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운전해선 안 됐는데”…사고 원인은 ‘뇌전증’?
입력 2016.08.03 (08:33)
수정 2016.08.0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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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멀리서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옵니다.
건널목에 있는 사람들을 그대로 덮친 뒤 다른 차들과 연달아 부딪힙니다.
이 사고로 건널목을 건너던 행인 3명이 숨지고 , 차량 운전자를 포함해 14명이 다쳤습니다.
이렇게 피해가 컸던 건 사고 차량이 브레이크 한번 밟지 않고 말 그대로 전력으로 질주했기 때문인데요.
사고 차량 운전자는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운전자는 흔히 간질로 알려진 뇌전증 환자로, 사고 당일 약을 먹지 않은 걸로 알려지면서 발작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뇌전증 환자가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던 건지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해운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홍 모 씨 모자의 빈소입니다.
<녹취> 피해자 친척(음성변조) : “휴가고 아들 방학이고 하니까 휴가계획을 잡아서 같이 갔죠.”
홀로 아들을 키우던 어머니와 바리스타를 꿈꾸던 고3 아들이 방학을 맞아 떠난 부산여행
단란했던 모자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음성변조) : “마지막 게임 메시지하고 방학식 때 인사하고 개학식 때 보자 그랬는데 당황스럽고 이게 무슨 일인가…….”
장례식장에 와서도 친구들은 사고 소식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음성변조) : “먼저 말도 걸어주고 인사도 항상 해주던 친구였고 욕도 안 하고 친구랑 문제도 없던 좋은 친구였는데…….”
택시운전사 69살 A씨 역시 당시 사고로 입은 부상 때문에 입원 중입니다.
A씨는 악몽 같던 사고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떠올립니다.
<녹취> 피해 택시 운전사(음성변조) : “신호보고 가는 길에 폭포사에서 내려오는 차가 속력을 내서 내 차를 추돌했어요. 그때 정신없이 추돌함과 동시에 내가 기절을 해서…….”
잠시 정신을 잃고 깨어나니, 주변은 이미 아비규환이었습니다.
<녹취> 피해 택시 운전사(음성변조) : “깨어보니까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어요. 문화 사거리 거기가 엉망진창 되어 있었고. 그 와중에서도 살아난 게 천만다행입니다. 이 정도 다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끔찍한 교통사고가 일어난 건 지난달 31일.
당시의 상황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인데요.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흰색 승용차
건널목에 선 사람들을 보고도 멈추지 않은 채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사람들을 치고 난 뒤에도 승용차는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교차로까지 가서
차량 5대까지 들이 받고 나서야 문제의 차량은 광란의 질주를 멈췄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쾅’ 소리 나고 몇 번 소리가 났으니까 차가 돌고 다른 차들 다 들이박고 사람이 막 여기저기 온 곳에 막 쓰러져 있더라고…….”
평화롭던 도심 사거리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인터뷰> 배용근(해운대 소방서 특수구조대 팀장) : “이런 현장은 20년 넘게 근무하면서도 처음 봤습니다. 가보니까 차량은 차량대로 분산되어있고 부상자들은 부상자들대로 사고를 당해서 거의 50m 반경에 분산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수습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울산에서 학원 강사를 하는 53살 김 모 씨.
김 씨는 사고 당시 시속 100km 넘게 달린 걸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이상하게도 사고 현장에는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나타나는 스키드마크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잇달아 사고를 내면서도 차를 멈추려고 하지 않은 겁니다.
심지어 김 씨는 사고 현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선 한 차례 추돌사고를 내고도 사고 수습은커녕 그대로 질주를 계속했습니다.
김 씨는 도대체 왜 이런 광란의 질주를 벌인 것일까?
<인터뷰> 이익환(부산 해운대경찰서 교통사고계장) :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다. 정신 차려보니 병원이다.’ 그렇게 얘기했거든요.”
이상하게도 김 씨는 사고 당시의 기억이 없다고 했다는 것!
그렇다고 김 씨가 술에 취한 상태도 약물에 중독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이익환(부산 해운대경찰서 교통사고계장) : “음주 안 한 걸로 확인이 됐고 혹시 약물중독이라든지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소변 검사를 했는데 약물 같은 건 해당이 없는 걸로 나왔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그런데 뜻밖의 증언이 나옵니다.
