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모의평가 문제 유출 정황 더 있다

입력 2016.07.12 (15:53) 수정 2016.07.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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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국어 영역의 스타강사로 손꼽히는 이모씨가 어제(11일) 구속됐다. 지난달 치러진 6월 수능 모의평가를 앞두고 수강생들에게 국어 문제의 내용과 지문들을 알려준 혐의다.

앞서 강사 이씨에게 문제 내용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등학교 교사인 박모씨는 지난달 17일 구속됐다. 이 둘에게 적용된 형사상의 죄목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다.

수능 모의평가는 수능과 마찬가지로 교육부 산하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데, 이 시험의 공정한 시행을 방해했다는 의미이다.

수능 모의평가는 성적이 실제로 대입에 반영되는 시험은 아니다. 하지만 모의평가에 응시하는 수험생은 60만 명이고, 한 번 시험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만 40억 원이나 된다.

평가원이 그 해 수능의 방향과 난이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가장 정확하게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면 정확한 평가를 받지 못한 수험생들도 피해를 본 셈이다.



명절 선물에 성접대 의혹까지

사교육 시장에서 수년간 명성이 높았던 이 씨가 어쩌다 구속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을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구속된 강사 이 씨와 교사 박 모씨의 인연은 지난 2005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씨가 현직 교사인 박 씨에게 자신의 수강생들이 푸는 문제집의 문제 출제를 맡기면서 서로 알게 되었고, 이 둘은 활발한 교류를 이어왔다고 한다.



취재진이 만난 강사 이 씨의 옛 동료의 증언은 사뭇 놀랍다. 이 씨의 동료는 박모 교사가 이모 강사에게 다른 현직 교사들을 소개해주면서 돈을 받고, 문제 출제비의 일부를 일종의 '수수료'를 챙겨왔다고 말했다.

이 동료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교사 박씨에 대한 상습적인 성접대가 이뤄졌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이 동료는 과거에 함께 운영했던 학원의 계좌에서 수백만 원씩 빠져나간 이체 기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구속된 강사 이씨가 10명이 넘는 교사들에게 명절마다 선물을 보내면서 상시적인 '교사 관리'를 해왔다고도 전했다.

이에 대해 강사 이 모씨는 구속 전에 취재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에 조금이라도 장애나 오해를 초래할 것을 우려하는 마음에 수사 중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행을 조심하고 삼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씨는 "수사기관의 조사가 끝나고 기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는 수사기관 바깥에서 어떠한 의견 제시나 입장 표명도 곤란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교사’와 ‘강사’의 부적절한 만남

이 씨처럼 유명 사교육 강사들이 현직 교사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사교육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사와 강사들의 관계는 일차적으로 '문제 출제'를 통해 맺어진다고 한다. 사교육 강사들이 수업하면서 수강생들에게 풀게하는 문제집의 문제 출제를 교사나 교수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현직교사들은 문제를 내주고 통상적으로 한 문제에 5만 원에서 10만 원의 대가를 받는다고 한다. 한해 수십억 원을 버는 유명강사들에게는 몇 백 문제를 맡겨도 크지 않은 돈이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봉급을 받는 현직 교사들에게는 무시 못할 '수입'이다.

물론 강사들이 아무 교사에게나 문제 출제를 맡기는 것은 아니다. 강사들이 주로 문제 출제를 의뢰하는 건 'EBS 문제집 집필진'과 수능과 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한 전·현직 교육과정평가원 출제위원과 검토위원들이다.

실제로 구속된 이 모 강사의 동료는 강사 이 모씨가 "현직 교사에게 문제 출제비 명목으로 주는 돈에 실제 출제 정보 등에 대한 비용이 포함돼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현직 교사들이 돈을 받고 강사들에게 문제를 만들어 주는 것은 그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관계에서 이른바 부적절한 '유착'이 싹튼다고 사교육 관계자들은 말한다.



