당 내에서조차 재투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EU 탈퇴해도 이민자를 줄일 수 없다?

브렉시트 선거운동 과정서 브렉시트 찬성 진영이 강조한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가 이민자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아오자는 것이었다.

EU의 이민자들이 몰려와서 영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이들을 위해 지출하는 공공 서비스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영국 정부는 EU의 통제를 받고 있어 독자적인 이민 정책을 세울 수 없다는 게 브렉시트 찬성 진영의 핵심 주장이었다.

탈퇴 운동을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EU에 머무는 한 이민자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 이민자 규모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EU를 떠나 통제권을 찾아오는 것이다. 브리메인(영국의 EU 잔류)에 투표를 하는 건 이민에 대한 통제를 영원히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렉시트 투표를 일주일 앞둔 16일(현지시각) 영국 독립당 나이절 패라지가 공개한 포스터·유대인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한 히틀러가 만든 선전물을 연상시킨다고 비난을 받았다. (사진=나이절 패라지 트위터)

심지어 투표 일주일을 앞두고 영국 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는 나치 선전물을 연상케 하는 포스터를 만들어 국민 정서를 자극하기도 했다. EU 탈퇴 진영에서는 사흘 전에도 EU에서 온 이민자들 때문에 건강 보험 관련 비용이 28%에서 57%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런 EU 탈퇴 파들의 주장이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연관 기사]☞ ‘나치 선전’ 연상케 하는 브렉시트 포스터는?



하지만 투표 이후에 이들의 말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은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이민자들에 대한 공포 때문이 아니라 EU 시스템 내에서 영국의 민주주의가 평가절하됐기 때문에 이런 투표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른 나라에서 온 EU 시민들이 영국에서 충분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갖고 있고 영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영국 사람들은 EU 지역 여러 곳에서 일하고, 여행하고, 공부하고 , 집을 사고 정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탈퇴 이후에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민자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유럽의회 의원이면서 브렉시트를 옹호한 대니얼 한난은 투표가 끝난 뒤 BBC에 “이민자가 0명이 되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에는 내가 원한 건 이민 감소가 아니라 엄격한 관리였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매주 EU에 내는 분담금이 3억 5천만 파운드(5,500억 원)라고?

EU 탈퇴 진영은 또 영국이 EU에 지나치게 많은 분담금을 내면서 EU로부터 받는 혜택이 적다고 주장해왔다. 보리스 존슨은 "하루에 5천만 파운드를 EU에 보낸다. 그 돈으로 우리의 건강 보험 서비스에 지원하자'고 적힌 버스를 타고 선거 운동을 하러 다녔다.

EU 탈퇴 운동진영이 유세하면서 타고 다닌 버스·EU에 내는 분담금이 하루에 5천만 파운드이며 이 돈을 국민 건강 서비스에 사용하자고 적혀 있다. (사진=BBC 사이트)

나이절 패라지는 BBC에 출연해 "EU에 매주 보내는 돈은 3억 5천만 파운드보다 훨씬 많다. 그 돈을 병원과 지역 보건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EU에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복지를 확충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언론들이 검증을 통해 영국이 실제로 내는 분담금은 일주일에 3억 5,000만 파운드가 아니라 1억 5,000만 파운드(약 2,380억 원)라는 사실을 확인됐다. 분담금 일부를 각종 보조금으로 돌려받기 때문이다. 선거를 전후해 투표 직후 농민과 자치 단체 등 EU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는 각 집단으로부터 탈퇴 이후에도 보조금을 그대로 지급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패라지는 투표 직후 방송에 출연해 " 공약 이행을 보장할 수 없다.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계속된 추궁에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말을 완전히 바꾸기도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EU 탈퇴파인 이언 덩컨 스미스 전 고용연금장관도 “분담금의 큰 몫을 의료서비스에 쓰자는 얘기였다”고 공약에 대한 물타기를 하고 있다.

유럽 단일시장에 대한 우선적인 접근권이 필요 없다고?

EU 탈퇴 진영에서 말을 바꿔 논란을 빚고 있는 또 다른 공약은 유럽 단일 시장 접근권 관련 내용이다. EU 탈퇴 진영은 유럽 단일 시장에 대한 우선적인 접근권은 필요하지 않고 세계 무역기구 규정에 따르면 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선거 후에는 유럽 단일 시장에 대한 우선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만 그걸 받아내기 위해 이동의 자유를 양보할 필요는 없다고 슬쩍 말을 바꾸어가는 중이다.

투표결과 영국 EU 탈퇴로 결론이 나면서 브렉시트 반대 진영에서 거대한 유럽 단일 시장 박탈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자 EU와의 협상 과정에서 반드시 단일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EU가 다른 나라와 협상 과정에서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지 않고 단일 시장 접근 권한을 허용한 경우도 단 한 번도 없다.

27일(현지시각) EU 관계자가 단일 시장 접근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보리스 존슨의 말을 '몽상'이라고 묵살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노르웨이 등 비회원국들도 EU 단일 시장 접근을 위해 국경 통행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말을 바꾼 탈퇴파 정치인은 한둘이 아니다. 국방장관을 지낸 보수당 하원의원 리엄 폭스는 “투표 전 얘기한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바로가기]☞ 브렉시트 지도자들 말 바꿨나? (영국 BBC)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전문가의 우려를 공포 전략이라고 깎아내리던 탈퇴파가 자신들의 장밋빛 약속을 내던지고 있다. 탈퇴 진영이 공약(空約)’을 남발한 건 많은 사람이 투표에서 질 것으로 예상했고, 일부는 투표를 국가의 미래를 건 중대사가 아니라 보수당 알력 다툼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재투표 요구 4백만 명 육박... 보수당 장관도 재투표 가능성 첫 제기

이처럼 영국 사회는 투표 이후 오히려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년과 노년층의 갈등, 스코틀랜드의 영연방 탈퇴 재투표 움직임, 반이민 정서에 따른 인종주의적 갈등, 보수당의 후임 총리 선출을 둘러싼 갈등 문제 등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영국 정국이 혼미에 빠져들고 있다.

브렉시트 재투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청원이 390만 명을 넘었다. (사진=영국 정부·의회 청원 사이트 캡처)

재투표를 요구하는 영국 국민들이 청원이 4백만 명(한국시각 28일 오후 1시 현재)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 내각에서도 재투표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보수당 내각의 제러미 헌트 영국 보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탈퇴를 위한 리스본조약 50조를 곧바로 발동해서는 안 된다. 우선 EU와 협상을 한 후 그 결과를 영국민 앞에 국민 투표 또는 총선 공약의 형식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헌트 장관은 "국민은 목소리를 냈고 의회는 이를 들어야 한다. 영국은 EU를 떠나야만 하고 떠나게 될 것"이라면서도"떠나는 조건에 대해서 투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투표 여부에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의문은 있을 수 없다"며 "결정은 수용돼야만 한다는 데 내각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영국 역사상 가장 많은 천 7백여만 명이 유권자가 찬성한 국민 투표 내용을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운데), 프랑스와 올랑드 프랑스 총리(오른쪽),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왼쪽)가 27일(현지시각) 베를린에서 만나 영국의 EU 탈퇴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AP)

EU, "리스본 조약 발동하기 전에는 협상 없다"

EU 지도자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27일 독일 베를린 회동에서 영국이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기 전에는 협상에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점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영국 내에서는 EU 탈퇴절차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리스본 조약 발동 시기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EU 진영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EU 탈퇴 공식 협상이 시작되기를 원하지만 복잡한 영국 내 사정 때문에 EU 탈퇴 절차 시작은 상당 기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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