<인터뷰> 이익환(부산 해운대경찰서 교통사고계장) : “직장 동료분 얘기를 들어보니까 뇌 질환이 있어서 약을 먹는데 약을 먹었는지 안 했는지를 깜빡깜빡할 때가 있답니다.”
김 씨가 뇌 관련 질병을 앓고 있었고 사건 당일에서도 약을 먹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김 씨가 지난 2013년에도 차를 몰고 인도로 올라가는 등 비정상적인 사고를 3차례나 낸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지난해 뇌전증 진단을 받고 울산에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 김 씨 주치의(울산 00병원 신경과 전문의) : “(지난해 11월에) 본인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는데, 본인이 의식 잃었어요. 이렇게 되면 뇌전증, 간질이라고 진단하거든요.”
흔히 간질이라 불리던 뇌전증은 발작을 일으키는 특별한 이상이 없음에도 발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질병인데요.
만약 꾸준히 약을 먹지 않을 경우 정신을 잃거나 발작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 당일 약을 먹지 않은 김 씨가 운전대를 잡은 뒤 발작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녹취> “약을 안 먹었다. 그런 경우에는 증상이 발현했을 경우에 정신을 잃고 사고를 냈다. 이런 것도 가능하겠죠.”
운전 도중 발작의 우려 때문에 뇌전증은 마약, 알코올중독과 함께 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면허 취득 과정에서 자신이 뇌전증이 있다고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방식이어서 이를 숨기는 경우 찾아내기는 불가능한 상황.
실제로 김 씨는 지난해 9월 뇌전증 진단을 받았지만 지난달 운전면허 갱신을 위한 적성검사를 문제없이 통과했습니다.
<인터뷰> 최재원(도로교통공단 교수) : “자가진단 체크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이 분이 체크를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뇌전증 간질에 대해서 6개월 이상 입원을 하지 않았다면 법에 사각지대에 들어가게 되는 거죠.”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최재원(도로교통공단 교수) : “ 법이 개정이 된다면 이런 분들을 계속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학 것 같고요. 약을 안 드셔서 사고가 났다는 게 증명이 되면 이분들한테 또 다른 제재 처분을 포함한 법적 보완이 좀 필요한 거죠.”
경찰은 어제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와 관련된 법령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뒤늦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지금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한 철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멀리서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옵니다.
건널목에 있는 사람들을 그대로 덮친 뒤 다른 차들과 연달아 부딪힙니다.
이 사고로 건널목을 건너던 행인 3명이 숨지고 , 차량 운전자를 포함해 14명이 다쳤습니다.
이렇게 피해가 컸던 건 사고 차량이 브레이크 한번 밟지 않고 말 그대로 전력으로 질주했기 때문인데요.
사고 차량 운전자는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운전자는 흔히 간질로 알려진 뇌전증 환자로, 사고 당일 약을 먹지 않은 걸로 알려지면서 발작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뇌전증 환자가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던 건지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해운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홍 모 씨 모자의 빈소입니다.
<녹취> 피해자 친척(음성변조) : “휴가고 아들 방학이고 하니까 휴가계획을 잡아서 같이 갔죠.”
홀로 아들을 키우던 어머니와 바리스타를 꿈꾸던 고3 아들이 방학을 맞아 떠난 부산여행
단란했던 모자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음성변조) : “마지막 게임 메시지하고 방학식 때 인사하고 개학식 때 보자 그랬는데 당황스럽고 이게 무슨 일인가…….”
장례식장에 와서도 친구들은 사고 소식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음성변조) : “먼저 말도 걸어주고 인사도 항상 해주던 친구였고 욕도 안 하고 친구랑 문제도 없던 좋은 친구였는데…….”
택시운전사 69살 A씨 역시 당시 사고로 입은 부상 때문에 입원 중입니다.
A씨는 악몽 같던 사고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떠올립니다.
<녹취> 피해 택시 운전사(음성변조) : “신호보고 가는 길에 폭포사에서 내려오는 차가 속력을 내서 내 차를 추돌했어요. 그때 정신없이 추돌함과 동시에 내가 기절을 해서…….”
잠시 정신을 잃고 깨어나니, 주변은 이미 아비규환이었습니다.
<녹취> 피해 택시 운전사(음성변조) : “깨어보니까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어요. 문화 사거리 거기가 엉망진창 되어 있었고. 그 와중에서도 살아난 게 천만다행입니다. 이 정도 다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끔찍한 교통사고가 일어난 건 지난달 31일.
