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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라질 리우올림픽
레슬링 매트 위의 ‘뒤바뀐 운명’
입력 2016.07.20 (13:21) 수정 2016.07.20 (13:30) 취재K

2004년 아테네올림픽, 정지현은 혜성처럼 나타나 위기에 빠진 한국 레슬링의 금맥을 이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두 딸의 태명을 '아금'이와 '올금'이로 지었을 정도로 정지현은 오랜 시간 자신의 목표를 향해 우직하게 달려간 레슬러였다.

결국 그는 아테네 이후 10년 만에 인천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결실을 맺으며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뤘다. 팬들은 한국 레슬링 간판스타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예상했지만, 정지현은 네 번째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위해 리우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정지현의 체급에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출전 쿼터를 조국에 안긴 류한수가 있었다. 류한수는 런던올림픽 당시 국가대표인 정지현의 훈련 파트너였다. 류한수의 기억에 정지현은 자신의 체급에서 좀처럼 넘기 힘든 벽이었다. 하지만 세월의 힘은 거스를 수 없었을까?

정지현의 훈련을 도우며 실력을 끌어올린 류한수는 런던올림픽 이후 정지현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단 뒤 상승세를 이어가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차례로 우승하며 그랜드슬램을 눈앞에 뒀다.


함께 60kg급에서 뛰다가 비슷한 시기 66kg급으로 체급을 올린 두 선수는 서로가 서로를 넘어야 올림픽행이 가능한 얄궂은 운명으로 대표 선발전에서 만났다. 정지현은 은퇴를 앞둔 베테랑이라고 하기엔 놀라운 경기력으로 승승장구했고, 결국 류한수와 최종선발전을 치르게 된다.

류한수의 이마와 정지현의 턱의 출혈로 여러 차례 경기가 중단됐던 말 그대로 혈전, 류한수가 정지현에게 근소하게 2대 1 승리를 거두고 리우행의 주인공이 된다.

류한수에게 여전히 정지현은 존경하는 선배다. 국내 무대에서 정지현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기에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엔 신기해서 사인까지 받을 정도로 좋아했던 영웅을 마침내 넘어섰다는 자부심도 있다.

첫 올림픽을 준비하는 류한수를 위해 이제는 정지현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안한봉 대표팀 감독의 권유로 일종의 코치 연수를 하게 된 정지현은 류한수의 훈련 도우미를 자청했다.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류한수를 도우며 후배의 메달을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류한수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가장 먼저 정지현에게 걸어주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나선 대표 선발전에서 최선을 다했던 선배의 땀을 알기에 정지현의 몫까지 뛰며 아쉬움 없이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든든한 선배의 응원 속에 첫 올림픽을 앞둔 류한수의 마음은 설렘 그 자체다.
  • 레슬링 매트 위의 ‘뒤바뀐 운명’
    • 입력 2016-07-20 13:21:47
    • 수정2016-07-20 13:30:01
    취재K

2004년 아테네올림픽, 정지현은 혜성처럼 나타나 위기에 빠진 한국 레슬링의 금맥을 이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두 딸의 태명을 '아금'이와 '올금'이로 지었을 정도로 정지현은 오랜 시간 자신의 목표를 향해 우직하게 달려간 레슬러였다.

결국 그는 아테네 이후 10년 만에 인천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결실을 맺으며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뤘다. 팬들은 한국 레슬링 간판스타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예상했지만, 정지현은 네 번째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위해 리우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정지현의 체급에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출전 쿼터를 조국에 안긴 류한수가 있었다. 류한수는 런던올림픽 당시 국가대표인 정지현의 훈련 파트너였다. 류한수의 기억에 정지현은 자신의 체급에서 좀처럼 넘기 힘든 벽이었다. 하지만 세월의 힘은 거스를 수 없었을까?

정지현의 훈련을 도우며 실력을 끌어올린 류한수는 런던올림픽 이후 정지현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단 뒤 상승세를 이어가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차례로 우승하며 그랜드슬램을 눈앞에 뒀다.


함께 60kg급에서 뛰다가 비슷한 시기 66kg급으로 체급을 올린 두 선수는 서로가 서로를 넘어야 올림픽행이 가능한 얄궂은 운명으로 대표 선발전에서 만났다. 정지현은 은퇴를 앞둔 베테랑이라고 하기엔 놀라운 경기력으로 승승장구했고, 결국 류한수와 최종선발전을 치르게 된다.

류한수의 이마와 정지현의 턱의 출혈로 여러 차례 경기가 중단됐던 말 그대로 혈전, 류한수가 정지현에게 근소하게 2대 1 승리를 거두고 리우행의 주인공이 된다.

류한수에게 여전히 정지현은 존경하는 선배다. 국내 무대에서 정지현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기에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엔 신기해서 사인까지 받을 정도로 좋아했던 영웅을 마침내 넘어섰다는 자부심도 있다.

첫 올림픽을 준비하는 류한수를 위해 이제는 정지현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안한봉 대표팀 감독의 권유로 일종의 코치 연수를 하게 된 정지현은 류한수의 훈련 도우미를 자청했다.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류한수를 도우며 후배의 메달을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류한수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가장 먼저 정지현에게 걸어주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나선 대표 선발전에서 최선을 다했던 선배의 땀을 알기에 정지현의 몫까지 뛰며 아쉬움 없이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든든한 선배의 응원 속에 첫 올림픽을 앞둔 류한수의 마음은 설렘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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