또 다른 문제 유출 정황

구속된 강사 이 모씨의 혐의가 경찰 수사를 통해 구체화 하면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유출 의혹에 대한 소문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과정평가원은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제보된 여러 유출 의혹에 대해 자체적으로 확인을 해봤지만, 구체적인 유출 혐의가 드러난 사례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평가원의 설명과 달리, 취재진은 보다 구체적인 유출 정황을 취재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유출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 6월 모의평가 수학영역과 관련된 것이다. 6월 모의평가를 나흘 앞둔 지난 5월 28일, 경기도의 한 학원에서 한 강사가 시험에 나올 수학 문제에 대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알려줬다는 의혹이다.

그런데 해당 강사가 문제를 알려준 방식과 내용이 특이하다. 이 강사는 "모의평가 30번 주관식 문제의 답이 '11'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정답'이 아니라 '오답'을 알려준 셈이다. 복수의 학생들이 이 이야기를 들었고, 심지어 이 발언을 한 강사도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강사는 "(평가원) 검토위원이 들어가서 문제를 풀었는데 자기가 푼 게 '11'이었는데 답이 '11'이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강사는 이런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도 전해들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출처를 밝힐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번에 구속된 강사 이 모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평가원의 검토위원이 최초 유출의 단서를 제공한 것이 된다.



검증을 위해 강남 학원가에서 강의중인 수학 강사에게 6월 모의평가 수학 30번 문제 풀이를 의뢰했다. 문제를 직접 풀어본 수학 강사 김강희 씨는 '11'이라는 오답이 쉽게 나올 수 있는 오답 유형(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김 씨는 실제로도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해당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유명 강사들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할 정도로 헷갈리는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해당 수능과 모의평가 30번 문제는 이른바 변별력 확보를 위해 평가원이 내는 이른바 '킬러문제'라고도 했다. 최근 몇 년간 수능 난이도가 전체적으로 내려가면서 이같은 30번 킬러문제 하나로 1등급과 2등급이 나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 문제'이지만 유출됐을 때 전체결과에 미칠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수능 시험은 믿을 수 있나?

모의 평가가 뚫리면서 수능의 보안 유지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능과 모의평가의 출제과정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시험을 한 달여 앞두고 평가원은 출제 경험이 많은 현직 교사와 교수 중에서 평가위원과 검토위원 5백여 명을 선발한다. 이 같은 출제진 선발은 원점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평가원이 평소에 유지하고 있는 '출제진 후보 명단' 이른바 '출제 인력풀'에서 추려낸다.

문제는 출제 인력풀에 들어갈 만한 현직 교사들의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해 두 번 치러지는 모의평가와 수능 시험의 출제진이 겹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모의평가와 수능 시험의 난이도 조절과 연계성 보장을 위해서 바로 전 시험의 출제진 절반만 교체하고, 절반은 유지한다는 평가원 내부 방침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과정평가원은 '출제진 후보 명단'이 부족하지 않다면서 문제가 됐던 6월 모의평가 출제진을 전원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능 시험의 경우 모의 평가와 달라 보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과정평가원 정학준 출판홍보실장은 "수능의 경우 출제진이 시험이 끝난 이후에 합숙에서 풀려나기 때문에 시험 전에 출제진이 합숙에서 풀려나는 모의평가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출제를 위해 출제진이 합숙에 들어갔을 때는 외부와의 접촉이 철저하게 차단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학준 실장은 문제 유출을 별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교육부 시행령이 개정되는 등 보안 강화를 위한 후속조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사교육 관계자들은 '사전 유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출제진이 어떤 문제를 내겠다고 외부에 미리 이야기하고 합숙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강사는 수년 전 국어 영역의 특정 지문이 나올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대박'이 난적이 있다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 강사는 "자신의 수업을 듣던 학생이 출제위원이었던 친척에게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에게 알렸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수강생들에게 특정 지문에 대한 대비를 하도록 해서 '대박'을 터트렸다"고 했다.

사교육 강사와 공교육 교사의 유착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수능 시험 당일이면 시내 공사가 중단되고, 비행기가 이착륙을 멈추게 하는 등 시험 환경 조성을 위해 힘쓴다.