당시의 상황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인데요.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흰색 승용차
건널목에 선 사람들을 보고도 멈추지 않은 채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사람들을 치고 난 뒤에도 승용차는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교차로까지 가서
차량 5대까지 들이 받고 나서야 문제의 차량은 광란의 질주를 멈췄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쾅’ 소리 나고 몇 번 소리가 났으니까 차가 돌고 다른 차들 다 들이박고 사람이 막 여기저기 온 곳에 막 쓰러져 있더라고…….”
평화롭던 도심 사거리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인터뷰> 배용근(해운대 소방서 특수구조대 팀장) : “이런 현장은 20년 넘게 근무하면서도 처음 봤습니다. 가보니까 차량은 차량대로 분산되어있고 부상자들은 부상자들대로 사고를 당해서 거의 50m 반경에 분산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수습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울산에서 학원 강사를 하는 53살 김 모 씨.
김 씨는 사고 당시 시속 100km 넘게 달린 걸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이상하게도 사고 현장에는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나타나는 스키드마크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잇달아 사고를 내면서도 차를 멈추려고 하지 않은 겁니다.
심지어 김 씨는 사고 현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선 한 차례 추돌사고를 내고도 사고 수습은커녕 그대로 질주를 계속했습니다.
김 씨는 도대체 왜 이런 광란의 질주를 벌인 것일까?
<인터뷰> 이익환(부산 해운대경찰서 교통사고계장) :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다. 정신 차려보니 병원이다.’ 그렇게 얘기했거든요.”
이상하게도 김 씨는 사고 당시의 기억이 없다고 했다는 것!
그렇다고 김 씨가 술에 취한 상태도 약물에 중독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이익환(부산 해운대경찰서 교통사고계장) : “음주 안 한 걸로 확인이 됐고 혹시 약물중독이라든지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소변 검사를 했는데 약물 같은 건 해당이 없는 걸로 나왔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그런데 뜻밖의 증언이 나옵니다.
<인터뷰> 이익환(부산 해운대경찰서 교통사고계장) : “직장 동료분 얘기를 들어보니까 뇌 질환이 있어서 약을 먹는데 약을 먹었는지 안 했는지를 깜빡깜빡할 때가 있답니다.”
김 씨가 뇌 관련 질병을 앓고 있었고 사건 당일에서도 약을 먹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김 씨가 지난 2013년에도 차를 몰고 인도로 올라가는 등 비정상적인 사고를 3차례나 낸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지난해 뇌전증 진단을 받고 울산에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 김 씨 주치의(울산 00병원 신경과 전문의) : “(지난해 11월에) 본인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는데, 본인이 의식 잃었어요. 이렇게 되면 뇌전증, 간질이라고 진단하거든요.”
흔히 간질이라 불리던 뇌전증은 발작을 일으키는 특별한 이상이 없음에도 발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질병인데요.
만약 꾸준히 약을 먹지 않을 경우 정신을 잃거나 발작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 당일 약을 먹지 않은 김 씨가 운전대를 잡은 뒤 발작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녹취> “약을 안 먹었다. 그런 경우에는 증상이 발현했을 경우에 정신을 잃고 사고를 냈다. 이런 것도 가능하겠죠.”
운전 도중 발작의 우려 때문에 뇌전증은 마약, 알코올중독과 함께 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면허 취득 과정에서 자신이 뇌전증이 있다고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방식이어서 이를 숨기는 경우 찾아내기는 불가능한 상황.
실제로 김 씨는 지난해 9월 뇌전증 진단을 받았지만 지난달 운전면허 갱신을 위한 적성검사를 문제없이 통과했습니다.
<인터뷰> 최재원(도로교통공단 교수) : “자가진단 체크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이 분이 체크를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뇌전증 간질에 대해서 6개월 이상 입원을 하지 않았다면 법에 사각지대에 들어가게 되는 거죠.”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최재원(도로교통공단 교수) : “ 법이 개정이 된다면 이런 분들을 계속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학 것 같고요. 약을 안 드셔서 사고가 났다는 게 증명이 되면 이분들한테 또 다른 제재 처분을 포함한 법적 보완이 좀 필요한 거죠.”