외신들이 "수험생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을 위해 대한민국이 잠시 멈춰 섰다"라면서 수능 시험날의 분위기를 전할 정도다. 옳고 그름을 떠나 수능 시험의 절차적 정의와 공정성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수능 모의평가와 수능 시험의 절차적 정의와 공정성을 지킬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연관기사] ☞ [취재파일K] ‘시험 문제 유출’…교사·강사의 ‘검은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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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7-12 16:00:41
    취재K
수능 국어 영역의 스타강사로 손꼽히는 이모씨가 어제(11일) 구속됐다. 지난달 치러진 6월 수능 모의평가를 앞두고 수강생들에게 국어 문제의 내용과 지문들을 알려준 혐의다.

앞서 강사 이씨에게 문제 내용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등학교 교사인 박모씨는 지난달 17일 구속됐다. 이 둘에게 적용된 형사상의 죄목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다.

수능 모의평가는 수능과 마찬가지로 교육부 산하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데, 이 시험의 공정한 시행을 방해했다는 의미이다.

수능 모의평가는 성적이 실제로 대입에 반영되는 시험은 아니다. 하지만 모의평가에 응시하는 수험생은 60만 명이고, 한 번 시험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만 40억 원이나 된다.

평가원이 그 해 수능의 방향과 난이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가장 정확하게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면 정확한 평가를 받지 못한 수험생들도 피해를 본 셈이다.



명절 선물에 성접대 의혹까지

사교육 시장에서 수년간 명성이 높았던 이 씨가 어쩌다 구속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을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구속된 강사 이 씨와 교사 박 모씨의 인연은 지난 2005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씨가 현직 교사인 박 씨에게 자신의 수강생들이 푸는 문제집의 문제 출제를 맡기면서 서로 알게 되었고, 이 둘은 활발한 교류를 이어왔다고 한다.



취재진이 만난 강사 이 씨의 옛 동료의 증언은 사뭇 놀랍다. 이 씨의 동료는 박모 교사가 이모 강사에게 다른 현직 교사들을 소개해주면서 돈을 받고, 문제 출제비의 일부를 일종의 '수수료'를 챙겨왔다고 말했다.

이 동료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교사 박씨에 대한 상습적인 성접대가 이뤄졌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이 동료는 과거에 함께 운영했던 학원의 계좌에서 수백만 원씩 빠져나간 이체 기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구속된 강사 이씨가 10명이 넘는 교사들에게 명절마다 선물을 보내면서 상시적인 '교사 관리'를 해왔다고도 전했다.

이에 대해 강사 이 모씨는 구속 전에 취재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에 조금이라도 장애나 오해를 초래할 것을 우려하는 마음에 수사 중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행을 조심하고 삼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씨는 "수사기관의 조사가 끝나고 기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는 수사기관 바깥에서 어떠한 의견 제시나 입장 표명도 곤란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교사’와 ‘강사’의 부적절한 만남

이 씨처럼 유명 사교육 강사들이 현직 교사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사교육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사와 강사들의 관계는 일차적으로 '문제 출제'를 통해 맺어진다고 한다. 사교육 강사들이 수업하면서 수강생들에게 풀게하는 문제집의 문제 출제를 교사나 교수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현직교사들은 문제를 내주고 통상적으로 한 문제에 5만 원에서 10만 원의 대가를 받는다고 한다. 한해 수십억 원을 버는 유명강사들에게는 몇 백 문제를 맡겨도 크지 않은 돈이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봉급을 받는 현직 교사들에게는 무시 못할 '수입'이다.

물론 강사들이 아무 교사에게나 문제 출제를 맡기는 것은 아니다. 강사들이 주로 문제 출제를 의뢰하는 건 'EBS 문제집 집필진'과 수능과 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한 전·현직 교육과정평가원 출제위원과 검토위원들이다.

실제로 구속된 이 모 강사의 동료는 강사 이 모씨가 "현직 교사에게 문제 출제비 명목으로 주는 돈에 실제 출제 정보 등에 대한 비용이 포함돼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현직 교사들이 돈을 받고 강사들에게 문제를 만들어 주는 것은 그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관계에서 이른바 부적절한 '유착'이 싹튼다고 사교육 관계자들은 말한다.