경찰은 어제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와 관련된 법령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뒤늦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지금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한 철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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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따라잡기] “운전해선 안 됐는데”…사고 원인은 ‘뇌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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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08-03 08:37:40
- 수정2016-08-04 09:43:24
<기자 멘트>
멀리서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옵니다.
건널목에 있는 사람들을 그대로 덮친 뒤 다른 차들과 연달아 부딪힙니다.
이 사고로 건널목을 건너던 행인 3명이 숨지고 , 차량 운전자를 포함해 14명이 다쳤습니다.
이렇게 피해가 컸던 건 사고 차량이 브레이크 한번 밟지 않고 말 그대로 전력으로 질주했기 때문인데요.
사고 차량 운전자는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운전자는 흔히 간질로 알려진 뇌전증 환자로, 사고 당일 약을 먹지 않은 걸로 알려지면서 발작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뇌전증 환자가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던 건지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해운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홍 모 씨 모자의 빈소입니다.
<녹취> 피해자 친척(음성변조) : “휴가고 아들 방학이고 하니까 휴가계획을 잡아서 같이 갔죠.”
홀로 아들을 키우던 어머니와 바리스타를 꿈꾸던 고3 아들이 방학을 맞아 떠난 부산여행
단란했던 모자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음성변조) : “마지막 게임 메시지하고 방학식 때 인사하고 개학식 때 보자 그랬는데 당황스럽고 이게 무슨 일인가…….”
장례식장에 와서도 친구들은 사고 소식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음성변조) : “먼저 말도 걸어주고 인사도 항상 해주던 친구였고 욕도 안 하고 친구랑 문제도 없던 좋은 친구였는데…….”
택시운전사 69살 A씨 역시 당시 사고로 입은 부상 때문에 입원 중입니다.
A씨는 악몽 같던 사고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떠올립니다.
<녹취> 피해 택시 운전사(음성변조) : “신호보고 가는 길에 폭포사에서 내려오는 차가 속력을 내서 내 차를 추돌했어요. 그때 정신없이 추돌함과 동시에 내가 기절을 해서…….”
잠시 정신을 잃고 깨어나니, 주변은 이미 아비규환이었습니다.
<녹취> 피해 택시 운전사(음성변조) : “깨어보니까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어요. 문화 사거리 거기가 엉망진창 되어 있었고. 그 와중에서도 살아난 게 천만다행입니다. 이 정도 다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끔찍한 교통사고가 일어난 건 지난달 31일.
당시의 상황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인데요.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흰색 승용차
건널목에 선 사람들을 보고도 멈추지 않은 채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사람들을 치고 난 뒤에도 승용차는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교차로까지 가서
차량 5대까지 들이 받고 나서야 문제의 차량은 광란의 질주를 멈췄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쾅’ 소리 나고 몇 번 소리가 났으니까 차가 돌고 다른 차들 다 들이박고 사람이 막 여기저기 온 곳에 막 쓰러져 있더라고…….”
평화롭던 도심 사거리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인터뷰> 배용근(해운대 소방서 특수구조대 팀장) : “이런 현장은 20년 넘게 근무하면서도 처음 봤습니다. 가보니까 차량은 차량대로 분산되어있고 부상자들은 부상자들대로 사고를 당해서 거의 50m 반경에 분산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수습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울산에서 학원 강사를 하는 53살 김 모 씨.
김 씨는 사고 당시 시속 100km 넘게 달린 걸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이상하게도 사고 현장에는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나타나는 스키드마크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잇달아 사고를 내면서도 차를 멈추려고 하지 않은 겁니다.
심지어 김 씨는 사고 현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선 한 차례 추돌사고를 내고도 사고 수습은커녕 그대로 질주를 계속했습니다.
김 씨는 도대체 왜 이런 광란의 질주를 벌인 것일까?
<인터뷰> 이익환(부산 해운대경찰서 교통사고계장) :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다. 정신 차려보니 병원이다.’ 그렇게 얘기했거든요.”
이상하게도 김 씨는 사고 당시의 기억이 없다고 했다는 것!
그렇다고 김 씨가 술에 취한 상태도 약물에 중독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이익환(부산 해운대경찰서 교통사고계장) : “음주 안 한 걸로 확인이 됐고 혹시 약물중독이라든지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소변 검사를 했는데 약물 같은 건 해당이 없는 걸로 나왔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그런데 뜻밖의 증언이 나옵니다.