또 다른 문제 유출 정황

구속된 강사 이 모씨의 혐의가 경찰 수사를 통해 구체화 하면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유출 의혹에 대한 소문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과정평가원은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제보된 여러 유출 의혹에 대해 자체적으로 확인을 해봤지만, 구체적인 유출 혐의가 드러난 사례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평가원의 설명과 달리, 취재진은 보다 구체적인 유출 정황을 취재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유출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 6월 모의평가 수학영역과 관련된 것이다. 6월 모의평가를 나흘 앞둔 지난 5월 28일, 경기도의 한 학원에서 한 강사가 시험에 나올 수학 문제에 대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알려줬다는 의혹이다.

그런데 해당 강사가 문제를 알려준 방식과 내용이 특이하다. 이 강사는 "모의평가 30번 주관식 문제의 답이 '11'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정답'이 아니라 '오답'을 알려준 셈이다. 복수의 학생들이 이 이야기를 들었고, 심지어 이 발언을 한 강사도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강사는 "(평가원) 검토위원이 들어가서 문제를 풀었는데 자기가 푼 게 '11'이었는데 답이 '11'이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강사는 이런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도 전해들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출처를 밝힐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번에 구속된 강사 이 모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평가원의 검토위원이 최초 유출의 단서를 제공한 것이 된다.



검증을 위해 강남 학원가에서 강의중인 수학 강사에게 6월 모의평가 수학 30번 문제 풀이를 의뢰했다. 문제를 직접 풀어본 수학 강사 김강희 씨는 '11'이라는 오답이 쉽게 나올 수 있는 오답 유형(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김 씨는 실제로도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해당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유명 강사들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할 정도로 헷갈리는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해당 수능과 모의평가 30번 문제는 이른바 변별력 확보를 위해 평가원이 내는 이른바 '킬러문제'라고도 했다. 최근 몇 년간 수능 난이도가 전체적으로 내려가면서 이같은 30번 킬러문제 하나로 1등급과 2등급이 나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 문제'이지만 유출됐을 때 전체결과에 미칠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수능 시험은 믿을 수 있나?

모의 평가가 뚫리면서 수능의 보안 유지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능과 모의평가의 출제과정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시험을 한 달여 앞두고 평가원은 출제 경험이 많은 현직 교사와 교수 중에서 평가위원과 검토위원 5백여 명을 선발한다. 이 같은 출제진 선발은 원점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평가원이 평소에 유지하고 있는 '출제진 후보 명단' 이른바 '출제 인력풀'에서 추려낸다.

문제는 출제 인력풀에 들어갈 만한 현직 교사들의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해 두 번 치러지는 모의평가와 수능 시험의 출제진이 겹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모의평가와 수능 시험의 난이도 조절과 연계성 보장을 위해서 바로 전 시험의 출제진 절반만 교체하고, 절반은 유지한다는 평가원 내부 방침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과정평가원은 '출제진 후보 명단'이 부족하지 않다면서 문제가 됐던 6월 모의평가 출제진을 전원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능 시험의 경우 모의 평가와 달라 보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과정평가원 정학준 출판홍보실장은 "수능의 경우 출제진이 시험이 끝난 이후에 합숙에서 풀려나기 때문에 시험 전에 출제진이 합숙에서 풀려나는 모의평가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출제를 위해 출제진이 합숙에 들어갔을 때는 외부와의 접촉이 철저하게 차단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학준 실장은 문제 유출을 별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교육부 시행령이 개정되는 등 보안 강화를 위한 후속조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사교육 관계자들은 '사전 유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출제진이 어떤 문제를 내겠다고 외부에 미리 이야기하고 합숙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강사는 수년 전 국어 영역의 특정 지문이 나올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대박'이 난적이 있다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 강사는 "자신의 수업을 듣던 학생이 출제위원이었던 친척에게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에게 알렸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수강생들에게 특정 지문에 대한 대비를 하도록 해서 '대박'을 터트렸다"고 했다.

사교육 강사와 공교육 교사의 유착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수능 시험 당일이면 시내 공사가 중단되고, 비행기가 이착륙을 멈추게 하는 등 시험 환경 조성을 위해 힘쓴다.

외신들이 "수험생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을 위해 대한민국이 잠시 멈춰 섰다"라면서 수능 시험날의 분위기를 전할 정도다. 옳고 그름을 떠나 수능 시험의 절차적 정의와 공정성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수능 모의평가와 수능 시험의 절차적 정의와 공정성을 지킬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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