<인터뷰> 이익환(부산 해운대경찰서 교통사고계장) : “직장 동료분 얘기를 들어보니까 뇌 질환이 있어서 약을 먹는데 약을 먹었는지 안 했는지를 깜빡깜빡할 때가 있답니다.”
김 씨가 뇌 관련 질병을 앓고 있었고 사건 당일에서도 약을 먹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김 씨가 지난 2013년에도 차를 몰고 인도로 올라가는 등 비정상적인 사고를 3차례나 낸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지난해 뇌전증 진단을 받고 울산에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 김 씨 주치의(울산 00병원 신경과 전문의) : “(지난해 11월에) 본인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는데, 본인이 의식 잃었어요. 이렇게 되면 뇌전증, 간질이라고 진단하거든요.”
흔히 간질이라 불리던 뇌전증은 발작을 일으키는 특별한 이상이 없음에도 발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질병인데요.
만약 꾸준히 약을 먹지 않을 경우 정신을 잃거나 발작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 당일 약을 먹지 않은 김 씨가 운전대를 잡은 뒤 발작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녹취> “약을 안 먹었다. 그런 경우에는 증상이 발현했을 경우에 정신을 잃고 사고를 냈다. 이런 것도 가능하겠죠.”
운전 도중 발작의 우려 때문에 뇌전증은 마약, 알코올중독과 함께 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면허 취득 과정에서 자신이 뇌전증이 있다고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방식이어서 이를 숨기는 경우 찾아내기는 불가능한 상황.
실제로 김 씨는 지난해 9월 뇌전증 진단을 받았지만 지난달 운전면허 갱신을 위한 적성검사를 문제없이 통과했습니다.
<인터뷰> 최재원(도로교통공단 교수) : “자가진단 체크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이 분이 체크를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뇌전증 간질에 대해서 6개월 이상 입원을 하지 않았다면 법에 사각지대에 들어가게 되는 거죠.”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최재원(도로교통공단 교수) : “ 법이 개정이 된다면 이런 분들을 계속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학 것 같고요. 약을 안 드셔서 사고가 났다는 게 증명이 되면 이분들한테 또 다른 제재 처분을 포함한 법적 보완이 좀 필요한 거죠.”
경찰은 어제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와 관련된 법령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뒤늦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지금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한 철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멀리서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옵니다.
건널목에 있는 사람들을 그대로 덮친 뒤 다른 차들과 연달아 부딪힙니다.
이 사고로 건널목을 건너던 행인 3명이 숨지고 , 차량 운전자를 포함해 14명이 다쳤습니다.
이렇게 피해가 컸던 건 사고 차량이 브레이크 한번 밟지 않고 말 그대로 전력으로 질주했기 때문인데요.
사고 차량 운전자는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운전자는 흔히 간질로 알려진 뇌전증 환자로, 사고 당일 약을 먹지 않은 걸로 알려지면서 발작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뇌전증 환자가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던 건지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해운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홍 모 씨 모자의 빈소입니다.
<녹취> 피해자 친척(음성변조) : “휴가고 아들 방학이고 하니까 휴가계획을 잡아서 같이 갔죠.”
홀로 아들을 키우던 어머니와 바리스타를 꿈꾸던 고3 아들이 방학을 맞아 떠난 부산여행
단란했던 모자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음성변조) : “마지막 게임 메시지하고 방학식 때 인사하고 개학식 때 보자 그랬는데 당황스럽고 이게 무슨 일인가…….”
장례식장에 와서도 친구들은 사고 소식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음성변조) : “먼저 말도 걸어주고 인사도 항상 해주던 친구였고 욕도 안 하고 친구랑 문제도 없던 좋은 친구였는데…….”
택시운전사 69살 A씨 역시 당시 사고로 입은 부상 때문에 입원 중입니다.
A씨는 악몽 같던 사고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떠올립니다.
<녹취> 피해 택시 운전사(음성변조) : “신호보고 가는 길에 폭포사에서 내려오는 차가 속력을 내서 내 차를 추돌했어요. 그때 정신없이 추돌함과 동시에 내가 기절을 해서…….”
잠시 정신을 잃고 깨어나니, 주변은 이미 아비규환이었습니다.
<녹취> 피해 택시 운전사(음성변조) : “깨어보니까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어요. 문화 사거리 거기가 엉망진창 되어 있었고. 그 와중에서도 살아난 게 천만다행입니다. 이 정도 다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끔찍한 교통사고가 일어난 건 지난달 31일.
당시의 상황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인데요.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흰색 승용차
건널목에 선 사람들을 보고도 멈추지 않은 채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사람들을 치고 난 뒤에도 승용차는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교차로까지 가서
차량 5대까지 들이 받고 나서야 문제의 차량은 광란의 질주를 멈췄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쾅’ 소리 나고 몇 번 소리가 났으니까 차가 돌고 다른 차들 다 들이박고 사람이 막 여기저기 온 곳에 막 쓰러져 있더라고…….”
평화롭던 도심 사거리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인터뷰> 배용근(해운대 소방서 특수구조대 팀장) : “이런 현장은 20년 넘게 근무하면서도 처음 봤습니다. 가보니까 차량은 차량대로 분산되어있고 부상자들은 부상자들대로 사고를 당해서 거의 50m 반경에 분산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수습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울산에서 학원 강사를 하는 53살 김 모 씨.
김 씨는 사고 당시 시속 100km 넘게 달린 걸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이상하게도 사고 현장에는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나타나는 스키드마크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잇달아 사고를 내면서도 차를 멈추려고 하지 않은 겁니다.
심지어 김 씨는 사고 현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선 한 차례 추돌사고를 내고도 사고 수습은커녕 그대로 질주를 계속했습니다.
김 씨는 도대체 왜 이런 광란의 질주를 벌인 것일까?
<인터뷰> 이익환(부산 해운대경찰서 교통사고계장) :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다. 정신 차려보니 병원이다.’ 그렇게 얘기했거든요.”
이상하게도 김 씨는 사고 당시의 기억이 없다고 했다는 것!
그렇다고 김 씨가 술에 취한 상태도 약물에 중독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이익환(부산 해운대경찰서 교통사고계장) : “음주 안 한 걸로 확인이 됐고 혹시 약물중독이라든지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소변 검사를 했는데 약물 같은 건 해당이 없는 걸로 나왔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그런데 뜻밖의 증언이 나옵니다.
<인터뷰> 이익환(부산 해운대경찰서 교통사고계장) : “직장 동료분 얘기를 들어보니까 뇌 질환이 있어서 약을 먹는데 약을 먹었는지 안 했는지를 깜빡깜빡할 때가 있답니다.”
김 씨가 뇌 관련 질병을 앓고 있었고 사건 당일에서도 약을 먹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김 씨가 지난 2013년에도 차를 몰고 인도로 올라가는 등 비정상적인 사고를 3차례나 낸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지난해 뇌전증 진단을 받고 울산에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 김 씨 주치의(울산 00병원 신경과 전문의) : “(지난해 11월에) 본인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는데, 본인이 의식 잃었어요. 이렇게 되면 뇌전증, 간질이라고 진단하거든요.”
흔히 간질이라 불리던 뇌전증은 발작을 일으키는 특별한 이상이 없음에도 발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질병인데요.
만약 꾸준히 약을 먹지 않을 경우 정신을 잃거나 발작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 당일 약을 먹지 않은 김 씨가 운전대를 잡은 뒤 발작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녹취> “약을 안 먹었다. 그런 경우에는 증상이 발현했을 경우에 정신을 잃고 사고를 냈다. 이런 것도 가능하겠죠.”
운전 도중 발작의 우려 때문에 뇌전증은 마약, 알코올중독과 함께 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면허 취득 과정에서 자신이 뇌전증이 있다고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방식이어서 이를 숨기는 경우 찾아내기는 불가능한 상황.
실제로 김 씨는 지난해 9월 뇌전증 진단을 받았지만 지난달 운전면허 갱신을 위한 적성검사를 문제없이 통과했습니다.
<인터뷰> 최재원(도로교통공단 교수) : “자가진단 체크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이 분이 체크를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뇌전증 간질에 대해서 6개월 이상 입원을 하지 않았다면 법에 사각지대에 들어가게 되는 거죠.”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최재원(도로교통공단 교수) : “ 법이 개정이 된다면 이런 분들을 계속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학 것 같고요. 약을 안 드셔서 사고가 났다는 게 증명이 되면 이분들한테 또 다른 제재 처분을 포함한 법적 보완이 좀 필요한 거죠.”
경찰은 어제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와 관련된 법령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뒤늦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지금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한 철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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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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